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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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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5

DUMMY

2034년 3월 17일 오전

평양 인민대학습당 앞

김일성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대주석단



김여정의 총살이 끝나고, 총참모부 소속 부대가 모였던 군중들을 해산시켰다. 그들은 일제히 광장 끄트머리에 주차돼있던 버스에 올랐다. 어느정도 광장의 정리가 끝나자 홀로 남은 김여정의 시신을 병사들이 광장 한 가운데로 들고 왔다. 김정일화가 가득 담긴 커다란 목관이 광장 가운데에 덩그라니 놓여 있었다. 병사들은 여정의 시신을 관에 넣고 기름을 뿌리고는 양쪽에 차렷자세로 정렬했다.


이 모습을 대주석단에서 내려보던 황용호가 부관을 불렀다. 부관이 칼같은 경례를 하고 다가왔다.


“공철남이는 아직 못 찾았나?”


황용호가 묻는 순간 광장에서 불길이 일었다.


“방금 찾았다는 소식이 왔습네다. 근데···”


황용호가 대답을 못 잇는 부관을 쳐다보았다. 부관이 이어 대답했다.


“공철남이가 중국쪽에 붙었습네다. 지금 부하들하고 신의주에 있는 걸로 파악됐습네다!”


황용호가 난간을 붙잡고 한숨을 쉬었다. 좀 더 빨리 그의 신변을 확보해야 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황용호는 거침없이 내뿜는 광장의 화염을 바라보다 뒤돌아서 인민대학습당으로 들어갔다.


공철남은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관이다. 그는 북한이 가진 거의 모든 핵미사일을 관장하고 있었다. 김정은은 자신의 건강이상을 느끼고는 그를 불러다 핵무기와 관련된 지시를 했다. 핵폭탄 발사 여부만 본인이 판단하고, 핵무기 투발수단과 핵개발을 그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이었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는 그의 손을 거쳐 김정은에게 보고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구조였다. 김정은이 공철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정은의 사망 당일, 그는 다행이도 평안북도 영변군 핵시설에 긴급상황이 생겨서 시찰을 하던 중이었다. 덕분에 그는 평양의 혼란을 피할 수 있었다.


“리우지허 이 새끼, 가만 안 둔다!”

공철남의 소식을 들은 장태식이 부관들을 데리고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곧장 리우지허가 갇혀있는 방으로 올라가 문을 벌컥 열었다.


“리우 동지, 나 오랜만이지요?”


태식과 부관들이 리우지허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태식의 부관들은 일제히 권총을 장전했다.


“조선은 외교관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화끈하구만!”


리우지허는 쫄지 않았다. 그는 마침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중국 이 새끼들, 공철남이 어디로 뺴돌렸어!”


태식이 고함을 질렀다. 리우지허는 씩 웃고는 전화기에 대고 ‘그가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휴대전화를 태식에게 건네었다.


“받으시오. 당신이 받는 게 좋을거요.”


리우지허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건네자 태식이 받아들고는 귀에 가져다 대었다.


“중국말 할 줄 아는 거 압니다. 중국말로 하지요.”


수화기 반대편의 인물이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총리 자오펑입니다. 우리 리우지허 동지를 가둔 대단한 인물이 있다는데, 아마 보위성 소속이라지요?”


그는 중국의 2인자 자오펑이었다. 태식은 중국말로 대답했다.


“내가 무슨 소속인지는 알 거 없습니다.”


장태식의 대답에 자오펑이 껄껄 웃었다.


“날이 서있는 인물이구만. 통화 한 김에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겠습니다.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조선의 정권을 침탈한 황용호 및 그 부하들을 조선의 불법 쿠데타 세력으로 규정하고, 조선의 정권 회복 및 정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만일 살고싶다면 데리고있는 모든 병력의 무장을 해제하고 우리 중국 대사관에 자진신고하러 오시오.”


태식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고개를 저었다.


“당신네 중국이 우리 조선군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진짜 총리인지도 모르겠고, 진짜 총리더라도 이딴식으로 내정간섭을 하면 안되는 거이디. 리우지허 이 양반 살리고싶으면 데리고있는 공철남이 당장 오늘 내로 우리한테 넘기십시오.”


태식이 또렷한 발음의 중국어로 대답했다. 리우지허가 그의 발음에 놀랐다.


“우리 중국의 입장은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아 하나가 더 있지. 만약에 리우지허 동지와 우리 외교관들이 잘못되면은, 그날로 평양은 불바다가 되는 겁니다. 내 말 명심하세요.”


자오펑이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태식이 전화기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못 믿겠으면 오늘 총리께서 말씀하신 내용 우리 중국 외교부 공문으로 보내드리지.”


리우지허가 전화기를 내놓으라 손짓하며 말했다. 태식은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런 썅!”


태식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리우지허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액정에 금이 갔다. 거친 숨을 몇 번 내쉰 태식은 곧장 뒤돌아 방을 나갔다. 나가며 그가 부관들에게 소리쳤다.


“저 새끼, 지하실로 옮겨!”


몇 분 뒤, 웬 건장한 병사들이 리우지허를 포승줄로 묶고는 번쩍 들어 호텔 밖으로 나갔다. 검은색 승합차에 내동댕이쳐지자 리우지허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은혜도 모르는 조선놈들, 곧 어떻게 되나 보자.”


한편, 같은 시각 인민대학습당 대회의장에선 북한의 내각 각 부처의 수뇌부들이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오늘 있을 김정은의 장례식의 예행연습을 위해 온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연습은 커녕 회의장 밖의 군인들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대외경제상 윤일호가 내각총리 함덕근에게 물었다.


“대체 장례식 예행연습은 언제 한답니까? 벌써 두 시간째 대기만 하고 있어요. 저 군인들은 우리를 밖에 나가지도 못 하게 하구요.”


윤일호의 질문에 함덕근은 고개를 저으며 눈을 감았다. 일단 그들을 소집한 황용호가 와야 뭘 하든 할 수 있었다. 몇 분 뒤 병사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황용호 장의위원장님께서 오십니다. 모두 일어나십시오.”


한 병사의 말이 끝나자 황용호가 나타났다. 함덕근이 그를 상석으로 안내했다. 황용호는 모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나 총참모부의 황용호입니다. 어제 오늘 평양에서 소란이 있었는데, 우리 총참모부가 잘 정리했습니다.”


그는 물을 한 잔 들이키더니 부관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대회의장의 문을 걸어잠갔다. 회의장이 곧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침착하세요. 총참모장 동지 말씀을 들으면 됩니다.”


함덕근이 장내를 정돈시켰다. 황용호는 그에게 고맙다고 목례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오늘 김정은 원수님의 장례식은 없습네다. 오늘 여러분은 우리 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그걸 논의하러 온 겁네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때 내각부총리 천승호가 입을 열었다.


“총참모장 동지께서 먼저 어떤 방향인지 얘기를 해 주십시오. 그 방향에 맞게 자세한 걸 우리가 논해야 할 거 같습네다.”


천승호의 말에 황용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하게 웃었다. 역시 내각부총리는 눈치도 있어야 했다.


“일단 방금 전 밖에 소란이 있었지요? 우리 부하들이 여러분들을 여기서 못 나가게 하느라고 못 봤을 겁네다. 일부러 감금하려 했던 건 아니니 양해 부탁드립네다.”


황용호가 정중하게 사과했다.


“총소리가 들리는 거 같던데, 무슨 교전이라도 있었습네까?”


대외경제상 윤일호가 물었다. 황용호는 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김여정 동지의 총살형이 집행되었습니다.”


황용호의 발언에 장내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아직 북한 엘리트들은 김씨 일가의 상황을 공유하지 못하는 듯했다.


“조용! 김여정 동지의 총살형을 요덕수용소에 있던 수감자들에게 보여주고 오는 길입네다.”


황용호의 폭탄발언에 이번에는 모두가 충격받아 입을 열 수 없었다. 요덕수용소라면 북한에서도 악명높은 정치범 수용소다. 김씨 일가의 총살형을 김씨 일가에 가장 원한이 있는 이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회의장 내 모두가 세상이 바뀌었음을 직감했다.


“김정은 원수님을 끝으로, 우리 공화국의 세습정치는 없을 겁네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구심점이었던 원수님이 없는 나라를 이끌고자 모인 거요.”


황용호가 말을 하다가 장내를 둘러봤다. 그러고선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정통 사회주의국가에 걸맞게 주석제로 돌아갈 겁네다. 이제 김일성 수령님은 영원한 주석이 아닙네다. 여러분 머릿속에서 이제 수령님이고 장군님이고 다 지우시오. 잘못된 과거를 씻어보내야 합니다.”


이 회의장에 황용호의 말에 토를 달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그의 다음 말이 언제 나올까 집중하고 있었다.


“오늘 오후 5시에 임시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할 겁네다. 각자 부처에서는 추천서를 잘 만들어서 최고인민회의에 제출하시오. 국가 경영에 대한 세심한 내용은 대의원 회의를 마치고 진행하겠습네다.”


“차질없이 진행하겠습네다.”


황용호의 말이 끝나자 내각수상 함덕근이 곧장 대답했다. 회의장 내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황용호는 누구를 추천한다 말한 적이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를 수 없었다. 다들 내각부총리 천승호만큼의 눈치를 가지고 있으니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었다.


황용호가 일어서서 목례를 하고는 회의장을 나가자 회의장을 지키던 병사들이 모두 따라나갔다. 황용호도, 병사들도 없지만 누구하나 잡담하는 이가 없었다. 이들은 곧장 김일성광장 옆에 있는 내각종합청사에 달려갔다.


“총참모장 동지, 다녀왔습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황용호에게 장태식이 다가가 말했다.


“중국이고 공철남이고 다 어찌된거이야?”


황용호가 답답한 듯 물었다.


“중국놈들, 자기네 외교관이 잘못되면 그대로 우리 공화국과 전쟁한다고 합네다. 그리고 이미 핵로케트는 거의 다 공철남이가 확보해서 신의주로 끌고간 거 같습네다.”


황용호가 한탄했다. 핵을 되찾아오기 위해 중국과 전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공철남이 가족들은 어저께부터 계속 중국대사관에 머무는 거 같습네다.”


장태식이 공철남의 가족들 신변을 파악해 보고하자 황용호가 고개를 저었다. 김씨 일가는 가족을 볼모로, 약점으로 삼아 자신의 반대파와 탈북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괴롭혔다. 그는 더이상 그런 나라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김씨 일가와 똑같이 행동한다면, 그가 김씨 일가와 다를 것이 없었다.


“중국 대사관에 전해라. 그놈아 가족들 중국으로 출국하는 데 도와줄테니 안 숨어있어도 된다고.”


장태식은 황용호의 의중을 알아들었다. 그도 괴물과 같은 김씨 일가 정권이 재탄생하는 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 동지. 잘 전달하겠습네다.”


장태식이 절도있게 대답하던 그때, 황용호의 부관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


“동지, 리설주가··· 리설주가 남조선에 도착했답네다!”


황용호와 장태식이 동시에 그 부관을 쳐다보았다. 황용호가 그 부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멀리 대동강의 얼음이 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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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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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8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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