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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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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6

DUMMY

2034년 3월 16일 밤

러시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특별접견실


주러시아 대한민국 대사 김주황과 리설주 일행이 공항 특별접견실에서 대한항공 특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 직원은 아직 게이트를 열지 못한다는 말만 30분째 되풀이했다. 리설주는 손이 떨리는지 계속 양손을 붙잡고 비비고 있었다.


“이제 탑승하실 수 있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드디어 게이트가 열리나보다. 설주는 어린아이같이 기뻐하며 앞서서 안내하는 공항 직원을 따라갔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고는 느리게 걸어오는 홍영태를 바라보았다. 영태가 그런 설주를 발견했다.


“여사님 먼저 가시지요.”


홍영태의 말에도 설주는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영태는 대사관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설주의 캐리어를 끌고 게이트로 향했다. 설주와 영태는 게이트 앞에서 본인이 한국에서 왔다는 외교부 직원을 만났다. 꽤나 깔끔한 정장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었다.


“리설주 여사님, 대한민국은 여사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안전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녀는 영태에게서 캐리어를 건네받으며 두 사람을 기내로 안내했다. 게이트를 통과할 때쯤 설주가 영태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무서우니, 비행기 안에 들어갈때 까지만.”


설주의 말에 영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내로 들어와 보니 퍼스트클래스 구역이 텅텅 비어있었다. 뒤편으로는 커튼이 쳐져 있었지만 승객은 없어보였다. 설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아까 안내했던 직원을 쳐다보았다.


“이 비행기는, 오로지 리설주 여사님만을 위한 비행기입니다. 여사님과 관련되지 않은 승객들은 태우지 않습니다.”


직원의 말이 끝나자 기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설주에게 경례를 했다. 군인 같았다.


“대한민국 공군중령 이호승입니다. 여사님을 청주공항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우리 비행기는 중국 북한 상공을 경유하지 않고, 러시아 사할린을 거쳐 일본 영공을 지나는 돌아가는 길로 비행하겠습니다.”


역시나 공군 조종사였다. 그의 가슴주머니에 붙어있는 태극기 마크를 보고 설주는 안심이 되었지만 기분이 묘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반가워요. 잘 부탁합니다.”


설주가 목례를 하자 아까 검은 스커트의 직원이 그녀를 창가쪽 자리로 안내했다. 꽤나 푹신한 자리였다. 그녀가 앉는 걸 보고 영태가 반대편 창가석에 앉았다.


“여사님 덕분에 저도 이런 자리에 다 앉아보는군요. 감사합니다.”


영태가 신나서 말하자 설주가 미소를 지었다.


“홍 서기관님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들입니다.”


설주는 피곤했는지 대답을 하고는 의자를 일자로 폈다. 승무원들이 담요를 가져다주자 설주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곧바로 잠에 들었다.


설주의 비행기는 6시간이 넘게 러시아 상공을 가로질렀다. 비행 내내 러시아 공군의 전투기들이 옆에서 교대로 호위비행을 했다. 설주는 이런 특급대접이 있는 줄도 모르고 편히 잠들어 있었다. 승무원들이 완전히 잠에 든 걸 확인하자 승무원들이 검은 스커트의 직원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깊이 잠들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잠시 기다려봐.”


직원은 어디론가 메세지를 보냈다.


‘여기는 오소리 셋, 목표가 잠들었습니다.’


답장 알림은 금방 울렸다.


‘작전 취소한다. 안전하게만 모셔라.’


직원이 승무원들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승무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인들 자리로 돌아갔다. 직원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더니 조종실로 들어갔다.


“오소리 셋~! 어떻게 되었어?”


그녀가 들어오는 걸 본 부기장이 물었다.


“취소됐습니다. 중간에 위에서 위치추적은 필요 없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하··· 요새 우리 정보사 실적이 빈약한데. 이 대어를 놓치다니.”


부기장이 한탄했다. 그들은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었다. 하긴, 리설주 같은 인물을 정보기관에서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그녀가 국내에 들어간다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됐어. 그냥 놔두지. 취소 명령이 떨어졌으면 작전 취소하면 되는 거야.”


기장은 담담한 어투로 말하며 레이더를 주시했다. 멀리서 다가오는 점 서너개가 깜빡였다. 그들의 비행기는 사할린 섬 상공을 지나 일본 영공에 들어서고 있었다. 곧이어 무선통신 하나가 잡혔다. 부기장은 볼륨을 높였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일본국 해상자위대 소속 항공편대입니다. 귀하가 여기서부터 대한민국 영공에 진입할 때까지 호위하겠습니다.”


드디어 일본 영공에 진입한 것이다. 러시아 전투기들은 어느새 저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러시아 놈들, 리설주를 그렇게 가둬두려고 하더니 일본까지 오는 내내 호위비행을 했습니다.”


부기장이 레이더를 보고 말했다.


“이렇게 주목받은 참에는 우리나라에 협조하는 편이 그나마 국제사회에 보이기에 나았을 거야.”


기장이 자세를 고쳐앉고 말했다. 멀리서 태양이 어스름히 떠오르고 있었다.



2034년 3월 17일 오전

대한민국 청주 제17전투비행단



한국 정부는 리설주에 대한 테러를 우려해 그녀가 청주국제공항이 아닌 활주로 반대편의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도록 했다. 사전에 허가받은 취재진만이 기지에 들어올 수 있었고 몸수색만 세 번을 진행했다. 많은 절차와 기다림으로 기자들은 지쳐있었다.


“어, 온다! 온다!”


기자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저 멀리서 리설주를 태운 비행기가 군용 활주로로 착륙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 옆에 마련된 표식까지 천천히 육상으로 이동했다.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었다.


“나온다!”


기자들 뒤에서 김주애가 국정원 직원들과 활주로로 들어왔다. 검은 드레스에 검은 머리핀, 온통 검은색으로 둘러싸인 김주애였다. 기자들 일부가 그런 김주애의 모습을 찍다가 비행기 문이 열리고 리설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제히 플래시가 터져나왔다. 북한 수령의 부인이 한국으로 귀순한다니, 분단 80년 만에 이런 특종은 없을 것이다.


설주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다 주애를 발견했다.


“주애야!”


설주가 나머지 계단을 뛰어내려와 주애를 안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주애는 오히려 울지 않았다.


“오마니, 오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이제 같이 여기서 살아요.”


주애의 말에 설주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 앞으로 말끔히 정복을 차려입은 공군 장교가 걸어왔다. 어깨에 별이 하나 박혀 있었다.


“여사님 반갑습니다. 17비행단장입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설주와 주애는 단장의 안내를 받아 비행단 본부로 향했다. 수많은 군사경찰들이 본부 건물을 빙 둘러 지키고 있었다. 설주 일행은 2층 단장실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년의 여성이 설주를 향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리설주 여사님. 대한민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영부인 채희선입니다.”


그녀는 대한민국의 영부인이었다. 북한을 탈출한 영부인이 남한의 영부인과 상봉하였다. 리설주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럴 것 없습니다, 여사님. 자리에 앉으시지요.”


설주와 주애가 자리에 앉자 남성 한 명이 추가로 단장실에 들어왔다. 일전에 주애가 보았던 통일부 장관 한상수였다.


“어, 한 장관님.”


주애가 아는 체를 했다. 한상수는 주애에게 눈을 한 번 깜빡이더니 설주 앞으로 다가갔다.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한상수입니다. 여사님, 반갑습니다.”


인사를 받은 설주가 어색한 얼굴로 가볍게 목례를 했다. 설주가 어색했는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채희선 여사가 말을 꺼냈다.


“우리집 양반, 아니 우리 대통령이 많이 보고싶어합니다.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했으면 하는데 어떤지요?”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실 지하벙커에서 북한 전방상황을 보고받는 중이었다. 설주의 입국에 같이하고 싶었지만 사태가 긴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아쉬웠던지 저녁 일정을 취소하고 설주와의 만찬을 준비하라 비서실에 일러두었다.


“좋지요. 감사하지요. 대통령님께서 불러주신다면 언제라도 가야지요.”


설주가 미소로 화답했다. 둘이서 밝은 미소로 몇 마디를 나누다 희선이 상수를 돌아봤다. 그러자 상수가 일어서며 설주에게 말했다.


“그럼 이만 안가로 모시겠습니다, 여사님. 차를 준비해뒀습니다.”


상수의 말이 끝나자 설주와 주애는 희선에게 인사하고는 1층으로 내려왔다. 상수가 리무진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우리, 세종시 안가로 가요.”


주애가 설주에게 리무진에 타면서 설명해주었다. 설주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국에 왔음을 실감하려 했다. 아직은 군부대라 북한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았다.


“여사님,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상수가 보조석에 앉아 말하자 설주가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저와 같이 온 남조선 외교관이 있어요. 오늘 점심은 그와 함께 먹고싶은데 어디있죠?”


설주가 묻자 상수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짧게 전화통화를 하고는 아무래도 데려오기 힘든지 설주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곧바로 외교부 본청으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아마 일이 많을테니 내일 만나시죠.”


상수의 말에 설주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상수는 의아해하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누군데 만나려 해요, 오마니?”


주애가 물었다.


“나를 구해준 사람. 내가 남조선에 올 수 있었던 이유.”


설주는 짧게 말하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청주 도심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어색하리만치 큰 공장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장관님, 저 커다란 건물들은 다 뭔가요?”


설주가 묻자 상수가 창밖을 보더니 대답했다.


“반도체 공장들입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이지요.”


상수의 말에 설주는 일전에 김정은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부하 장성들과 전쟁 계획을 세울 때면 늘 경기도 몇 군데와 청주를 타격지점으로 삼았다. 아주 열성적으로 때려부수어야 한다는 김정은의 말에 인민군 장성들은 수첩에 받아적기 바빴다. 지나가며 그런 모습을 본 설주는 서울도 아니고 세종시도 아닌 곳에 왜 그렇게 집중하는지 몰랐다.


‘그이가 말한 게 저 반도체 공장이었구나···’


설주는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한참 옛날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차가 벌써 안가 정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여사님, 여기서 지내게 될 겁니다.”


상수가 차에서 내리며 설명했다.


“생각보다 시골이네요. 여기는 어디죠?”


“여기는 세종시 근교입니다. 번잡한 시내는 보안상 위험합니다.”


“세종시라면.. 정부청사가 있는 데군요?”


“맞습니다. 내년이면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도 완공됩니다. 내년부터는 여기가 수도가 되죠.”


“서울보다 우리 공화국에서 먼 곳이죠?”


“그렇습니다. 서울에서도 120km는 내려온 곳입니다.”


저 멀리 세종시 도심이 보이고 있었다. 설주는 이곳이 북한에서 멀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아무래도, 서울보다는 여기가 낫네요.”


설주는 상수에게 인사하고는 주애와 함께 안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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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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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6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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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39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6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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