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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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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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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21

DUMMY

2034년 3월 16일 오전

평안북도 신의주시

신의주청년역



어제 신의주로 전략군 본부를 옮겼던 공철남 조선인민군 전략군 사령관이 아침나절부터 기차역 대합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제 그를 설득해 신의주로 데려왔던 주북한 중국대사관의 량스차오 공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열차 한 대가 신의주청년역을 미끄러져 들어왔다.


“사령관님, 오셨습네다.”


공철남과 량스차오가 일어섰다. 둘은 플랫폼까지 걸어가 열차가 멈추길 기다렸다. 곧이어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정복을 입은 남성이 열차에서 내렸다.


“어서오십시오 자오 소장 동지, 여기 공철남 동지에게 먼저 인사하세요.”


“반갑습니다, 사령관 동지. 중국 인민해방군 육군본부의 자오핑안입니다.”


열차에서 내린 자오핑안이 량스차오의 안내를 받아 공철남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공철남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받아주었다.


“공철남입네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네다.”


서로 인사를 나눈 세 사람이 기차역 바로 옆에 위치한 북평안혁명기념관으로 들어갔다. 이곳이 공철남의 전략군이 쓸 새 본부였다.


“공 사령관님께서 핵미사일을 모두 평안북도에 모아놓았다지요? 정말 판단도 빠르고 행동도 빨랐습니다. 아주 대단합니다.”


자오핑안이 공철남을 칭찬하고 나섰다.


“아닙네다. 공화국의 핵무력을 전부 갖지는 못해 마음이 무겁지요.”


공철남은 입에 발린 말은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공화국의 핵무기를 어떻게 하면 전부 다 신의주에 갖다 놓을지만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곧 공철남의 집무실에 들어가 앉았다.


“공화국 핵무력, 영변 말고 다른 데도 있지요?”


자오핑안은 모른척 간단한 질문부터 던졌다.


“중국도 알다시피 우리 공화국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곳은 이곳 영변하고 평양 옆에 강선, 총 두 군데 있지요.”


공철남이 대답했다. 그는 평양 옆의 강선을 장악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럼 지금 평양세력도 핵무기를 가졌다는 말입니까?”


자오핑안이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었다.


“핵폭탄은 가졌겠지요. 다만 투발수단이 별로 없을 뿐··· 우리 전략군에서는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해군에서는 잠수함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습네다. 육군은 화성5형이나 6형 미사일을 가졌습네다. 육군이 가진 건 사거리가 500km가 채 안 됩네다.”


자오핑안이 공철남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 ‘미싸일총국’이라고 조선 국방성이 직할부대를 가지고 직접 미사일을 운영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그런 부대가 없습니까?”


량스차오가 공철남에게 물었다. 꽤나 북한군을 많이 공부한 티가 났다.


“예전에는 그런 부대가 있었지만, 운용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서 전략군이 미사일 부대를 다 흡수했습니다. 우리 미사일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다는 걸 세계 만방이 안 순간부턴 미사일 쇼를 위한 부대가 필요 없어졌디요.”


공철남이 대답했다. 언제부턴가 북한군은 미사일 사거리 자랑을 하지 않게 되었다. 온갖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지구 반대편까지 도달하는 미사일을 만들어버린 북한이었다.


“공사님, 황용호 놈들이 확실히 강선 핵시설을 장악하긴 한 겁니까?”


“예, 국가안전부에 따르면, 총참모부 직속 작전총국 부대가 어제 오후 강선시설에 진입했다고 합니다.”


량스차오 공사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였다. 일단 황용호 세력이 핵시설은 장악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평양을 손쉽게 차지하기는 글렀다.




2034년 3월 15일 김정은 사망 당일 오후 1시

김정은 사망 뉴스 보도 직전

남포특별시 천리마군 강선 핵시설



“누구냐! 여기는 못 들어간다!”


“총 내려!”


황용호의 지시를 받은 그의 직할 작전총국 소속 부대들과 525 특수작전대대가 평양 근교에 위치한 강선 핵시설에 도착해 곧장 시설을 포위했다. 시설을 지키던 전략군 경비병들은 다 해봐야 삼백 여 명. 이천 명 가까이 되는 엘리트 부대를 그들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


황용호의 부대는 순식간에 정문을 장악하고 시설 내 주요 건물들에 나눠 진입했다. 삼십분도 채 안 되어 시설의 모든 건물들이 점령되었다. 병사들은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을 죄다 마당에 모아놓고 무릎을 꿇렸다.


“동무들 지금부터 내말 잘 듣소. 지금 이 순간부터 동무들 대부분이 평양 과학자거리에 살고 있을기야. 근데 오늘부터 동무들은 여기서 생활하게 될 거니까네, 주소를 다 불르라.”


병사들이 연구원들의 실거주지를 하나씩 확인하며 기록했다. 그들의 짐을 가져오려는 것이었다. 핵과학자 중 누구라도 다른 세력에게 넘어가서는 안 되었다. 이제 강선 핵시설은 일종의 ‘연구 소용소’가 될 참이었다.


“동지, 임무 완수했습네다. 오늘 비번인 연구원들도 파악해서 작전총국 본부에 명단 보내놨습네다.”


“어 동무 수고많았어. 이제 보도 나가도 되갔구만.”


병사들을 지휘하던 어느 대령이 황용호에게 강선 핵시설의 점령을 보고했다. 황용호는 핵시설을 점령하는 대로 김정은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그는 공화국의 주인이 되려면 김씨이거나 핵을가지거나 둘 중에 하나는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핵을 가졌으니 빠르게 자신이 다음 지도자임을 선포해야 했다. 그렇게 그날 오후 2시, 김정은이 사망한 지 12시간도 채 안 되어 사망 소식이 방송을 통해 전파되었다.




2034년 3월 16일 오후

평안북도 신의주시 의주비행장



20개 가까이 되는 바퀴를 힘차게 굴리며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들이 힘차게 의주비행장으로 미사일을 싣고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함경남도에서 출발한 발사대들도 보였다. 아마 하루를 꼬박 움직여서 지금 도착했을 것이다. 김여정이 하루 동안 평양을 반으로 쪼개 놓아 황용호가 함경남도의 군부대들을 장악하지 못했던 덕분이다. 아마 지금도 온전히 장악하진 못했을 것이다.


“조선이 미사일 강국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실물로 보니까 정말 대단합니다.”


자오핑안이 북한의 전략군 미사일들을 보고 연신 감탄했다. 국가의 GDP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 투입됐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철남은 저런 전력을 김정은이 어떻게 자신에게 믿고 맡겼나 감탄하던 중이었다.


“조선의 전력을 보니 미국이나 일본도 두렵지가 않네요.”


량스차오 공사가 감탄을 보태었다.


“여기는 근데 미사일을 두기 안전합니까? 황용호 놈들이 들어오면 어쩌나 고민됩니다.”


량스차오는 갑자기 저런 소중한 전력이 없어지면 어쩌나 불안해했다.


“오늘 대부분의 평안북도 량강도, 자강도 사단들이 우리 중국에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인민해방군이 그들 부대에 보급을 책임진다는 조건입니다.”


자오핑안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듣던 공철남이 한 마디 보태었다.


“우리 공화국의 지방 군부대들은 자급자족한 지 꽤 오래되었습네다. 스스로 농사짓고, 고기잡고, 도둑질까지 해가면서 버티는게 지방 사단들이지요. 그런데 먹여주고 재워준다니, 안 넘어올 수가 없습네다.”


나폴레옹은 ‘군대는 배가 불러야 움직인다’ 했다. 쫄쫄 굶기던 김씨 왕조에게 어떻게 충성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일단 중국이 배고픔을 해결해준다는데 그 고마운 손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나머지 지역도 인민해방군이 책임져서 포섭할 겁니까?”


량스차오가 다시 물었다. 자오핑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인민군 숫자가 엄청납니다. 그들을 다 먹이고 입히고 재울 수는 없지요. 일단 평양을 점령할 수 있는 만큼만 포섭한 겁니다. 나머지는 평양을 접수하고 나면 알아서 우리 중국에 협조할 겁니다.”


역시 군대도 경제논리가 작용했다. 지금 포섭한 부대 규모만 해도 5만 명은 넘을 것이었다. 50만 가까이 되는 조선인민군 전체를 먹여살릴라 치면 이미 어려운 중국 경제가 파산할 지경이었다. 평안북도, 량강도, 자강도의 군부대들만 포섭하는 것은 매몰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중국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짠 계획이었다.


“어쨌든 중국의 베푼 이와 같은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네다. 그럼 이제 우리와 함께하는 부대장들을 내일 모이게 해 우리만의 발족식을 열어야지요. 느슨한 군부대 연합이 아니라 완전한 하나의 조직으로 움직여야 평양을 접수할 수 있습네다.”


공철남은 김정일군정대학을 최우수로 졸업한 군관이었다. 그는 군과 정치세력을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김한솔을 찾지 않았는데, 그런 식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량스차오가 걱정되어 물었다.


“군대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는 게 첫째입네다. ‘우리’가 누군지 알아야 ‘저들’ 황용호를 대적할 수 있지요. 되도록이면 인민해방군 장성들이 많이 참여해서, ‘우리’가 많아보이게 해야겠습네다.”


“그럼, 김한솔을 찾아올 때까진 공철남 동지가 임시 위원장을 해야겠습니다.”


자오핑안이 공철남을 김한솔의 대행인으로 이야기했다. 공철남이 한번 씩 웃었다.


“빠르면 내일부터 평양의 우리 중국 대사관은 폐쇄될 겁니다. 황용호 집단이 정식으로 김정은의 후계자임을 발표한다면 곧바로 대사관을 여기 신의주로 옮길 겁니다. 우리 중국은 그 집단을 절대 정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으며, 여기 신의주 정부만이 공식 승인받은 조선 정부라는 걸 발표할 겁니다.”


군사계획 뿐만 아니라 치열한 외교전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전이 벌어지는 나라들에선 으레 그렇듯 서로가 공식 정부임을 인정받으려 발버둥친다. 국제사회에서 승인 받은 세력이 아무래도 이해관계가 없던 외국의 지원을 받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공철남이 일단 중국을 등에 업었으니, 친중 국가 여럿은 황용호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었다. 미국과 서방이 중립을 지킨다면, 그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김한솔이만 잡으면 되겠구만··· 외교관 나리, 그럼 우리 새로운 조선 정부는 이름을 뭘로 할까요?”


자오핑안이 마음이 들떠 물어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국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그대로 가져가는 게 좋습니다. 본국에서 보낸 정보에 따르면 저기 남쪽 류경수 땅크사단의 강문환 사단장인가가 ‘구국위원회’를 만들었다 합니다. 우리도 그럴듯한 이름을 만들면 되겠습니다.”


량스차오가 대답하며 그럴듯한 이름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국방위원회. 국방위원회로 합시다.”


공철남이 대답하였다. 국방위원회. 그것은 김정일 시대 최고 군사기관이자 최고 국가기관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김정은 시대가 되며 국무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던 조직이다.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습니다?”


자오핑안이 물었다.


“옛날 김정일 장군님 시절에 쓰던 이름이지요. 당시 우리나라의 정점에 있었던 조직입네다. 장군님 손자가 앉게 될 자리니까 ‘국방위원장’하면 어울리지 않겠습네까?”


공철남이 대답하자 나머지 두 사람이 동감의 눈빛을 보냈다. 김한솔은 김정은에겐 정적이었지만 김정일에겐 손자였다. 김한솔의 아버지 김정남이 아무리 내다버린 자식이었지만 김한솔 만큼은 달랐지 않았을까. 구국위원회 보다는 실제로 있었던 조직의 이름을 쓰는 것이 정통성 면에서 보면 더 좋을 것이라 공철남은 판단했다.


“그럼 내일 우리 인민해방군 지원대가 신의주에 있는 그 예술극장에서 국방위원회 발족식을 성대하게 열어드리죠.”


“평안북도 예술극장 말입네까? 좋습네다!”


자오핑안의 제안에 공철남이 흔쾌히 화답했다. 드넓은 의주비행장 공터에 미사일 발사대 300여 대가 주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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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7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0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6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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