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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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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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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수도 평양 10

DUMMY

2034년 3월 16일 밤

중화인민공화국 베이징시 둥청구

중국국가안전부 본부


“형님, 김주애가 오늘 오전에 한국에 도착했답니다. 세종시 근교에 안가에서 지낸대요.”


김정은 사망이라는 비상사태때문에 한 숨도 제대로 못 잔 조선정보과장 궈하이푸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김여정이하고 김정철이는 어디갔어?”


궈하이푸의 선배이자 한국정보과장인 위자하오가 그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위자하오는 그에게 커피를 건넸다.


“김여정이는 주석궁에 갖혀있고, 김정철이는 어제 알 수 없는 부대에 납치됐어요. 황해도 어딘가로 향한 것 같은데 지금 찾고 있어요. 아무래도 지하땅굴로 이동하는 거 같은데.”


궈하이푸는 사무실이 답답한지 위자하오를 사무실 밖으로 안내했다. 궈하이푸는 하루종일 컴컴한 사무실에서 있던 게 답답했는지 옥상으로 올라가자 했다. 옥상에 올라오자 아직은 차가운 겨울의 밤공기가 그들의 뺨을 스쳤다. 궈하이푸가 난간에 커피를 올려놓고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물었다.


“형님, 형님이 원래 여기 조선과장이었잖습니까. 김정철이는 누가 데려갔을 거 같아요?”


“글쎄, 저 쪼개진 군부세력 중에 하나겠지. 황용호 놈이거나, 아니면 김여정에 끼지 못한 누군가거나. 뭐 정찰총국 정도 되려나.”


궈하이푸가 무언가를 놓쳤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에는 총 세 개의 주요 정보기관이 있었다. 조선로동당 산하의 보위성, 총정치국 산하의 보위국, 그리고 총참모부 산하의 정찰총국이 있었다. 김정은은 정보가 집중되지 않도록 정보기관 간의 힘의 균형을 잘 맞춰놓았다. 김정은이 죽기 전까지 이들 정보기관들은 서로 충성경쟁을 하며 김정은의 정권을 지탱하고 있었다.


“정찰총국이 직제상으로는 총참모부 밑에 있긴 한데, 거기는 김정은 직보기관이야. 항상 황용호는 제끼고 행동했어. 황용호랑 사이가 좋을 리가 없을텐데··· 그러고보니 걔네들은 그럼 이번 싸움에서 어디에 붙은거야?”


“모르겠어요. 보위성은 황용호가 확실히 장악했고, 보위국은 김여정네 총정치국 소관이고··· 그러고보니 정찰총국이 안 보이네요?”


“정찰총국 걔네들, 본부는 그 총참모부 근처에 있다 하는데 아무 움직임이 없었어?”


“예.. 보위성이 발칵 뒤집힌 일이나 보위국 놈들이 어디론가 도망간 일은 우리 요원들이 다 확인했는데 정찰총국 걔네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어요.”


궈하이푸가 담뱃불을 끄며 한숨을 쉬었다. 남포 앞바다에 유폐된 김정철을 납치할 정도면 일반적인 군부대는 아닐 것이다. 선배의 직감이 맞는 걸까.


“그럼 총정치국 소속 보위국 놈들은?”


“그 로동신문사 사태때 국장은 죽었는데, 부하들은 어디론가 도망갔어요. 잘 훈련된 요원들이니까 어디 안 들키게 숨어있겠죠.”


밤새 잘 쉬지도 못한 궈하이푸의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좀 자둬. 김주애나 리설주나 특이사항 있으면 공유해줄게. 김정철이는 자고 일어나서 내일 찾아. 내일 상부 보고는 1팀장보고 하라 하면 되지.”


위자하오가 먼저 본인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멀리 천안문 광장의 조명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같은 시각

평양 조선로동당 본부청사

김정은의 집무실


“총참모장 동지, 장태식 동지가 도착했습니다.”


“어. 들어오라 해.”


장태식이 황용호 부관의 안내를 받아 김정은 집무실로 들어왔다. 일전에 딱 한 번 보고를 위해 들어와봤던 곳이다. 빼곡히 꽂힌 책들, 커다란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은 그대로였다. 황용호는 김정은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동지, 수고했어. 잠도 못 잤을 텐데 들어가 쉬지. 내일 아침에 바로 장례식이야.”


“아닙니다 동지. 다음 계획을 논의드려야지요.”

“그럼 앉지.”


황용호가 장태식에게 자리를 안내하고는 소파 상석에 앉았다. 김정은이 가끔 신년사 영상을 찍을 때 앉던 자리였다.


“정찰총국 이놈들 어디갔는지 찾았네?”


“찾았습네다. 그 아들 지금 평양과기대에 집결했디요.”


평양과학기술대학. 어제부터 류경수 땅크사단장 강문환이 자신들 세력의 본부로 쓰고 있던 곳이다. 수많은 전차부대가 그 앞을 지키고 있어 호위사령부가 쉽사리 접근조차 할 수 없는 곳이다. 황용호는 오늘 아침 호위사령부를 시켜 과기대에서 평양 오는 길목에 대전차 지뢰를 깔아두라는 명령을 했었다.


“평양과기대라믄··· 강문환이 이놈이 기어이 우리와 싸우겠다는 건가? 우리 다른 병력은 어케됐어?”


“평양 들어오는 길목을 다 사수하고 있습니다. 이 김여정이 따르던 사단장들 부대는 애초에 호위사령부의 상대가 안 되는 아들입니다. 몇 번 총질을 하더니 그대로 도망갔디요.”


북한은 김정은의 호위를 위해 최신무기는 항상 호위사령부부터 지급해왔다. 일반적인 후방의 보병사단은 무기는커녕 제대로 된 생필품 보급도 받지 못 하는 처지였다. 이들이 아무리 많이 모였다 해도 호위사령부를 뚫고 평양으로 진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유일하게 이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류경수 땅크사단을 잃었으니, 김여정이 황용호에게 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총참모장 동지, 장 국장님 부하라는데 꼭 들어와야 한답니다.”


황용호의 부관이 사무실에 들어와 말했다.


“들어오라 해.”


황용호가 허락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효성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거대한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을 쳐다보며 장태식 앞으로 걸어왔다.


“무슨일인데? 급한거야?”


장태식이 왜 전화로 하지 않고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거 같습네다. 김정철이가 지금 평양과기대에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리효성의 입에서 김정철이 나오자 황용호와 장태식이 탄식했다. 김정철은 분명 어제 낮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호위사령부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리용호나 장태식은 김씨일가의 이용가치가 높다고 판단하여 이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고자 했다. 김정철은 이미 섬에 유폐되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김여정을 잡는 데만 신경쓰고 있었는데, 김정일 사망 당일인 어제 밤 괴한들이 습격해 그를 납치한 것이다.


“강문환이 자체 세력으로는 그만한 일을 벌일 수 없었을겁네다. 이놈이 재주도 좋게 정찰총국과 한 패가 된 것 같습네다.”


장태식이 말을 꺼내고선 황용호의 표정을 살폈다. 황용호는 벌떡 일어나더니 뚜벅뚜벅 걸어가 김일성 사진 앞에 멈춰섰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장동지, 프랑스 혁명이라고 아시오?”


“알지요. 루이 16세를 민중이 처단한 사건 아닙니까. 그 마리 앙 무슨 왕비도 단두대에서 죽었다지요.”


“그래 맞아. 루이 왕하고 마리 왕비를 단두대에 올려 처형시켰어. 다시는 부르봉 왕조가 이어질 생각을 못하게 말이지. 민중의 뇌리에 왕조가 끝났음을 각인시켰던 일이야.”


황용호가 장태식에게 프랑스 혁명을 설명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왕의 권세가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고, 민중의 분노가 왕과 왕비를 죽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북한에서는 수령에 대한 혁명정신이 싹틀까 무서워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은 역사였다. 장태식은 왕조를 끝낸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내일, 김여정이를 단두대에 올려야겠어. 우리식으로는 총살이지만.”


황용호가 김일성 초상화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동지, 이미 김여정이는 잡아뒀는데 그렇게 빠르게 처리할 이유가 있습네까?”


장태식이 물었다. 아무래도 백두혈통을, 그것도 공개적으로 처단하는 일은 그에게도 두려움이 앞섰다.


“동무래 전체적인 시각을 볼 줄 알아야 해. 지금 공화국에서 우리가 가진 부대는 호위사령부 빼면 없다시피 하지. 평양을 장악했어도 평양 밖이 다 적군이 되면 우리는 며칠 못 가 죽는기야. 전방부대까지 저 강문환이 같은 놈에 붙기 전에 우리가 공화국의 주인임을 각인시켜야지.”


역시 황용호였다. 그는 평양의 주인이 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평양에서 쿠데타가 끝났음을 선언하면 중앙에서 멀리 있는 부대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제의 장의위원장 발표 방송부터 해서 황용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집권계획을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내일 있을 김정은의 장례식은, 김정은의 시신도 없이 치를 장례식이었다. 아주 치밀한 황용호였다.


“김정은 동지 장례식은 내일 안 한다. 일단 보류해두게. 이만 가 봐.”


“알갔습네다!”


장태식과 리효성은 경례를 하고 집무실을 나가자 황용호가 호위사령관 차수력을 불렀다.


“총참모장 동지, 부르셨습네까?”


차수력이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일 말이오, 김일성 광장에서 공개총살을 하나 하려하오. 평양시민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오.”


“이런 와중에 공개총살이라니, 대체 대상이 누구입니까?”


“김여정.”


황용호의 말에 차수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도 백두혈통을 총살하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가만 있겠습네까? 중국은 김씨일가에 집중하고 있습네다. 자칫하면 중국이 우리를 말라 죽이게 할 수도 있습네다.”


“거 우리가 군을 잘 통솔해야 남조선이 안 쳐들어오지 않갔네? 중국이고 러시아고 당연히 지지할 일이지. 사후에 설명해도 돼.”


차수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정남이도 암살당했어. 백두혈통이라고 총맞지 말라는 법은 없디.”


황용호의 말에 차수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무실을 나갔다. 황용호는 부관을 불러서는 김일성과 김정일 사진을 뜯어버리라 말했다. 병사들이 와서 사진을 벽에 붙은 사진을 떼었다.

‘집무실에 저런 사진은 어울리디 않지.’


황용호는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편, 조선로동당 본부를 나온 태식과 효성은 지프차에 올라탔다.


“국장동지, 내일이면 우리가 평양의 주인이 되갔습네다. 이제 김씨왕조는 없는거이지 않습네까. 아마 국장 동지라면 최소한 국가보위상 자리에는 앉지지 않갔습네까?”


리효성이 격앙된 말투로 말했다.


“글쎄다···”


장태식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내일 인민들이 김씨왕조가 끝나는 거를 보고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깨닫지 않갔습네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법이디요.”


태식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조금전 집무실에서 황용호가 언급한 프랑스 혁명에 대해 생각했다. 프랑스 혁명은 민중의 지상낙원이 만들어진 사건은 아니었다. 혁명이 시작되고 프랑스는 수많은 권력다툼과 처형으로 얼룩졌다. 결국 그 혁명의 마지막에는 나폴레옹 황제의 집권이 있었다. 태식은 나폴레옹이 자신의 황제 대관식에서 ‘이제 혁명은 끝났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았다.


“아마 나폴레옹 동지도 키가 작았디.”


“예?”



장태식의 혼잣말에 리효성은 무슨 말인가 이해하지 못 했다. 장태식은 창밖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의 차는 김일성 광장을 지나고 있었다. 두만강 너머로 밝게 빛나고 있어야 할 주체사상탑의 불이 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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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혁명의 수도 평양 23 24.09.16 19 1 11쪽
22 혁명의 수도 평양 22 24.09.15 20 1 12쪽
21 혁명의 수도 평양 21 24.09.14 22 1 12쪽
20 혁명의 수도 평양 20 24.09.14 21 1 12쪽
19 혁명의 수도 평양 19 24.09.14 24 1 11쪽
18 혁명의 수도 평양 18 24.09.13 23 1 11쪽
17 혁명의 수도 평양 17 24.09.12 26 1 12쪽
16 혁명의 수도 평양 16 24.09.10 32 2 11쪽
15 혁명의 수도 평양 15 24.09.10 29 1 11쪽
14 혁명의 수도 평양 14 24.09.10 27 1 11쪽
13 혁명의 수도 평양 13 24.09.10 29 1 11쪽
12 혁명의 수도 평양 12 24.09.09 28 1 11쪽
11 혁명의 수도 평양 11 24.09.09 34 2 11쪽
» 혁명의 수도 평양 10 24.09.07 33 1 11쪽
9 혁명의 수도 평양 9 24.09.07 35 1 11쪽
8 혁명의 수도 평양 8 24.09.07 37 1 11쪽
7 혁명의 수도 평양 7 24.09.07 40 1 11쪽
6 혁명의 수도 평양 6 24.09.06 43 1 11쪽
5 혁명의 수도 평양 5 24.09.02 48 1 11쪽
4 혁명의 수도 평양 4 24.09.02 51 1 11쪽
3 혁명의 수도 평양 3 24.09.02 57 1 11쪽
2 혁명의 수도 평양 2 24.09.02 70 1 11쪽
1 혁명의 수도 평양 1 24.09.02 9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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