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보는 것의 정체는?
하늘 위 맴도는 놈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다. 잠시 뭔가 반짝거리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마테니의 숏소드다 놈이 뒷덜미에 박힌 것을 뽑아낸 것이다. 숏소드는 바닥에 쨍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마테니는 재빨리 주워들었다.
"마스터 이걸 보십시오."
"응? 그거 분명 피지?"
"그럴 겁니다. 찔렀으니 피가 묻었을 테지요."
검날에 묻어 있는 것은 붉은 것이 아니라 검은 물이었다. 진득한 느낌이 있는 것으로 보아 놈의 피가 확실했다.
"검은 피라고?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어?"
"전혀요. 날개 달리고 검은 피를 가진 괴생명체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 저건 도대체 뭐야? 천마삼검을 정통으로 맞은 것 같은데 오크라면 반으로 갈라졌을 거다."
"모든 공력을 쏟아부어 찔렀는데 검날이 삼 분의 일 정도밖에 박히지 않았습니다. 치명상은 입지 않았을 겁니다."
"가죽인가? 근육인가? 엄청나게 단단한 놈인 모양이구나. 저런 괴물이 왜 하늘을 날아다녀?"
두 사람도 추측이 난무했지만, 하늘 위를 빙빙 도는 놈은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이거 뚜드려 잡고 싶어도 저렇게 높이 떠 있으니 곤란한데."
"마스터 그냥 포탈로 귀환하시는 것이 어떤지? 괜히 저놈을 잡겠다고 모험을 하시면···."
테츠의 성격상 안 될 걸 알면서도 마테니는 은근슬쩍 말했다.
"그럴 수야 있나? 저놈을 본 이상 저놈이 무엇인지 알아봐야지. 어디서 기어 나왔는지 반드시 출처를 알아야 해."
"혹시 몰레이크가 만든 것이 아닐까요?"
"네크로맨서의 기술은 대부분 알고 있어. 그 어디에도 저렇게 날개 달린 괴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없어. 무엇보다 저놈은 언데드가 아니야.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네크로맨서의 기술은 모두 언데드류다. 리치도 그렇고 블러드 나이트, 다크 나이트 모두 언데드를 기반으로 제조된 사령들이다.
"제길 너무 높이 떠 있어서 파이어 볼로도 맞출 수 없네. 은신전으로도 닿지 않을 거리야."
"다시 내려오거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군요."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는 않을 거다. 저놈 분명 나를 노리고 있어."
그 순간 회전을 멈춘 괴물이 날개를 접고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다.
"온닷. 마테니 너는 내 주변에서 떨어져 걸리적거리지 말고."
"알겠습니다."
테츠의 말이 맞다. 테츠가 가진 일신의 무위는 대단하다. 도와주려 했다가 오히려 테츠의 검로를 방해할 수 있다. 이때는 피해 주는 것이 오리 혀 테츠를 돕는 길이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명색이 황태자를 가장 가깝게 모시는 최측근이자 마지막 보루인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 거리가 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할 정도였다. 야생왕이 봤다면 크게 화를 냈을 거다.
마테니는 대신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 두 개를 꺼내 모든 내공을 단검에 담았다. 혹시라도 위험한 순간이 오면 테츠를 도울 생각이었다.
"이놈 천마삼검을 맞고도 버틴다니 맷집이 좋구나. 네놈 가족이 단단한지 내 검이 날카로운지 다시 한번 시험해 주마."
수리가 토끼를 향해 내려꽂히듯이 수직으로 하강하는 괴물은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 그 자체였다. 불행하게도 테츠는 토끼가 아니라 사자였다.
괴물이 어느 정도 거리에 이르자 테츠는 가공할 속도로 튕겨 올라갔다. 괴물의 정면으로 마주쳐 날아오른 것이다. 이것은 윈드 계열 플라이 마법을 건 상태에서 내공을 올린 것이다.
-카아아
테츠가 날아들자 괴물은 순간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치며 급정거를 하더니 날아오는 테츠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이 세워진 발을 내밀었다.
"흥, 그런 단순한 공격으로는 나를 어찌하진 못할 거다."
태츠는 자신의 오른발로 왼발등을 차며 허공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괴물과 교차하며 지나갔고 괴물의 위로 날아오른 테츠는 이번에는 반대로 괴물을 향해 떨어지며 제대로 검법을 펼쳤다.
천마삼검 파천황 천마멸 파천왕은 천마삼검 중 마지막 삼검에 해당하나 그 오의의 깨달음에 따라 완전히 펼칠 수 있게 되면 또 다른 검법이 된다.
수어검(手馭劍)에서 목어검(目馭劍) 더 나아가서 심어검(心馭劍)의 진수를 펼쳐 낼 수 있다.
콜라다에서 발사된 검기는 뱀처럼 허공을 휘저어 나가 괴물의 목을 타고 가슴을 스치며 지나갔다.
"쿠에엑"
이번 검기는 놈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모양이다. 허공으로 뿌려지는 검은 액체는 놈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증거였다.
허공에서 휘청이는 괴물의 몸에 회선무류강의 내공을 실은 발차기가 내려꽂혔다. 몸을 회전시켜 회전력에 내공을 가미해 공격하는 회선무류강은 보다 강한 힘을 뿜어낼 수 있다.
연타 공격을 받은 괴물은 회선무류강을 머리에 직격당하고 정신을 잃은 것처럼 날개는 힘을 잃고 바람에 나부끼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됐다. 마스터가 놈을 잡았다."
마테니는 단검에 담았던 내공을 회수하며 놈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달렸다.
"마테니 조심해!"
돌연한 테츠의 외침과 함께 놈의 날개가 짝 펴지며 허공에서 일순 정지했다가 다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마테니는 힘차게 날아올라 막 중심을 잡으려는 괴물의 가슴을 향해 정확히 단검을 날렸다.
단검은 테츠가 내어놓은 상처 부위를 뚫고 손 자루까지 깊숙이 박혔다.
"캬아아"
놈은 괴로움에 비명을 지르며 거칠게 날개를 휘저었다.
"마지막이닷"
테츠는 일 검으로 쪼갤 기세로 내려왔다. 그때 놈이 고개를 젖히고 떨어지는 테츠를 올려 보았다.
테츠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뒷머리가 치켜 올라가는 듯한 소름. 그것은 위험 신호였다.
"합!"
테츠는 모든 내공을 동원하여 허공에서 몸을 비틀었다.
"카아. 그오오오오오"
괴상한 소리 그리고 빛줄기
"앗!"
마테니가 짧은 비명을 내 질렀다. 괴물의 입에서 뿜어진 빛줄기는 테츠를 스치고 하늘 위로 뿜어져 나갔다.
그 순간 테츠의 콜라다에서 다시 한번 검기가 쏟아져 나와 괴물의 몸체를 강타했다. 놈은 움찔했으며 다시 검은 피를 허공에 흩뿌렸다.
괴물의 비명이 이어지고 날개 퍼덕이는 소리. 그리고 테츠는 공중제비를 넘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마테니가 잽싸게 테츠를 향해 달렸다.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후아, 조금만 늦었으면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테츠의 가슴 부분이 새카맣게 눌어 있었다.
"마스터 즉시 상처를 살펴야 합니다."
"아냐 괜찮아 몸에 이상은 없어 옷만 탔을 뿐이다. 저놈 날갯짓이 불편한데?"
괴물의 날갯짓이 불편한 듯 공중에서 휘청휘청했다. 몇 번 날갯짓하더니 서쪽으로 날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추적해야지 저놈 심하게 당해서 오래 날지는 못할 거야."
테츠의 말대로 흘린 피가 늘어갈수록 점점 더 높이가 낮아졌다. 이젠 놈의 형체가 확실히 보일 정도로 낮아졌다.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됐어. 저 정도 높이면 마법이 통할지도 모르겠다."
테츠는 경공을 하면서 괴물을 조준하여 파이어 볼을 날렸다. 하지만 파이볼의 속도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어서 놈은 날개를 펄럭이며 피해 버렸다.
"저놈 보지도 않고 파이어 볼이 날아오는 궤적을 어떻게 알았지? 마력을 느끼는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내가 과도한 마력을 사용한 것이 녀석의 관심을 끌었는지도 몰라."
테츠는 다시 한번 파이어 볼을 쏘았다. 파이어 볼은 한 번에 하나밖에 던질 수가 없는 대신 그 파괴력은 엘리트 기사 한 명 정도는 간단하게 잿더미로 만들 정도다.
다시 한번 파이어 볼이 발사됐고 괴물은 여지없이 파이어 볼을 피했다. 그러나 놈은 파이어볼에 신경을 쓴다고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메테오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파이어볼을 피하고 나서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메테오는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쾅
하늘에서 폭음이 들리고 메테오를 맞은 괴물은 검은 연기와 불길을 뿜어 올리고 추락했다.
"좋아. 제대로 맞았다."
두 사람은 재빨리 천마비행으로 달렸다. 괴물이 추락한 지점에 다가간 테츠는 마테니에게 손짓하며 괴물에 다가갔다.
거대한 메테오를 직통으로 맞았으니 그 충격이···.
살펴볼 것도 없다. 테츠는 콜라다를 검집에 넣었다.
"메테오를 맞고서도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니 엄청난 맷집이군. 다른 놈들 같았으면 분해됐을 정도일 텐데."
머리는 완전히 박살 났고 날개도 거의 찢어져 겨우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모르니 제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마테니는 괴물의 시체를 조심스럽게 조사했다. 완전히 떡이 되어 내장도 박살이 난 상태고 머리통도 완전히 깨져 버렸으니 살아 있을 리가 없었다.
마테니는 테츠를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죽었다는 뜻이다.
테츠는 타버린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놈 주둥이에서 뭔가 번쩍했는데 굉장한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정도니까. 이놈 정체가 도대체 무어지?"
"사체를 수습해서 돌아가죠. 누군가 이놈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테츠는 타서 시커멓게 변한 윗옷을 벗었다.
"이걸로 놈을 감싸. 가져가서 조사해 봐야지."
테츠와 마테니는 엠버스피어로 돌아와 메흘린과 장로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하며 괴물을 시체를 보여 주었다.
"피가 검은색이라? 믿기지 않는군요."
"교주님의 천마삼검을 세 번이나 맞고도 날았다고?"
"맷집이 얼마나 좋은 거냐? 도대체 뭐지 이 괴물은?"
장로들은 물론 메흘린조차 이 괴물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아는 사람이 없어? 뭐 신화나 전설, 괴담이라도 좋으니까 이놈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 없는 거야?"
"이야기를 들어 보니 굉장히 강한 놈이 아닙니까? 교주님이 겨우 때려잡으실 정도면 우리는 이놈을 상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깁니다."
테드버드의 말에 마테니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놈이 교주님에게 신경을 쓸 때 기습을 했는데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습니다. 마치 매우 단단한 고무를 찌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없는 롱홀드 최북단에서 왜 이런 괴물이 하늘을 날고 있었을까요?"
"갑자기 우릴 공격해 왔습니다."
"그건 내가 마법을 사용하면서 큰 소리를 내었기 때문이거나 놈이 마력에 이끌려 왔을지도 몰라. 놈은 마력을 느끼는 반응을 보였거든."
그때 메흘린이 말했다.
"이 생명체에 관한 정보는 매우 중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크 외에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력을 느끼는 괴물이라. 혹 테일리아드의 마법사들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 그 영감, 아니 아리스토틀이라면 이놈에 대해 아는지 몰라. 마테니 이놈을 다시 싸라. 당장 테일리아드로 가보자."
"알겠습니다. 교주님."
두 사람은 엠버스피어 동쪽 마법사 지구로가 동녘의 마탑에 다다랐다. 마법사들은 멀리서 테츠가 오는 것을 보고 바로 탑의 문을 열었다.
"이봐, 대현자는 어디에 있나? 아리스토톨을 만나러 왔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교주님 즉시 현자님을 찾아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잠시후 마법사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교주님 현자님께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리스토틀은 마법사들이 수련하는 곳에서 제자들의 마법을 구경하고 있었다.
"교주님 어인 걸음입니까?"
"잠시 조용한 곳이 필요해 뭔가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찾아 왔어."
"클클, 이쪽으로 오십시오."
아리스토틀을 따라 방으로 들어간 테츠는 마테니에게 말했다.
"그놈을 여기 탁자에 올려 놓아봐."
마테니가 탁자에 괴물을 시체를 올려놓고 감싼 천을 풀자 실체가 모습을 보였다.
"혹시 이런 놈 본 적이 있나? 오늘 오크의 숲 너머 테란 산맥에서 영감에게 배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는데 서쪽 하늘에서 이놈이 날아와 공격했어 때려잡긴 잡았는데 상당히 강한 놈이라고. 피도 검은색이야."
테츠는 지팡이를 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리스토틀을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역시 영감은 이놈이 뭔지 알고 있구먼."
"이, 이건 마족입니다."
"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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