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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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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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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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DUMMY

어둡고 습한 지하의 통로.

학교의 지하를 흐르는 좁고 더럽고 어두우며 냄새나는 하수도를 지나야만 도달할 수 있는 보다 더 좁고 어두운 입구. 그들은 그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 것인지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군주님.”


“그래, 아래쪽의 사정은 어떠한가?”


“2차적인 구제작업은 끝났습니다만...”


“만?”


“지네들이 워낙 독한지라 완전히 처리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건 무슨 뜻이지?”


소군군주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황송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는 남자.

검은 복장으로 온 몸을 가린 채 그녀의 앞에서 푹 하니 고개를 숙이는 그.

그는 그녀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은 또 다른 대원.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이런 위험한 장소에서 그들의 대장이라 할 수 있으며 황족인 소군군주를 호위하는 일에 율하 하나만이 따라 붙을 리는 없는 것이었다. 율하와 그녀에게 보고 아닌 보고를 올리는 그 남자를 포함하여 이번에 지하미궁으로 내려가는 인원은 총 다섯. 그 가운데 가장 약한 기운을 지닌 사람이 율하일 정도로 만만치 않은 인재들이 이번 일을 위해 소집이 되었고 소군군주를 호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대장이라 할 수 있는 남자가 보이는 난색에 미간을 찌푸리는 소군군주.


“황송하옵니다만 이번 5차 선발대가 [입구]를 탐사하고 길을 만들며 다지던 도중에 다른 통로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그 안에서 꽤 큰 지네들이 다수 튀어나왔습니다.”


“환주의 보고에는...아, 있었던가?”


“네, 아까 전 환주의 브리핑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입니다. 물론 저희 요원들이 2차에 걸친 구제작업을 펼쳤고 상당수를 제거하기는 했습니다만 그것들이 워낙 독해서 저희도 자신을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즉, 조심하라는 건가?”


“황송합니다. 군주님께서 행차하시는 길, 조금 더 확실하게 안전을 확보해 두었어야 하는데 저희의 실책입니다.”


“...되었다. 이런 곳에서 그런 것을 바랄만큼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니 말이다. 어쨌건 지금 이 아래쪽의 상황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냐?”


“입구의 바로 앞쪽의 안전은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되었던 그 [입구]까지의 길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군.”


“예, 분명 오늘 오후까지만 해도 확보되었다고 여겼는데, 죄송합니다.”


“되었다고 말했다. 그래...그렇다면 그게 좋겠군.”


무언가 혼자서 결단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인 다음 율하를 바라보는 그녀.

그녀의 그 시선에 바로 율하는 고개를 숙인다.


“네, 군주님.”


“아까 내게 내 안위에 추호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었지?”


“네, 그렇습니다. 군주님.”


“증명해 보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에게 증명을 해 보라고 했다. 그에게 아까 전 그가 했던 말을 실현시킬 힘이 있는지를 증명하고 그녀에게 그것을 보이라 말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대한 거부나 의혹, 곤란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바로 고개를 다시 한 번 숙여 명을 받들겠다는 동작을 한 다음 곧바로 그 좁은 통로로 들어서는 율하. 그는 그렇게 낡아 녹슨 철제 사다리를 잡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내려선다.


“여기는?”


어두운 시야 속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풍경. 익숙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그의 기억 속에 아직 남아 있는 그 풍경은 바로 일전에 그가 처음으로 이곳에서 지네괴물과 마주했던 미궁의 출구.


“여기는...”


“익숙한 곳이지? 콜린.”


“응. 익숙한 곳. 하지만 조금 달라진 기분이네.”


소군군주와 그 외의 다른 고리의 요원과 떨어진 직후에야 율하가 지닌 콜린의 추억에서 빠져나와 율하의 주변을 푸른빛으로 비추는 콜린. 분명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해 봐야 한 두달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고작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지만 그녀는 그 이전 거의 100년 가까운 세월을 지냈던 이 지하수로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달라졌다고?”


“응. 혈두오공 할미가 사라진 탓인지 기운이 많이 맑아졌어. 물론 그것 뿐만은 아닌 듯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는 어두운 지하 수로의 보다 깊숙한 안쪽을 바라보는 그녀.


“뭐가 특별한 거라도 느껴져?”


“아까 그 여자가 말한 것 처럼 안에 새끼나 어미급은 조금 남아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냐.”


“그런 게 아니라면?”


“율하는 느끼지 못해?”


“무얼?”


무언가를 느낀 듯한 콜린과 전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율하.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다. 이건 주인의 마도력과는 관계가 없는 힘이니까.”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율하가 지닌 마도서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튀어나와 그들 사이에 자리 잡는다.


“아지단.”


“아저씨.”


“나는 이 힘을 느낀다. 이건 아마 콜린 너도 느끼겠지. 하지만 주인은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주인은 아직 정규 마도사가 아닌 그 길을 걸어가기 위해 수련을 하는 자. 자신이 지닌 마도서, 그러니까 내가 지닌 마도서에 기술된 마도의 술, 혹은 그와 유사한 기운 외에는 아주 희미한 감각을 지닐 뿐이지.”


“...그 말은 이 안에 아지단 외에 다른 마도서의 기운이 있다는 건가?”


“그건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 외에 다른 마도서, 하지만 나와 형제뻘인 마도서의 술에서만 느껴지는 마도의 파장이 느껴지는 건 분명하지.”


“하지만 그걸 어째서 콜린이?”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지. 나는 그저 아는 바를 말했을 뿐이다. 그리고 주인, 그렇게 넋 놓고 있어도 괜찮겠나?”


“음? 우왓? 언제?”


잠시 한눈을 팔고 딴 생각을 한 사이에 스멀스멀 다가와 그들을 둘러싼 지네의 무리가 그의 시야에 잡힌다. 역시 지난 날 보았던 것과 다를 것 없이 크고 시커멓게 위험해 보이는 지네들.


“아까 전부터 저렇게 모여들고 있더군.”


“하아....”


율하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었다.

혈두오공의 새끼뿐만이 아니라 어미 급으로 보이는 꽤 커다란 지네까지 너덧이 보이며 그들을 완전히 포위한 지네들. 대체 어디를 어떻게 건드렸으면 저것들이 저만큼 튀어나와 이 입구에 매복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한숨도 잠시, 율하는 저것들이 지난날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고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콜린-”


“응. 준비하고 있어.”


손에 마도서를 펼쳐들고 특정한 페이지를 펼치는 율하. 그런 그의 어깨에 걸터앉은 콜린 역시 반투명한 그녀의 양손을 펼치고는 입을 살짝 벌려 그들을 포위하여 좁혀들어오는 지네들을 바라본다.


“조언은?”


“필요한가? 주인?”


“아니, 이 정도가 상대라면 필요 없지.”


아지단을 힐끗 쳐다본 다음 정신을 집중하여 마도서의 특정한 페이지에 손을 얹는 율하. 그의 손끝에서는 기이한 회백색의 기운이 맺히기 시작한다.


“쉬이이이-익.”


“쉐액, 쉐엑.”


율하의 손에서 일렁거리는 기운이 수로의 벽과 바닥을 환하게 비출 때마다 괴로운 소리를 흘리며 뒤로 물러나는 지네들. 하지만 역시 이 정도를 그것들을 완전하게 물러나게 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율하, 어떻게 할 거야?”


“글쎄- 전부 죽여야 하나?”


“안 그럴 생각이었어?”


“생각을 해 보면 이것들도 그저 오랜 세월 동안 여기에 자리를 잡고 번식을 했던 것뿐이니까. 물론 우리 인간들에게는 해가 되는 해충에 콜린 너에게도 해를 끼쳤으니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또 그 쓸데없는 오지랖?”


율하의 그 말이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미는 콜린.


“미안미안. 그럴 생각은 아니었어. 그래...어차피 해 봐야 지네. 내가 무슨 자연보호자도 아니고, 해가 되는 해충을 구제하는 것까지 그렇게 생각할 건 없겠지.”


결심을 한 듯 긴 한숨을 내 쉰 다음 페이지에 얹은 손에 좀 더 강한 백색의 기운이 일렁거리게 만드는 율하. 그리고 이내 그는 그 기운을 자신의 어깨에 앉아 있는 콜린에게 전달한다.


“헤에, 이제는 꽤 안정적이네.”


“노력했으니까.”


“좋아. 율하. 사용할 마도술은?”


“22쪽의 마도술.”


“22쪽이면...에? 정말? 그걸 쓰겠다고?”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우웅. 하아, 알겠어. 실전에 투입해 보고 싶다는 거구나.”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다른 걸 할게.”


“아냐. 해 볼게. 해 보겠어.”


율하의 그 말을에 약간 거부감을 내 비치던 콜린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율하가 건네어준 그 거대한 마도력을 자신이 삼킨다. 그와 함께 약간 푸른 기운은 사라지고 그 대신 마도력의 색으로 변하는 그녀. 아니, 조금 달랐다. 단순히 율하가 생성한 마도력의 백색이 아닌 보다 찬란하게 빛나는 은백의 빛을 띠는 그녀의 모습.


“웃.”


“호오, 이 주술, 결국 완성했나?”


그녀의 온 몸에서 발산되는 강한 힘에 눌리는 율하. 아지단도 그 옆에서 의외라는 표정으로 콜린과 율하를 바라본다. 그래, 이 주술은 그, 그러니까 사령의 서에 기록된 1급 마도주술 가운데 하나. 전에 선보인 적이 있던 사혼제령의 술을 포함한 10개의 1급 마도주술 가운데 하나이자 또한 그 중에서 가장 난이도 있는 1급 주술로 여겨지는 주술. 그것은...


“[-히므(Huymue)]”


[마도서 사령의 책 아지단 제 22장 - 1급 봉인마도주문 마도변혼(魔道變魂)]


“오-----”


그녀의 입에서 마지막으로 튀어나온 주술의 완성을 알리는 음성과 함께 그녀의 몸이 완전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겉으로는 그다지 변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크기고, 형태도, 모습도 그들이 알던 콜린의 모습 그대로인 상태.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지금까지의 콜린과는 완전히 달랐다.


“과연, 마도에 적합한 영체. 이런 영체는 흔치 않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싫어할 것 같은데?”


“그런가? 그건 잘 모르겠군. 그녀로서도 주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좋아할 거라 여기는데. 역시 인간은 어렵군.”


“......”


“그보다 주인, 이번에도 작은 실수가 있었다.”


“으윽. 알아. 안다고.”


“역시, 주인은 그다지 마도사로서의 재능이 있다고 말 할 수는 없군.”


“이거 네가 추천한 거잖아!”


“그거야 현대의 시대에는 그나마 주인만큼의 재능이라도 지닌 자가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그에 비해 그녀의 받아들임은 흠잡을 곳 없이 깨끗하군. 이건 고대에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강화된 마도강화령이다.”


“콜린은...괜찮은 걸까?”


“본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콜린은 항상 괜찮다고 말을 할 테니까.”


“...주인은 그녀가 말을 했던 것처럼 너무 이것저것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 또한 마도사로서의 덕목이기는 하지만, 주인은 그런 잡념이 너무 강하다.”


“감점요소야?”


“아니, 특이요소일 뿐. 마도사에게 있어 감점요소란 멍청한 것, 단 하나 뿐 다른 건 전부 특이요소일 뿐이다.”


“그 말은 즉 내가 너하고 잘 안 맞는다는 건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왜냐하면 아직 주인은 정식 마도사가 아니니 나도 무어라 말을 할 수 없다. 게다가 나 역시 마도서의 파편일 뿐, 정식 마도서가 아니니 무어라 말을 할 처지도 아니고.”


“그런가?”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보다도 그녀의 활약을 보는 게 어떤가. 모처럼 저 기분 나쁜 마도강화를 해 주었는데 너무 다른 것에 신경 쓰는 게 아닌가?”


“아, 그렇지.”


율하는 아지단의 말에 콜린을 바라본다.

은빛의 강화된 마도력을 온 몸에 두른 채 그녀 스스로가 살아 움직이는 칼이자 방패이자 탄환이 되어 그 일정 범위 안에 들어온 모든 적대존재들을 격살하는 그녀. 기분이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닌 마도력을 삼켜 그 마도력으로 자신을 이루는 영체를 변화시키고 강화시킨 다음 자기 의지보다 강한 어떤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그 마도술이 내킬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굳이 그 주술을 사용하고 실험하는 것은...


“대단하네.”


“주인의 실수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더 대단해지겠지. 그리고 주인의 마도력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이 술법의 효과역시 극대화된다. 동시에 콜린, 그녀의 영격이 높아지는 것도 이 주술에 도움이 되지.”


“하지만 정말 우리에게 이게 필요해?”


“...아직 특급 이상의 마도술을 허락받지 못하는 주인들에게 있어 1급 주술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유일한 주술이 이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주인이 들어가고자 하는 이 앞쪽은...지금의 주인으로서는 통용되지 않는 수호자가 있는 곳.”


“그 수호자와 싸워야 한다는 보장은 없잖아.”


“싸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


율하는 아지단의 그 말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사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 혈두오공 할미와 같은 괴물을 단숨에 쥐어 부셔버린 그 거대한 [팔]을 떠올리며 율하는 살짝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철의 나한. 인왕의 수호자. 전에 분명 콜린은 그것을 보며 무의식적으로나마 그렇게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그게 지금 아지단이 말하는 수호자라고 하면 문제가 심각했다.


“겁먹은 건가?”


“아지단 같으면 안 먹겠어?”


“나는 마도서다. 그런 감정은 없다.”


“너라고 해도 소멸의 두려움은 있을 것 아냐.”


“우리, 아니,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보다 더 의미 없는 봉인이다. 소멸은...오히려 새로운 시작의 밑거름이 되곤 한다. 그게 아무리 가치 낮은 시작이라고 해도 말이다.”


“...아지단은 이상해.”


“그런가? 나는 보통이라 생각한다. 그 보다 주인, 슬슬 끝이 나는 것 같군.”


“아아.”


“돌아오면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한 마디라도 건네주기를 권장한다.”


“아지단이 그런 말 하지 않아도 알아.”


주변에서 느껴지는 적의를 지닌 존재들이 완전히 없어진 것일까? 여전히 은빛으로 빛나는 콜린은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자동적으로 일정 영역을 지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일 뿐 아까처럼 어디론가 급격히 움직여 가며 추적하고 파괴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멈춘다. 무표정한 얼굴, 초점 없는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마치 영혼 없는 로봇 처럼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그녀. 율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어쩐지 보기 싫었다. 아무리 이 주술이 완성되면 정식으로 마도사가 되지 이전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마도주술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해도 저런 그녀를 봐야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익시(Exy)]”


주술을 바로 해체하는 율하.

그의 그 소리에 맞추어 콜린의 몸에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던 은빛의 마도력이 그대로 사그라진다. 그리고 허공에 고정된 그 상태에서 온 몸의 기운이 쭈욱 빠진 채 마치 중력에 이끌리듯 아래쪽으로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그녀.


“읏차.”


율하는 그런 그녀의 몸을 정확하게 받쳐든다. 영체인 만큼 다른 무엇에도 걸리지 않겠지만 율하 자신에게는 접촉이 가능한 그녀의 몸. 그 무게가 평소보다도 더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우웅, 율하?”


“수고했어. 콜린.”


“나 잘 한 거야?”


“아아. 더 할 나위 없이. 하지만...역시 기분은 별로지?”


“그거야 뭐. 하지만 율하에게 도움이 되었다니...에헤헤.”


금세 기운을 차리고는 율하의 손바닥 위에 몸을 일으켜 앉는 그녀. 그녀의 노력 덕에 이미 주변에서는 다른 지네의 기운들이 느껴지지 않았다. 새끼고 어미고 이미 전부 다 콜린에 의해 격퇴된 모양. 싸움이 아닌 말 그대로 해충구제와도 같았던 그녀의 활약 앞에서 구석 깊은 곳으로 도망간 소수를 제외한 수많은 지네들이 그 자리에서 죽어 불쾌한 독무를 내 뿜는 것을 제외하면 고요하게 가라앉은 지하의 수로. 이제 이 앞으로 다른 고리의 요원들이 닦아놓았다는 길을 따라서는 다른 어떤 생명체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완전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위협이 될만한 요소는 전부 제거된 지 오래. 그렇다면 이대로 다시 돌아가서 보고를 하는 것이 옳을까?


“...정말 수고했어.”


율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방실방실 웃고 있는 콜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이 향해야 할 방향을 바라보는 그.


“지네는 이제 더 이상 없어.”


“응. 나도 확인했어.”


“그럼 이대로 보고?”


“글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생각은 아냐. 다만 정말로 이 길이 안전한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 생각을 핑계로 먼저 그 [문]이라는 것에 도달하고자 하는 건 아니고?”


“아하하, 들켰나?”


“피이, 바보 율하. 이미 거기는 고리가 확보한 입구 아냐. 그래봐야 알 수 있는 건 없을 텐데.”


“그건 또 모르는 일이지. 그리고 이게 내 임무니까.”


“난 상관없어. 어차피 율하가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갈 뿐이니까.”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율하의 손바닥에서 폴짝 날아 어깨에 매달리는 그녀. 그런 그녀를 슬쩍 바라본 율하는 결심을 굳힌 듯 앞으로 걸음을 옮긴다.


“가는 거야?”


“응.”


“그래, 그게 율하의 뜻이라면.”


그들은 그렇게 지하수로의 보다 더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의말

확실히 요새 연재주기도 불투명한데 양도 적네요...으앙. 

더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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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5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8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9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7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7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1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1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3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1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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