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son Game

Step 43 : Civil War

20ㅗㅗ.02.09

오늘은 목요일이다.

재판까지 앞으로 25일 남았다.

난 이날 반성문 하나 더 작성해서 총 2개, 집으로 편지 하나 보내기로 했다.

난 이날 총 17시간 이상 굶었다.

물도 안 마시고 커피 마시고 버텼다.

점심에는 나물과 컵라면 하나 까서 먹었다.

난 내가 기특했고 잘 버티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이런 방식만 쭉 유지하면 살은 다시 자연스럽게 빠지고 예전 몸무게로 돌아갈 것이다.

난 오는 3월 6일 당일 날 심리 재판을 볼 것이다.

여기에서 운 좋으면 곧바로 선고가 나서 풀려날지도 모른다.

......

이날 이런저런 물품이 들어왔다.

다들 뭔가 까서 먹었다.

난 편지만 적고 먹지 않는다고 했다.

저런 걸 먹고 지내면 살 찐다.

상관없을지 몰라도 뭔가 살 찌면 안 된다는 기분이 자꾸 든다.

난 이 방의 그 누구보다도 더 일찍 게임을 마무리 지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 이후에 해방될 것이다.

......

이날 대청소를 하고 나서 빨래를 했다.

난 원래 내 것만 하려고 했는데 가끔 편지 보낼 때 쓰려고 1, 2번 빨래 대신해 줬다.

이런 식으로 등기와 편지지 몇 장을 얻었다. 덕분에 집에 편지 보낼 때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또는 주말에 가끔씩 게임을 할 때 참가해서 놀 수도 있고 남에게 빨래를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난 그냥 집에 편지 보낼 때 쓰려고 한다.

......

대청소 이후 쉬고 있었는데 TV에서 이런 소식이 들렸다.

Civil War... U.S...

어딘가에서 내전이 일어난 모양이다.

이 소식을 듣고 NPC들이 저마다 반응했다.

난 그런가보다 하면서 넘겼다.

한편으로는 저것도 어찌보면 그럴만 하니깐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필요한 일이 필요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다.

이 세상에 불필요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애초에 나랑은 무관한 일이다.

난 어서 이 게임을 마무리 짓고 일상 생활을 되찾아야 한다.

내가 신경쓰고 집중해야 할 일은 오로지 이것 뿐이다.

.....

이날 저녁 간단하게 식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주변을 정리하고 신문과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난 이번주 화요일 제외, 지난 달 말에 1심이 속행되고 나서부터 매일 반성문을 적고 지내는 중이다.

이날 종이를 다 써서 종이랑 수정 테이프 하나 샀는데 공구 제외 계속 이런 식으로 고정해서 물품을 살 것 같다.

......

저녁 시간이 지나 1, 2번과 차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둘은 하필 재판이 없을 시점에 들어와서 지금 오래도록 설거지를 하며 지내는 중이다.

이에 내가 가끔씩 빨래나 일을 거들어 주면서 지내는 것이다.

사실 안 그래도 되지만 그래도 내가 저런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도와주고 싶다.

......

난 차 마시고 나서 아까 읽던 책 마저 읽었다.

이건 그중 일부다.

......

자살할까?

이런 생각을 한 적 있었다.

어렸을 때 아마 15살 중학교 다녔던 시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20살이 넘어서 성인이 됐었던 시점.

결론부터 말하자면 듣다 보면 알게 될 테지만 일단 날 해코지하는 부류는 마치 박멸이라도 된 것처럼 혹은 저주가 풀린 것처럼 어느 순간 끝났고 이제 더는 그러지 않는다.

난 지금 자유롭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난 어릴 때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우울했다.

사실 불안하고 우울한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기쁜데 금방 가라앉고 우울하다가도 기뻐지다가 다시 금방 가라앉는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내가 원래부터 이랬던 건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 리 없고 그냥 어느 순간 이렇게 됐다.

난 어렸을 때는 멀쩡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순간 있지도 않았던 공황장애, 우울증, 대인기피, 폐쇄공포 등이 생겼다.

저런 게 생긴 건 깨나 어릴 때부터였다.

그건 소외라는 것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냥 소외만 당하면 그건 감사한 일이다.

소외 말고도 고통이 뒤따랐다.

날 해코지하는 부류가 있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할 것 없이 저런 부류는 늘 존재했다.

예로 영화라고 치면 이번에는 이 배우, 이번에는 저 배우가 날 해코지하는 역할을 맡았고 난 그냥 주야장천 가만히 있는데 이유도 모른 채 당하고만 지냈다.

내가 그걸 바랐든지 아니든지 그런 건 무관하다.

저마다 강도가 덜 하냐 더 하냐의 차이일 뿐 그냥 다 짜고 치는 것처럼 내게 해코지를 했다.

난 이게 기분 탓이었으면 하고 아마 그럴 거라고 믿는데 저런 부류는 분명 존재했다.

심지어 랜선상에서도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누군지 아는 것처럼 귓속말을 보내면서 비난하는 부류도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뭘까?

어렸을 때 그런 강도가 심하고 빈번했다.

저 때는 뭔가 저런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내게 들이닥쳤던 것 같다. 마치 제방이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은 상태인데 거기에 쓰나미가 일어서 물이 들이닥치는 현상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에 감내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서 스트레스도 그렇지만 맨 정신으로 지내기 쉽지 않았다.

저런 일이 언제든지 있었지만 15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고 전학 갔을 때 심하게 와서 한번은 자살을 하려고 했었다.

난 자살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못했다.

한밤중에 조용하고 높은 건물 위에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야경이 정말 아름답더라.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남아서 이런 풍경을 지켜보고 싶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런 시기가 지나고 성인이 됐다.

이번에는 소외가 아닌 방황으로 인해서 저런 기분이 또 들었다.

소외 같은 건 사실 지금 와서는 익숙해져서 별거 없는 감정이나 다름없다.

내가 무엇으로 방황을 했냐면 그건 아마 꿈에 관련된 그런 내용일 것이다.

내가 뭔가 하고 싶었던 그런 게 있었단 말이지?

이건 아마 그 누구나 비슷할 거라고 본다.

꿈이 없는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을 거란 말이지?

하지만 꿈이라는 게 보면 그냥 꾸라고 있는 것도 맞다.

여기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하나 해 주자면 이렇다.

"만약 당신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건 그냥 취미로 삼고 금전 벌이부터 하고 지내라."

이게 맞는 게 이 세상 보면 금전만 있으면 다 된단 말이지?

금전이 다란 소리는 아니야.

하지만 뭘 해도 금전이 필요한 게 이 세상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금전이 안 들어가는 게 없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물론 채팅 치고 댓글 남기고 하는 건 공짜다.

하지만 그게 악플이나 성희롱 같은 발언이 된다면 당신은 고소 당할지도 모르고 결국 깽값을 물고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금전 벌이부터 하고 지내란 것이다.

과거에 나는 어리석게도 내가 꿈을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걸 하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뭔가 내 뜻대로 안 되니깐 말 그대로 방황을 오래도록 했다.

또한 이거 말고도 뭔가 계속해 나갔는데 누가 훼방이라도 놓는 것처럼 되다가 말고 제대로 안 됐다.

난 이런 일로 인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었다.

실제로 과거 적어둔 글들을 보면 다 맞는 말이고 공감은 되지만 지금의 내가 봤을 때는 많이 날카롭고 누군가 봤을 때 상처가 될 수 있는 그런 내용이 많았다.

난 누군가를 상처 주고 싶지 않고 싸우고 싶지 않은데 저 때의 나는 내게 도움을 주려는 이들에게 마저도 무심해지고 쳐 내고 지냈던 그런 때 같았다.

하지만 이해는 한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런저런 안 좋은 일들이 자꾸 겹치다 보니깐 많이 예민해져 있었던 것 같다.

난 솔직히 내가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허송세월을 보내면서 지낼 줄 알았다.

남들이 하고 지내는 평범하면서도 별거 없는 그런 일상을 그리기 쉽지 않았다.

계속하기 싫은 일 다니면서 혼자서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고 하고 싶지도 않았고 실제로 정말 오래도록 그러고 지냈다.

사람들 보기도 싫고 만나기도 싫고 신경 쓰기 싫고 상대하기도 싫고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싫었다.

하지만 이 세상 혼자 지낼 수는 없더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마저도 다양한 사람이 어우러져 그려낸다.

만약 내가 다 싫어한다면 음악마저도 싫어해야 한다.

하지만 난 음악이 싫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건 모순적이지 않나?

난 다 싫은데 정작 그 속에 좋아하는 게 있으니 말이다.

이건 뭘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영원한 건 없다는 점이다.

난 이제 예전처럼 하고 지내지 않는다.

요즘에는 사람 상대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관심도 갖고 하면서 지낸다.

난 어느 순간 이런 식으로 기존해 해 나갔던 부분을 다 내려놓게 됐다.

저게 정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경험이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게 맞나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 내게 친절한 것도 관심을 가져 주는 것도 뭔가 해코지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뭔가 원하는 게 있으니 그러는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지도 모른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그 어떠한 때도 결국 지나가는 것이지만 가끔씩 불현듯 어떤 때가 그려지고는 한다.

그게 좋은 일이면 더 좋을 텐데 사람은 오히려 안 좋은 때가 더 깊숙이 마음속에 남는 모양이다.

정말 한심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다.

그냥 자살했으면 편했을 지도 모르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불편하다.

이 세상 계속해서 지내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나 구경거리가 분명 있기는 하다.

지난 2016년 의외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이 된 일처럼 말이다.

이거 정말 재미있지 않나?

......

'내전 일어난 나라 말하는 건가?'

......

끼리끼리 논다

내가 정말 어릴 때였다.

난 이때 어느 곳이라도 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이 시기에는 아마 다들 어디든지 거리낌 없이 녹아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시점이 됐다.

난 여전히 어느 곳이라도 쉽게 녹아들 수 있었지만 다들 그런 건 아니었다.

난 이때 이질감 같은 게 들었다.

난 이게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보편적으로면 다 같은 사람이지 않나?

하지만 다 같은 동류임에도 불구 누군가는 이런 무리에 누군가는 저런 무리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게 자연스럽고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학교에 다니다보면 동아리 또는 방과후 어쩌고 하는 게 있다.

이건 아마 저마다 학창시절이라는 과정을 거쳐왔다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개념이 저런 부류에 적용이 된다면 그건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내가 지금 말하는 현상은 그런 것에 대한 게 아니다.

누군가는 어딘가에 속해서 무리를 이루며 끼리끼리 어울린다.

누군가는 어딘가에 속하지 못해서 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소외 당하면서 지낸다.

난 이런 현상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어서 이런 현상은 학력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그러한 정도가 더 심화되는 기분이다.

이 세상과 사회는 이런 식으로 알 수 없게 나뉘어져 있고 갈라져 있다.

저마다 끼리끼리 어울리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서 성인이 되고 여기저기 일을 다녔다.

난 여기에서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 어떤 일을 해도 내용만 다르지 사실상 드는 기분 자체는 같아서 그렇다.

난 이런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것은 인간 관계 역시도 마찬가지다.

일이 달라도 결국은 비슷, 사람이 달라도 결국은 비슷.

하지만 이 세상은 저마다 끼리끼리 나누어서 지내며 수도 없이 많은 일거리가 있다.

난 이런 부분에 이제 더는 쉽게 녹아들지 못한다.

이건 모순적이다.

과거의 나랑 현재의 나는 분명 같은 존재이지만 이제 더는 같은 식으로 흘러가지도 해 나갈 수도 없어서 그렇다.

다들 과거에 갇혀서는 무한 반복하면서 지내지만 난 많이 변했다.

또한 내 주위도 많이 변했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건물이 변해있고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로 대체되며 다들 늙어가고 누군가는 죽어서 떠나기도 한다.

이건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이질감이 들지는 않는데 간간이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한다.

나는 때로는 누군가가 어찌하고 지낼 때 왜들 저러나 싶은 기분이 든다.

이것이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자연스럽고 일상인데 난 그런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있어서 그렇게 보이고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걸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걸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난 저런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아마 어느 시기엔 저러고 지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랑 크게 차이가 없었던 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서 말한 것처럼 난 변했다는 점.

한 때는 그랬었지만 이제는 아니고 그런 부분이 나랑 더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난 어느 순간 내려놓고 풀어주기로 했다.

더는 억지로 웃음짓고 맞춰가지 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고독해지더라도 가짜, 가식으로 만들어진 나 자신보다는 그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저런 건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 관계란 게 오래도록 이어지지 못하는 것도 결국 그런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