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68 : Emergency Broadcast
20ㅗㅗ.03.04
오늘은 토요일이다.
앞으로 재판까지 2일 정도 남았다.
이날 오전 일어나자마자 꾸중을 들었다.
관복 상의, 하의를 관대 안에 넣어 뒀단 이유다.
다들 이 복장을 옷걸이에 걸어두는데 난 남과 방식이 달라서 그렇다.
난 이 말을 듣고 나서 그럴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누군가처럼 하고 지내는 그런 것 말이다.
난 얼른 재판 마무리 짓고 나서 게임 끝내자는 생각을 했다.
난 이곳에서 지내고 싶지 않다.
다 필요없다.
......
이날 오전엔 차, 커피, 버터빵, 우유, 딸기잼, 콘푸레이크, 참치 샐러드 등 나와서 적당히 먹었다.
이건 남과 다르게 식사하거나 제대로 설거지 하지 않았다고 욕 먹을 일이 없으니 수월했다.
하지만 점심이랑 저녁은 굶어야겠다.
이날 다들 심심했는지 오전에 윳놀이를 했다.
난 이런 식으로 5개 정도 잃었다.
하지만 나한테 잘 대해주던 NPC가 빌려줬다.
이건 나중에 갚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또는 조만간 윷놀이 다시 할지도 모르니 그때 따서 갚아야겠다.
난 저런 일이 있고 나서 우유에 율무 넣어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점심 식사는 하지 않았다.
난 식사 대신에 과자랑 커피 한 잔 마셨다. 그러고 나서 빵도 하나 까서 먹었다.
잠깐 TV를 봤는데 햄버거 먹는 장면이 나왔다.
여기에서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서 풀려서 점심 시간에 햄버거 사 먹고 싶다.
이날 오후 3시 전에 과자 한 개까서 반 정도 먹었다.
짭잘해서 맛이 좋았다.
달달한 것보단 소금 맛이 땡기는 요즘이다.
저거 먹고 나서 쿠키 먹었는데 맛은 좋았지만 금방 질리기도 했다.
저녁엔 식사를 하지 않고 빵 하나 먹고 넘겼다.
내 예상으로는 아마 윷놀이를 또 할 것 같은데 이번엔 10개 이상 딸 각오로 해야겠다.
저녁 시간에 윷놀이를 결국 했는데 하다가 들켰다.
난 등기 하나 잃었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내일도 아마 윷놀이 내기 할 것 같은데 그냥 하지 말아야겠다.
다음 날부터는 하던 일만 하면서 책 읽고 글 적으면서 조용히 지내야겠다.
......
20ㅗㅗ.03.05
오늘은 일요일이다.
앞으로 재판까지 하루 남았다.
3월 6일을 시작으로 나 포함 다수가 재판을 본다.
방장은 다음 날에 방을 옳긴다고 했다.
이제 확실히 뭔가 변화가 있으려는 모양이다.
난 일어나서 할 일을 한 뒤 책을 읽었다. 그러고 나서 식사는 국물, 건더기만 정말 조금 먹었다.
푸딩도 하나 까서 먹고 식후에 커피 간단히 한 잔 마셨다,.
점심은 굶을 생각이다.
내 배를 봤는데 꽤 들어가 있었다.
여기와서 살 찌고 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는데 2일 정도 조절해 봤더니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이날 점심 전에 찬물로 머리카락 감고 나서 세수하고 몸은 물로만 씻었다.
난 빵 하나, 음료 하나, 과자 하나 먹고 나서 책 읽었다.
아까 윷놀이 하자고 하던데 책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재미가 없다.
이날 오래간만에 믹스 커피 2잔 마셨다.
맛만 있었다.
단 게 맛은 있다. 그런데 좋지는 않다.
......
점심이 지나고 운동하고 나서 빵 하나랑 두유 하나 마셨다.
이날 게임이 끝난 뒤 뭘 하면 좋을지 계획식으로 적어뒀다.
일단 내 예상으로는 풀리긴 할 것 같다.
그게 3월 6일 당일인지 아니면 2주 정도 뒤인지는 알 수 없다.
크게 신경을 쓸 일도 아니다.
다 비우자.
마음 편하게 먹는 거다.
이날 오후 쿠키 하나, 과자 하나 먹었다.
뭔가 식사는 하지 않는데 군것질로 배를 채우는 기분이 든다.
저녁 간단히 떼우고 나서 운동이나 한 번 더 해야겠다.
과자 먹으면서 든 기분은 의외로 맛이 좋다는 점이다.
씹어먹으니깐 더 맛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날 커피가 동이 났다.
한편으로 문득 든 기분은 이런 건 이제 그만 마시자는 것이다.
저런 건 집에 가서 마셔도 충분하고 그렇게 하고 싶다.
그거 말고는 다 필요없다.
......
저녁엔 밥, 채소, 메추리 알 조금 먹었다.
다음 날 오전도 굶을 생각이다.
식사는 재판 마무리 짓고 나서 게임에서 풀려난 뒤 햄버거 세트로 든든히 사 먹어야겠다.
이젠 설거지 끝나고 나서 시간 떼우려고 등기 걸고 뭔가 분명 할 것 같다.
난 책 읽어야겠다.
다 필요없다.
이날 저녁.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밖에서 햇빛이 비춰 들어왔다.
정확하게는 감옥 밖에 있는 아파트에서 비춰 들어온 것이다.
거기 창문에 일광이 반사돼서 들어왔다.
지난 3번 방에선 이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8번 방은 햇빛이 어느 정도 들어온다.
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장실에서 가까운 자리에 앉고는 한다.
원래 3번이라서 저 자리가 아니다.
이 자리가 비록 아파트 창문에 반사된 것일 뿐이지만 햇빛이 깨나 비쳐서 들어온다.
지금 일기 적는 시기에도 그렇다.
'나한테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보다.'
난 이런 기분이 문득 들었다.
......
이날 밤 방장도 이제 다른 방으로 가야 돼서 과자랑 빵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난 식사는 하지 않고 대화만 나눴다.
이제 다음 날을 기점으로 이곳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건 필요한 일이면서 계속 돌고 돈다.
다들 저마다 어딘가로 향한다.
난 대화가 끝난 뒤 관대에 필요한 것 제외 다 빼놓고 바로 잤다.
집으로 가자.
......
20ㅗㅗ.03.06
오늘은 월요일이다.
드디어 재판 날이다.
난 이날 일어나서 할 일 다 하고 식사는 조금한 뒤 찬물로 싹 씻고 이도 닦고 심리 재판을 보러 갔다.
내용은 별 거 없었고 괜찮게 마무리됐다.
일단 구형은 2년 6개월 정도 나왔다.
난 판사한테 마지막으로 할 얘기도 잘 전했다.
다음 선고 재판은 3월 22일 오후 2시라고 한다.
이날에 정말로 끝나는 것이다.
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와서 상관없다.
난 이 정도면 최선을 다 했고 재판도 일찍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후련했다.
내가 과연 교도소로 향하게 될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에 대해 방 안의 NPC들은 교도소 가는 것이 기정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난 결국엔 판사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긍정적일 것이고 내게 희소식이 들려올 거라고 생각한다.
판사가 날 풀어줄 것이다.
......
20ㅗㅗ.03.22
오늘은 선고 재판 날이다.
이날 꿈을 꿨다.
그게 뭐냐면 NPC들과 함께 방 안에 있었는데 내가 미꾸라지 한 마리처럼 방 안에서 빠져 나간 뒤 건물 밖으로 떨어지는 내용이었다.
난 저런 꿈을 꾸고 나서 잠에서 깼다.
재판받으러 가는 시간은 오후 2시다.
난 나가기 전 주임이 불러서 그를 만나러 갔다.
......
"주임님 부르셔서 왔습니다."
난 주임이 있는 곳에 들어섰다.
"왔어?"
주임이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
긴 머리카락의 사내...
......
운영자였다.
"오늘 선고 재판날이지?"
"맞습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지금 기분 어때?"
"솔직히 떨립니다."
"지난 번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러네?"
운영자가 피식하면서 웃었다.
'지난 번?'
3월 6일 전에 한번 봤었던 재판 때를 말하는 것 같다.
"결과는 어떨 것 같아?"
"괜찮게 나올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3월 6일 당일 선고가 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네요."
"네 말대로 그날 선고가 났을수도 있는데 어쩌든지 사실 그건 판사 마음이지."
"그렇죠. 방 안의 NPC들은 제가 교도소에 갈 거라고 하더라고요."
"NPC들은 그냥 무시해. 그러고 지내도록 설정이 돼 있어서 그래. 넌 너만 생각하면 돼."
"알겠습니다."
"이제 가 봐. 네게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 앞으로 더는 이런 곳에 들어오지 않게 조심해."
"명심하겠습니다."
"고생했어. 이제 슬슬 때가 됐으니 현실로 돌아가면 보름 정도 되는 식량, 생필품 등 구비해 둬."
"네."
난 다시 방으로 향했다.
난 방으로 향하면서 운영자가 마지막에 한 말이 떠올랐다.
그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알 수 없지만 뭔가 뜻이 있으니깐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 싶다.
......
난 재판을 보러 갔다.
몇몇 NPC들이 재판 잘 보고 오라고 했다.
이건 다시 방으로 오라고 말한 것이다.
난 대답하지 않았고 그냥 재판 보러 갔다.
내가 방으로 왜 되돌아가나?
......
집행유예
......
주변에서 윙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자 모니터가 보인다.
'뭐지?'
난 방금 전까지 분명 법원에서 재판...
......
'재판?'
난 내 옷과 얼굴을 봤다.
일상복을 입고 있고 머리카락과 얼굴도 평소 그대로다.
......
'꿈이었나?'
꿈 치고는 생생하다.
또한 어안이 벙벙하다.
'그건 뭐였지?'
정말 뭐였을까?
난 다시 의자에 앉았다.
상 위에 입영통지서가 보인다.
'군대...'
......
"다녀와야겠지?"
군대에 가고 싶지는 않지만 감옥은 더 들어가고 싶지 않다.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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