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최근연재일 :
2024.09.11 23:1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935
추천수 :
0
글자수 :
326,783

작성
24.04.10 17:55
조회
17
추천
0
글자
18쪽

추악한 진실

DUMMY

새벽이긴 하지만 짙은 안개 탓인지 몰라도 부지런한 새벽 참배객들조차 보이지 않는 거리를 가로질러 몇 개의 붙어있는 사찰들을 지나자 쿄토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사찰 소유의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묘지를 가로지르는 현수 일행 주위로 청의와 홍의를 입은 닌자 복색을 한 십여 명의 쿠노이치들이 나타났다.


‘홍의를 입은 여자 닌자들은 홍영의 수하인 홍귀들인 것 같은데 청귀들이 왜? 이 자리에 있는 거지? 그리고 저기 저......, 여관에서부터 우리들을 따라오고 있는 저 닌자들은 또 뭐고? 저 닌자들이 여관에 수면가스를 살포한 자들일까? 교토가 내지에 있어 이런 짙은 안개가 끼는 것은 이상한데. 설마 이 안개까지 저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 테지. 이거 참, 그렇다면 저 놈들은 대단한 능력자들이네. 쓸데없이 돈도 많고.’


수많은 닌자들이 지붕 위를 이동하면서 자신들을 포위하듯 쫓아오고 있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던 하찌스까 사유리는 자신들을 호위라도 하는 듯 주위를 둘러싸고 이동하는 홍의와 청의를 입은 여자 닌자들인 쿠노이치들을 바라보는 현수의 시선을 의식한 채 그녀가 말했다.


“이사님, 저들은 저와 청영의 수하들입니다.”

“청영?”

“예 이사님, 제가 풍림사영의 청영입니다.”

“사이고 양이 청영이라고요?”

“예, 이사님. 언니에게서 이사님이 저희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회장님의 별다른 지시가 없어서 이사님께 저의 신분에 대해 미리 말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현수의 뒤에서 주변을 살피며 따라오던 사이고 아이가 말했다. 뜻밖에도 아직 스물도 안 된 그저 조용하고 예쁘기만 했던 그녀가 풍림사영을 보좌하는 사귀들 중 청귀들의 수장인 청영이었던 것이다.


“아니 내가 이해할 것까지야.......”


사실 현수도 플레이어인 사이고 아이가 풍림사영에 속한 닌자일거란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홍영인 하찌스까 양의 수하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뜻밖에도 풍림사영의 수좌 중 1인인 청영이란 말에 조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조용히 자신들을 따라오던 닌자들 중에서 무언가 던지려는 동작을 하는 닌자들 다수가 현수의 눈에 뛰었다. 저들은 몰랐겠지만 현수를 이런 안개 따위로 4성급 플레이어인 그의 눈을 가릴 순 없었다.


“조심해.”


현수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안개 속에서 차륜형 수리검들이 날아들었다.

수리검의 날카로운 칼날들이 칙칙한 녹색으로 물든 것으로 봐서 극독이 발라져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쿠노이치들은 자신들도 사용하는 상당한 숫자의 독에 이미 면역을 가지고 있어 이런 종류의 공격은 그녀들에게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걸 알기라도 하듯 간간히 차륜형 수리검들 사이로 살상력이 높은 스로잉 나이프가 날아들었다. 스로잉 나이프에도 극독이 묻어있었다.


“창-, 창-, 창-.......”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무장을 충실히 갖춘 쿠노이지들에게 이런 공격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알 텐데도 집요하게 현수 일행을 공격해왔다. 마치 어디로가 이들을 몰고 가려는 듯......, 그걸 가정 먼저 인식한 자가 홍영 하찌스까 사유리였다.


“이사님, 저들의 공격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마치 저희들을 어딘가로 이끌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조금 전 기운을 차린 야노시케를 풀어준 현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안개에 구애받지 않는 현수는 자신들을 공격하는 닌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안개 속에 배치된 닌자들의 진형은 하찌쓰까 양의 말대로 그들을 어떤 지점으로 이끌려는 듯 보였다.

문득 현수에게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인원이 도시 내에서 소란을 일으키는데 어찌 내다보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낮에 보았던 그 많은 인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쿄토는 특이한 도시네. 아니 일본인들이 특이한가? 이런 소란이 벌어지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해. 설마......, 저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재운 건 아니겠지.’


하지만 현수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인근의 모든 사람들은 닌자들이 살포한 수면가스에 취해 깊은 잠이 든 상태였다. 그렇다고 쿄토 전체가 잠든 것은 아닐 테지만, 상당한 지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실제상황이였기에 현수나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가히 상상을 초월한 일이 지금 쿄토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 이 정도의 습격이라야 현수가 본신의 능력을 들어내면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도시 안에서 이 정도 일을 꾸밀 수 있는 자들이 자신의 일행을 습격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현수에게 강하게 들었기에 궁금했다. 그들이 누군지......? 해서 지금 그가 자신을 습격하는 닌자들을 지켜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현수가 이런 상황은 살피리라곤 피아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는 전개였지만.......


“하찌스까 양, 생각도 그래요? 나도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우리를 어디가로 이끌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토끼몰이네요. 하찌스까 양, 어디 한 번 저들의 의도대로 따라가 볼까요? 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이거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요?”

“이사님, 저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를 기다린다면......, 그건 우리에 대해서 잘 안다는 말이 되는데......, 아무래도 제 생각엔 저들의 의도에 따르는 것은 위험해요. 차라리 저들을 돌파하여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하찌스까 양,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은데, 잘 알잖아요. 저 그리 약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사님의 안전이......, 예, 알겠습니다. 이사님의 뜻이 그렇다면 따르겠습니다.”

“고마워요. 하찌스까 양. 자 그럼 한 번 가 볼까요. 무엇이 우릴 기다리고 있는지.”

“예, 이사님.”


하찌스가 사유리가 자신의 의견에 승복하자, 현수는 포위가 허술한......, 저들이 자신들을 몰아가려는 방향으로 빠르게 치고 달렸다. 현수의 뒤를 쿠노이치들이 따라붙자, 지붕 위에 포진하고 있던 닌자들이 역시 돌발적인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이 현수 일행의 뒤를 쫓는 그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얼마나 이동했을까?

이따금 돌발 사태가 일어나긴 했어도 현수는 저들이 의도하는 대로, 아니 자신이 생각한대로 저들이 자신들을 끌어내려던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교토에서 보기드믄 거대한 폐공장이었는데, 멀리 쿄토의 명물인 산토리 맥주를 선전하는 옥상 간판이 보였다.

대고모부가 가끔 할아버지에게 보내주던 산토리 맥주는, 현수도 고용인들 모르게 가끔 냉장고에 들어있던 것을 꺼내 마셔서 그 맛을 알고 있었다. 처음에 마시면 쓴맛이 강하지만 먹고 난 뒤 남는 구수한 보리향이 기분 좋은 맥주였다.

싸움의 시작은 역시 어둠 속에서 날아든 수리검부터였다.

뒤이어 날아온 사슬낫들은 현수를 둘러싼 쿠노이치들을 흩어 놓았다. 쿠노이치들이 흩어지자 어둠 속에서 닌자들이 튀어나와 그녀들을 공격했다. 마치 쿠노이치들의 습관이나 성향, 장기들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들을 공격하는 닌자들은 거침이 없었다.


“아-악-.”

“미찌코.”


닌자의 공격에 당한 건지 한 쿠노이치가 비명과 함께 비틀거리자 카렌이 그쪽으로 튀어나갔다.


“하찌스까 양, 사이고 양, 두 분 다 내 곁에 있지 말고 저들을 도와요.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저들 중 살아남는 이들이 없을 거예요. 지금 바로 움직여요.”

“하지만 이사님.”

“저들을 다 죽일 셈이예요. 카렌과 셋이라면 부상자를 보호하며 일시적으로 대처할 수가 있을 거예요. 아마도 저들이 노리는 건 내 곁에서 여러분들을 때어놓는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요. 더 이상 부상자가 나오기 전에 어서요. 야노스케 형은 여기 남으세요. 형까지 가면 저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요. 미안해요. 야노스케 형. 힘든 일을 맡겨서.”

“아닙니다. 이사님. 제가 영광입니다. 이사님 곁에 남아서. 하찌스까 양, 아이, 다들 뭐해요. 이사님이 지시하셨잖아요. 빨리들 움직여요.”

“그럼. 아이 가자.”

“예, 언니.”


하찌스까 사유리와 사이고 아이는 위험에 쳐해 있는 쿠노이치들을 도우며 한 명 한 명 끌어들여 작은 그룹을 만들어갔다. 다행이 중상자는 있어도 사망자는 없는 것 같았다. 무슨 이유인지 어둠 속에 잔뜩 모여 있는 닌자들이 동시에 공격해 오질 않았다.

그 때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거대한 서치라이트가 흩어져 있는 현수 일행들을 비쳤다.

강한 불빛에 당황한 하찌스까 사유리를 비롯한 쿠노이치들이 현수 주변으로 모여들려 했지만 닌자들이 그녀들을 막았다. 하지만 현수의 신경은 전면의 건물 난간에 새로이 나타난 무리들에 꽂혔다. 그들 무리의 중심에 있는 얼굴을 온통 붕대로 감싸고 있는 남자에게.......

현수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둠에 구애받지 않는 현수는 붕대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남자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는 놀랍게도 대고모부의 손자인 히로이였다. 히로이의 옆에 있는 닌자는 체격이나 느낌으로 봐서 대고모부의 휠체어를 밀던 사내가 분명했다. 아마도 현수의 기억이 맞는다면 그는 대고모부의 최측근 호위이자 풍림사영의 1인인 흑영일 것이다.


“저 자가 흑영이 맞는다면 왜? 대고모부의 곁을 떠나 히로이의 곁에 있는 거지? 이 닌자들이 히로이가 데리고 온 거라면 왜? 우리들을 아니 나를 공격하고 있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수는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격렬했던 싸움은 멈춰있었다. 하지만......, 현수의 의혹은 다른 곳에서 밝혀졌다.


“구보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맞죠? 왜? 아저씨가 우릴 공격하고 있는 거죠?”

“구보 아저씨라고?”


믿을 수 없다는 어조의 카렌의 말이 폐공장을 찢었다.

놀랍게도 현수 일행을 공격한 닌자들 중에 그녀들이 아는 자가 들어있었다. 그잔 놀랍게도 대고모부 저택에 고용된 이들 중 하나로 정원사였다. 현수 하고도 몇 번인가 인사를 해서 얼굴을 알고 있는 자였다. 그런 그가 왜? 우릴 공격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현수에게 들었다. 그 해답은 저기 난간 뒤에 서 있는 히로이에게 있을 것이다.


“구보 아저씨, 아저씬 흑귀잖아요. 왜? 흑귀들이 우릴 공격한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이리 처참하게 밀렸던 거군요. 우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 이건 회장님의 뜻인가요?”


하찌스까 사유리의 감정이 섞이지 않은 차가운 말에도 구보로 지칭된 닌자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이 떨리는 것은 그와 가까이 있는 쿠노이치들을 비롯해서 현수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그들이 명령에 복종해야하는 닌자들이라지만 그들은 어쩌면 자의가 아니라 강제로 이 자리에 내몰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것이 쿠노이치 중에서 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인 것 같았다.


“너 히로이지? 네가 왜 이 자리에 있는 거야. 대고모부는 네가 이러는 것을 알고는 있니?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거니?”

“이런 이런 나를 알아보았어. 현수 형, 그냥 모르는 채 죽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를 죽이려고 이런 일을 꾸민 거야?”


현수는 지금 이 상황이 답답했다. 뭔가 놓치는 것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도련님이라고....... 왜? 도련님이 이런 일을 꾸미신 걸까? 그래서 구보 아저씨가.......’


현수와 히로이가 말을 주고받는 것을 듣던 하찌스까 사유리가 현수 옆으로 다가가려하자, 어둠 속에서 사슬낫들이 날아와 그녀의 이동을 막았다. 사슬낫을 잘라버리려던 하찌스까 사유리 역시 그대로 몸을 피해 쿠노이치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현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를 비롯한 쿠노이치들에게 그대로 있으란 신호였다.

현수는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그리고 대고모부의 최측근 호위인 흑영이 대고모부의 곁을 떠난 히로이의 옆에 있는지도 알아야 했기에 히로이에게 말을 건넸다.


“히로이, 네 옆에 있는 자가 흑영이지? 내가 알기론 흑영은 대고모부의 최측근 호위인데 그런 자가 왜 이곳에 너와 같이 있는 거지? 설마 대고모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역시 촉이 좋아. 그 늙은이는 이미 죽었지.”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대고모부가 왜 죽어?”


히로이의 말에 하찌스까 사유리를 비롯한 쿠로이치들 사이에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뜻밖에도 어둠 속에 숨어있던 닌자들 중에서도 고개를 떨어드리는 닌자들이 꽤 있었다.


“야. 히로이, 대고모부가 왜 돌아가셔? 또 늙은이라니 그게 무슨 망발이야?”

“그러게나, 그냥 뒷방 늙은이로 살았더라면 그래도 남은 생명은 유지할 수 있을 텐데. 쓸 때 없이 몰라도 될 비밀을 알아서 그 질긴 목숨을 단축했지.”

“히로이, 대고모부가 진짜 돌아가시기라도 한 거야? 진짜냐? 이 미친놈아, 그래 친할아버지를 그렇게 돌아가시게 한 것이 네 입에서 나올 소리야. 이 개자식아.”

“누가 친할아버지야. 그는 내 친할아버지가 아니야.”

“히로이, 그게 무슨 말이야? 대고모부가 친할아버지가 아니라니?”

“내 아버지가 그 자의 아들이 아니니까, 당연히 그 자가 내 친할아버지가 될 수가 없지.”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히로이?”

“내 친할머니는 아버지의 유모로 알려진 그 분이 내 친할머니야.”

“돌아가신 숙부님의 유모가 내 할머니라고 어떻게 그럴 수가? 분명 숙부님은 대고모부와 대고모 사이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히로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야?”

“아니, 아버지는 쌍둥이로 태어난 게 아니야. 쌍둥이들 중 하나와 바꿔치기 한 거지. 물론 처음엔 그럴 의사가 아니었다고 해. 하지만 마지막에 태어난 아기가 사산을 한 까닭에 간호사로 산모를 돕던 할머니의 언니가 아사이 가문의 책임 추궁을 두려워해서 당시 같은 병원에서 할머니가 낳은 아이를 사산한 아기와 맞바꾸어 그 자리를 모면했다고 하더군. 물론 사산한 아기는 할머니의 자식으로 해서 처리했지만.”

“그럴 수가. 히로이, 당시 지켜보는 눈이 많았을 텐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지. 하지만 그게 이루어졌어. 그 자의 측근 경호를 맡은 흑영이 아이의 아버지였기 때문에 그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졌지.”

“흑영이 네 친할아버지라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히로이의 말에 치를 떠는 현수 외에도 히로이의 폭탄 같은 말은 쿠로이치들 뿐만 아니라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흑귀들 사이에도 큰 동요를 일으켰다. 대부분의 흑귀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고 주군 가문의 적장자인 히로이를 따르던 상황이었기에 히로이가 아사이 가문의 적장자가 아니란 사실은 흑귀들에게 큰 충격을 준 것이었다. 게다가 히로이가 주군인 아사이 회장을 죽였다니 그 사실을 모르던 흑귀들 중에선 동요가 클 수밖에 없었다.


“다들 조용히 해. 왜들 이리 시끄러운 거야?”

“도련님, 지금 한 말이 사실입니까? 도련님이 아사이 가문의 혈통이 아니란 것이 진정으로 사실입니까?”

“구보, 이 자리는 당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오. 그대는 흑귀, 오래전 쇼군의 지시에 따라 아사이 가문에 온 핫도리 가문에 귀속된 존재. 그대는 내 말을 따라야 할 것이다.”

“핫도리 한조, 그대는 흑귀들의 수장이기 이전에 아사이 가문에 속한 풍림사영의 1인이 아니요. 그동안 아사이 가문에서 당신의 핫도리 가문에 베푼 은혜가 깊은데 그걸 외면하겠단 말이요. 아니 당신 때문에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면 당신은 조상들이 아사이 가문에 한 맹세를 이미 어겼다는 말인데, 내가 왜 당신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오.”


구보의 말에 동의라도 하는 듯 적지 않은 수의 닌자들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와 쿠노이치들의 옆에 섰다.


“또 없나? 죽을 자리로 찾아든 불나비들이. 허나 명심해라. 너희들의 결정이 고향에 있는 너희 친척들에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히로이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몇 명의 닌자들이 또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젠장, 작은 아버지 따르지 않는 자들은 모두 처리하지요? 저들의 고행에도 손을 써 두었겠지요. 따르지 않는 자들은 보듬어 갈 필요는 없어요. 이번 기회에 모두 정리하고 가지요.”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남은 핫도리 일족만으론 저들을 처리하기가 어렵구나. 아무래도 저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예, 작은 아버지. 자 다들 들었겠지요. 그럼 청소를 부탁합니다.”


히로이의 말이 떨어지자 히로이와 흑영 뒤에 서 있던 세 명 중 한 명이 난간에서 뛰어내려왔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 자는 검정색 양복에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30대 초반의 남자였다. 불빛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현수와 그를 중심으로 뭉쳐있는 쿠로이치와 흑귀들을 응시했다.

그 자는 손을 내밀어 까닥거렸다.

그것을 본 카렌이 수중의 닌자도를 움켜쥐고 뛰어나갔다. 카렌의 고유 스킬은 염력이었다. 뛰쳐나간 카렌의 등 뒤에서 수리검 하나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더니 카렌의 공격에 맞추어 사내의 정수리로 떨어져 내렸다.


“윽-.”


짧은 비명과 함께 뒤로 튕겨나간 카렌의 눈에 수리검을 잡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잔 들고 있던 수리검을 카렌에게 던졌다. 이미 예상하지 못했던 사내의 반격에 강한 충격을 받고 자세가 흐트러진 카렌은 수리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카렌의 위기에 앞으로 뛰어나가는 현수의 눈에 암전이 드리워졌다.


‘젠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이계편을 쓰고 있습니다. 24.07.14 10 0 -
42 과거 문명과의 조우(4) 24.09.11 3 0 13쪽
41 과거 문명과의 조우(3) 24.09.01 5 0 17쪽
40 과거 문명과의 조우(2) 24.06.01 10 0 16쪽
39 과거 문명과의 조우(1) 24.05.26 11 0 17쪽
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29 블루 워터 시(4) 24.04.27 14 0 19쪽
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7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5 0 17쪽
26 블루 워터 시(1) 24.04.13 15 0 16쪽
» 추악한 진실 24.04.10 18 0 18쪽
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8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8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19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1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2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4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2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