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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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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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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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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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콜로니(5)

DUMMY

아이언 콜로니와 거래를 하며 공을 들인 대머리는 이 콜로니를 차지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호의를 보였던 양 씨를 배신했다.

대머리는 양 씨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그를 이용해서 아이언 콜로니의 출입구를 지키는 ‘미혹의 안전지대’ 란 고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 이재욱을 포섭하려고 했지만 그가 완강히 저항해서 결국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밖에 양 씨의 대동하고 아이언 콜로니를 차지하기 위한 결정적인 묘수가 될 수도 있는 촌장의 직계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 것도 실패했다.

결국 대머리가 두 갈래로 진행하던 아이언 콜로니 점령 계획이 양 씨의 무능으로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멍청한 양 씨 같으니, 그 좋은 기회를 받아먹지도 못하고 날려버리다니, 아까워. 정말 손 안에 다 들어왔었는데. 양 씨, 저 쓸모없는 녀석이 다 날려버렸어. 그래도 저 녀석....... 양 씨 덕분에 콜로니 출입구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지만 굳이 이곳을 차지한 후 그를 영입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계획대로 이 콜로니를 지키는데 꼭 필요한 자원인 이재욱을 얻고 촌장의 가족만 잡을 수 있었다면 앞으로 남은 자신의 인생이 즐거울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에 대머리는 많이 아쉬웠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대머리는 아이언 콜로니가 소유하고 있다고 짐작되는 제단만 소유할 수 있다면 이곳에 정착을 한 뒤 사람이나 물자가 부족하다면 은밀히 다른 곳을 약탈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대외적으로 점령한 아이언 콜로니를 포장하기 위한 얼굴마담으로 촌장이 안 되면 저 놈의 자식들 중 쇠를 다루는 자 한 명만 있으면 됐다.

그렇게 나가다보면 자신의 꿈인 수많은 약탈자들이 도시에 모여 각자 약탈한 물자를 교환하고 향락을 즐기는 그야말로 약탈자들의 도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일촉즉발, 두 무리가 다시 싸우려고 할 때 그들 사이에 두 덩이의 머리통이 떨어졌다. 그것을 본 양 씨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 머리통의 주인들은 인질로 잡혀있던 양 씨의 두 아들이었다.


“크야-, 재형아, 재만아. 야! 이 대머리야, 왜 내 아들들을 죽인 거야. 네가 원하는 데로 다 해줬잖아?”

“아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이야?”

“대장, 글쎄 저 놈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하지 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었소.”

“이런 젠장......., 그래도 일이 끝날 때까진 살려뒀어야지.”

“미안하게 됫수. 대장.”


대머리의 말에 신장이 2m정도 되는 건장한 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가 든 참마도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놈, 죽여 버리겠다.”


눈이 뒤집힌 양 씨가 자신의 아들들을 죽인 참마도의 주인을 공격하는 것을 기점으로 두 무리의 혈투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머릿수에서 배가 넘는 약탈자들의 공격에 콜로니 사람들은 하나둘 무력화되어갔다. 양 씨 역시 참마도에 목이 달아났다.

망치를 휘두르면 약탈자들에 저항하던 석주형은 자신과 실력이 비슷한 양 씨의 목이 몇 수만에 날아가는 것을 보자, 더 이상 저항하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싸움이 끝났던 출입구 방면의 분지에서 다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다가 잠잠해졌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안쪽 분지로 들어왔다.

대도를 휘두르며 사람들을 핍박하던 대머리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안쪽 분지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쳐다봤다. 그런데 선두에 선 이들은 언 듯 봐도 애송이들이었는데 그들 중에 야영지에 있어야 할 둘건과 그녀가 감싸고돌던 남자 노예가 보였다.


‘왜? 둘건이 여기에 온 거지?’


하는 의문이 대머리에게 들었지만 저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건 출입구 방면에 있는 부하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 의미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살귀까지......, 그렇지 않다면 그 지독한 살귀가 아이와 여자들이 많은 저 무리를 통과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것들이 살귀의 손에서 벗어난 거지? 하는 의문이 대머리에게 들었다.


‘생목숨을 따는 비명소리가 다시 들린 그 짧은 시간에 여자와 아이들이 주류로 보이는 저것들이 밖에 있던 애들을 다 죽인 건 아니겠지? 설마 저들 속에 고레벨의 플레이어라도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자 대머리는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살귀와 비슷한 실력의 자신은 결코 저 애송이들로 보이는 녀석들 속에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고레벨의 플레이어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애송이들 중에 오드아이를 가진 살케 종족인들이 보였다. 그들 중 살벌한 살기를 흘리며 다가오는 쌍둥이처럼 꼭 닮은 금발여자들이 보였다. 대머리는 오드아이를 가진 저 여자들이 얼마 전 자신들이 약탈한 야생 살케 부족에서 획득한 노예들로 약간의 소동 끝에 헤븐으로 가는 상단에 노예로 팔아버린 그 여자들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어로 실력도 있었지만 촉 하나로 지금 자리까지 올라온 대머리가 싸한 위기감에 빠졌을 때 살케 종족의 여자가 소리를 질렀다.


“주인님, 저 대머리가 저희 부족을 공격한 그 약탈자들의 두목이 분명해요. 야! 너 잘 만났다. 우리 부족 사람들을 어디로 팔아먹은 거냐?”

“저 미친 노예 년이 왜 저래. 좋은 주인을 소개해 줬으면 되지, 뭐라는 거야.”


미처 현수가 대답을 주기도 전에, 자신이 살던 부족을 붕괴시킨 주범을 보고 눈이 뒤집힌 헬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장도를 휘두르며 대머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양씨를 죽인 참마도를 든 남자가 헬레나를 가로막았다. 참마도를 든 남자의 시선이 헬레나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꿀이 뚝뚝 떨어졌다. 아마도 자신의 마음에 헬레나가 든 것 같았다.

힘에서 밀린 헬레나는 바로 위기에 빠졌지만 참마도의 사내는 헬레나를 죽일 생각이 없는지 몰아붙이지만 했다. 그러자 장궁을 든 셀레나와 아름이가 헬레나를 돕기 위해 나서자 아이언 콜로니 사람들을 공격하던 3명의 약탈자가 셀레나 등을 막아섰다.

그들로서는 보기 힘든 미모를 가진 싱싱한 먹이들이 나타나주었으니 얼씨구나 하고 대머리가 나서기 전에 셀레나와 아름이를 탐을 낸 것이다. 2성급 플레이어인 대머리의 친위대인 이들은 1성급인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동안에 레벨을 거저먹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아직 근접 싸움에 미숙한 셀레나와 아름이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자 콜로니 사람들을 몰아붙이던 약탈자들이 물러나더니 현수 일행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대머리의 얼굴에 히죽거리며 포식자의 미소가 되살아났다.

어떻게 살귀와 부하들을 처리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눈앞에 허우적거리는 여자들을 보자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이다. 조금은 편안해진 그의 시선은 현수의 일행들을 둘러봤다.

살케 종족으로 보이는 소년을 중심을 여자와 아이들이 포함된 이들이 모여 있었고 그 외에는 둘건과 어려 보이는 남자인데......., 권총을 찬 저 어린 애새끼가 고레벨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자 그것이 믿어지지 않은 대머리는 살귀나 바깥쪽 분지에 있던 부하들이 무언가 실수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들에게 쳐 발릴 까닭이 없었다.

한편 새로운 이들과 대머리의 부하들이 접전을 시작하자 석주형은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불러 모을 수가 있었다.

상처투성이인 두 아들과 석궁을 들고 아이들을 지키던 맏며느리와 막내딸, 그리고 약탈자에 맞서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대장장이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석주형의 뒤로 모여들었다. 그 수가 이십 여명이 안 됐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겨우 이들 밖에 안 된단 말인가? 정기와 상헌, 재호를 제외하고 다들 죽은 것인가? 죽일 놈들.’


석주형은 제자나 다름이 없는 이정기, 한상헌, 박재호 등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다들 죽은 것을 알자, 폭발할 것 같은 분노로 머리 뚜껑이 열렸지만 자신을 포함해서 생산직 플레이어에 불과한 자식들과 제자들로서는 저 흉악한 약탈자들을 상대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었다.

진작에라도 철을 다루는 생산직이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좀 더 무기를 다루는 것에 신경을 썼어야 했었다는 것에 석주형의 마음에 회한이 가득 찼다. 다행이 외부인들이 들어와 한숨은 돌렸지만 이내 그들이 약탈자들에 의해 곤경에 빠지는 것을 보자 석주형의 속은 다시 타들어갔다.

쌍둥이들이나 아름이가 약탈자들에게 밀리는 것을 보자 현수는 장도를 하단으로 늘어트리며 앞으로 나갔다.

현수의 발걸음은 거칠 것이 없이 내달려 헬레나가 고전하는 틈을 파고들었다.

허겁지겁 밀려나는 헬레나를 등지고 좌우로 후려치고 베어대는 현수의 장도에 참마도를 든 남자가 맥없이 물러났다.

참마도를 든 남자도 플레이어였지만 겨우 1성급 실력에 휘두르고 내리치는 것밖에 모르는 실력으로 3성 끝자락에 극한 무술인 호랑이 도법으로 상대하는 현수의 장도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자신이 뒤로 밀려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이 일그러진 그는 참마도를 휭으로 휘둘렀다. 꾀 넓은 범위가 사정권에 드는 수법으로 이것으로 많은 재미를 본 그로서는 현수가 이 수단을 막아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참마도를 든 남자의 희망이었다.

참마도가 현수의 가슴을 실낱같은 차이로 휩쓸고 지나가자 고속 스킬로 참마도를 쓰는 남자의 품으로 다가간 현수의 손이 그의 가슴을 두드리자 남자의 가슴이 움푹 꺼지며 뒤로 튕겨나갔다. 무려 10여 미터나 뒤로 날아간 남자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즉사한 것이다. 그건 진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니 현수의 일행을 제외하고는.......

그것을 본 대머리의 얼굴이 썩어들어 갔다.


‘아! 시발, 좇 됐다. 눈치 하나로 살아온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다니. 저들이 살귀와 부하들을 처리하고 여기 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연히 내가 저 권총을 찬 애새끼가 문제라는 것을 파악했어야 됐는데.’


대머리는 부하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달아날 구멍을 찾는데 싸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화살 한 대가 지척에 날아들고 있었다. 대머리의 대도가 화살을 자르며 지나갔지만 둘건이 날리는 화살은 대머리의 내심을 파악이라도 한 듯 계속 날아들었다.

화가 치민 대머리가 둘건을 쳐다보자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이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평상시 자신을 바라보던 무기력한 눈이 아니었다.

화살을 쳐내며 움직이던 대머리는 부하들을 죽이고 있는 현수를 의식했지만 정작 그를 가로막은 것은 석주형과 그의 두 아들이었다.

지치고 마력이 소진된 석주형 부자들은 잠시 뒤로 물러났다가 대머리가 도주하려는 것을 눈치 챘다. 이대로 콜로니를 피로 물든 대머리를 놓아줄 수는 없었다. 방패와 망치를 든 석 씨 삼부자들은 삼면에서 대머리를 포위한 뒤 맹수를 사냥하듯 몰아세웠지만, 처음의 기세와는 다르게 바닥을 기는 마력으로서는 대머리를 잡을 수는 없었다.

다행이 위험한 순간이 오면 언제나 어김없이 화살이 날아와 대머리의 공격을 제어했다.

여궁수 둘건의 도움이었다.

마지막 약탈자를 베어버린 현수는 석 씨 삼부자들이 대머리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고 그리로 달려들었다. 그의 참가는 대머리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맹수처럼 물어뜯듯이 날뛰던 현수의 장도가 대머리의 허리를 가르는 순간 석주형의 망치가 몸의 균형이 무너지던 대머리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 한 방에 대머리의 머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다.

수많은 콜로니를 약탈하고 인명을 살상하던 약탈자들의 수장인 대머리의 생애는 이로서 그 막을 내렸다.

콜로니를 습격한 약탈자들은 모두 사살했지만 콜로니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가옥은 불타고 많은 사람들이 해를 입었다. 가장 뼈아픈 것은 출입구를 막아주던 안전지대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의 사망이었다. 이재욱의 죽음으로 외부의 침입을 제지할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석주형은 공허한 시선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가족과 제자들을 지켜봤다. 그런 그에게 현수가 다가갔다.


“저 현수입니다. 기억하시겠습니까?”

“현수? 현수라니, 자네가......, 설마 2년 전 이곳에서 잠시 머물었던 그 현수라고?”

“예, 촌장님.”

“낯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네가 이렇게 성장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군. 자네 덕분에 이 한 목숨 건졌어. 아니 우리 가족 모두가 자네 덕분에 살아났지. 고맙네. 현수. 정말 고마워.”

“제가 뭐......, 그런데 앞으로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자네들은 어떡할 생각이지? 그냥 이곳을 지나치는 건가? 아니면......, 현수 그런데 오늘 밤은 여기서 쉬어갈 순 없겠는가? 자네들의 일정은 모르겠지만 현수 자네가 보다시피 지금 재욱이가 살해되어서 입구를 틀어막던 안전지대가 사라진 상황이라네, 오늘밤 굶주린 마수라도 침입하면 우린 다 죽은 목숨이지. 혹시 옛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곳에 남아 우릴 도와줄 순 없는가?”

“촌장님, 그건......, 저희도 일정이 있어서 계속 이곳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저흰 입구 쪽에 빈집이 있으면 그곳에서 쉬겠습니다.”

“고맙네.”


현수가 입구 쪽에서 묵겠다는 것은 오늘밤 출입구를 막아주겠다는 은유적 표현이었다. 그걸 안 석주형은 현수에게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현수는 죽은 석주형의 둘째 며느리에 대해서 말을 꺼낼까했지만, 그건 어쩌면 그에게 수치스러운 문제일 수도 있어서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는 알게 될 일이었다. 자신이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석주형은 외각 분지로 나가는 현수 일행을 지켜보다 고개를 숙였다.


‘이거 오늘 자기는 다 틀렸군.’


가옥들이 타는 화광 속을 걸어가는 현수는 이따금 기억 속에 있는 안면이 있는 시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못했다. 그들을 저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현수는 일행들과 나무와 같이 탈 수 있는 것들을 모아 넓고 높게 쌓아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약탈자들을 제외한 시체들을 올려놓았다. 그런 것이 하나둘 점차 늘어갔다. 그들이 하는 것을 본 콜로니 사람들도 돕기 시작했다.

둘째며느리의 시신도 그들 속에 놓았지만 바로 석주형이나 가족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현수는 콜로니 사람들의 시신을 태우는 것은 석주형이 할 몫이라 생각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석주형과 사람들이 분지 안쪽에서 나와 현수 등이 한 일을 알고는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내 며느리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그때 현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석주형의 막내딸인 수진이었다.


석수진(6성, 레벨-3)

고유 : 연금술(룬)


현수가 기억하는 수진이는 남자아이들과 같이 콜로니를 뛰어다니며 놀이를 하던 선머슴같이 여자아이였다. 그런데 무려 6성급 연금술사였다.

그런데 왜? 레벨이 3밖에 안 되는 걸까? 3이라면 6성급 플레이어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마력이 몸에 쌓이는 수준일 것이다.

현수 생각으로는 아마도 마수 사냥을 즐겨하지 않는 생산직 플레이어의 성격상 오빠들을 키우기에도 부족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자인 그녀에게까지 플레이어의 마력을 키우기 위해 체내로 흡수할 귀한 마석 분배가 돌아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수는 어쩐지 콜로니 분위기를 미리 알고 잠재력 6성인 그녀가 자신이 플레이어란 사실을 숨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수진이 외에도 석주형의 두 아들과 아직 어린 손자도 모두 잠재력이 3성급이거나 2성급인 대장장이였다.

석주형이 시체더미에 불을 붙였다.

쇠 냄새와 망치 소리가 가득했던 콜로니에 시체 타는 냄새가 스며들었다. 그것을 잠시 지켜보던 현수는 일행들을 데리고 타지 않은 빈집을 골라 들어갔다. 일행들을 쉬게 한 뒤 현수는 집밖에 나와 쓰러져 있던 걸상을 세워 앉았다.

콜로니의 입구를 바라보는 현수의 손이 어느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 눈을 뜬 이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여본 적이 없었다. 아포칼립스 세상이었다. 이 세상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현수였지만 오늘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어느새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밝기 시작했다.

밤을 꼬박 지새운 현수 옆에 석주형이 다가와 땅바닥에 앉았다.


“며늘아기를......, 신경써줘서 고마웠네.”

“괜찮으십니까? 촌장님. 저희가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 왔어야 했는데......”

“이렇게 도우려 와주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네. 자네들이 안 왔다면 우린 노예가 되거나 다 죽었겠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헌데 현수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부탁이요?”

“이런 말을 하기가 미안하지만 현수 자네가 있는 곳이 헤븐에 있는 야차대가 아닌가? 그곳엔 우리 대장장이들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우리 같이 쓰임이 많은 장인들이라면 필요할 것이네. 자네가 좀 다리를 나주게. 그래줄 수가 있겠는가?


콜로니 사람들의 시체를 화장한 석주형은 현수에게 자신들을 데리고 갈 수 없겠느냐고 했다. 즉 야차대에 들어오겠다는 말이었다. 석주형이 현수가 걸친 완갑에서 야차대의 문장을 알아본 것이다. 그 역시 콜로니에 출입하던 사람들에게서 헤븐의 야차대에 대해서 들은 봐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본 현수에게 야차대에 의탁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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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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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7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4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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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7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7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19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1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2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3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1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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