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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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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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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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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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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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문명과의 조우(4)

DUMMY

현수의 얼굴에 살짝 불편한 기색이 떠올랐다.


‘이거 시간이 너무 걸리네. 밖에서 다들 걱정하겠는데. 그래도 노련한 영수 아저씨가 있으니 별일이야 없겠지.’


자신들의 뒤를 쫓고 있는 자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현수는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헬레나 등이 그들과 충돌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이영수가 있으니 다들 잘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꽤나 긴 시간이 흘러갔다.

조금은 기다리는 것이 무료해질 때, 주변을 둘러보며 가이아를 기다리던 현수는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각종 기기들이 달려있거나 혹은 놓여있어 그 모습이 마치 외화인 TV드라마 스타트렉에 나오는 조종석과 흡사해 보이는 긴 테이블로 다가갔다.


‘뭐지? 저게.’


다수가 앉을 수 있는 구조로 조종석과 비슷해 보이는 긴 테이블은 통유리에 붙어있었는데, 통유리의 단면을 이용해서 조금 전까지 각종 정보를 쏟아내던 스크린들이 하나둘 통유리에서 사라지자, 스크린 등에 가려졌던 통유리 너머 어둠 속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빈 의자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통유리에 얼굴을 바싹 갖다 댔지만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는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여서, 현수로서는 도무지 그 규모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수는 그 무언가에 강한 끌림을 느꼈다.


“저건, 아틀라스 시티입니다. 총독님, 아틀라스 시티는 태흥우주조선소에서 마지막으로 건조한 우주 도시입니다.”

“응?”


현수는 옆에서 들린 여자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처음 보는 여자 한 명이 바로 곁에 서있었다.

그것도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이 보이는 완벽한 여자가 멋진 청색 바탕에 적색 띠가 옆면에 띠처럼 가미된 프로텍터를 입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현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본 그녀는 현수에게 정신적으로 충격을 줄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그녀를 보는 현수의 마음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오히려 현수를 당혹시킨 것은 이 여자가 자기 옆에 다가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4성급 플레이어인 자신이 전혀 인지를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자, 낯선 이 여자가 두렵기도 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청소년인 현수의 마음이 시계추처럼 흔들리며 혼란 그 자체였다.

하지만 현수의 손은 어느새 허리춤에 있는 도를 잡고 있었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적이라면 지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란 것을 빠르게 깨달았던 것이다. 이 세상에 온 후 올엔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에 도를 잡은 현수의 손이 땀으로 젖어갔다.


“누구세요?”

“총독님, 저 가이아입니다.”

“가이아? 설마, 당신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인 가이아라고요?”

“예, 총독님.”

“어떻게? 가이아는 사람이 아닌데.......”

“아! 이 모습 때문인가요? 그건 총독님께서 제가 특급 의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셔서 제가 이 의체를 사용하기로 한 겁니다. 제 모습이 총독님 마음에 드십니까?”


가이아는 흔들리는 현수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름대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현수의 인간적인 반응이 가이아는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현수는 아름다운 여인이 가이아란 것을 알자, 처음 그녀를 보고 영혼에 충격이라도 받은 것 같이 흔들렸던 마음이 점차 진정되어갔다.

가이아가 의식하지 못하게 노선사에게 배운 청명호흡법을 응용한 깊은 심호흡을 몇 번 되풀이하자, 현수의 눈에 더 이상 가이아가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거칠 것 없는 질풍노도기를 살고 있는 현수라지만 가이아의 실체를 알고 나서는 그녀에게 이상한 열기를 느낄 리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마음에 들지. 그런데 가이아, 아틀라스 시티가 뭐지? 저 통유리 밖에 보이는 거대한 구조물을 아틀라스 시티라고 부르는 건가?”

“예 총독님. 아틀라스 시티는 태흥이 건조한 아틀라스 시리즈 중 여섯 번째로 건조 된 우주 도시입니다. 저 우주 도시는 시티라는 휴멘시 AI가 관리하는 우주 도시로 최대 백만 명까지 인간이 거주할 수 있습니다. 선체의 길이가 5km, 폭이 2km 높이가 1,2km에 이르는 중형 우주 도시지요.”


특히 가이아의 말을 들어도 그 크기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아틀라스 시티에 백만 명까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다는 가이아의 말에 현수는 거의 기함 할 정도로 놀랐다.


“휴멘시 AI가 관장하는 우주 도시라고? 가이아의 말을 들어도 그 크기가 짐작조차 되지 않아. 게다가 거주가 가능한 인구가 백만 명이라니...... 가이아.”

“예, 총독님.”

“가이아,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휴멘시 AI란 게 뭐지?”

“휴멘시 AI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전략적 인공두뇌를 말하는 겁니다. 또한 휴멘시 AI의 다양한 다운 그레이드 버전은 실생활 속에 인간이 접하고 있는 수많은 기기들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 멋지군. 혹시 가이아도 휴멘시 AI인가?”

“예, 총독님. 저 역시 휴멘시 AI입니다. 이 우주조선소를 총괄하는 최상위 버전이지요. 하지만 총독님. 저 아틀라스 시티는 총독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멋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슬프게도 인간들에게 아니 초대 총독님에게서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우주 도시이기도 하지요.”

“초대 총독에게서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우주 도시라니. 이거 참. 저 거대한 것이 중형 도시라는 것도 놀랍지만 초대 총독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우주 도시라니.......”

“그렇게 된 건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버려진 무덤에도 사연은 있으니까? 아틀라스 시티가 그렇게 된 대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


그때 현수의 머릿속에 [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마치 처음 가이아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이아, 혹시 시티가 나와 대화가 가능할까?”

“물론, 가능합니다. 그리고 시티 역시 총독님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한 번 대화를 해 보시겠습니까?”

“시티가 나와 대화가 가능하단 말인데......., 그렇다면 한 번 해보지 뭐. 시티, 내 말이 들리나?”

[예, 총독님.]


역시 현수는 자신의 느낌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시티가 자신에게 먼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었다.


“이거 진짜 대화가 되네. 1700여년이 지났는데 가이아의 말처럼 시티 역시 살아있었어. 도대체 너희들을 지금까지 유지를 시켜 준 에테르란 게 도대체 어떤 에너지야?”

“총독님, 에테르에 대해 궁금하세요?”

“그래 가이아가 설명해줄 수 있어?”

“예, 에테르는 행성의 생명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행성의 생명력이라고?”

“예, 총독님, 에테르는 행성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유지 존속시키는 근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행성에서 생명력을 축출하는 비법은 약탈 종족인 바쿰 종족이 개발한 것인데, 바쿰 종족에게 에테르를 갈취당한 무수한 행성들은 우주의 먼지로 사라졌지요. 이 행성 역시 행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극소량의 에테르만 남기고 모든 에테르를 바쿰 종족에게 빼앗겠습니다.”

“그래서 지구의 모습이 이렇게 된 거로군.”

“총독님께선 역시 초대 총독님의 지식을 이어받았군요.”

“가이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건 총독님께서 지구란 단어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지구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 초대 총독의 지식을 이어받은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지구란 단어는 바쿰 종족에 의해 금지된 단어에 들어갑니다. 이 행성은 세쿰-28467행성이지요. 아마도 지금 이 행성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라면 지구란 단어를 모를 걸요? 그뿐만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이면 바쿰 종족에 의해 금지된 이 행성에서 사용하던 여러 언어들도 대부분이 사장되었을 거구요. 그런데 총독님께선 초대 총독님과 연관이 없다면 어떻게 금지된 단어를 알고 계신 걸까요?”

“그건.......”


순간 현수는 자신의 비밀을 가이아에게 말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수는 묵묵히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가이아가 자신에게 귀속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가이아와 자신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불연 듯 든 건, 아무리 자신이 처한 이 상황에 잘 적응해가고 있는 현수라 할지라도 아직 청소년을 벗어나지 못한 질풍노도기를 살고 있는 청소년이었다.

현수는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아니 가슴속 깊이 묻어둔 두려움이나 외로움에 대해 깊이 있게 상의할 누구가가 필요한 나이였다.


‘그래, 저쪽 세상에 오 사부나 보라 누나가 있지만, 나에게도 한 사람쯤은 깊숙한 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그렀다면 나에게 귀속된 가이아라면 비밀도 지켜지고 아주 훌륭한 의논 상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현수는 생각을 정리하자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가이아를 바라봤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어떤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물론 절친인 태희만을 제외하고.......

하지만 마음을 다잡은 이젠 아름다운 가이아를 바라보는 현수의 눈과 표정엔 그 어떤 사심도 깃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역시 그 날부터 시작해야겠지. 내가 집에서 밤늦도록 공부를 하고 있던 중 아마도 잠이 들었었나봐. 그런데 잠에서 눈을 뜨자, 난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뜬 거야. 가이아, 이걸 믿을 수 있겠어?”

“예, 총독님. 저는 총독님이 하시는 말을 믿어요. 그래서요?”

“그곳은 무너진 도시였지. 낯선 세상의 두려움에 나 그곳을 빠르게 벗어났어. 아니 달아났다고 해야겠지. 그 뒤 두려움에 찬 나는.......”


길고 긴 이야기였다.

현수는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헬레나 등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그렇게 된 거야.”

“정말 놀라운 이야기군요.”

“가이아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지?”

“제가 말한 놀랍다는 말이 어쩌면 총독님께서 느끼시고 계신 말과는 조금은 뉘앙스가 다를 수도 있는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말이지. 가이아?”

“지금 총독님의 상태창과 초대 총독님의 상태창이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니까요. 다만 잠재력이나 스킬 등이 총독님 월등하다는 것을 배재하면,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스킬들이 있어요. 여러 스킬에 (룬)이란 것이 붙어있는 것도 그렇고요. 특히 해석안(룬)같은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선 찾아보기 드문 스킬이었죠.”

“그런가? 초대 총독이란 분이 나와 그리 닮은 점이 많았나?”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가이아, 좋은 생각이라니 뭐지?”

“사실 초대 총독님께서 이곳을 떠나실 때 아틀라스 시티를 아공간(룬)에 넣어가려고 하셨지요.”

“시티를 아공간에?”

“예, 그런데 초대 총독님의 아공간에 아틀라스 시티가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물론 초대 총독님의 아공간(룬)엔 상당한 물자가 들어있었지만, 저 아틀라스 시티까지 넣어가기에는 아공간 용량이 크지를 않았지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저 시티를 총독님의 아공간(룬)에 한 번 넣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시티를 내 아공간(룬)에 넣어본다고. 저 거대한 시티를.......? 저게 내 아공간(룬)에 들어갈까?”

“한 번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현수는 통유리 넘어 보이는 거대한 우주 도시인 아틀라스 시티를 쳐다봤다.


‘저 거대한 도시가 내 아공간(룬)에 들어갈 수 있을까?’


현수는 자신의 아공간(룬)을 상상하자, 끝을 알 수 없었던 아공간(룬) 안이 생각났다. 어쩌면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티, 너를 내 아공간(룬)에 넣어보려 하는데 이곳을 나가고 싶은 생각은 있는 거니?”

[저는 이 태흥우주조선소의 주인이신 총독님에 귀속되어 있습니다. 총독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나한테 귀속되었다는 것을 기억해. 시티.”

[예, 총독님.]


현수는 아틀라스 시티를 자신의 영지가 있는 남태평양에 넣을 생각을 했다. 라클란 자치령에 속한 바다 속이라면 저 아틀라스 시티를 충분히 숨길 수 있을 것이었다.

현수는 자신의 영지가 있는 그곳이라면 다시 시티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에테르를 마음 것 흡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좋아. 그런데 가이아. 시티 옆으로 갈 수 있을까? 이곳에선 시티를 아공간(룬)에 넣을 수가 없는데......”

“이쪽으로 오시지요.”


가이아는 현수를 안내해 아틀라스 시티가 있는 격납고를 데려갔다.

격납고는 정말 터무니없이 컸다. 아니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 커다란 녀석이 과연 내 아공간(룬)에 들어갈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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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과거 문명과의 조우(3) 24.09.01 6 0 17쪽
40 과거 문명과의 조우(2) 24.06.01 11 0 16쪽
39 과거 문명과의 조우(1) 24.05.26 12 0 17쪽
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29 블루 워터 시(4) 24.04.27 15 0 19쪽
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8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5 0 17쪽
26 블루 워터 시(1) 24.04.13 16 0 16쪽
25 추악한 진실 24.04.10 18 0 18쪽
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8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8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20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2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3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4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2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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