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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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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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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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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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DUMMY

기이한 기운을 흘리는 호두알 크기의 은빛 각성석에 심정적으로 강한 거부감이 들어 잠시 망설였던 것과는 달리 각성석이 입안에 들어가자 부드럽게 삼킬 수가 있었던 오철웅은 이내 오랜 기간 수련을 하면서 어렴프시나마 느껴왔던 기가 몸 안에서 꿈틀대자 호랑이 호흡과 명상에 빠져들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현수에게 들었던 것이 치달리는 기운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철웅(5성. 레벨-12)

스킬 : 호랑이 호흡(고급), 호랑이 도법(고급), 호랑이 격술(고급). 무예신보.


현수는 떠오른 오철웅의 스킬창을 보고 미소 지었다.


'5성급 플레이어라......, 생각한 것보다 조금 약하긴 한데, 그래도 저 정도라면 이쪽 세상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수 있겠지. 사부님도 저게 스킬로 뜨네. 나와는 달리 오랜 기간 수련을 해와서인지 스킬 수준도 고급으로 뜨고, 다만 저게 고유 스킬이 아닌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각성석을 통해서 부여받은 거니깐 어쩔 수 없지. 레벨도 12면 준수하고. 그런데 사부님은 치료사란 스킬이 빠지고 뜬 무예신보는 뭐지? 알려주기 전에 무예신보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고 좀 답답하네.'


현수는 각성석을 통해 플레이어가 된 오철웅의 상태창을 보며 조금은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각성석이 이쪽 세상 사람에게도 통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사실 현수의 기억 속에는 개마 시의 한 씨 가문의 가족들에게서 들었던 각성석의 지식이 있었지만 직접 각성석을 복용하는 것을 본 적은 기억 속에도 없었다.

기분이 좋아진 현수에게 초조한 기색으로 다음 차례를 기다리며 명상에 잠겨있는 오철웅을 지켜보는 연보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 역시 다음 차례가 자신이란 것을 알고 전전긍긍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자신이 초인이 될 수 있다는 흥분과 그로 인해 변화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보라 누나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현수의 뇌리를 스쳐갔다.

현수가 두 사람을 통해 알아보려고 한 것은 수련을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각성석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야 그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무력 수준을 높이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철웅을 지켜보던 현수는 그가 깊은 명상에 잠기자, 잠시 수련장에서 벗어나 옥상 난간에 기대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청심정의 지붕이 보였다.

멍하니 그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현수는 옆에 다가온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향수를 쓰지 않는데도 기분 좋은 향기가 맡아졌다. 연보라였다.

이젠 곁으로 표현을 하진 않지만 할아버지와 부모를 한순간에 모두 잃어버린 자신의 슬픔이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곁에 있는 두 사람과 그를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있었기에 그 역시 텅 비어버렸던 허한 마음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그랬기에 연보라에게도 각성의 기회가 주어진 것이지만......, 하지만 오철웅과는 달리 연보라의 각성에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무려 이 시대의 초인이 되는 기회가 주어지는 거였다. 아무런 조건 없이 각성석이 건네질 수는 없었다.


“연 비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어요?”

“도련님, 마음을 굳혔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사모님이 아니었으면 대학은커녕 어디 공장이라도 들어가 여공으로 살았을 거예요. 사모님은 꿈을 잃은 저에게 다시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준거예요. 그것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장례식 때 돌아가신 사장님의 도움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그 은혜를 어찌 다 갚을 수 있을지......”

“그렇다고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것은 좋지 못해요.”

“낭비라니요. 저를 초인으로 만들어주신다면서요. 오 실장님을 보니 도련님이 한 말이 이젠 실감 나는군요. 도련님, 전 도련님의 곁에서 비서로써 또한 이 한 씨 저택의 집사로 사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저에게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


현수는 사실 젊고 아름답고 총명한 아가씨를 비서이자 집사로 엮는 것이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플레이어가 된 그녀를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밖에 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연보라가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여 현수는 그녀에게도 각성석을 내밀었다.

요 며칠 동안 현수에게서 청명선서의 단전호흡법을 익힌 연보라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어떤 망설임도 없이 각성석을 먹었다. 이내 그녀의 상태창이 떴다.


연보라(3성, 레벨-0)

스킬 : 청명호흡법.


‘보라 누나는 잠재력이 3성이네. 저 정도면 잘나온 거겠지. 그래도 며칠 동안이지만 청명선사님의 단전호흡법을 익힌 것이 스킬로 나타났어. 그 덕에 3성이니 스킬은 두 개 정도 더 장착할 수 있겠지. 기존에 상의한 데로 누나에겐 염동력 스킬석과 음- 고속 스킬은 좀 과한 것 같고 3성급이니 신속 스킬석을 주면 될 것 같고, 5성급인 사부님은 상의한대로 고속 스킬석을 주면 되겠어.’


지금도 그렇지만 이제 각성석을 복용하고 플레이어가 된 두 사람은 두 세계를 살아가야 할 현수를 이 세상에서 도와줄 최측근이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현수는 심리적으로 큰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연보라가 명상에 빠지자 오철웅이 명상에서 깨어났다.


‘이것이 도련님이 말한 상태창이란 것이군. 5성에 호랑이 호흡(고급), 호랑이 도법(고급), 호랑이 격술(고급)에 무예신보라, 레벨은 12고......, 이 정도면 괜찮은 걸까? 도련님은 레벨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긴 하네.’


오철운은 명상에 깊이 들어간 연보라를 지켜보는 현수를 바라보자 그 기색을 눈치 챘는지 현수가 이쪽을 본다. 오철웅은 미소 지으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는 오철웅에게 미리 준비해 두었던 스킬석을 건네주었다. 고속 스킬석이었다. 현수는 해석안(룬)을 통해 스킬석의 조건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실로 무지막지한 능력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스킬석의 조건을 모르기에 잘못하면 자신의 고유 스킬이나 기존에 갖고 있었던 스킬과 상극인 스킬을 얻음으로서 폭망 할 수도 있었다.

역시 플레이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기존에 갖고 있는 스킬 트리에 맞는 스킬을 얻음으로서 스킬의 종류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스킬 개수를 넘는 그런 시도를 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너무 위험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해석안(룬) 스킬로 그런 시도가 가능했다. 경우에 따라서 스킬의 종류를 한정 짖는 잠재력 등급을 무시하고 속성에 맞추어 무한으로 스킬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는 오철웅은 현수가 건넨 스킬석을 거부감 없이 복용했다.

상태창에 고속이란 스킬이 새겨지자 오철웅은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이며 호랑이 격술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수련장에 가부좌를 튼 연보라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옥상의 나무 사이를 이동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스킬에 익숙해지면서 그의 움직임은 육안으로 따라가기 어려워지자 현수는 그에 동조해서 오철웅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기교는 오철웅이 앞섰지만 힘과 빠르기는 현수가 압도적이었다.

어느덧 명상에서 깨어난 연보라가 자신의 눈에 보이지도 않게 움직이는 두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내 그것을 포기했다. 두 사람이 옥상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녀로서는 그 어떤 흔적도 느낄 수가 없었다.

멍하니 서 있는 그녀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현수와 오철웅은 서로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지금 상황에 만족을 했기 때문이었다.

현수는 연보라에게 우선 염력의 속성을 지닌 스킬석을 건네주었다.

연보라는 스킬석을 복용하는 것을 보고 오철웅은 돌아갔다.

이제 연보라는 염동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긴 수련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현수가 납골당에 다녀온 후 저택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택의 4층과 5층을 비운 뒤, 현수는 할아버지가 쓰던 2층에 거주했다.

지금 현수는 할아버지 서재에서 기록 서책을 보고 있었다.

기록 서책에는 현수가 알고 있던 지하 금융의 황제 한기철이 아니라 전 세계의 부동산이나 금, 도는 주식 등 이권을 사고파는 갤럭시 컴퍼니의 대표인 할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알았다.

갤럭시 컴퍼니.

한기철 회장이 대고모부인 아사이 뉴노스케와 같은 지분으로 공동 설립한 회사였다.

그런데 한기철은 자신의 지분을 한동현이 (주)태흥영화제작소를 차릴 때 갤럭시 컴퍼니의 모든 지분을 어린 현수에게 증여한 것이다. 물론 갤럭시 컴퍼니가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어서 별다른 문제없이 양도가 되었지만, 그러기에는 동업자인 아사이 회장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런 경유가 서책에 기록되어 있었다.

아마도 한기철 회장이 일기 형식의 이런 기록들을 서책에 남긴 것은 별다른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의 삶에 충족되지 않는 허함을 느낀 것일 수도 있었다.

조선에서 그래도 알아주는 가문의 일원이었던 할아버지가 당시 청나라에 들어가 고리대금업에 손을 됐기까지의 기록도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후손들 특히 자신을 경원시했던 아들 때문인지도 몰랐지만 자신이 한 행동들을 손자인 현수는 이해해주길 바랬을 수도 있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연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도련님, 최 변호사님이 오셨습니다.”

“알았어요. 준비하고 내려갈게요.”

“예, 도련님.”


인사를 하며 연 비서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현수는 지켜봤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현수는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은 내실과 경호원들이 대기하는 외실로 나뉘어 있었는데, 내실의 영역인 계단 아래에는 꽤 넓은 응접실이 있었다. 응접실 중앙에 놓여있는 소파에 중년 신사가 앉아있었고. 오 실장과 연 비서가 한쪽에 서 있었다.

중년 신사는 집안의 고문변호사이자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우인 최헌종 변호사였다. 최 변호사는 할아버지가 투자한 태흥이라는 로펌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현수를 본 최 변호사가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

최 변호사로서는 지금 이 순간이 처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친구의 아들이면서도 지금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주)태흥법무법인의 지분 90%를 갖고 있는 대주주이기도 했으니.......


“오랜만이구나.”

“아저씨도요.”

“그래 납골당에 갔다 왔다면서.......”

“예.”

“혈색이 좋아졌구나. 이리 건강한 모습을 회장님이 보셨어야 했는데.”

“그러게요. 아저씨. 앉으세요.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던 데요?”


현수는 자신을 어색해하는 최 변호사를 최대한 배려해주었다. 사고 이전에도 현수는 아버지의 베프인 최 변호사를 잘 따르고 좋아했지만, 특히 그의 차녀인 최태희와는 절친이었다.

비록 중학교는 다른데 들어갔지만 태희와는 유치원 때부터 국민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었다. 최 변호사의 모습에서 싱그럽게 웃고 있는 태희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래, 우선 네가 알아야할 일부터 정리하자구나.”


현수의 상념을 깨우기라도 하려는 듯, 최 변호사는 옆에 놓아두었던 서류가방에서 누런 서류봉투를 몇 개 꺼내놓았다.


“이 봉투 안에는 회장님께서 생전에 너에게 물려준 유산의 물목이 들어있단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 유산들은 동현이가 독립을 하던 시점에 작성된 것이야. 회장님의 의지가 강하셨지. 물론 동현이도 너에게 모든 유산이 넘어간다는 것을 이해하고 승낙한 거란다.”


최 변호사는 그 봉투를 중 하나를 현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먼저 천보당이란 이름이 붙어있는 봉투는 현수 너도 알다시피 너의 고조부께서 상해에 거주하실 때부터 해오시던 전당포에 관한 서류다.”

“천보당이요?”


현수는 할아버지가 오래전에 천보당을 정리한줄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천보당이 최 변호사에게서 튀어나온 것이다.

(주)천보당.

최 변호사는 전당포라고 미화했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고리대금이 주업이었다.

현수의 선대 어르신들은 구한말에 중국으로 건너가 피도 눈물도 없는 전귀라는 악랄한 이름을 들으며 미친 듯이 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현수의 선대 어르신들은 일단 자기 사람이라 생각하면 지나칠 정도로 그들을 보호했다. 그것은 마치 미국 영화 ‘대부’에 나오는 콜레오네 가문의 말론 브란도와 같았다. 그래서인지 천보당의 분위기는 대부가 지배하는 콜레오네 패밀리와 비슷했다. 물론 현수는 이런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천보당은 해방이 되어 일본인들이 떠난 명동에 터를 잡으시고 하던 사업이었지. 이 봉투들은 그 사업들에 관한 권리증서가 들어있단다. 물론 태흥조경도 이 천보당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단다. 그처럼 모든 회장님의 자본은 이 천보당에서 흘러나왔지. 현수 네가 법인이 된 이 천보당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단다.”


최 변호사의 말을 들은 현수는 원목을 잘라 만든 탁자 위에 놓인 봉투들을 내려다봤다.

봉투 표면에는 (주)태흥조경회사, (주)태흥상호신용금고, (주)태흥영화제작소, (주)태흥법무법인의 이름표가 쓰여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4개의 봉투를 다 합친 것보다 두꺼운 봉투였다.

현수가 두꺼운 봉투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보니, 저택을 포함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여러 부동산들과 소유 기업들의 권리증서들이었다.


“회장님은 천보당을 지주 회사로 하고 산하에 이들 회사들을 두었다. 오 실장님이 관리하던 태흥조경회사를 제외한 태흥상호신용금고와 태흥영화제작소는 그동안 전문경영인이 맡아서 관리하고 있었고, 태흥법무법인은 내가 관리하고 있었단다. 참고로 그 두터운 봉투 안에 있는 재산들에 대한 관리도 임시로 내가 관리하고 있었고......, 이젠 현수 네가 관리해야 한단다. 자 그럼, 뭐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렴.”

“아니에요. 그보다 태희는 잘 있나요?”

“태희? 그래도 절친이라고 태희가 궁금한가 보구나. 네가 아무리 말려도 가수 겸 영화배우를 한다고 저리 설치는구나. 작년에 음료수 CF를 하나 찍더니 제법 이름도 대중에게 알려졌고, 지금은 태흥영화제작소와 홍콩의 골드 하베스트와 합작으로 홍콩에서 영화를 찍고 있어. 네가 깨어났다는 말을 들었으니 조만간 귀국하겠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네요.”

“그래 조만간 만나게 되겠지. 현수야, 오늘은 네가 이것들을 건네주고 왔어. 시간 나는 대로 그 봉투에 든 것들을 숙지하도록 해.

“예, 아저씨.”


최 변호사가 돌아간 뒤, 현수는 방으로 돌아와 봉투 안에 든 서류들을 살펴봤다.

전국에 산재한 회사들의 등기서류와 부동산 권리증서들 속에서 갤럭시라는 투자회사에 관한 서류가 나왔다. 이상한 것은 현수도 생소한 투발로라는 나라에 그 소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 변호사는 이 회사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이 지나갔다.


‘아저씨는 이 회사에 대해선 모르시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현수는 최 변호사도 이 투자회사에 대해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한 번은 이 회사에 대해 물어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회사에 대한 여러 기록들이 서책에 있었지만.......


(주)태흥조경회사 안에 경호원들의 수련을 위해 마련된 수련장에 통금이 해제된 이른 새벽부터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저택을 지키는 최측근 경호원들로 서호관에서 오철웅에게 지도를 받던 수련생들이었다.

일본은 야쿠자가 세력을 이룬 나라이고 또한 아사이 회장의 동부 그룹 역시 야쿠자들에게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오철웅은 현수가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호랑이 도법의 세기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켜보는 대련 중인 사람들은 마치 홍콩 영화에 나오는 도객들처럼 살벌하게 공수를 주고받는 현수와 네 명의 남자들이었다.

현수가 전용으로 사용하는 도를 들고 수련장에 나타난 것은 통금이 해제된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이었다.

현수는 호랑이 도법을 기수식부터 시작해서 18초의 초식을 풀어나갔다. 18초의 도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낸 뒤 두어 차례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다가 역으로 되짚어오기도 했다. 그런 현수를 언제 나왔는지 지켜보는 오 실장 주변에 하나둘 사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 무아지경이네.”

“깨어나신 지도 얼마 되지 않으셨는데 저런 움직임이라니, 도대체 언제 도련님께서 저 정도 수준까지 오르신 거지?”

“그러게, 원래 도련님이 무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셨지만 그래도 저건 마치 원숙한 도객을 보는 것 같잖아? 저 나이에 저 정도 경지에 오른 것을 보면, 내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네.”

“카! 저것 봐. 다시 역순으로 되짚어오고 있어.”

“아니, 역순이 아니잖아. 저걸 저렇게 연결할 수도 있는 거야?”


다들 자유자제로 현수가 도를 다루는 것을 지켜보며 놀라워했다.

그 때 현수와 오철웅의 눈이 마주치며 지나갔다.


“태호야, 도를 들고 도련님을 상대해드려?”

“네? 예, 대표님.”


중키에 살짝 살기가 깃든 살쾡이처럼 날카로운 눈을 가진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사내가 오철웅의 말에 수중의 도를 들고 현수에게 달려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오철웅이 현수의 대련 상대로 태수를 밀어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실전에서 단련된 그의 도는 날카롭고 잔인했다. 상대가 상전이란 것도 잊었는지 태수의 도는 처음부터 현수의 급소들을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자 수비만 하던 현수의 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도의 흐름이 단단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온 몸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흉포한 태풍을 잠재우기라도 하는 듯 현수의 도가 철벽같이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자, 이내 태수의 도가 기세를 잃어갔다.

장태수는 사실 오철웅의 사사를 받은 도객 중 선두주자였다.

비리로 얼룩진 고아원에서 뛰쳐나온 태수는 차디찬 세상의 냉대 속에서 심신이 피폐된 채 명동에 흘러들었다가 한기철 회장의 눈에 닿아 경호대에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한기철 회장에 대한 충성심은 가히 절대적이었다.

처음 오철웅의 명령으로 현수와 대련을 시작했지만 얼마 전까지 코마 상태에 있었던 것을 아는 태수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도는 상대를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태수는 깨달았다. 믿을 수 없지만 자신의 도가 현수의 도막을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을.......

현수와 태수의 대련을 지켜보던 오철웅은 하나둘 사내들을 대련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결과가 지금 보이는 대로 1대 4의 대련이 되었다.

마치 온 몸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사내들의 도를 현수의 도가 막아내더니 반격을 시작했다. 그것은 가랑비와 같았다. 현수의 도가 사내들을 스치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었는지 수련장까지 찾아온 옥히의 모습이 보일 때가 되자, 현수의 도에 잘린 사내들의 옷은 어느새 거의 넝마 수준이 되었다. 사내들은 숨을 헐떡였지만 현수의 호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사실 사내들을 상대하는 현수의 체력에는 큰 손실이 없었다.

현수의 도에 사내들이 튕겨나가자 도를 거둬들인 그가 옥히를 보고 웃었다.


“배고프네.”


아침 식사 후 현수는 오늘도 서재에서 할아버지가 남긴 기록 서책을 보며 일본에서 올 사람을 기다렸다.

이제 이틀 뒤면 일본으로 출국인데 오늘 일본으로 출국하는 현수를 보좌하기 위해 대고모부인 아사이 회장이 사람을 한 명 보낸 것이다. 그건 현수가 출국하는데 국내 사정으로 오철웅이 보좌를 하지 못하고 연보라 역시 집사로 저택을 지켜야 했기에 혼자 일본으로 출국하려 했는데 아사히 회장이 비서를 한 명 보낸 것이다.

일본에서 온 비서는 뜻밖에도 아름다운 일본 여성이었다. 비서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아름답고 정적인 그녀의 이름은 ‘붉은 그림자’ 홍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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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과거 문명과의 조우(4) 24.09.11 3 0 13쪽
41 과거 문명과의 조우(3) 24.09.01 5 0 17쪽
40 과거 문명과의 조우(2) 24.06.01 10 0 16쪽
39 과거 문명과의 조우(1) 24.05.26 11 0 17쪽
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29 블루 워터 시(4) 24.04.27 14 0 19쪽
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7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5 0 17쪽
26 블루 워터 시(1) 24.04.13 15 0 16쪽
25 추악한 진실 24.04.10 17 0 18쪽
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8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7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19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1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2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4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2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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