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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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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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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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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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강화인간(1)

DUMMY

이제 겨우 해가 뜬 이른 아침, 야차대 소속 마차들이 정차해있던 남면의 중앙광장이 시끄러웠다. 그건 아차대를 기다리는 헤븐 4지구 1724자치구역에 속해있는 상인들과 무너지는 개마 시를 탈출할 때 헤어진 현수의 사촌들인 한현주와 한현철의 소식을 아는 노루 상단이 있는 블루 워터 시에 속한 9자치구로 가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하는 야차대 여인들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 건 이미 마음이 9자치구에 가있을 현수의 마음을 헤아린 석주형의 지시로 야차대 사람들은 날이 밝기도 전에 길을 떠날 준비를 시작했던 것이다. 이동을 준비하는 야차대의 떠들썩한 소리 덕분에 남면에 사는 사람들의 아침도 평소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전기동의 재촉에 아정은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하다 오현선 가족이 야차대에 들어오기로 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마차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을 오현선을 찾았다.

아정이 찾은 마차 안에는 만삭인 오현선이 자식인 일수와 이수가 세옥, 세정이와 같이 어울리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거친 광야에서 피를 말리는 생활을 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떠있는 밝은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오현선은 남편의 결정에 찬성이었다. 정말 얼마 만에 찾아온 마음의 평화인지 몰랐다.


“일수 엄마, 정말이야? 야차대에 들어오기로 했다는 말이?”

“예. 애들 아빠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 네요.”

“잘됐어. 정말 잘됐어. 앞으로 우리와 같이 영원히 가는 거야? 일수 엄마.”

“예, 언니. 앞으로 많이 도와주세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차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동안 플레이어인 오현선이 일반인인 자신을 대하는 마음씀씀이에서 따뜻하면서도 현명한 내면의 모습을 접한 아정은 그녀가 야차대에 들어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오현선이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듯이, 아정 역시 아이들이 어울리고 있는 지금 모습이 보기 좋았다.

플레이어인 아이들과 일반인인 아이들이 저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다른 곳에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수들이 들끓고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에서 힘을 가진 자와 보호를 받아야할 자들의 신분 차이가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에서 물과 불같은 이질적인 아이들이 차별 없이 저처럼 어울리고 있는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건 개방된 사고를 갖고 있는 현수가 이끄는 야차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정은 이런 야차대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을 따뜻하게 대하는 오현선 역시 너무 좋았다.


“동생, 마차에서 나올 필요 없어.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내가 맛있는 아침을 가져올게.”

“고마워요. 언니.”

“고맙긴 내가 고맙지.”


아정이 음식이 끓고 있을 철통으로 달려가자, 마차의 창문을 통해 그런 그녀를 아이의 태동을 느끼며 오현선이 지켜봤다. 그녀 역시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아정을 대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광야에서 가족들과 지내는 동안 그녀의 고정관념은 상당 부분 깨져나갔다. 남편이 생존을 위해 아웃사이더들과 교류를 하는 것도 그러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가문에서 내쳐졌다는 상실감이었다. 아마도 남편과 아이들이 없었다며 이겨내기 힘들었을 시간들이었다. 지금 오현선에겐 앞으로 가족들과 살아갈 야차대에 헌신을 할 생각뿐이었다. 마치 물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릇에 채워지기로.......

아침 일찍 남면을 출발한 야차대는 점심이 훌쩍 지나서야 9자치구에 속한 신동면에 도착했다. 이 신동면에 야차대를 기다리는 상인들과 사촌 형제들의 소식을 알고 있는 노루 상단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다.

무너진 도시 건물들 사이에 그래도 마차들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 있었지만 문제는 최근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가고일들의 서식지가 생긴 것이었다. 다행이 이 가고일들은 야행성이라 해가 있는 동안은 안전했지만 거친 소음에 민감해서 잠이라도 깨어난다면 지극히 곤란해질 수도 있는 마수였다.

다행이 야차대는 기계공학적 마차들이라서 동물들이 끄는 마차와는 달랐기에 최대한 소음 없이 가고일들의 서식지를 지나왔지만, 그래도 마차 운행으로 생기는 소음에 줄인다고 평소 속도의 절반도 내질 못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별 탈 없이 9자치구의 남쪽에 위치한 신동면으로 들어서자 여기까지 같이 와준 박한성 조장이 수하들과 남면으로 되돌아갔다.

신동면은 무너진 건물들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두터운 성벽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성벽 둘레는 군데군데 통해할 수 있는 출입구로 보이는 곳에 다양한 소재로 만든 성문들이 있었고 그 주변엔 경계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마치 해자처럼 성벽에서 폭이 30m 정도 되는 거리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신동면은 내성과 외성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 신동면 주민들은 내성에 상단이나 여행객, 용병과 같은 외부인들은 외성에 거주했다. 그런데 단순히 거쳐 가는 것이 아닌 장기간 외성의 거주에는 경비대의 허가가 필요했다

선두 마차 위에 있는 방벽 안에는 현수와 석주형을 비롯해서 헬레나, 셀레나와 이번에 가입한 강제구와 오현아의 모습도 보였다. 강제구와 오현아, 천장호 가족은 일단 보급조에 속했지만 마차 공간에 여유가 있는 선두 마차에 동승을 했던 것이다.

마차들이 다닐 수 있는 대로에 자리 잡은 성문은 두터운 나무에 철심을 박은 성문이었는데, 다른 소규모 출입문들과는 달리 출입이 자유롭게 성문이 열려있었다. 성문 앞에는 플레이어들과 신동면 경비대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는데, 제법 큰 자유시장을 갖고 있어서인지 드나드는 사람들이나 상단 소속으로 보이는 마차들이 꽤 있었다.

다행이 경비를 서는 플레이어 중에 현수와 안면이 있는 자가 있어서 야차대 소유의 마차들이 성문을 통과해 외성 안으로 들어갔다.

마차는 중앙광장을 향해 천천히 이동했다.

중앙광장엔 숙박시설과 노천시장을 비롯해서 상단 소유의 건물이나 창고 들이 있었다. 현수에겐 사람들이 거래하는 규모나 물건의 종류로 보면 초라한 시장이었지만 처음 신동면 성곽 안으로 들어온 아름이나 전기동 등을 비롯한 대다수 야차대 사람들의 눈엔 규모면에서 남면과는 너무나 다른 점에서 문명적 충격을 받았다.

현수는 중앙광장을 가로질러 낡지만 외관이 깨끗한 한 3층 건물로 야차대 마차들을 이끌고 갔다. 이 건물은 17번 구역에 있는 숙박업소로 그래도 연줄이 있어야 묵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숙박업소 앞에는 작은 소요가 있었다.

현수에게서 정지 신호를 받은 마차들이 호텔 앞에 멈추었다.

기계공학식 마차 3차량이 호텔 앞에 멈추자 소요를 일으킨 사람들이 숙박업소 종사자들에 의해 강제로 밀려났다. 그 때 마차 위에 있던 현수와 쫓겨 가는 사람들의 눈이 마주쳤다.


“현수야.”


그들은 현수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미쳐 현수가 그들에게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에게 암전이 찾아왔다.


뜻밖에 찾아온 암전이었지만 언제나 이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현수는 암전이 걷혀지자마자 당황하지 않고 고속 스킬을 사용해서 늦지 않게 카렌의 앞을 막아설 수 있었다. 그 속도는 가희 다른 이들 눈에는 무협소설에나 나오는 이형환위와 같았다.

현수의 몸이 사라졌다가 카렌의 앞을 나타나더니 강한 힘을 실고 날아들던 남자가 던진 카렌의 수리검이 현수의 손안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주변에서 카렌의 위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성과 탄성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들리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현수의 움직임에 놀란 그 자체였다. 몇몇 사람들은 어느 정도 현수가 강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의 움직임을 보일거란 생각을 한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저게 인간의 움직임이야? 도대체 저게 말이되? 병상에서 일어난 저 자식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지?’


히로이 역시 전설 속에 나오는 닌자들이나 보일 수 있는 귀신같은 움직임을 보인 현수를 부정적인 눈으로 쳐다봤지만 정작 가장 놀란 사람은 카렌을 상대하던 남자였다.


“너 뭐냐?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지?”

“.......”


심적인 동요를 드러낸 남자의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현수 역시 염력을 이용한 카렌의 공격을 막아낸 남자에 대해 의문을 갖은 상황이었다.

현수는 저쪽 세상에 있는 동안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비록 저레벨이지만 플레이어인 카렌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고 카렌이 피할 수 없는 공격까지 한 남자의 신분에 대해 도저히 유추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저런 자를 어떻게 히로이는 알게 되었을까? 대고모부는 알고 계셨을까? 만일 알고 계셨다면 그리 허무하게 돌아가시진 않으셨을 테지. 아니야. 아셨다고 하셔도 저런 자들의 공격을 피할 순 없으셨을 거야?’


현수는 히로이가 대고모부가 이미 돌아가셨다고 말했지만 심적으로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자를 상대해 보고 혹시나 대고모부가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버렸다. 저런 이들이 대고모부의 저택을 공격했다면 저택을 경비하는 사카이 조를 비롯해서 남아있던 홍영과 청영의 수하들도 저들의 공격에 대항할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렌, 물러나요?”

“예?”

“다들 뭉쳐서 방어만 하세요. 히로이 뒤에 있는 자들까지 나선다면 절대 혼자서는 저들을 상대하면 안돼요. 절대로......, 어서 하찌스까 양과 합류해요. 빨리.”

“예, 이사님.”


위기를 모면한 카렌은 현수의 말을 이해했다.

염력을 통한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 쉽게 막혔고, 자신의 수리검을 이용한 저 자의 공격에 미쳐 대처할 수도 없었다. 만일 현수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목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카렌은 하찌스까 사유리 옆으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것이 현수에게 도움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약간은 진중해진 어조로 카렌에게 말한 현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전력을 비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수없이 많이 쌍방간의 전력 비교를 저쪽 세상에서 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판단 미스를 한 것은 히로이의 뒤에 있는 자들 중에서 흑영을 제외한 두 사람의 전력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 두 사람이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보다도 더 강한 기세를 품고 있는 것을 알자, 저들을 흩어놓으면 많은 희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현수는 알았다.


‘역시 저 세 사람을 내가 상대해야만, 생각했던 대로 흑영을 하찌스까 양과 사이고 양이 상대하고 카렌이 수하들을 이끌고 흑영의 수하들을 상대한다면 승산이 있어. 그러자면 역시 압도적으로 저자를 몰아붙여야겠지? 그래서 저들 모두가 나를 상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해.’


현수는 대고모부를 살해한 것으로 짐작되는 저들을 살려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아공간에서 장도를 꺼내들자, 남자에게 현수가 보인 능력에 대해 수궁하는 기색이 어렸다. 그러자 그런 남자의 태도에서 저들이 플레이어에 대해 알고 있다는 확신이 현수에게 들었다. 어떻게 저들이 플레이어에 대해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애써 현수는 그 의문을 억눌렀다.

한편 허공에서 장도를 꺼내든 현수를 보자, 잔뜩 긴장한 남자의 소매에서 두 자루의 단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찌르기와 베기에 특화된 근접전투용 단검이었다.

자신보다 능력이 월등해 보이는 현수를 상대로 남자가 두 자루의 단검을 들고 현수의 장도를 상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대적불가였다. 보통 사람보다 수십 배의 빠른 움직임으로 공격해 들어왔지만 현수에겐 그런 남자의 움직임이 다 읽혔다.

현수가 남자와 격돌하기 사작하자, 히로이는 흑영에게 홍영과 청영을 비롯한 자신을 배반한 흑영의 수하들을 모두 죽이란 명령을 내렸다.

흑영이 장내로 뛰어들자 홍영과 청영이 그를 상대했다. 흑영보다 한 배분이 늦은 하찌스까 사유리와 사이고 아이는 팽팽하게 부딪쳐갔지만 두 사람을 상대하는 흑영은 여유가 넘쳤다. 그들이 격돌하자 카렌은 남은 이들로 이중 원을 만든 뒤 두텁게 꾸린 방어진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흑영의 수하들을 상대했다.

장내의 격돌을 의식하며 남자를 상대하던 현수의 장도는 남자의 몸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몇 합을 상대하지 않아 남자의 몸은 혈흔으로 덮이기 시작했다. 현수는 빠르게 남자를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히로이 뒤에 있는 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남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었다.


‘이럴 수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어떻게 얼마 전에 겨우 병상에서 일어난 현수에게 저런 실력이 있는 걸까?’


의외의 현수의 실력에 그를 따르는 자들이 탄탄히 결집하자, 이대로 시간을 끌면 안된다는 생각이 히로이에게 들었다.


“키타노 상, 이대로 보고만 있을 겁니까?”

“음, 현수라고 했던 가요? 저 자의 능력이 놀랍군요. 도마를 저리 쉽게 상대하는 것을 보나 아마도 플레이어 같은데, 어떻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아! 히로이 상이 정보를 은폐했단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우 흥미롭군요. 음, 이즈미가 도마를 돕도록 하지.”

“알겠어요. 키타노 상.”


눈 밑에 검은 사마귀가 있는 키타노의 말에 흑색 츄리닝을 입은 단발머리의 여자가 말했다. 그녀의 팔에 유성추가 연결된 쇠사슬이 감겨있었다.

난간까지 나온 이즈미는 현수와 도마가 싸우는 것을 지켜봤다. 도마의 실력을 알고 있는 이즈미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마라면 능숙한 칼잡이 수십 명 정도는 쉽게 도륙할 수 있는 능력자였는데 지금 저 어려보이는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남자가 휘두른 장도에 도마가 튕겨나가자, 이즈미가 난간에서 뛰어내리며 수중의 유성추를 날렸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상태창이 없으니 플레이어는 아닌데 어디서 이런 자들이 육성되었을까? 쓰읍-, 이 정도로 몰아붙였는데 저들은 요동도 안 하네. 그럼 좀 더 몰아 붙여볼까?’


현수는 장도에 좀 더 마력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장도의 힘을 이기지 못한 도마가 뒤로 튕겨나가자, 난간 위에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여자가 유성추를 날리며 쇄도해 들어왔다. 이즈미의 유성추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며 현수의 요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창-, 창-, 창-.”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현수의 장도와 마주친 유성추는 푸른 불꽃을 튀기며 허공에서 꿈틀거렸다. 가벼운 몸놀림의 이즈미와 경쾌한 발놀림을 갖춘 도마의 합격은 꽤 위협적이었다.

유성추와 단검의 합격에 대항하는 현수도 숨겨둔 비전을 꺼내들었다. 그건 레벨이 400대에 오르면서 중급에 오른 호랑이 도법이었다.

마치 먹이를 물어뜯는 호랑이 같이 현수의 도법은 두 사람을 찢어 발릴 듯이 몰아붙였다. 그 공격에 유성추와 단검들은 태풍에 휩쓸린 배처럼 자유를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본 키타노의 얼굴이 침중해졌다.

그건 장내의 상황이 매우 불리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도마와 이즈미의 합격이 힘을 잃기 시작하자 흑영과 핫도리 가문의 닌자들도 그들에 맞선 풍림사영의 닌자들과 팽팽한 대결 상황으로 몰렸다.


‘젠장,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역시 저 자가 문제인가? 생각지도 않았던 변수였어. 강화인간인 도마와 이즈미를 저리 쉽게 상대하다니,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어. 그래 더 이상의 시간의 낭비는 이번에 쿄토에서 벌린 행사로 도움을 준 조력자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합류한 삼환술만이 저 자를 빠르게 제압할 수 있다는 건가?’


키타노는 생각을 마치자 품 안에서 흑색 장갑을 꺼냈다. 투박해 보이지만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사이한 장갑이었다. 장갑을 긴 키타노의 기세는 한순간에 변했다. 마치 전장에 선 사무라이같이 억압된 광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히로이를 흘깃 쳐다본 그의 얼굴엔 잔혹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건 먹이를 앞에 둔 포식자의 눈이었다. 히로이는 그의 눈길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왜? 자신에게 그런 눈길을 줬는지 의문이 들었을 땐 이미 키타노는 전장에 뛰어들고 있었다.


‘뭐야? 저 자식은 왜 내게 그런 미소를 짓는 거야? 재수 없게. 처음 봤을 때부터 기분 나쁜 녀석이야.’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치열한 장내를 내려다보는 히로이에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그건 키타노의 눈빛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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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3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5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6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 강화인간(1) 24.04.28 16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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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7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7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19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1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2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3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1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5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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