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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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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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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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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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강화인간(2)

DUMMY

현수의 관자노리를 향해 휘어져 들어오는 이즈미의 유성추를 살짝 옆으로 흘리며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는 도마를 따라 공격해 들어가던 현수의 장도가 거침없이 도마의 심장을 향해 뻗어나갔다.


“이 애송이 자식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입에서 탁한 쇠소리가 흘러나온 도마는 현수가 이렇게까지 빠르고 잔혹하게 자신을 공격할 줄은 짐작조차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저 오랜 병상 생활에서 겨우 몸을 회복한 학생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전에서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현수가 이해가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자 그가 조직인 CIRO에서 실시간으로 찾고 있는 플레이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마의 긴장감은 최고조로 올라갔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자신을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이런 생사를 건 싸움을 많이 겪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뒤로 물러나는 자신의 발걸음보다 더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현수의 장도를 피할 방법이 없는 도마의 얼굴에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젠장. 마지막인가? 이렇게 허무하게....... 내 목숨이.’


이즈미의 유성추를 흘리며 자신의 가슴을 파고드는 장도에 도마는 자신의 죽음을 확신했던 것은 현수의 장도에 짙게 드리워진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도마는 강화인간이 된 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느꼈다.

죽음을 눈앞에 두자 도마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위대 장교로 복무하다가 내각정보실인 CIRO 산하에 있지만 대내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7과에 발탁이 된 후, 훈련과 실험을 통해 뛰어난 신체를 지닌 인간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 과정 중에 죽었지만 도마처럼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사람들을 CIRO에서는 강화인간이라 불렀다.

그 뒤 여러 차례 조국을 위해 비밀업무에 투입되어 성과를 내었기에 자신이 마치 신인류라도 된 듯 고무되어 있었던 도마는 자신이 이렇게 죽을 줄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었다.

한편 현수는 이곳에 있는 자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어쩌면 현수에겐 남아있는 친척이라면 대고모부가 유일한 사람일 수 있었다. 그런 이를 죽인 자들이었다. 이미 저쪽 세상에서 사람을 죽인 경험이 있는 현수였기에 그의 손에는 살인에 대한 망설임이 있을 까닭이 없었다.

시커먹케 죽어가는 도마의 얼굴을 보며 다가가던 현수는 오싹하는 기분과 함께 수중의 장도를 거둬들이며 몸을 뒤틀었다.


“애송이, 죽어라.”

“타-, 타-, 탓-.”


위험을 피해 빠르게 몸을 이동하는 현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던 키타노의 두 발이 허공에서 번갈아가며 십여 차례 현수를 공격했는데, 그의 발에 실린 힘은 강철이 우그러트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건 인간의 힘이 아니었다. 키타노의 공격을 장도로 막아낸 현수의 손에 강한 느낌이 왔지만 마수를 상대로 실전 경험을 쌓은 현수를 동요시킬만한 힘은 아니었다.

키타노의 공격을 받아내고 3인의 중심에 선 현수는 장도를 중단으로 들어 올리고 주변을 경계하던 중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히로이와 눈이 마주쳤다.

먼 거리였지만 현수는 얼굴을 가린 붕대 사이로 드러난 히로이의 눈에 담긴 혼란과 동요를 알 수 있었다.


‘생각대로 마지막 저 자까지 끌어들였어. 이제 히로이 너는 혼자가 된 거야. 기다려. 내가 갈 때까지......, 너만큼은 내 손으로 꼭 죽여주지.’


마침내 현수의 의도대로 히로이 곁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자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키타노가 끼어들자 현수는 운신에 상당한 압박감을 받았다.

발이 빠르고 근접전투에 뛰어난 도마의 단검들과 예측불허한 곡선을 그리는 이즈미의 유성추, 그리고 권, 장, 지. 퇴, 금라수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키타노의 합류로 완벽해진 3인의 합격술은 현수의 장도를 얽어매더니 그의 움직임까지 서서히 위축시켰다.


‘제기랄, 이런 강한 자들이 있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이들은 누구일까? 어떻게 플레이어도 아닌데 플레이어처럼 움직이는 걸까?’


현수가 비록 저쪽 세상에서 위험천만한 마수들과 다양한 싸움을 벌였다지만 이런 유형의 싸움은 처음이었다. 오랜 기간 합을 맞춘 단검과 유성추, 그리고 권사인 3인의 다양한 공격은 현수를 상당히 곤란하게 만들었다.


‘어떡하지? 이사님이 위험해.’


흑영하고 싸우면서도 하찌스까 사유리는 현수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다수의 합공을 받고 있는 현수가 안타까웠다. 하지만 지금 몸을 빼서 현수에게로 갈 수도 없었다. 아마도 지금 자신이 몸을 빼면 홀로 남은 사이고 아이는 흑영의 공격을 못 버틸 것이다.

이런 하찌스까 사유리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 흑영은 불안한 그녀의 마음을 더 흔들었다.


“사유리야, 이제 그만 항복하는 게 어떠냐? 너와 저 현수라는 아이와는 큰 인연이 없지 않으냐. 애야, 고향에 있는 가족들 생각도 해야지. 더 이상의 저항은 고향에 있는 네 가족들에게도 큰 화가 미칠 수 있음을 왜 모르느냐? 이제 그만 전처럼 히로이 도련님을 따르거라?”

“히로이를 따르라고? 당신은 회장님을 살해하고도 터진 입이라고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조부님을 죽이는데 가담한 히로이 저 후레자식을......, 아니 스스로 자신이 회장님의 친혈육도 아니라고 했으니 저 녀석은 더 이상 풍림사영의 주인이 아니다.”

“이런 이 마당에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다니. 아이, 너도 그런 생각이냐.”

“퇴, 추잡한 놈, 너를 아저씨라 불렀던 지난 세월이 아깝다.”

“어쩔 수 없군. 너희들 생각이 그렇다면 여기서 정리를 하고 가는 게 맞겠지.”


흑영은 현수와 격돌하고 있는 3인을 지켜봤다. 그는 하찌스까 사유리와 사이고 아이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는데도 현수를 살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긴 얼마 전 흑영과 같은 배분의 홍영과 청영이 아사이 가문의 비극적인 사고가 났을 때 그 자리에 있던 아사이 혈족들과 같이 희생이 되었기에 자신의 큰 아들과 같은 동년배인 하찌스까 사유리와 사이고 아이가 영주로서의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홍영과 청영에 올랐기에 흑영으로서는 어렵지 않게 그녀들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흑영인 핫도리 한조는 CIRO에 속한 3인과 현수가 대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을 내심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현수가 일찍이 사카이 지로를 상대하는 것을 보고 알고 있던 정보와는 달리 꽤 솜씨가 있는 자라고 생각했지만, 저 괴물 같은 CIRO의 3인을 맞아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이 없었으면 낭패를 금할 수 없었겠군.’


흑영은 아사이 저택을 습격할 때 현수가 저택에 있었다면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수는 아사이 저택을 떠나 이곳에서 저 3인을 맞이했고, 아사이 회장은 이미 목숨을 잃었다. 흑영은 자신이 하는 일에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다. 오랜 주종의 삶이었다. 이제야 그 지긋지긋한 종속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의 마음은 호기가 치밀어 올랐다.


“하하하하. 이젠 과거의 연을 모두 끊었다. 핫도리 가문의 닌자들이여, 저 저항하는 무리들을 모두 처리하고 새 시대를 열어보자. 모두 죽여라.”

“죽여라.”

“미친놈들, 모두 단단히 벽을 쌓아라. 카렌, 구보 아저씨, 원을 지키세요.”

“알았어. 언니.”

“알겠습니다. 홍영.”


잠시 멈추었던 두 무리간의 생사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로 적이 된 오랜 친구와 친구 간에, 혹은 같은 피를 나눈 혈족들 간에 처절한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

한편 폭풍처럼 몰아치는 키타노의 공격을 피해 간신히 몸을 뒤로 뒤틀자 현수의 귓전을 스치며 유성추가 지나갔다. 싸한 통증을 느끼기도 전에 빈틈을 파고든 도마의 단검들이 현수의 발목을 타고 위로 올라왔다. 현수는 몸을 뒤로 뒤튼 상태라 뱀처럼 몸을 타고 올라오는 도마의 단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삼환술이라 명명한 3인의 위협적인 공격에 어려움을 겪던 현수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쨍.”


하지만 허리를 지나 가슴을 타고 올라오던 도마의 단검들이 무언가에 막힌 듯 현수의 양쪽 측면으로 흘러갔다. 도마의 단검들을 막은 것은 2개의 에어실드였다. 그동안 3인의 고난도의 합격술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응책에 골몰하던 현수는 어느 정도 합격술에 익숙해지자 더 이상 자신이 스킬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고속 스킬에 이어 다중 에어실드 스킬까지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도마는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비기가 무력화되면서 현수의 좌우 양쪽으로 미끄러지는 단검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그의 가슴이 활짝 열렸다. 그 빈틈으로 마력이 실린 현수의 발이 치고 들어갔다. 어릴 적부터 한 수련으로 그의 몸에 새겨진 호랑이 격술이 빈틈을 보고 반사적으로 치고 들어간 것이었다.

뜻밖의 일격에 가슴이 움푹 들어간 도마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도마의 중상은 그동안 현수를 괴롭혀온 3인 합격술인 삼환술의 붕괴를 의미했다.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나간 도마를 따라 현수의 장도가 밀고 들어가자, 도마의 위기를 본 이즈미가 현수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유성추를 날렸다. 하지만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녀의 필생의 힘이 실린 유성추는 에어실드에 막혔다.


“쩡-.”


공기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이즈미의 유성추는 힘을 잃고 땅에 떨어졌다. 만일에 경우에 대비해서 현수가 등 뒤에 2개의 에어실드를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비록 현수가 전력을 다해 만든 에어실드는 아니었지만 이즈미의 유성추는 에어실드 한 개를 부수고 두 번째 에어실드에서 막혔던 것이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현수의 장도는 도마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도마를 죽인 현수는 더블링을 하듯 몸을 뒤로 회전하며 땅에 떨어진 유성추를 밟고 다시 몸을 띄어 이즈미를 향해 장도를 뻗었다. 도마의 죽음에 당황해서 미처 유성추를 회수하지 못한 이즈미의 가슴을 향하던 현수의 장도가 키타노의 발에 먹혔다.


“치르르르.”


하지만 현수의 장도에서 뿜어 나온 뇌전이 키타노의 발을 휘감더니 그의 몸까지 순식간에 휘어 감았다. 그 상황이 유인 아닌 유인이 되었다.


“으악-.”


뇌전에 둘러싸여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검게 탄 키타노의 몸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처참한 비명소리에 키타노를 본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 의문과 공포가 떠올랐다. 의문은 현수 쪽 사람들이고 공포는 흑영을 비롯한 현수의 적들이었다.

특히 흑영의 경악스러움은 대단한 것이었다.

흑영은 키타노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벌어진 헤게모니 싸움으로 그에게 대항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처절하게 키타노에게 당했었다. 다시는 반항할 생각을 못할 정도로 처절하게....... 그런데 그런 그가 어떤 방법으로 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수에게 당해서 그것도 불에 탄 모양으로 죽어있었다.

이즈미 역시 눈앞에 벌어진 일에 충격을 받았다. 전기 인간도 아니고 어떻게 장도에서 뇌전에 뿜어져 나와 키타노를 태워버린 것인지. 이즈미는 자신이 손에서 유성추를 다루던 줄을 놓쳤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두려움에 이즈미는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려 달렸지만 그녀의 가슴엔 긴 어름창이 박혀들었다. 아이스 스피어. 그건 현수가 마력으로 만들어낸 어름 창이었다.


“달아나. 다들 움직여.”


이즈미의 죽음까지 본 흑영의 말이 떨어지자, 핫도리 가문의 닌자들이 재주 것 사방으로 달려갔지만 그들 중에 공장을 벗어난 이는 없었다. 허공에 생성되는 수많은 어름 조각들이 그들을 사냥했던 것이다. 흑영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수십 개의 어름 조각들이 흑영을 난자했다. 어찌 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는 죽음이었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뇌전에 타 시체처럼 보였던 키타노가 멀어지는 의식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현수의 공격에 죽어나가는 이즈미와 핫도리 가문의 닌자들을 보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눈에 넋이 나간 채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히로이가 보였다.


‘저 자식이......, 저 녀석을 살려두면 아사이 회장을 죽인 것에 CIRO가 개입한 것을 알게 돼. 그리 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겠지. 내각정보실 7과는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돼. 그렇다면......’


키타노는 자신의 옆에 도마의 단검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움켜쥔 키타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히로이에게 단검을 날렸다.

그런 키타노의 움직임을 현수는 알았으나 막지 않았다. 대고모부를 살해하는데 가담했다고는 하나 오랫동안 자신을 형으로 따르던 히로이였다. 심정적으론 그를 죽이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그를 자신이 처리하는 것에 살짝 부담이 왔던 차에 키타노의 살심이 히로이에게 향한 것을 알고는 묵인을 했다.

현수의 시선이 키타노가 던진 단검을 따라갔다.

단검은 난간에 서 있는 히로이를 맞췄고, 난간을 부여잡은 히로이는 자신에게 단검을 던진 키타노를 바라봤다. 힘이 빠져나가는 듯 히로이는 난간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었다. 안간힘을 쓰듯 고개를 든 히로이는 현수를 쳐다봤다. 한땐 형으로 친밀했던 현수였다. 그러나 이젠 서로 죽이지 않으면 안 될 적이었다.

만일에 출생의 비밀이 없었다면 하고 히로이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형제가 없었던 히로이였기에 평소 좋아했던 형이었다. 그런 그가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뒤, 다시 그가 회복될 줄은 몰랐다.

아사이 회장은 흑영이 개입된 것을 모르고 미지의 위협으로부터 히로이를 보호하기 위해 현수를 이용하기로 했다. 현수의 회생이 불가능한 것을 보고 치료를 한다는 명분 아래 일본 도쿄대학병원으로 현수를 불러들인 후 히로이의 얼굴을 현수로 성형시켜 그를 대신하기로 했던 계획이었다. 그 과정으로 히로이의 성형도 착실히 진행되었다. 그것이 히로이의 얼굴이 붕대로 감싸여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아사히 회장은 갤럭시 그룹에 있던 자신의 지분을 현수 앞으로 명의를 이전 한 뒤, 갤럭시의 자금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동부그룹을 75억 달러로 인수하도록 했다. 아사이 회장은 이미 판매 금액 75억 불을 앞으로 살아갈 히로이의 또 다른 신분이 주인으로 있는 은행에 옮겨놓았다. 하지만 진행했던 모든 일이 끝이 났을 때, 현수가 깨어난 것이었다.

그것이 아사이 가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현수가 깨어나자 아사이 회장은 많은 부분을 수정하려 했다. 하지만 막대한 아사이 가문의 재산이 탐이 난 흑영이 전한 출생의 비밀에 넘어간 히로이는 아사이 회장의 제거에 동참했고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히로이는 마지막 힘을 모아 입을 열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를 중얼거린 히로이는 힘이 다한 듯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사카......, 조선인 거리......, 망향. 뭐지? 히로이가 나에게 전하려고 한 말이. 오사카, 조선이 거리, 망향이라니 이 말들이 의미하는 것은 도대체 뭘까?”


히로이가 남긴 말을 되새기는 현수의 옆으로 홍영과 청영 그리고 그가 앞으로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도쿄, 아사이 가문의 저택.

화마가 휩쓴 저택 앞에 현수와 사람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런 그의 옆에 지적이며 아름다운 중년 여인이 있었다. 그 외에도 현수의 옆에는 한국에서 날아온 오철웅과 연보라의 모습도 보였다.

중년 여인은 하찌스까 사유리와 사이고 아이, 카렌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중년 여인과 말을 주고 받던 그녀들의 얼굴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중년 여인은 풍림사영의 1인인 백영 후지와라 유리코였다.

현재 동부 그룹 산하 미디어 계통의 회사들을 거느리는 동부 미디어의 사장을 맡고 있었다. 그녀는 아사이 저택이 화마에 휩싸이자 저택에 당도했지만 이미 사건은 끝난 뒤였다. 하지만 소방관들에 의해 불에 타고 있는 저택에서 생존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후지와라 유리코는 서둘러 수하인 백귀들을 자신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보내 고향을 핍박하던 흑귀들을 쓸어버렸다.

후지와라 유리코는 홍영과 청영을 만나 사건의 모든 내용과 현수의 생존을 알게 되었고 그가 유일한 계승자인 것을 인지했다. 그게 그녀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멍하니 불타버린 저택을 바라보는 현수의 시야에 암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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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 강화인간(2) 24.05.01 19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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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8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5 0 17쪽
26 블루 워터 시(1) 24.04.13 16 0 16쪽
25 추악한 진실 24.04.10 18 0 18쪽
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8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8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20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2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3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4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2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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