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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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nic
그림/삽화
......
작품등록일 :
2024.01.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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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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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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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워터 시(4)

DUMMY

현수는 천일수가 중화제에 관한 스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이 가족에 대한 흥미가 생겼는데, 그 뒤 이곳 남면에 같이 와서 이곳 사람들이 천 씨 가족을 대하는 차가운 모습에서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장호의 아내 오현선의 여동생이 남면을 지키는 경비대에 속해 있는데, 아무리 저들이 광야인이라지만 자신들을 보호하는 플레이어를 친척으로 둔 가족을 저리 차갑게 대하는 것이 현수의 눈에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현아가 자신의 언니 가족들을 아직까지 광야에 머물게 하고 있다는 것이 더 이상하긴 했다.


‘뭘까? 내가 보기엔 천장호란 저 사람이나 아줌마도 그렇게 거칠거나 편협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아까 본 아웃사이더들이 저들을 대하는 태도로 봐선 좋은 사람들로 보이던데, 무엇이 이곳 사람들로 하여금 저 가족을 저리 냉대하게 한 걸까? 게다가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자매 사이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오현아 저 아가씨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천일수에게 관심이 생겨버린 현수는 이들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불편한 사연에 대해서 호기심이 증폭되는 데다, 본인의 내력에 대해 궁금해 하는 자신의 질문에 머뭇거리는 천장호의 모습과 그를 대변하기라 하는 듯 나선 강제구의 모습에 이상하단 생각이 덧씌워졌다.

한편 천장호 가족을 대하는 남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 벨이 뒤틀려 혼자 자작하며 술을 마시던 강제구가 주기가 올라 불콰해진 얼굴로 말을 꺼내자, 그런 그를 지켜보며 천장호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제구 형님. 술을 많이 하셨어요.”

“쓰-읍. 내 주량을 내가 모를까? 헌데, 오늘 동생 가족이 마수들의 시체나 뒤적거리는 것을 보니 속이 터져서 말을 좀 해야겠어. 현수 대장, 장호 동생은 나처럼 이곳 사람이 아니야. 끄윽......, 나처럼 무식한 용병이 아니라 아주 똑똑한 친구지.”

“형님.”


천장호의 표정에서 나타나듯이 자신에 관한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술에 취한 강제구의 말을 막지는 않았다. 단지 오늘 자신의 가족들이 한 행동을 보고 오죽 속이 상했으면 이런 자리에서 저런 말을 꺼내는가? 생각하니 그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강제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그는 생산직이지만 농부 계열의 좋은 스킬을 가지고도 도시에서 추방되어 유령인간으로 살고 있는 천장호 가족을 돕고 싶었다.

게다가 몇 년 정도 이곳에서 살아보니 어느 도시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곳 역시 객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아갈만한 도시는 아니었다. 물론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지만 강제구는 요즘 들어 부쩍 자신이 나고 자란 헤븐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자신이 알고 있던 그 때보다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현수가 나타난 것이다.

우두머리 헬독스를 그리 간단히 처리하다니 강제구는 지금도 그 장면만 떠올리면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알았다.


‘그때 그 소년이 괴물이 됐어. 저 정도 능력이면 레벨이 어느 정도일까? 300대일까? 아니면 절정인 400대일까? 크-훗-, 현수 나이에 레벨이 그 정도라는 것을 안다면 다들 뒤집어지겠지.’


아까를 떠올리자, 다시 소름이 돋은 팔을 슬슬 문지르며 강제구는 말을 이어나갔다.


“대략 6년 전쯤 되나, 나보다 먼저 장호 동생은 여동생과 같이 이 도시에 왔고, 그 사건이 일어날 때까진......, 잘나갔지. 장호 동생이 식물에 대해선 빠삭했거든.”

“사건이요? 장호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습니까?‘

“그래. 기다려 봐. 내가 다 말해 줄 테니. 알다시피 블루 워터 시가 낙농업으로 먹고 사는 도시 아닌가? 하여간 장호 동생이 식물에 특화된 스킬을 갖고 있는 알게 된 8인 원로회에 속한 오지권 원로의 권유로 오 씨 가문 소유의 지저 1층 목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 그러다가 지저 목장의 자경대에 속해있던 제수씨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근데 장호 동생이 제수씨와 결혼하고부터 동생에게 계속 안 좋은 일이 일어났어? 장호 동생, 내 말이 맞지?”


강제구의 말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는 마차를 잠시 쳐다본 천장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과거를 회상이라도 하는 듯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천장호의 모습에 화가 나는 듯 오현아가 날선 어조로 말을 쏟아냈다.


“모르긴 뭘 몰라요. 다 그 놈 때문이지요.”

“그 놈이라니. 혹시 그 때 죽은 그 자식을 말하는 거야?”

“그래요. 제구 오라버니. 그 미친놈이 언니에게 집착만하지 않았어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진 않았을 텐데....... 사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형부는 마수 고기나 마력이 깃든 식물들을 중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데요. 다들 알다시피 먹을 것이 부족한 세상이잖아요? 그것이 안타까웠던 형부는 지천에 널려있는 마력에 침식된 식물이나 마수의 부산물들이 정화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에 의해서만 식용이 가능한 식량으로 바뀌고 그것 역시 상당한 물자를 제공해야만 정화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정화를 해주었기 때문에 형부는 스킬 말고 그것들을 정화할 수는 없을까? 하고 개인 연구를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랬군요. 그런 장호 아저씨는 그것을 성공했나요? 아니 성공했겠지요. 그런데 왜 그런 성공을 이루었는데 광야에서 지내게 된 거지요?


현수는 천일수의 상태창에서 중화제에 대한 스킬을 봤기 때문에 천장호가 공을 들였던 연구가 성공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데 그런 업적을 이루었는데 왜? 그들 가족이 광야에서 살아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현아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요. 현수 대장님의 생각대로 형부는 성공했지요. 누구나 비웃던 그 말도 안 되는 연구가 이루어진 거죠. 형부가 일하던 지저 목장에서 연구에 사용하던 마수 고기가 중화된 채로 발견된 거예요. 그걸 그 자식이 알아차리고 자신의 가문에 알렸어요. 그 자식도 처음엔 형부에게서 중화제 래시피를 얻을 생각이었겠지만 형부는 연구에 사용했던 마수 고기가 어떤 이유로 중화가 되었는지 몰랐어요. 알 수가 없었죠. 그건 형부가 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누가 그 일을.......”


다들 숨죽이고 오현아의 입을 쳐다볼 때 현수의 시선은 천일수가 자고 있는 마차로 향했다. 그것을 본 천장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현수가 무언가를 눈치 챘다는 것을 안 것이다. 설마하며 내심 부정을 하면서도 그의 눈동자는 태풍에 흔들리는 조각배처럼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치자 둘 다 고개를 돌렸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현아에게로......


“그건 형부가 말을 안 하니 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죠.”

“그럴 수가, 허면 사단은 그래서 시작된 거군. 나도 그렇게 깊은 내막까지는 몰랐는데.”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 자식이 그걸로 형부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오 씨와 방 씨 두 원로가문에서 형부에게 래시피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오 씨 가문의 가주께서 형부에게 최후의 통첩을 보냈죠. 중화제 래시피의 정보를 알리던지 아니면 언니와 이혼을 하고 블루 워터 시에서 떠나던지 하라고요.”

“너희 가주는 장호 동생에게 왜? 그런 선택권을 강요한 거야? 장호 동생은 이미 절반쯤은 오 씨 가문에 발을 걸친 거 아닌가?”

“휴우-, 욕심이 생긴 거죠. 그 중화제 래시피만 알 수 있다면 지금 원로회 끝자락에 머물던 가문의 지위가 단숨에 몇 단계 앞 순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사실 래시피만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죠.”

“그렇다면 충분히 욕심을 낼만하군. 하지만 그건 한 가문의 가주라면 가문의 일원과 결혼한 사람에게 행할 일을 아니지. 암, 그래서 장호 동생은 어떻게 했지?”

“하지만 형부에겐 그 래시피가 없었어요. 지금도 형부는 왜? 그 마수 고기가 중화가 되었는지 모를 걸요? 그러다가 형부의 여동생인 자희 언니의 시체가 발견됐어요. 강간당한 뒤 죽은 언니의 시신은 처참했죠. 그 자식의 짓이었죠. 그걸 안 형부와 언니가 그 자식을 찾아가 죽여 버렸어요.”

“잘했네. 그 때 상황이 그렇게 된 거군. 장호 동생, 자희가 죽고 자네 내외가 그 자식을 죽였을 때 난 믿고 있었네. 자네 내외가 그 자식을 죽인 것엔 이유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 때 내가 의형으로써 자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부끄럽군. 미안하네.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아닙니다. 제구 형님. 그 당시 형님도 도시 경비대에 가입해서 정신이 없던 시기였고 저희 가족이 광야로 쫓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은밀히 도움을 주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수가 태어났을 때 형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집사람이나 이수가 살아날 수 있었을지......,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그래서 어찌되었습니까?”

“아! 현수 대장님. 그 뒤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가주님의 도움으로 서로의 죄를 탕감하기로 하고 형부는 소유한 모든 물자를 방 씨 가문에 넘긴 뒤 가족과 함께 도시에서 추방됐어요.”

“그랬군. 오 씨 가문......, 가주의 도움이 있었군. 그래서 장호 동생이 그 자식을 죽인 뒤 목숨을 보존할 수가 있었던 거야. 그게 난 항상 의문이었어. 어떻게 그 사건 후 장호 동생이 목숨을 부지했는지. 역시 원로 가문의 힘이란 대단해.”

“내가 알기론 오 씨 가문의 가주는 융통성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자기 가문의 일이라고 천 씨에게 큰 도움을 주었네요. 생명을 부지하게 해준 오 씨 가주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할 거야. 천 씨.”


이야기를 듣다가 불쑥 대화 속에 끼어든 박한성의 말에 오현아가 발끈했다.


“조장님, 가주님이 형부에게 도움을 주었으니 은혜를 알라고요? 그런 말은 하지도 말아요.”

“현아 씨, 왜 그래? 왜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내 말이 틀렸어?”

“흥, 조장님, 내가 흥분하지 않겠어요? 내가 벽촌인 남면에 왜 나와 있는데요.”

“그건......, 그래 현아 씨는 왜 남면에 나와 있는 건데?”


박한성의 목소리가 불퉁해졌다. 자신의 혈족들이 사는 남면에 대해 무시하는 듯 말하는 오현아의 말에 심기가 뒤틀린 것이다. 그걸 알았지만 오현아는 무시했다. 그녀 역시 박한성의 말에 마음이 불편해진 까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내가 여기 남면에 나와 있는 건. 가주님 때문이에요.”

“오 씨 가문의 가주 때문이라고? 현아 동생, 그게 무슨 말이야?”

“가주님이 언니네 가족을 지켜보라고.......”

“그건 좋은 의도잖아? 그런데 현아 동생의 말투는 왜 그리 불량스러운데?”

“가주님의 의도는 형부가 만든 중화제 래시피에 있었어요. 저에게 떨어진 가주의 밀명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 중화제 래시피를 알아내는 거였어요. 그렇지 못하면 가문으로 돌아올 생각을 말라는 거였지요. 제 생각이지만 가주님의 그 결정에는 저희의 처지가 큰 영향을 미쳤겠지요. 그건 어려서 돌아가신 부모님 때문에 가문에서 저희가 의지할 배경이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럴 수가.......”


오현아가 힘들게 토해낸 내막에 장내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오씨 가문의 가주를 옹호했던 박한성조차 드러난 추악한 진실에 입을 닫았다.

이 무거운 침묵을 깬 사람은 강제구였다.


“현수 대장, 내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그동안의 정리가 남아있다면 꼭 들어주었으면 하네.”

“제구 아저씨,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렇게 무게를 잡고 그러십니까?”

“내가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자네의 처지를 약간은 짐작할 수 있다네. 전 야차대 대장님과 그 분을 따르던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양구에서 희생이 되었다면 아무리 자네가 야차대의 인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야차대 수장을 차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걸세.”


뜻밖에 꺼낸 야차대와 관련된 강제구의 발언은 방관자적인 태도로 장내 대화를 듣던 석주형까지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좀 알기 쉽게 말해보시지요. 무슨 이유로 대장님이 야차대 수장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인지?”

“석 장로님, 제가 하는 말에 노여워만 하질마시고 한 번 들어보십시오. 헤븐의 야차대에는 전 대장님이 이끄는 무리와 2조장이 이끄는 무리로 나눠지지요. 아마도 2조장이 전 대장님이 양구에서 돌아가신 것을 알면 틀림없이 자신과 가까운 래드 스네이크 용병대에 자치구를 팔아넘길 겁니다. 그건 내가 헤븐에 있을 때부터 암중에 흐르던 일이었으니, 현 상황을 알게 되면 백퍼 일어날 일입니다.”

“그런 무도한 자가 있나? 그걸 사람들이 따른답니까?”

“아마도 야차대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2조장의 혈족이 운영하는 래드 스네이크는 인근에 자치구를 갖고 있는 매우 위험한 자들이지요. 그들은 암암리에 약탈자 그룹까지 운영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위험한 자들입니다.”

“자치구를 보유한 자들이 약탈자 그룹을 움직인다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석 장로님, 제구 아저씨가 한 말은 사실일 겁니다. 저도 풍문에 듣고 있었던 말이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진 대장님과 다른 아저씨들 덕분에 그들의 힘이 미치진 못했지만 아마도 지금 현 상황을 그들이 파악한다면 틀림없이 자치구를 빼앗기 위해 나설 거예요.”

“대장님.”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될 거예요.”

“석 장로님, 그건 현수 대장의 말이 맞습니다. 제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현수 대장이라면 전 대장님에 비해 그다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든든한 석 장로님까지 버티고 있지 않습니까?”


강제구는 석 장로 운운했지만 일찍이 보지 못했던 신무기를 갖고 헬독스 무리들을 압살하던 야차대 사람들의 강공할 공격력을 봤기 때문에 지극히 그의 마음은 평온했다.


“내 말은 그들이 아무리 야차대가 보유한 자치구를 탐을 내도 소득이 없을 거란 겁니다. 그래서 난 저 장호네 가족들을 현수 대장이 책임을 좀 져 좋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네. 어떤가? 현수 대장 생각은.......”


현수는 강제구의 말에 이게 웬 떡인가 했다. 그야말로 원하던 보물이 손안에 굴러 떨어진 것이 아닌가?


“저야 좋습니다만, 장호 아저씨의 생각이 어떨는지?”

“형님?”

“동생, 이건 기회야. 자네가 저들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 난 자넬 아네. 아마도 무슨 이유가 있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에게 중화제 래시피가 있을 거란 것쯤은 알 수 있다네.”

“형님, 그건.......”

“장호 동생, 난 자네 가족이 저 현수 대장을 따라 이곳을 벗어났으면 하네. 자네도 봐서 알겠지만 야차대의 무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네. 아마도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다듬어진다면 대단한 단체가 될 거란 생각이 드네. 그 말은 현수 동생의 야차대만이 자네 가족이 이 도시를 떠나는데 힘이 되어 줄 수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해서 야차대를 따라 이 도시를 떠나게나.”

“........”


강제구의 말에 말문이 막혔는지 잠시 생각을 추스르던 천장호는 강제구에게서 시선을 현수에게로 돌렸다. 그의 얼굴엔 수많은 표정이 교차했다.


“저희 가족을 야차대에서 받아주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야차대에 적을 두시겠다면 환영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런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잘 결정했어. 장호 동생.”

“아닙니다. 형님 덕분에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형님.”

“아니야. 장호 동생. 그럼 이제 내 문제를 풀어볼까?”

“형님, 문제요.”

“박 조장, 난 이제 경비대 일을 관두려고 하네. 사직을 청하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요? 사직하겠다니, 설마 제구 형님 아차대라도 따라서 가 실려우?”

“아니 그걸 어찌 알았나. 난 이제 현수 대장을 따라 고향인 해븐으로 돌아가려하네. 이곳이 지긋지긋해졌거든.”

“제구 형님.”

“그럼 그렇게 알겠네. 현수 대장, 나도 장호 동생을 따라 야차대에 가입하겠네. 좀 받아주게.”

“그건, 환영합니다. 제구 아저씨.”


현수는 돌연한 강제구의 선언에 박한성의 얼굴을 살펴봤지만 그의 얼굴엔 어이없어하는 표정만이 떠올라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얼씨구나 하고 현수는 강제구의 입단도 냉큼 받아들였다.

강제구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장내의 분위기는 끝을 맞았다. 잘 사람은 자러가고 아직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름이 때문에 현수는 꺼져가는 모닥불 옆에 남게 되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부수한 별들이 밤하늘에 떠 있었다.

쿄토에서 히로이와 붙은 뒤 이곳으로 옮겨졌을 때에는 돌아가신 대고모부 생각에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도 못했는데 어느덧 그 슬픈 감정도 진정되어갔다.

문득 고개를 돌린 현수의 시선이 어느 곳을 향했다. 그러자 마차 위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헬레나의 시선이 그를 따라 움직였다가 무엇을 봤는지 수중의 장궁을 움켜쥐었다.


‘저들은 도대체 누굴까? 왜 우리들의 뒤를 따라오는 걸까?’


현수는 아이언 콜로니를 떠났을 때부터 마차 행렬을 따라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그들이 왜 자신들의 뒤를 따라오는 것인지 몰랐을 뿐이었다. 지금까진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기에 지켜보고만 있지만 그것 또한 언제까지 갈 줄은 몰랐다.

다만 현수는 그들에 관한 주의를 늦추진 않을 생각이었다. 게다가 자신 때문에 헬레나 또한 그들을 인식한 것 같았다. 경계를 서는 이들을 믿고 피곤에 지친 현수의 눈 역시 어느새 무겁게 감겨들고 있었다. 이곳에 온지 며칠이 지났지만 그에겐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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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과거 문명과의 조우(3) 24.09.01 5 0 17쪽
40 과거 문명과의 조우(2) 24.06.01 10 0 16쪽
39 과거 문명과의 조우(1) 24.05.26 11 0 17쪽
38 야차대와 개마대 24.05.25 12 0 17쪽
37 조선인 거리(2) 24.05.18 13 0 15쪽
36 조선인 거리(1) 24.05.12 14 0 16쪽
35 라클란 자치령(2) 24.05.11 16 0 18쪽
34 라클란 자치령(1) 24.05.06 15 0 16쪽
33 아포칼립스의 호텔(2) 24.05.05 18 0 17쪽
32 아포칼립스의 호텔(1) 24.05.04 17 0 17쪽
31 강화인간(2) 24.05.01 18 0 17쪽
30 강화인간(1) 24.04.28 17 0 17쪽
» 블루 워터 시(4) 24.04.27 15 0 19쪽
28 블루 워터 시(3) 24.04.20 18 0 16쪽
27 블루 워터 시(2) 24.04.17 15 0 17쪽
26 블루 워터 시(1) 24.04.13 16 0 16쪽
25 추악한 진실 24.04.10 18 0 18쪽
24 야쿠자 야노스케 24.04.07 18 0 18쪽
23 갤럭시 컴퍼니(3) 24.04.06 18 0 15쪽
22 갤럭시 컴퍼니(2) 24.03.31 19 0 16쪽
21 갤럭시 컴퍼니(1) 24.03.30 22 0 16쪽
20 신 야차대(2) 24.03.23 21 0 15쪽
19 신 야차대(1) 24.03.23 22 0 15쪽
18 이 세상 플레이어 홍영 24.03.16 22 0 15쪽
17 오철웅 플레이어가 되다. 24.03.09 24 0 21쪽
16 현수에게 닥친 비극(2) 24.03.03 22 0 17쪽
15 현수에게 닥친 비극(1) 24.03.02 29 0 16쪽
14 아이언 콜로니(5) 24.02.25 26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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