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육지에 도착했는데, 외나무다리에서 원수를 만났다
우리는 그날 저녁 부싯돌로 불을 피우고 차례대로 망을 보며 밖에서 야영을 했다.
그리고 잠들었던 우리는 다음 날 새벽, 쏟아지는 비 때문에 졸지에 물벼락을 맞고 큰 나무 밑에서 오들오들 떨며 날을 샜다.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비가 계속해서 내렸다.
그래서 우리는 날이 밝자마자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그렇게 고생하며 다니자니 꼭. 제주도에서 혼자 깨어나 엄청 고생한, 아버지의 험난했던 일상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그때 아버지는 혼자 개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지금 우리는 그나마 다섯이 같이 있으니 적어도 외롭지는 않은 것이겠지!’
그 사실 하나만이 우리에게 위로가 됐다.
일단 심한 빗속에서는 앞을 보기도 힘들고 체온도 급격히 떨어지니까, 큰 나무 밑으로 가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를 기다렸다.
빗줄기가 좀 가늘어지자 곧 우린 두 팀으로 나뉘어서 비 피할 곳을 찾아보고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나와 민기가 한참을 우거진 수풀에서 헤매고 다니던 그때, 우리와 조금 떨어져 뒤에 오던 수가 운 좋게도 웃자란 풀에 가려져 있던 동굴을 찾아냈다.
우린 그 사실에 너무 기뻐하며 우리는 부모님과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가 기다리다가 돌아온 부모님과 합류해 발견했던 동굴로 달려갔다.
그렇지만 동굴에 들어서서 비를 피하는데, 처음 그 장소를 발견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살기가 갑자기 뒤에서 느껴졌다.
곧바로 뒤를 돌아본 우리는 어둠속에서 빛나는 많은 동물들이 내는 안광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우와아악!”
곧 놈들이 우리를 쫓으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이끼! 끼에엑! 끼기악!’
틀림없이 노랑이들이 내는 소리였다.
그놈들은 분명, 터널을 통해 나와서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우리보다 먼저 동굴을 발견해 그곳을 점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갑작스런 공격에 쫓겨나와, 한없이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던 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결심했다.
그 동굴에 다시 비집고 들어가기로 말이다.
그건 바로 노랑이들과의 전쟁을 의미했다.
하지만 그대로 있다간 내리는 비에 체온을 뺏기고 언제 빗속에서 쓰러질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우리는 치밀한 작전을 짜고 동굴로 쳐들어갔다.
‘끼악! 우끼끼! 키악! 키아악!’
하지만 처음에 들어갔을 때보다 노랑이들 반응이 더 심각했다.
그놈들은 아예 우리들을 잡아 죽이려고 작정한 것 마냥 달라들었다.
민기와 나는 노랑이들이 달려들어 할퀴고 때리는 것을 감수하며 수와 부모님을 보호했다.
“으아아! 으아! 민기야, 좀만 더 버텨! 으으어!”
마구 할퀴어대는 노랑이들의 집단 구타에 신음소리가 절로 나왔다.
우리가 그렇게 꿋꿋이 버티고 있는 사이 수가 비교적 비를 덜 맞은 횃불을 꺼내서 부싯돌로 다시 불을 붙이려고 애썼다.
불이 붙기까지 이를 악물며 버티는 그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횃불에 불을 붙이는데 성공한, 수가 얼른 다른 횃불에 불을 옮겨 붙이고 달려드는 노랑이들에게 횃불을 휘둘렀다.
‘우확하하! 끼이끼!’
그 바람에 깜짝 놀란 노랑이들이 소리 지르며 얼른 뒤로 물러났다.
불로 인해 형세는 단번에 뒤바뀌었다.
‘하! 이것들 도망가는 것 봐라. 진짜 속 시원하다!’
하지만 승리를 자축하기엔 우리의 피해가 너무 컸다.
민기와 나의 얼굴은 피로 만신창이가 됐기 때문이었다.
일단 난리가 진정되고 피범벅이 된 우리의 모습을 본 부모님과 수가 너무 놀라 한동안 입을 쩌억 벌리고 있었다.
“아, 하하하! 우린 괜찮아요. 그치, 민기야?”
“아하하! 끄으응! 그, 그럼요.”
그 모습을 보고 오히려 무안해진 우리는 최대한 호탕하게 웃으며 얼른 피를 닦아내고, 최대한 마른가지를 많이 찾아내 불을 키웠다.
노랑이들은 비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동굴 입구에서 패배를 곱씹으며 그놈들끼리 뭉쳐 웅크리고 있었다.
‘흐음! 그래도 우리는 놈들을 완전히 쫓아내진 않았다!’
노랑이들은 원래가 사납고 공격적인 놈들이라 우리를 공격하려고 수시로 틈을 보며 사납게 굴었다.
그래서 불을 피웠어도 안심하지 못하고 우리는 차례로 보초를 서며 쉬어야 했다.
그렇게 그놈들과 우리는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공존하는 처지가 됐다.
수는 어머니가 가지고 다니는 약으로 다친 민기와 나를 정성껏 치료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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