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스탱과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믿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아버지를 배신하지 않겠다는 듯 너스탱 네가 짜잔 하고 나타났다.
아버지는 너스탱을 보자마자 얼싸 안으며 이산가족을 만난 듯이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 겨운 상봉이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하던 우리는 다시 여행을 계속했다.
왕곰 사건을 교훈 삼아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맹수에 주의 하면서 말이다.
어느 새 평야지대를 지나서 다시 숲이 울창한 곳이 계속 됐다.
그때부터 나는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을 종종 느끼곤 했다.
언뜻 누가 나무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 그곳을 쳐다보면 그곳엔 아무도 없는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됐다.
이런 일이 계속 되자 불안해진 나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 느낀 것 일수도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어!”
내말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놀란 내가 물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왜 말 안했어? 아무도!”
“우리를 지켜보는 게 누군지 알진 못해도 우리를 위협하거나 해를 끼치진 않으니까 우선 지켜보는 거야!”
수가 대답했다.
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어머니가 덧붙였다.
“여러 날 우리를 지켜보기만 하는 것 같더라.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지켜보자! 어떻게 생각해요? 너스탱 씨!”
너스탱에게 푹 빠져 있는 아버지에게 비꼬는 말투로 어머니가 물었다.
“흠! 흠! 당신 말이 맞지. 맞아!”
다행히 아버지가 분위기를 파악한 듯 했다.
그때 민기가 내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어머니, 아직도 화 안 풀리신 거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기가 부모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더니 조용히 물러갔다.
그로부터 이삼일 후, 다행히도 어머니의 질투와 걱정을 더는 일이 생겼다.
아침에 갑작스레 나타나지 않은 너스탱을 걱정하며 찾아다니던 아버지가 풀이 잔뜩 죽어서 돌아왔던 것이었다.
“아빠! 너스탱은?”
“후우우! 이제 우리끼리 가야할 거 같다!”
아버지가 수의 질문에 실망 가득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왜요?”
빠른 교통수단을 잃었다는 실망감에 내가 반문했다.
아버지는 말없이 우리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숲 이곳저곳에서 너스탱과 함께 다니던 암컷들이 알을 품고 있었다.
아버지와 열띤 우정을 쌓으면서도 너스탱은 자기본능에 충실했던 것이었다.
그날 오전 내내 눈물 가득한 이별인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 아버지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기며 너스탱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를 따라나섰다.
떠나기 전에 아버지는 남은 말린 과일들을 모두 꺼내서 너스탱에게 주었다.
떠나올 때 본 녀석은 자기 알들을 품고 있는 암컷들에게 말린 과일들을 물어다주고 있었다.
‘부모의 역할이란 그런 것인가!’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너스탱도 드디어 부모가 돼서 꼼짝없이 묶인 것이었다.
아버지는 우리를 따라오면서도 가끔 뒤를 돌아보며 너스탱이 혹여나 따라오지 않는 지 살펴보곤 했다.
우리는 실연의 상처를 겪고 있는 아버지를 내버려두고 열심히 갈 길을 재촉했다.
강을 두 세 개쯤 더 건너고 산도 여러 개 넘어갔다.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여러 가지 특이점을 발견됐다.
광활한 숲이 펼쳐져 있는 자연 환경은 우리가 지나쳐 왔던 곳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나무를 깨끗하게 자른 흔적이나 사람이 쌓은 게 분명한 돌탑들이 어느 샌가 자주 눈에 띄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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