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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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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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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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신데라의 회상(1)

DUMMY

#한가로운 토요일날.

본부와의 연락 후 잠시 텀을 가기로 한다.

데라는 내 눈치를 보며 아랫방에서 마법 수련을 했다.

무람은 밤에는 내 옆에서 그르렁거리는 일상을 보낸다.

아침에는 귓불을 물어뜯고. 낮에는 아르바이트. 저녁에는 심드렁하게 누워 배 긁적이기.

전체적으로 귀찮음이 가득 투영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어찌저찌 도와주긴 한다.

데라는 말 할 것도 없이 성실하고 말이다.


김무람 씨는 일관되게 태평하시다.

매출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매점 살림을 도와 물건을 나르고.

점심 먹고 난 후에는 어디론가 자꾸 사라져서 따라가 봤더니 또 혼자 술판을 벌이신다.


데라가 나에게 공유하는 연합의 비밀 계좌 속 지원금은 2명 총합 120만 원.

달마다 나에게 일부를 바치면서 위태로운 삶을 지속해야 한다.

물론 신대림이라는 평가원 작자의 기준을 통과하면 더 여유 있는 지원금을 받아낼 수도 있겠지만···.


“하···.”

데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이내 잠시 창가를 바라보며 두 눈을 감았다.

무언가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났나 보다.

말을 걸어볼까 하지만 그건 눈치 없는 참견이겠지.

지금은 그냥 가만히 두는 게 가장 도움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데라.

과거 기억 속 신대림과 있었던 안 좋은 기억 하나하나가 파편이 되어 흘러 지나간다.

그 녀석을 처음 만났던 마녀학회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이었다.

.

.

.

15세기 혹은 18세기 그 사이.

유럽 어디든, 지역과 나라를 불문하고 유행하던 마녀의 존재.

우리는 자연과 영적으로 연결된 지혜자였지.

그걸 망친 건 기독교의 급진 전파와 악마 교류회의 등장 때문이었다.


마녀 일족 중 일부가 변절했다.

유럽 전역의 마녀 중 일부가 조선의 중악처럼 타락해 버린 거다.

악마의 힘에 중독되어 버린 혹자의 마녀들.

그녀들은 그렇게, 악마를 금기시하던 거대 종교 기독교를 적으로 돌려 버렸다.


이게 마녀사냥의 시작이었다.

지옥 같았다.

살아있는 수백 년의 세월이 지옥 그 자체였다.


‘하등한 인간 녀석들 주제에.’ 이런 말, 당시에는 중2병이라는 개념조차 없어서.

그냥 심각한 비하의 의도로밖에는 쓰이질 않았는데.

솔직히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이만큼 모욕적인 말이 없지 않은가.

요즘은 이걸 줄여서 ‘좆간’이라고 하더라.

참으로 잘 줄이긴 했다.

마음에 든다.


아무튼.

이제는 서양 시골 마을의 모습과 마녀사냥의 시초를 자세히 묘사해 볼까 한다.

독일 혹은 스위스 혹은 프랑스 또 스코틀랜드까지.

내가 숨은 이곳은 독일 촌구석 마을 어딘가다.

16세기 말, 이 촌구석에는 마녀들의 피난처 ‘마녀학회’가 있었다.


“결계 마법 너머에 세워진 마녀들의 피난소 겸 학당.”

“내가 그곳에 있었다.”

“신대림 또한, 그곳에 있었지.”


마녀들의 모임에서 항상 인기 많은 아이였던 신대림.

재주도 좋고 주변 마녀들에게 항상 잘 들이대는 활기찬 년.

영국 인근에 뿌리내린 공작가의 집안에서 신기를 받고 태어난 마물이다.

덕분에 그녀는 나와는 다르게 자태부터 아름다웠으며 피난자 신세에 맞지 않는 피붓결을 지니고 있었지.

그게 내가 알던 과거 신대림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인기쟁이의 삶을 내심 부러워하며, 조용한 마녀학회에서의 생활을 보냈다.


“부럽긴 한데···. 살아남는 게 먼저니까···.”


마녀학회는 마녀 사냥꾼들을 피해 삼중 결계 속에 설립된 마녀 피난소이자 양성소였다.

우선 그곳에 들어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부터 엄청난 행운이었지.

마녀 사냥꾼만 피할 수 있다면,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컸다.

실제로도 혼자만의 생활을 영위하며 피난 생활을 이어갔다.

태생이 아웃사이더였던 나는 구석에 혼자 앉아 점심을 먹는 일에도 개의치 않았다.


물론 약간씩 솟아오르는 질투심은 아무래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내가 천성이 고약한 년이라서 말이다.


‘너희들은 정말···! 우리 지금 쫓겨서 여기로 도망친 신세거든···?’

도망자 신세임을 자각시켜 주려고 해도, 인싸들의 방탕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나는 차라리 잘됐다는 심정으로 같잖은 친목질에 관심을 주지 않기로 했다.

학업과 마법 연구에 몰두하여 거즌 10년을 보냈지.

마녀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내가 연구할 마법은 그 분류만큼은 간단했다.

마녀의 마법은 크게 두 가지 학과로 분류된다.

[압축마법학]과 [팽창마법학]

화려해 보이는 기술들은 사실 전부 위의 두 과목을 기초로 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

불을 뿜는 마법은 마력 입자를 ‘압축’하여 작은 알갱이로 만든 뒤 공기 중으로 분산시켜 과열시키는 원리이다. 이른바 [분진 효과]를 이용하는 [압축마법학]의 일종인 것이지.

바람 칼날은 날아오는 바람에 ‘팽창’시킨 마력을 싣고 적에게 날리는 수법이며.

대왕 도토리를 발사하는 마법 또한 같은 원리로, 도토리를 마법으로 ‘팽창’시켜 적에게 날리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야~? 너 또 혼자서 마법 연구 중이네?”


그때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홀로 앉아 마법의 예시를 분류하고 있던 차.

그 녀석이 갑작스럽게 불쑥 찾아왔다.

신대림. 그 잘난 공주님이 내 옆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신대림의 당시 이름은 ‘드리젤라’

그래. 그 번지르르한 이름이 새삼 떠오른다.


“애, 안녕?”

드리젤라가 내게 말을 걸었다.


“네? 네 안녕···. 하세요.”


“네가 신데렐라 맞지?”


“갑자기 찾아온 이유가 뭔가요?”


“[불변성을 지닌 마법 구조론]의 연구 논문을 작성한 전대미문의 마녀 말이야. 지금 그 논문이 ‘압축마법학’ 계열 학생들에게 인기거든.”


“네···.”


“어떻게 한 거야? 무슨 특별한 주술을 쓴 거야? 아니면, 흑마법?”


“지금 흑마법이라고 했습니까···?!”


“그럼. 어떻게 마녀의 마법 따위가 자정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는 거지? 압축 마법학 전공 마녀들이 전부 궁금해하고 있어.”


“불안정한 마력 구조체 사이의 결합부를 압축 마법으로 한 번 더 눌러 보강하는 방식이에요. 설명은 저번 발표에서 전부 다 해줬잖아요.”


“아! 미안! 나 그때 근처 마을 남자들이랑 사교회를 즐기러 내려갔었거든. 요 근처 알베르트 공작이 묵고 있는 숙소에 기갑 부대 병사들이 그렇게 친절하시더라?”


“도대체가···! 학회의 위치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


“마녀끼리 힘 좀 모아서 인간과의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는 게. 불만이냐?”


“교류의 장? 그냥 떡 치러 내려갔겠지! 명분만 거창하잖아.”


“천민 출신은 상상 이상으로 천박하구나? 아무튼, 너가 친구 없는 이유는 잘 알겠다. 그나저나 솔직히 말해줘. 그 발표 자료, 진짜 ‘압축마법학’따위로 실현 가능한 방법이야?”


“아까부터 왜 ‘따위’라는 표현을 쓰는 건가요? 선대 마녀들이 힘들게 쌓아 올린 마법학을 당신이 뭔데 모욕하는 거야?”


“그 따위 것 때문에 꼬투리 잡혀서 우리가 숨어 살 게 된 거 아니야?”


“우리의 역사는 오해받은 거죠. 몇몇 ‘악한 마물’들의 이간질 때문에!”


“그래 그 ‘악한 마물’들 때문이지. 그래서 나는 다른 거 상관 안 한다~? 단지 ‘악마의 힘’에 손을 대는 녀석들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뿐이라고.”


“지금 저 의심하는 거예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근데, 솔직히 지금은 그 경우가 맞아. 난 널 의심하고 있어.”


“당신이 뭔데.”


“주변 애들이 다들 그래. 너 혼자 음침하게 앉아 있는 거 보면 소름이 끼친데. 혹시나 흑마법을 연구 중인 건 아닐까 해서. 솔직히 나도 좀 보기 껄끄러워서···. 미안~ㅎㅎ.”


돌직구처럼 들어온 신대림의 공격.

그걸 처음 당한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흑마법을 이용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오로지 나만의 방법으로 그 연구에 성공한 것이다.

‘수많은 반복과 시행착오.’

‘악으로 깡으로 들이받기.’

이게 내 방식이었다.

그래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우연히 그 구조식을 이용해 마법을 사용했고, 그 마법이 자정을 넘겨도 사라지지 않았다. 진짜 그뿐이었다. 수많은 변수들을 어림잡아 찍어 맞추고 나만이 어거지로 성공시킨 마법이었기에 다들 의심이 가는 것이겠지.

예시를 들어보자, 현대 세상으로 따지면, 내가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해 낸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이게 흑마법이 아니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불변성을 지닌 마법]은 성공한 이론이 맞았었냐고?’

‘아니.’

‘실패했지.’

‘실패했으니까 내가 산속 매점에 틀어박혔겠지.’

‘그것도 대차게 실패했었지 아마.’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가장 처참하게.’

.

.

.

데라는 품 안에 넣어두었던 마법 지팡이를 꺼내 보았다.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그 녀석.

나만의 마법을 개척해 내지 못한.

늘상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수빈과 민수마저 끝끝내 지켜내지 못한.

여전히 실패한 그대로.


‘애초에 내가 마법으로 무언가를 성공시킨 일이 있었나.’

‘연구에만 그쳤으며, 결과물은 빈약했다.’

‘빗자루나 조종하고 새로 변신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나다.’

‘사람조차 제대로 때려본 적이 없었다.’


“아 한 놈 있긴 한데.”

일순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태흥의 존재로 위안 삼아 본다.

이런 걸 정신 자위라고 하던가.

아무튼 도토리 성능 죽이더라.

.

.

.

그나저나.

그나저나 그나저나.

회상을 시작했으면 끝까지 해야겠지.

어디까지 했더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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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신데라의 회상(2) 24.09.11 22 0 9쪽
»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6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24.09.09 26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32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3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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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33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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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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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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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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