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1 22:42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04
추천수 :
0
글자수 :
167,557

작성
24.07.30 00:28
조회
37
추천
0
글자
11쪽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DUMMY

“자! 도착했습니다!”

용병들의 인도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윈룸가가 줄 지어있는 골목.

균일한 크기의 원룸이 골목을 따라 100m 밖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저 원룸가 안에 수백 명의 용병이 살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괜히 웅장해졌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외국물을 좀 먹었다는 그는 여전히 예의 바른 자세로 우리 일행을 집 안으로 들였다.


“야 이 계집애야! 신발 벗고 들어와.”

수빈이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그래도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뛰는 수빈이 위에 나는 무람이 있었으니.


“좋다! 이리 오너라!”

“뭣들 하는 게냐! 이리 오너라!”

“음. 요즘은 손님을 침묵으로 응수한단 말인가. 세상 참 야박하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집에 누가 있다고 그러세요?”


“나야말로 묻고 싶구나. 동료들은 어디에 있는 게냐.”


“에이~. 이 집에는 3명밖에 안 살아요.”


“음. 2명은 너희일 것이고. 나머지 한 명은···.”


“학교 갔어요. 고등학교요. 공부한다네요.”


“말세구나.”


그때, 아직도 상황의 파악이 늦은 휘성이 탄성을 내지르며 입을 열었다.

“저···. 그···. 뭐냐, 너는 뭐라고 불러야 해?”


“제 가명은 민수예요. 오민수. 숫자 5가 좋아서 만든 깔맞춤 닉네임입니다.”


“Xㅂ···ㅋ 닉ㅋ네임ㅋㅋㅋ.”


“수빈이도 오 씨에요.


“그나저나 민수 너 생각보다 대단한 모임에 들어와 있구나?”


“네?”


“아니~. 한 집에 세 명씩 재워주는 군대가 어디 있냐?”


“엥? 그게 무슨 소리예요?”


“줄지어 있는 원룸들이 전부 너희 소유 아니야?”

“중악에 대항하는 세계적인 용병단. 이런 거라며.”


“에이~ 형!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이 집 하나만 우리 부대 소유죠~.”


“그, 그 말은 즉···.”


“네. 이 부대는 저랑 수빈이 포함 총 세 명입니다.”


그 대답을 듣고 숨이 턱 막히는 휘성.

어이는 진작에 출가하여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탈함뿐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런 아마추어 용병단에 지레 겁을 먹었었다는 것이 너무 짜증 났다.


“민수야, 너 그거 알아?”


“뭘요?”


“떡잎 마을 방범대가 수적으로 우세하다?”


“아! 5명! 5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숫자투성이네요!”


인력난도 이런 인력난이 없구먼.

저 어정쩡한 3명이 이렇게나 설치고 다녔단 말인가.

여태 갑산귀 무리한테 보복당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적이었다.


‘이거, 우리 편이 아니라 짐짝 같은데요···.’

휘성이 주인님 되시는 무람에게 다급한 텔레파시를 보내며 표정을 찡그렸다.


‘본부와의 연락책만 뜯어내고 속히 이곳과 손절하자꾸나.’

무람은 본인의 노비 되는 휘성에게 텔레파시로 응수하며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무람, 휘성, 민수, 수빈은 서로를 어색하게 마주 보며 침묵을 유지한다.

1분 같은 1초가, 1시간 같은 1분이 흘렀다.


그때였다.


드르륵!-


덜컥!-


푸드득!-


이제는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지는 원룸의 창문이 흔들렸다.

5분의 3 떡잎 마을 방범대의 마지막 일원이 돌아온 것이었다.

상당히 이질적인 부분이 한 가지 있다면, 그 사람이 들어온 입구가 창문이라는 점이다.

아니, 애초에 저걸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저건 새잖아. 파랑새.”

휘성이 두 눈을 비비며 파랑새를 바라보았다.


“오! 연락용 비둘기인가 보구나! 좋아. 정보전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군.”

21세기의 무람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 있었다.

연락용 비둘기라니.

애초에 비둘기도 아니었다.

누가 봐도 파랑새였다.


“네~ 그렇죠. 당장 한 세기 정도만 일찍 태어나셨어도 그 말이 맞았을 텐데요. 지금은 인터넷이 비둘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니···. 하하.”

민수는 저런 저급한 발언에도 높은 응답률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수빈이에 비해 상당히 꾸준했다.

그의 친절함이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짹짹-


“누구보고 연락용 비둘기래!”

그때 연락용 파랑 비둘기가 입을 열었다.

아무런 반전도 없이, 그 새는 3번째 동료가 맞았다.

단지 새의 모습으로 변신했을 뿐인 또 하나의 마물.

[마녀]의 등장이었다.


“소개할게요. 저희의 정보 수집 및 탐사 담당, 신데라에요.”

민수가 ‘신데라’라고 소개한 파랑새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펑!-


슈슈슝-


파랑새가 세차게 날갯짓을 한 번 하자, 희뿌연 연기와 함께 새의 형상이 사라진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영락없는 인간의 형상이었다.

‘신데라’라는 명찰을 가슴팍에 달고.

머리에는 회색빛 헤드셋을 끼고.

다소 무뚝뚝해 여자는 난생처음 보는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선무당 옷차림의 호랑이와 그녀의 노예인 장바구니 청년을 바라보며 물음표를 그렸다.


“야! 신데라! 내가 정문으로 들어오랬지! 니가 진짜 새냐?”

수빈은 방금 막 돌아온 데라라는 아이에게 다소 쌀쌀맞게 굴었다.

뭐, 항상 쌀쌀맞은 아이였기에 그러려니 했다.


“데라 왔구나. 학교는 어땠어? 인간들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됐어?”

수빈과 상반되게, 민수는 데라를 따뜻하게 반겨주었다.


“아직은 잘 몰라. 오늘은 서류 작성이고 학교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저 사람들은 누구셔?”


“아~! 듣고 놀라지나 마!”


“응.”


“국산이야.”


“응? 진짜?”


“어! 진짜 국산이야!”


“야, 수빈아! 니가 설명해. 국산이 갑자기 왜 우리 집에···.”


“몰라~. 중악의 봉인에서 자력으로 탈출하셨단다.”


“뭐? 그게 가능한 거야? 괴물도 아니고.”


“그러게. 나도 처음 봤어.”


“정확히 말하면 내 충실한 머슴의 도움을 받았지.”

그때, 휘성의 볼을 꼬집고 잡아당기며 약을 올리는 무람.


“내가 왜 당신 머슴입니까?”

그저 노예 취급받는 것이 불편하기만 한 휘성이다.


“흠···. 이거 찐인가···?”

한편, 데라는 아무 말 없이 ‘국산’을 이리저리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관찰은 계속해서 휘성에게까지 이어졌다.

초면인데 인사조차 하지 않고 이리저리 둘러보며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뜩, 수첩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듯 두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야, 민수, 그리고 수빈이. 너네 ‘신춘배’는 잘 붙잡아 온 거야?”


“아! 그, 그게···. 그러니까···.”

민수는 그런 그녀의 질문에 눈을 피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죽, 죽어버렸어.”


“뭐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강시라고 뇌까지 빼먹은 거야?!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정보를 조금이라도 빼내려면 인질 하나쯤은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법이라고!”


“미, 미안···.”


“아우! 씨발! 진짜, 니들이 다 망쳤어! 알아? 난 어서 빨리 공적을 세워서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빠져나가야 해!”

“너네들도 도와준다며!”

“상류 마물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발 뻗고 편하게 살게 해준다며!”


“야, 너 그만해. 참는 데에 한계가 있어. 민수도, 나도 노력하고 있잖아.”

“너 우울증 치료하겠다고 학교에 보내준 놈도.”

“너 위험할까 봐 침투 작전에서 제외시켜 준 놈도.”

“전부 민수였잖아.”

수빈은 여태까지 열심히 노력해 왔던 민수를 욕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휘성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자신이 봐왔던 수백 번의 양산형 판타지물로 딥러닝한 결과,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저 여자. 일찍 죽을 관상이야.’

속으로 생각하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타인의 배려를 권리로 생각하며 깎아내리는 인간이 상명하복하는 꼴은 당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둘 다 진정해. 일단 밥부터 먹자. 거기 두 분도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데라는 어서 가서 손 씻고 와.”


“아이 씨. 민수야, 내가 애냐?”


“손톱 사이사이까지 씻어~!”


“닥쳐.”


이 대화를 멍하게 듣고 있던 무람과 휘성.

그들은 암묵적으로 합의하여 사실 한 가지를 숨겼다.

자신들이 그 ‘신춘배’라는 할아버지를 도륙 내고 뒷산에 숨겨버렸다는 사실을.

이 엄청난 사실을 숨기는 데 동조해 준 민수가 정말 고마울 따름이었다.


‘강시 듀오가 신춘배의 행방에 목매달고 집착했던 이유가···.’

‘저기, 이거 우리 잘못 맞죠?’


‘어쩔 수 없지. 너의 단독 행동으로 처리하자꾸나. 나도 나의 위상을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


‘누구 마음대로.’


‘주인 맘이지.’


까득-

그녀가 휘성이 방심하던 틈을 타 다시 귓불을 물어뜯었다.

지금 행위는 호의가 아닌 입막음용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야.’


‘어이쿠. 기를 너무 많이 불어넣었군. 하마터면 하나뿐인 생 종자가 허여묽은 창귀가 될 뻔했구나.’


‘X친 년이.’


‘뭐라고?’


‘X친 년이라고 했는데?’


‘반말로?’


‘혼잣말인데?’


‘오해해서 미안했네. 유성이네 홀애비라 그런가, 혼자인 것이 익숙한 게로군.’


‘X발.’

.

.

.

#잠시 후.

3명 정도가 겨우 모일 수 있을 만한 식탁에 접이식 박스 두 개를 끼어 놓아 급조한 만남의 장이 늦은 저녁에 마련되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던 그들은 좀처럼 친하게 다가갈 수 없었다.

무엇보다 초면인 사람들이 대다수라 어색함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 삭막한 분위기를 완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청년 오민수]와 [말괄량이 김무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들은 서로의 과거와 일대기를 이야기하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고대 중국에서 전파된 강시 소동의 산물인 강시 오민수.

그는 중국을 벗어나 가치 있는 상위 마물이 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일본 전통 인술 가문에서 파생된 병법을 독학하며 자신의 도를 닦아왔다고 한다.

그가 걸어온 길과는 상반되게, 지나칠 만큼 상큼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무엇보다 외향적이라서 호탕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김무람과 코드가 일치했다.


그가 얼마나 상큼한지는 그의 행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요리를 준비하는 내내 콧노래로 만화 주제가를 흥얼거리며 엉덩이를 덩실거리는 것이 여간 꼴 보기 싫은 게 아니었다.

휘성과 수빈이는 고개를 돌려 외면했고,

데라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깔깔거렸으며,

무람이는 손뼉 치며 장단을 맞췄다.


무람은 호탕하다.

민수는 이에 지지 않고 활기차다.

이들의 시끄러운 장단은 이후 있을 식사 자리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무엇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했다.

‘각자가 원하는 결과를 위한 거래’를 성립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긴급* 스토리 붙이는 중. NEW 8시간 전 1 0 -
공지 신작 올렸는데! 이 작품 업로드에는 지장 없음! 24.09.12 9 0 -
공지 안심! 연독률 떨어진다고 유기는 안 합니다! + 휴재 공지가 있다면 미리 말하겠습니다. 24.08.27 11 0 -
공지 화,수,목, 1회씩 연재(선호작하는 김에 추천까지!) 24.07.14 24 0 -
33 33화. 신데라의 회상(2) 24.09.11 18 0 9쪽
32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0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9월 10일 복귀 회차) 24.09.09 21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6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7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6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7 0 10쪽
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7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6 0 10쪽
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4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4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7 0 12쪽
»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8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7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