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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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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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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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DUMMY

터벅-


터벅-


터벅-


#초라한 원룸 겸 용병 기지에서 나온 무람과 휘성.

천천히 철야의 등산로를 향해 걷는다.

그 와중에 무람이 주머니에 살포시 넣어주는 조약돌.

그녀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달궈진 조약돌.

조약돌은 천 조각에 둘러싸여 풋풋한 향기를 자아냈다.

특히 천 조각에서 나오는 아가씨 특유의 은은한 과일 향기가 스스로를 뽐내며 휘성의 코끝에 스쳤다.


“이게 뭡니까?”


“너라면 조금 더 재미있는 반응을 보일 것 같아 기대하고 있었다만···.”


무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휘성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딱히 물건의 정체를 서술해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알아서 맞춰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휘성은 돌멩이를 달빛에 비추어 보며 그 정체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조약돌은 묵직하고, 빛났으며, 무엇보다 비싸 보였다.

일평생 자신이 만져 본 비싼 것이라곤, 손님 지갑에서 나온 5만 원 속 신사임당이 전부였던 휘성.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커다란 금덩어리라는 사실을.


“이거 설마 금 아니에요?!”


“그것도 아~주 큰 금덩어리지.”


“이걸 어디에서···?”


“내 말하지 않았더냐. 산에 숨겨놓은 금은보화가 한가득이라고.”


“진짜였어요?”


“다른 건 다 뿔뿔이 흩어져 찾을 방도가 없었으나, 그것 하나만큼은 여전히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더구나.”


“어디에다 숨겨놨길래···.


“예전에, 다람쥐 한 마리가 내게 밤 한 알을 집어다 준 적이 있었다.”


“내 그 행동이 기특하여, 가지고 있던 덩어리 중 가장 큰 것을 그 녀석의 보금자리에 올려둔 적이 있었지.”


“그걸 왜 거기에···.”


“다람쥐는 귀엽지 않은가?”


늦가을의 정취가 묻어나는 날의 밤.

주변에는 떠나가는 가을이 그리워 마중 나와 있던 밤송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무람이 등산로에 널브러진 밤 한 알을 집어 던지고 잡기를 반복한다.

휘성은 잠시 눈치를 보더니, 도토리 한 알을 집어 들고 와서는 무람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귀가 도중 심심함을 달래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함이 컸다.


“그럼 이 천 조각은 뭡니까?”


“오두막이 재건 되기 이전, 시내를 떠돌 때 얼핏 보았던 부적이다.”

“내 그것을 잽싸게 매입하여 자네에게 하사할 심산이었으나 금방 단념했지···. 내가 지금은 돈이 없는 몸이기에.”


“남의 카드로 밥만 잘 처먹던 사모님이 의외네요.”


“하지만 말이다! 내 비록 그것을 살 돈은 없었으나, 또 마침 손재주만큼은 뛰어난지라 하나 장만해 보았느니라.”


“이것들을 갑자기 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내가 오늘 하루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네.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한 하루였지. 중악 무리의 본거지도 구경하고, 동지들의 현실을 몸소 깨닫고, 굴러들어 온 돌멩이한테 ‘국산'이라는 말도 들어보고. 예의가 없었던 교포를 꾸짖어도 보고.”

“그러다 문뜩 생각난 것이 있네.”


“뭔데요?”


“너의 뺨에 생긴 흉터···. 살짝만 더 갔으면 눈이었다.”


“그러네요.”


“너의 허벅다리에 꽂힌 화살···. 살짝만 더 갔으면 고간이었다.”


“그러네요···.”


“내가 가장 아끼는 종자. 마지막으로 남은 장산의 후예가, 이제는 너무 위험해졌어.”


“얼추 눈치는 채고 있었죠. 오늘따라 오늘따라 너무 과하게 아끼시더군요.”


둘은 달빛 아래에서 서로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나지막하게 웃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헤어지기로 했다.

무람은 중악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휘성은 하나뿐인 여동생과 자기 자신을 부양하기 위해.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자네를 지켜주는 마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이 땅에도 착한 마물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도···.”


무람은 조용히 뒤돌아섰다.

휘성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산하는 등산객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흠.”

그러다 문뜩.

한 가지 생각이 휘성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잠시만요.”

이내 무람을 불러 세운다.

멈춰 선 무람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휘성.

휘성이 무람의 허리춤을 와락 껴안으며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무람은 그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다.

그러다 문뜩, 어느새 자신의 주머니에 다시 돌아와 있는 금덩이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부적 살 돈도 없으신 분이, 이 귀한 걸 다람쥐한테나 주십니까.”


“다람쥐는 귀여웠다. 그뿐이다.”

휘성의 말장난에 흐뭇하게 호응하는 무람.

그의 배려가 그저 기특하기만 했다.


“저는 보험금이 나와서요···.”

“미친 노인네 죽인 것만 잘 처리해 주시면 아무 상관 없습니다.”


“이건 빌려드릴 테니, 갚으러 오는 길에 얼굴이라도 비추시고.”

“구운 달걀 남으면 드릴 의향은 있네요.”


“그럼 그리하겠네.”


“아, ‘남으면’ 입니다. 또 멋대로 집어 드시지 마시라고.”


“참고하겠네.”


“이 천 쪼가리는 가져갑니다. 손수건으로 쓰면 딱 맞겠네.”


“천 쪼가리라···. 500년을 쉬었더니 손가락이 굳었나 보군.”


“서운하실까?”


“평가가 박하구나. 서운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


물론, 천 쪼가리라는 말은 농담에 가까웠다.

무람이 한밤중까지 열심히 만들고 있던 것을 봤던 휘성이었다.

그녀의 진심이 담긴 선물임을 알고 있었기에,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있었다.


“사실, 할 말이 있어서 불러 세웠습니다.”


“할 말이 뭔가?”


“우리 일요일까지는 좀 놀죠?”

“내일은 쉬는 날이잖아요. 쇼핑이나 갈까 싶은데?”


“장마당엘 왜 가나?”


“당신 그 꼴로 절대 못 돌아다녀. 옷 좀 사자고.”


권태로움뿐인 인생에 기적같이 찾아온 스릴.

그 스릴있는 여자와 조금만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적어도 옷만은 현세에 녹아들어 보자며 핑계를 대는 것이었다.


현실에 존재할 리 없는 것들.

마물.

중악.

그리고 무람.


궁금했다.

목숨값보다 무거운 호기심은 나를 움직이게 했다.

산속에 틀어박혀 굳어있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그 불분명한 호기심의 값어치는 금덩어리보다 비싸 보였기에, 나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당신과 함께하는 매 순간, 과거의 트라우마를 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태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학교폭력의 기억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남모를 트라우마를 안고 살던 휘성은 나지막한 허심탄회를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그 어지럽던 기억이 잠잠하게 가라앉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사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 장을 보러 나갔다.’

‘평소에는 유성이에게 시키던 것을···.’

‘행여나 지인을 만날까 쩔쩔매던 거리를···.’

‘노비로 전락해 버린 신세나 한탄하면서 정신없이 누볐다.’


‘뭐, 정신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오 씨 듀오의 개지랄이 9할 이상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

.

.

#한편.

어두컴컴한 불변 골목 안.

누군가의 기점.


“이쪽도 전부 당했습니다! 장산 지부는 전멸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


“어떡할까요?”


“시체는 전부 불태워. 건물은 가스누출로 위장하여 폭파시킨다.”


“알겠습니다.”


신분이 다소 높아 보이는 남자가 말단 일원 한 명에게 건물을 태울 것을 지시한다.


“M-5232···”

그는 시퍼렇게 변한 시체 한 구를 보며 중얼거렸다.

시체의 정체는 무람이 마지막으로 흉내 내었던 중년 남성으로, 이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썩은 고기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M-5232라면··· 군관님의···.”


“혈육이었지···. 하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당한 녀석은 갑산귀 무리의 수치다.”

남자가 중년의 시체를 발로 까며 중얼거렸다.


“지부 하나를 통째로 날려 먹다니. 우리 마물 부대 명성에 먼지가 내려앉게 생겼군.”


그때,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갔던 말단 조무래기가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쥐고 있는 모습이다.

조무래기가 과묵한 군관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무언가를 건네받은 남자. 조용히 중얼거린다.


“수리검···.”


그가 수리검을 꽉 쥐어 보인다.

무람이 찌그러뜨렸던 수리검 하나.

날은 심각하게 손상되어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지만, 명색이 날붙이인지라 남자의 손에 상처를 내기에는 충분했다.


뚝.


뚝.

남자의 손에서 핏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뚝.


뚝.


뚝.


“활화산의 쥐새끼가 날뛰었던 모양이구나.”


“어떡할까요?”


“얼마 전에 납치한 아이는 아직 살아있나?”


“봉화산 불 도깨비를 재차 봉인하기 위한 제물로써 남겨두었습니다만···. 피가 훨씬 진한 불 도깨비 후예가 발견된 탓에 그냥 처분하려 합니다.”


“좋아. 녀석을 끌고 와.”


"방법이 있으십니까?"


"저질러 놓은 현장만 봐도 알 수 있지. 상대는 초짜다."

사내가 수리검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말을 이었다.


"정보 수집에는 막힘이 없으나, 그 정보를 온전히 이용할 정도로 냉정하지 못해. 어디까지나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연놈들이라고."


그는 난장판이 된 폐건물을 빠져나오며 마지막 말을 이었다.

"최시윤이를 거리 한복판에 미끼로 내던져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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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4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7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8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7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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