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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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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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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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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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대항마의 움직임

DUMMY

“이게 뭐지? 산···인가? 가운데 한자가···.”


삼각형이 겹쳐 보이는 로고 정중앙에 박혀 있던 한자가 눈에 띄었다.

“삼각산(三角山)이라고 적힌 건가?”


“그래 삼각산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북한산'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더군.”


삼각산(三山山)···.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세 봉우리로 이루어진 이 산은 예로부터 강한 기를 받은 영적 존재가 태어나기로 유명한 산이었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태어난 게지.


"중악."


본디 영적존재라함은 인간에게 덕을 쌓고 공존하는 존재이거늘.

하지만 어느 생명체가 되었든, 변종은 태어나기 마련이니라.

중악이라는 요괴는 상상 이상으로 사악했지.

한양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하며 그 덩치를 불려 나갔고, 사람들의 삶은 고된 가시밭길이 되었다네.

인간의 정점 위에 선다는 행위 자체가 그 괴물의 입에 맞았던 거야.

정점에 서는 이유에 대한 본질을 잊은 채.


“인간을 지켜야 할 마물이 인간의 부를 누린다. 마치 인간이 되기로 결정이라도 한 것처럼.”


전쟁.

반란.

역병의 창궐.

다시 전쟁.

머지않아 한양은 핏빛 재로 물들었어.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름 한번 굵직굵직한 전쟁들 또한 중악의 이간질로 일어난 전쟁이라는 소문이 있네.

철저한 이익 구조를 형성하고 무역 업계 전체를 갈아엎기 위해서 저질렀다는 말이 기정사실로 자리 잡았지.


그러던 어느 날.

중악은 거리를 거닐고 있었어.

흐뭇하게. 아주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이야.

폐허가 된 거리를 거닐며 만찬을 즐기는 녀석이었네.


그러다 보게 되었지.

자신과는 다른 영적 존재가,

선하디선한 영적 존재가,

‘지쳐 쓰러진 고아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을···’

무람의의 옛날이야기는 여기에서 막을 내렸다.


끝까지 들어봐도 다른 합리적인 이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뿐이었다. 놀랍게도 그 손길 한한 번이 이 비극의 시발점이었다.

권력의 독점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이 행하지 못한 선행이 아니꼬웠던 거다.’

타락한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본질을 다른 이가 이루는 모습이 그리도 역겨웠을까.

이제 녀석에게 남은 과제는 껄끄러운 것들을 철저히 짓밟는 것이었다.


“삼각산. 즉,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뭔데요?”


“너는 인터넷이라는 진귀한 발명품을 놔두고 어찌 내게 묻는 것이냐. 직접 찾아보거라.”


"아니 ㅡㅡ. 당신이 물어봤잖아.”

휘성이 성을 내며 무람을 노려본다.

그의 눈빛에는 짜증이 서려 있었다.


“그 표정과 그 말투. 교정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도와주마.”

무람은 그런 휘성을 가소롭다는 듯 비웃으며 또다시 엄포를 놓았다.


딸깍-


별수 없이 삼각산에 대해 검색해 보는 휘성이었다.

1. ‘북한산’의 다른 이름.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있어 이렇게 부른다.


그때, 사전의 밑자락에서 익숙한 단어를 발견하는데···.

[중악] : 우리나라의 오악 가운데 중앙에 있는 산이라는 뜻으로, ‘삼각산’을 이르는 말.


“삼각산의 또 다른 이름이 중악이라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현대 사회에 조직을 만들고 파벌을 형성했는지가 의문이야. 하지만, 과거에 그러했듯, 거대 상단의 기득권 세력에게 뿌리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 아닌 놈들이 기업을 운영해? 너구리의 사채업장 뭐, 이런 건가.”


“오~. 너구리라. 과거 일용할 양식이었지.”


“현대에서도 너구리는 일용할 양식이에요 아가씨.”


“오호! 그것참 신기하구나. 이렇게 먹을 것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멸종위기종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다니!”


“김무람 씨는 잘 모르는구나. 다시마 넣고 펄펄 끓이는 거예요. 맛은 있어요.”


우리는 별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중악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생소했던 김무람 씨.

그녀는 다른 잡지식을 얻는 것에는 행동이 더뎌 가르치는 데에 애를 먹었지만, 중악에 대한 정보만큼은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주는 덕분에 빠른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거! 이거! 중악을 치니 팔공산이 나오고 팔공산을 치니 팔각모가 나오고 팔각모를 치니 사나이가 나오고 사나이를 치니···. 사나이 눈물- 약하다 욕하지 마!~.”


“그만.”


“어리석게들 비웃음 쳐도- 나는 죽지 않아.”


“아-. 죽겠다-.”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평화롭게 보이는 것뿐.

김무람 씨가 사회에 오랜만에 나온 탓에 잘 모르는가 보다.

저건 공부가 아니라 뻘짓이라고 하는 거다.


그나저나 드는 의문점.

이렇게 본인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중악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영감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한 번쯤은 다시 찾아올 줄 알았는데 말이다.

.

.

.

#한편.

구도심 중앙의 폐건물.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사람 지키라고 부여받은 실력을 부정한 돈 끌어모으는 데 쓰니?”


“타국의 마물 찌끄레기가 몇백 년을 걸쳐 이 나라에 정착한 중악 세력을 족쳐? 까는 소리 하지 말라고.”


“까는 소리치곤 너희 지금 상당히 수세에 몰렸어.”


“지원팀이 오고 있다. 지랄 말고 물러나.”


“얼씨구! 지원군도 아니고 지원팀. 이제 완전 자본주의 사회의 맛에 길들어졌구나.”


“으···.”


“시간 끌지 말고 한 줌의 재가 되어라. 마물의 마음가짐은 염라대왕에게 재차 배울 수 있도록.”


까강!-

의문의 사내가 야구 배트를 콘크리트 바닥에 튕기며 천천히 다가갔다.

사내는 중악의 일원을 감히 용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깊은 원한도 연조차도 없었던 남임에도 불구, 자비는 없는 것이었다.


“기억해라. 넌 지금 선량한 마물을 죽이는 거야.”


“선량. 선량이라···. 야.”


“···.”


“최시윤이 어디있냐.”


“그, 그년은···! 그···! 년은···!”


“그럼 그렇지. 그래서 죽는 거야 너는.”


깡!-

중악회의 장산 지부를 박살 낸 의문의 사내.

그가 후두부가 심하게 함몰된 자의 시신을 거들떠보았다.

시체는 서서히 변모하여 돌연 갑산귀의 사체로 탈바꿈되었다.

이는 의문의 사내에게 있어 당연히 예상한 결과였다.


갑산귀 무리.

원래부터 중악귀와 친밀했던 그 흉악 마물 집단은, 한국 전쟁 이후 중악에게 완전히 종속되게 되었다. 녀석들은 활 같은 원거리 공격에 능했으며, 그 능력을 인정받아 전국 각지의 산을 장악하라는 명령을 하달받았을 터.

가장 싸면서도 부려 먹기 좋은 벌레 같은 녀석들이란 소리지.

서양 마물인 고블린과 같은 영악함과 번식력을 지니고 있어 그 뿌리를 채 뽑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역 중 한 군데를 중점적으로 말살하는 것쯤은 사내에게 있어서 별것 아닌 일이었다.


“그리고 그 표적은 현재 중악회의 장산 지부에 있다고 하더라.”

사내가 여태까지의 설명 형식의 독백을 자랑스레 입 밖으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빨리 얻어낼 거 얻어내고 빠져나가야 해 수빈아···.”

그때, 야구 방망이를 무참하게 휘두르던 남자의 뒤편에서 또 다른 남자가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보아하니 수빈이라는 남자의 일행일 터. 일행은 날렵한 수리검 하나를 뽑아 들고서는 사물함 이곳저곳의 경첩을 뜯어내며 말했다.


“알아. 알다마다 민수야. 그래서 찾고 있잖아.”


“하···. 위조한 이름은 적응이 안 되네. 나는 되도록 내 가짜 이름 안 불러야겠다.”

민수는 수빈의 비아냥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민수 니가 먼저 그 이름으로 부르자고 했잖아. 그냥 익숙해져.”

처음부터 다소 까칠한 면모를 보이던 수빈은 야구 배트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그 둘은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한 마물들의 사체를 한데 모아 천을 덮었다.

이내 간단한 눈빛 교환을 마친 뒤,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거기 뭐 있어?”


“없어. ‘국내산’에 관한 정보는 아무래도 극비인가 봐.”


“하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독재 체제가 이어졌는데 ‘국내산’이 남아있을 리가 없겠지. 남아있더라도 기나긴 세월 탓에 이성을 상실했을 거야. 만약 남아있으면 그게 진짜 괴물 아니겠냐.”


“그럼 그렇지 민수야. 그런데 우리는 왜 여길 뒤지고 있는 거야?”


“수빈, 너는 ‘마물 해방 전선’의 본질을 잊은 거야?”


“어~ 미안하다 민수야. 내가 깜박 잊어 버렸어. 10년째 니가 주는 김치찌개만 주구장창 먹었더니 그렇게 되었다.”


“야···. 맛있었잖아···. 재료도 전부 국내산이었는데···.”


“아아악! 그놈의 국내산! 국내산! 지랄하네! 국내산! 국내산! 염병할!”


“야···.”


덜컥-


스르륵-

그러던 그때였다.

별 볼 일 없이 지나치려던 폐기 문서함이 민수의 실수로 인해 뒤로 엎어지고 만 것이었다. 민수는 뻘쭘한 자세로 폐기 문서를 줍기 시작한다. 수빈은 도끼눈으로 민수를 쏘아 보며 마저 탐사를 시작했다. 민수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목표물 : 장··· 산··· 범] 며칠 전에 이미 봉인 처리됐네. 한발 늦은 모양이야.”


“애초에 그런 마물 이름은 듣도 보도 못했네. 끽해야 인터넷 커뮤니티에 짜깁기한 썰 한두 개 정도 돌아다닐 것 같은 이름이야.”


“말을 좀 이쁘게 해.”


“우린 잔챙이 ‘국내산’ 말고 진짜 ‘국내산’을 찾아야 한다고. 이미 버려진 새끼들 찾아 헤매는 건 시간 낭비야.”


“잠깐. 이거···.”


“왜 또 그래.”


“담당관 인적 사항이 갑산귀 부대 소속의 ‘신춘배’라···. 음···. ‘신춘배’···? 수빈아 이거 이상하지 않아?”


“흠. 그러네. 그런 노친네 장산 지부 처리할 때 있었냐?”


“아니. 없었어.”


“야, 데라 그년이 정보 수집 똑바로 안 한 것 같은데? 오늘 갑산귀 정규 소집일이라며.”


“아니야. 데라가 실수했을 리가 없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데라 그 새끼 요즘 개빠졌어. 솔직히 내가 벼르고 있거든? 해방 전선의 일원이라는 새끼가 지 혼자 X나 부티 나는 이름 달고, 지원금으로 삐까뻔쩍한 옷에 장신구까지 차고, 젊은 남자 꼬시겠다고 교복까지 껴입고는···! 자기는 상위 마물이라고 권리 부리는 거 보잖아? 그러면 어우-! 복장 터져 뒤지겠어, 진짜로!”


“마녀같이 강한 위력을 뽐내는 마력은 흔치 않아 수빈아. 하나같이 강시하고는 차원이 다른 마법을 부리는 종족들이거든. 우리는 그녀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어.”


“아-. 난 네가 더 싫어. 자기 혼자 착한 척이야.”


“뒷담화는 나쁜 거야 수빈아 ^^.”


“아-.”


“우리 수빈이는 착한 아이지”


“아아-!”


스윽-

수빈을 가볍게 가지고 놀기 시작하는 민수.

그들은 강시 특유의 한기를 뿜어대며 서로를 향하는 티키타카를 주고받았다.

여유가 넘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참으로 좋은 것이지.

그러나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법.

지금 의심스러운 정황은 한둘이 아녔다.

그걸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던 해방 전선의 강시 요원 둘은 은연중에 진중해지는 분위기에 이끌려 갖가지 추측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혹시 말이야. 신춘배 이 베테랑이라는 작자가 봉인에 실패한 건 아닐까?”

민수가 한껏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이게 왜 처리 완료된 폐기 문서함 속에 있겠어. 중악이 해결도 안 된 사건을 대충 처박아놓을 만큼 병신같은 집단은 아니거든?”

수빈은 그런 민수의 억측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손바닥을 홰홰 저었다.


“어? 수빈이 지금 중악 옹호하려는 거야?”

민수는 수빈의 비아냥을 다시 한번 더 가볍게 흘려보냈다.


“아-.”


“가보자.”

민수가 두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아-?”


“가보자고 수빈아.”


“니 혼자 가. 난 데라 그 새끼한테 보고하러 가련다.”

수빈은 시계를 한 번 훑어 보고는 기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데라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오~. 우리 수빈이에게도 봄이 오려나 봐.”


“아가리 여물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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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0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9월 10일 복귀 회차) 24.09.09 21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6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7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6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7 0 10쪽
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7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6 0 10쪽
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4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7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8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7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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