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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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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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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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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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마무리 정리

DUMMY

#그날 오전, 늦은 아침을 먹은 뒤, 작업은 재개되었다.

강시 형제는 그 무거운 나무 말뚝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는 바닥 깊이 고정시켰다.

휘성과 데라는 울타리에 못을 박았다.

무람은 그런 그들을 지붕에서 내려다보며 두 눈을 끔뻑거렸다.

아직도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아니 저 여자는 그날 밤 그렇게 털털한 척은 다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성화야?’


마음속으로 무람에 대한 반발심을 털어놓은 채, 주머니 속에 있던 부적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는 휘성. 그는 갑자기 180도 변해버린 무람에게 회의를 느꼈다.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었으므로, 이는 휘성이 가져도 충분한 감정이었다.


그는 은근히 무람의 눈치를 보며 데라와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차라리 옆에 있던 머물 놈과 주접을 떨며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저게 쉽게 떨어지겠니? 처음부터 관심을 주는 게 아니었지 그럼."

데라가 옥상 위에 엎드려 심드렁하게 그르렁거리는 무람을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이내 싫은 소리랑 싫은 소리는 다 내면서 말뚝에 박을 못을 옮기는 것이었다.


"너가 뭘 알아? 처음부터 정신이 없었다니까?"

휘성이 데라가 들고 오던 못 상자를 넘겨 받으며 말했다.


"그런 거 있잖아~. 원래 애들은 처음부터 부모랑 다른 방에서 재워야 나중에 각방 쓰기 원활해지는 거야."


"하이고~. 전혀 모르겠다. 일평생 500살짜리 애기랑 살아본 적이 없어서."


“마물이 인간과의 합숙을 노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냐? 무엇이 되었든 너를 이쪽 세계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라고."


"나에게로의 초대 좋네."

휘성이 심드렁하게 반응하며 망치를 들었다.


"한번 생기와 귀기를 나눈 사이는 아주 학을 떼는 결단이 있지 않고서야 떨어질 수 없게 돼. 물론 나는 니 편이니까~. 너가 학을 뗄 수 있게 도와줄게.”

데라는 휘성이 느끼는 불편함을 인지한 것인지, 은근히 그의 편을 들며 무람의 눈치를 중화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단호하게 각방 쓰는 거였는데. 아~ 그때의 나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진짜. ”


“그걸 왜 몰라? 구미호가 간 빼먹어도 몰랐다고 할 놈이네.”


“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피해 다녀도 계속 쫓아와서 그르렁거리잖아!”


“고양이냐···?”


“몰라. 잠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사주경계 해주겠데.”


“흠···.”


잠시 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해는 어느새 산 중턱에 기웃거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무람 또한 휘성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예정되어 있던 1번과 2번, 5번 작업이 힘겹게 마무리되고, 3번 작업이 꾸역꾸역 진행되고 있을 무렵, 울타리 위에 올라선 수빈이가 입을 열었다.


“아니! 어떤 정신 나간 도둑놈이 산 중턱까지 물건을 털러 오겠냐고! 울타리가 굳이 필요해? 그냥 울타리 없이 살아!”


“방범용이 아니라··· 산사태 방지용이야.”

어째서인지 주눅 들어 고개를 떨구고 있던 휘성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있었다.

휘성은 유독 산사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소위, ‘트라우마’라는 게 그에게 있는 것이었다.


‘왜 저렇게 울타리 보수에 집착하는 것일까.’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이었지만, 전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질문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단 한 사람. 신데라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녀는 휘성의 트라우마에 관심을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아파? 이리로 와 봐. 같이 들어가서 좀 쉬자.”

어느새 울타리에서 내려와 휘성의 이마를 어루만지는 데라.

걱정.

확실히 걱정이었다.

‘같이’라는 단어의 언급만 없었으면 말이다.

이것만큼 속이 훤히 보이는 행동 또 없을 것이라.

그녀는 그냥 작업에서 열외되고 싶을 뿐이었다.


“다시 올라와. 어디에서 수작질이냐.”

수빈이 톱날 끝으로 데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치~. 자기도 쉬고 싶으면서.”


“쉬고 싶은 거지, 쉬고 있진 않잖아.”


“아, 시끄러워 증말! 다시 올라가면 되잖아!”

데라가 자신의 회색 헤드셋을 귀에 걸치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엄연히 작전 중이야. 이어폰 쓰지 마.”


“내 알 바냐.”

유독 자신에게만 엄격한 수빈을 무시하고 뒤돌아서는 데라였다.

민수는 그런 그들의 철없는 싸움을 보며 한숨만 푹 쉴 뿐이었다.

이래서는 평생 아마추어 용병단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

.

.

또다시 시간은 흘렀다.

작업에 열중하며 일말의 대화도 없어 진땀을 빼는 그들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말할 기운도 없었던 것이겠지.


‘에구, 삭신이야.’

늘 상큼 비타민 같았던 민수마저 지쳐버린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두 눈 똘망똘망한 사람은 자칭 산의 주인, 김무람 아가씨뿐이었다. 애초에 똑바로 일한 적이 없어서 말이다.

어느덧, 용병단의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그들은 매점 입구에 위치한 녹차밭에 나란히 마주 섰다.

기진맥진 몸을 이끌고 하산하려는 것이었다.


“수고가 많았네.”

무람이 민수, 수빈, 데라의 어깨를 차례대로 주무르며 격려한다.


“무람 아가씨는 결국 오늘 하루 더 머무르시는군요."

민수가 정중하게 물었다.


"그, 그렇다."

김무람이 휘성의 옆에 한 발짝 더 다가가며 조숙하게 중얼거렸다.


"언제쯤 내려오시렵니까?”

민수가 손목을 두들기며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오늘 밤까지는 함께 하기로 약조하였으니···. 그리할 생각이니라···.”

무람이 무기력하게 휘성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휘성의 표정은 다소 일그러졌지만,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딱히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시군요. 서로 마지막이니만큼 즐겁게 보내세요.”

민수가 격식을 차려 휘성과 무람에게 말했다.


“그 나이 먹고 같이 자려구? 몇백 살은 차이 나는 아줌마랑?”

수빈이 은근히 눈치를 주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해 떨어지겠다! 얼른 내려가!”

휘성이 너털웃음을 지어 보이며 소리친다.

그의 목소리가 산 곳곳에 있는 봉우리와 맞닿아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터벅-


터벅-


터벅-


마물 해방 전선의 용병단원들은 그렇게 천천히 하산하기 시작한다.

점점 멀어져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산 중턱 매점에 휘성과 무람, 둘밖에 남지 않은 것이었다.


“자 이제 말해요. 갑자기 꼬장이나 부리고 자빠진 이유가 뭡니까.”

휘성이 나름 진지한 어투로 무람에게 물었다.


“나는 행패 부린 적 없다. 그냥···. 다시 마음이 약해진 것뿐이야.”

무람은 고급 원단 소재의 남색 정장을 만지작거리며 서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 당신의 부활 소식은 완전히 묻혔네요. 3인방 덕분에 수고를 덜었어요. 이사 가야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휘성이 마당 바닥을 신발 바닥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며 말했다.


“휘성, 오늘 몸을 씻었는가?”


“아니요. 하루 종일 바빴어서. 지금 쉰내 나요.”


“그럼 씻고 나오시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으니.”

무람은 뻔하게 고개를 숙이며 결심이 선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무람···.”

휘성은 그런 김무람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눈빛을 흐렸다.

.

.

.

#한편.

산뜻한 노을이 붉게 물든 일요일의 저녁.

마물 해방 전선의 용병단은 휘성의 집에서 우리의 임무를 마치고 하산했다.

데라는 여전히 저녁밥 타령이다.

휘성네 집에서 작업을 마친 후라 더욱 피곤해 보였다.


“아! 벌써 해가 지잖아~. 아아~? 저녁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데라가 민수를 보채며 힘없이 엉겨 붙었다.


“알겠어~. 오늘은 외식하자.”

민수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갑을 열어 보였다.


“정말?”


“우리도 이런 호사는 누려 봐야지. 짜장면 어때?”

민수가 사람이 붐비는 거리의 중화식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빈과 데라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짜장면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입맛 다지며 식당으로 다가가는 데라 일행.


그때였다.


삐이익-


치지직-

확성기의 기계음이 사람이 가득 붐비는 거리 중앙에서 울려 퍼졌다.


“아~ 또 시작이네. 경찰은 왜 저 연놈들을 안 잡아 가는 거야!”

거리에서 과일 팔고 계시던 아저씨는 확성기의 기계음을 한 번 듣고는 표정을 매우 격하게 찡그려 보였다. 어째서인지 너무 지쳐 있는 모습. 과일 가게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며 가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여러분! 잠시만 들어주세요오!]


[저희 아이를 찾아주세요! 부탁드려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앰프가 거친 공기 마찰음을 내며 매섭게 울리기 시작한다.

그 광역 공격에 미간이 찡그려진 행인들은 일제히 자리를 피하며 모세의 기적을 이루었다.


“무슨 일 났나 봐.”

데라가 눈동자를 떨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정을 들어 봐야겠어.”

민수는 데라의 어깨를 손으로 감싸, 그녀를 진정시킨 뒤 발걸음을 옮겼다.


[최시윤 양을 찾습니다! 저희 아이 좀 찾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잠깐, 방금 저 사람이 뭐라고 ···!?”

민수는 흠칫 놀라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수빈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급히 민수의 뒤를 따라나섰다.


놀란 것은 데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지레 겁먹고 그 자리에 서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중악에게 납치되었을 아이.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을 아이.


“최시윤이가 왜···!?”

민수가 아이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으로 걸어 들어간다.


“저 사람이···!”

민수가 덜컥 내려앉은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행인들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는 점점 낯선 이의 확성기에 집중되어 붉게 충혈되기에 이르렀다.


[최시윤 양을 찾습니다!]


[저희 아이를 찾아주세요!]


[제보 부탁드립니다...]


민수가 헤집고 들어간 거리의 한가운데.

그곳에는 남루한 차림을 한 중년 여성이 힘없이 확성기를 쥐고 있었다.

실종자의 부모임이 확실한 상황.

다크서클이 깊게 깔려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갈라진 입술과 푸석푸석한 머릿결은 흡사 좀비를 보는 듯했다.


터벅-


터벅-


터벅-


민수는 본능적으로 다가가 멍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민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것을 본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 청년, 혹시 최시윤 양에 대해 아시나요?”


“최시윤 양, 존칭이네요. 자기 딸한테.”


“아···. 으흐흐···.”

그때, 여자의 눈빛이 갑작스레 돌변하여 날카로워졌다.


쓱-

그녀가 허공에 돌연 팔을 뻗었다.

이내 재빠르게 민수의 앞에 무언가를 던져놓는데···.


“읍.”

여자가 던져놓은 물건을 본 민수, 얼떨결에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 물건은 한껏 찌그러진 누군가의 수리검.

민수의 것이었다.


‘아차···!’

민수가 잔뜩 격양된 표정으로 눈동자를 돌렸다.

이내 여자의 신분과 목적을 알아차렸는지, 급히 표정을 숨기는 것이었다.


일순간 이어지는 침묵.

여자에게서 어김없이 뿜어져 나오는 귀기.

이내 여자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진짜로 생초짜인 거야···? 포커페이스가 전혀 안 되잖아···.”


틱-

티딕-

그녀는 혹자의 수리검을 보도블록 위에 내던진 채 시뻘건 눈동자를 부라렸다.


‘함정이다···!’

민수는 순간적으로 먼발치 떨어져 있던 데라와 수빈을 바라보았다.

이내 다가오지 말라는 듯 표정을 구기는 것이었다.


'하... 나 X된 것 같다.'

민수가 난생 처음으로 진지하게 썩어버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술을 떨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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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0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9월 10일 복귀 회차) 24.09.09 21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6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7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6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7 0 10쪽
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7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6 0 10쪽
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4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4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7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7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8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7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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