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1 22:42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26
추천수 :
0
글자수 :
167,557

작성
24.07.19 23:29
조회
40
추천
0
글자
12쪽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DUMMY

#강시 요원들의 조속한 복귀가 이루어졌다.

자칭 해방 전선의 일원이라 불리는 전사들은 돌연 방향을 꺾어 허름한 원룸촌 속으로 뻘뻘 걸어가기 시작했다.


끼릭-

허름한 원룸의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신데라 씨. 우리 왔네요.”

민수가 활짝 웃으며 집 안에 들어섰다.


“왔어?”

마물의 정점이라 불리는 마녀가 강시 둘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 마녀의 피가 온몸에 흐르는 데라는 어느 학교의 교복을 단정히 입은 채 그들을 맞이했다.


“야. 데라 너는 기어코 학교를 가겠다는 거지?”

수빈은 기어코 민간인 행세를 하려는 데라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강시 아저씨, 해방 전선의 규정에 따라 문화 체험의 일환으로 인간 세상을 건전하게 누리는 것은 허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아는데! 후···. 돈이 없다는 게 문제지.”


그 둘의 공방전이 오고 간다.

민수는 그들의 대화를 끊고 오늘 있었던 일을 상당하기 시작한다.

무려 신춘배의 행방불명 사건에 대한 진상을 마녀 신데라에게 털어놓는 것이었다.

데라는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면, 장산 매점에 가보는 게 좋겠는데?”

장산에 오르는 것이 좋겠다며 조언하는 데라.


“너는 산 안 오르니까 우리만 X뺑이 치라 이거지?”

수빈은 버럭 화를 내며 말을 끊었다.


“마녀는 상급 마물이야~. 이 아리따운 옥체를 안전하게 보존해야 그 가치를 살릴 수 있는 거라고. 이미 뒤진 채로 부활하신 하급 마물하고는 다르게!”

데라는 턱을 괴고 앉아서는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이 앞에 니 마녀재판 예약이다. 장작불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울 거야”


“뜨겁기는~. 아 됐다. 나는 입학 수속이나 밟아야죠. 학교에 가서 잘생긴 인간 몇 놈 꼬실 거랍니다. 그리고 해피해피 핵가족 라이프를 즐길 테죠.”


“나는 어떤데.”

수빈은 돌연 얼굴을 붉히며 작게 중얼거렸다.


“너는 이미 다 죽은 몸이잖아. 해피해피 아니고 데드데드.”


“그게 어때서. 어차피 둘 다 마물인데.”


“다 죽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니?”


“몰라.”


“너의 생식 기관은 이미 장식이라는 소리야. 기능 정지! 시체 덩어리! 데드데드!”


“읍.”

수빈은 일부러 잊고 있었던 중대 사항을 다시 깨닫고는 절망하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본인이 강시라는 사실이 다시금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또한, 수빈과 같은 종족이었던 민수는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간접 공격에 풀이 죽어 함께 엎어지기에 이르렀다.


“수빈아, 정신 좀 차리자. 너는 양기 없는 시체라고! 움직이는 시체! 이 자식아!”

마녀 신데라 씨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 이 X발.”

이후 그들의 공방전은 점점 거세졌다.

이는 집주인이 컴플레인의 향연을 딛고 직접 등판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그만큼 거센 공방전이 1시간 내내 이어졌다.

언제나 그 둘을 중재하는 것은 민수의 역할.

그 유치한 말싸움은 민수의 노련한 점심밥 솜씨에 의해 종결되었다.


이제 겨우 오후다.

민수는 늙지 않는 강시의 몸임에도 불구 배로 늙는 것을 느끼며 허리를 두들겼다.

이 처량한 3인 부대 속에서 혼자만 정상적인 정신을 유지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

.

.

#잠시 후.


“밥 다 먹고 나와.”

먼저 외출 준비를 끝낸 민수가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말했다.


“어디가.”


“데라가 명령을 하달했잖아. 작전 재개야. 장산범의 최종 봉인 지점으로 간다.”


“아, 금방 나갈게.”


“미행 위주로 갈 것 같으니까, 눈에 띄는 옷은 가급적 입지 말자고.”


“안다고! 내가 해방군 짬밥만 몇 년이냐!”


“후후. 알면 다행이고.”


덜컥!-

민수는 해맑게 웃으며 방을 나섰다.

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빈을 화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면, 민수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아오! 진짜.”

수빈이 밥그릇을 벅벅 긁어가며 쌀밥을 퍼먹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화가 잔뜩 쌓인 모양이었다.


“크흡. 다른 건 엉망인데 식욕은 왕성하셔.”

마녀 신데라 씨는 그런 수빈을 남몰래 비난하며 햄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문제는 남몰래 떠드는 비난이 원룸 전체에 퍼질 만큼 커다란 데시벨로 뿜어져 나왔다는 것이었다.


딱!-

수빈은 우물거리던 숟가락으로 데라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마치 파리 잡는 카멜레온의 솜씨를 보는 듯했다.


“악! 아야! 아아!”

데라는 한 번 때린 것임에도 불구 온갖 엄살을 부리며 울상을 지었다.

아무래도 본인 업보라는 걸 깡그리 잊은 모양이었다.


스윽-

이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마법 완드를 꺼내 드는 그녀.

마녀를 분노케 한 동양 좀비에게 마법의 위력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뭐, 요약적 제시로 대충 설명해 보자면, 온몸 구석구석 랑비에 결절 사이사이까지 전부 절단하는 신기술을 선보이는 마법이었다.

물론 그 마법은 전부 환각이지만.


진짜로 분해하면 해방 전선의 규칙에 위배된다나 뭐라나.

그녀가 저 환각 마법들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진실은 마녀 신데라만이 알 것이다.

.

.

.

#한편.

장산의 신설 매점 부근.

휘성의 시점.


“자, 아가씨, 이것만 배우시고 이제 슬슬 일하시죠.”

전기톱의 작동법을 15분간의 장황한 설명 끝에 끝낸 휘성이 진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온몸에 진이 다 빠져서야 몸소 깨달았다.

저 여자에게 현대 문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행위는 불가능한 작전이라는 것을 말이다.


“뭘 모르는구나 애송이.”


“뭘 모른다는 거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당하는 것’도 ‘저지르는 것’도 아니라네.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당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지.”


“당하고 있음을 자각하지 못함이라···.”


“그래. 자네는 지금 내게 엄청난 기교를 부리면서 막노동을 강요하고 있어. 나는 엄청난 통찰력으로 그것을 자각했지만, 정작 자네가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두렵구나.”


“뭐가 두렵다는 거죠?”


“이 가련한 소녀 김무람의 몸으로는 도저히 현대 문물의 방대함을 당해낼 자신이 없으니···. 아이구-! 동네 사람들-! 여기 웬 천민 한 놈이 무지막지한 현대 무기를 들이대며 소녀의 정조를 위협하고 있사옵니다!”


“또 내빼시게? 그럼 오늘 저녁 없어요.”


“저녁은 해가 지면 공공연하게 오는 것을···.”


“딸려 오는 야참은 별개일걸?”


“아 미안하네. 일단 그냥 내 의견을 들어주면 안 되겠나?”


“남의 사업장 말아먹게 한 원인 제공자가! 피해자에게 눌러붙는 것으로 모자라서! 처우 개선을 논하며 동일 선상에 서려고 하다니!”


“어허! 네 이놈! 무엄하다! 동일 선상이라니. 이 몸이 부활한 이상 이 몸이 갑일세! 자네에게는 그냥 옛 장산의 후예로서 자비를 베풀어 주는 것뿐이야. 그러니 어서 내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라!”


“빙 돌아가지 말고 본론을 말해. 또 뭔데?”


“제안 하나 하겠네. 내가 중악을 바로잡을 때까지 만이라도, 나를 보좌해주면 안 되겠나?”


“지금도 하고 있는 보좌요. 내가 더욱 극진히 한다고 해서 얻을 이득이 있습니까.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 중세 화석 요괴한테서!”


“음···. 어디 보자···. 내가 과거 왜구를 소탕하고 암암리에 모아놓은 금은보화가 저 산 어딘가에 묻혀있을 터인데~? 매점의 새 단장 비용으로 딱 맞을 것 같아서 말이다.”


“제가 극진히 모시겠습니다. 형님.”


“이제야 내 종자가 말을 잘 알아듣는구나. 상을 줘야겠군.”


휴-

무람은 점점 휘성에게 다가가 맹수의 숨결을 살포시 뿜었다.

이제는 습관인 양 또다시 그의 귓불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까득-

핏방울과 타액이 섞여 귓불 아래에 맺혔다.

휘성은 반자동적으로 떠지는 도끼눈을 그녀에게 부라리며 물었다.


“이게 또 뭣 하는 짓이에요?”


“포상이지. 위급할 때 언제든 발현하거라.”


“너무 꺼림직한데? 이거 무슨 흑마법 내지 흑마법 같은 겁니까?”


“며칠 전에도 내 특급 포상의 효과로 사과나무를 넘어뜨리지 않았더냐. 이건 장산범을 포함한 모든 호랑이 마물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고도의 술법이라네.”


“호랑이 마물? 술법?”


“종자로 지정한 인간을 물면, 술자의 타액이 흘러들어 영혼을 귀속시킨다. 이른바 창귀가 되는 것이지.”


“아니 X벌 나를 귀신으로 만들려고 했어?!”


“닥치시게!”


“네···?”


“자네는 지금 뻔뻔하게도 살아있네. 맞지?”


“뻔뻔이···. 하···. 네···. 살아 있습니다···.”


“소량의 타액이 섞인다고 해서 죽진 않아. 단지 산군의 저주가 약하게 걸리면서 내 신체 기능을 일정 부분 공유하게 되는 귀접 상태가 되는 것이야.”


“그냥 빙의라고 하세요. 듣기 어려우니까.”


“귀접이나 빙의나. 자네는 빙의가 아니면 지랄병으로 죽는 저주라도 걸린 겐가? 어찌 이리도 언어 선택에 대해서 비관적인 것이냐.”


“아니···. 이 직업 특성상···. 빙의가 익숙해서···.”

갑자기 미지의 장벽을 깨뜨린 휘성이 어리숙하게 중얼거렸다.

귀접 상태의 부작용으로 잠시 정신 체계에 혼선이 있었던 모양이다.


“직업? 네 직업은 매점 주인이 아니더냐.”


“아. 내가 왜 이러지.”


“아무튼, 특급 선물은 고이 간직하거라. 내가 언제든 너를 느낄 수 있도록. 우후후-”


“느끼해요.”


“조금 더 느끼한 걸 원하는 게야?”

녀석은 게슴츠레 뜬 눈과 함께 고개를 까딱거리며 내 신경을 자극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직접적인 탓일까.

아주 조금은 쾌락적인 기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억···.’

과거 장산 마을 내 모든 노총각의 정신적 지주였다는 소녀 김무람 씨의 위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껍데기를 연기할 뿐인 흰털북숭이의 파급력이 이 정도인데, 과연 과거 김무람 씨는 얼마나 더 할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 이건 반박 불가,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아무튼 당분간 조심해야겠다.

이러다간 내 정체성이 크게 흔들리고 말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로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미지의 것은 경계하고.

미지의 것과 거리를 두는.

나는 철저한 흥선대원군 마인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선조의 지혜는 실로 유익한 것이므로.’

‘아 근데 선조로 따지면 김무람 씨가 더 가깝지 않나.’


터벅-


터벅-


터벅-


“어딜 가는 게냐?”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터벅-


휘리릭!-

김무람 씨는 내 12걸음을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따라잡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아무래도 마물이 마물이니만큼 축지법 정도는 가볍게 구사하는 듯했다.


“재차 물어서, 어디 가는 게냐?”


“마, 마실 나갑니다.”


“같이 가자꾸나. 혼자는 위험하다. 도적 떼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라.”


“그런 거 없어요. 요즘은.”


“그래도 같이 가자꾸나. 악어 떼가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라.”


덥썩-

김무람 씨가 내 팔목을 가늘고 긴 손톱이 달린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부여잡았다.

사람의 모습을 복제한 것뿐인 것의 손이 이리도 부드럽단 말인가.

나는 애써 애국가를 2절 반까지 제창하다 말고 자리를 피했다.


“나를 혼자 두고 어디 가는 게냐!”


“마실 나간다고요! 이거나 까먹으세요!”


휘릭-

나는 주머니에 숨겨놓았던 비상용 육포 스틱을 저 멀리 산등성이 아래로 던져 버렸다.


크헝!-

그러자, 금세 짐승의 본색을 드러낸 장산범은 굴러떨어진 육포를 찾아 산등성이 아래로 따라 떨어져 버렸다.

너무 빠른 속도로 기울어져 버린 김무람 씨의 본심 저울질.

솔직히 조금 서운했다.

1분, 적어도 30초 정도는 멈춰 서서 고민해 줄 줄로 알았기 때문이라.


“마실이나 가자.”

“그래. 인생은 자만추야.”

.

.

.

“아.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개빡치네. 오늘 저녁은 가지 무침과 야채 쌈밥이다.”

.

.

.

휘성은 특유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폴폴 풍기며 산을 내려갔다.

참고로, 그의 투덜거림은 마트를 가는 1시간 내내 계속된다.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는 바보’는 사실 본인임을 깨닫지도 못한 채.

있을지 없을지도 불분명한 돌려막기용 허언 속 금덩어리를 위안 삼아 장을 보러 떠나는 휘성이었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긴급* 스토리 붙이는 중. NEW 9시간 전 1 0 -
공지 신작 올렸는데! 이 작품 업로드에는 지장 없음! 24.09.12 9 0 -
공지 안심! 연독률 떨어진다고 유기는 안 합니다! + 휴재 공지가 있다면 미리 말하겠습니다. 24.08.27 11 0 -
공지 화,수,목, 1회씩 연재(선호작하는 김에 추천까지!) 24.07.14 24 0 -
33 33화. 신데라의 회상(2) 24.09.11 18 0 9쪽
32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0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9월 10일 복귀 회차) 24.09.09 21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7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8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7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8 0 10쪽
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8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7 0 10쪽
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2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5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5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7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8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9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8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9 0 13쪽
»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1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