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1 22:42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221
추천수 :
0
글자수 :
167,557

작성
24.08.22 03:21
조회
27
추천
0
글자
10쪽

26화. 남겨진 데라

DUMMY

“아아. 어찌 이런 일이···.”

구 반장의 판초의를 걸친 무람이 처참한 현장을 바라보며 입을 틀어막았다.

충격적인 현장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들여다본 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어찌 이리도 극악무도한가! 확실히 그 녀석들의 사고방식이군.”

“민간에서 1되 구하는 것이 쌀 100섬보다 어려운 화약을 이리 물 쓰듯 쓰다니···.”

“중악 무리의 권력이 과거보다 몇 곱절로 성장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겠지.”


무람이 발걸음을 옮기며 벽면에 가득 박힌 탄환들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러다 문뜩, 아직 격발 되지 않은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총알 하나를 발견한 무람.

그 총알을 몇 초간 계속해서 응시한다.

이내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이, 이게 뭔가! 이것이 중악회 강습 부대의 탄환이구나!”

“이리도 정갈하게 제련된 탄환을 가지고 있다니!”


뽀각-

무람은 손가락에 악력을 이용해 가볍게 총알의 탄두와 탄피를 분리해 냈다.

그리고 다시 철저한 관찰이 시작되었다.

“탄의 머리와 꼬리를 따로 구분하여 탄환 자체에서 폭발에 의한 힘을 얻는다.”

“금속으로 정갈하게 제련된 원뿔 탄환은 공기의 저항을 줄이며 가속한다.”

“매우 작고 날렵한 화살촉처럼···.”


사실 모두가 아는 보편적인 총의 특징이다.


스스스-

무람이 괴력으로 분리해 낸 탄피를 어루만지며 화약 한 꼬집을 손 위에서 비볐다.


“한방에 즉사. 이게 정녕 이 시대 인간들의 무기란 말인가!”


그 옛날 시대의 화포도 사람 참 공평하게 머리 맞으면 한방이긴 했다만.

무람 기준에서는 화승총도 나름 맞고 버틸 수준이었나 보다.

그녀가 현대 과학이 담긴 원거리 무기의 화력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위력의 척도는 어디까지나 마물 장산범의 맷집을 기준으로 하여 가늠하는 것이었다.


스윽-

이내 잠시 눈을 감는다.

저 현대식 소총에 맞은 자신을 머릿속에 그리며 중악과 자신의 전투를 상상한다.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었다.


“이런 걸 제대로 맞았다간, 내 가죽도 뚫리고 말 거야.”

“장기는 특유의 유동성과 탄력으로 무사하겠다마는, 뼈에 금이 가고 혈관이 찢어지는 정도인가. 적중 부위의 공동은 화승총에 피해 더욱 벌어지니 회복하려면 상당한 귀기를 소비해야 하겠군.”


스윽-

무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 눈을 떴다.


“연속적으로 끊임없이 맞았다간, 틀림없이 삼도천을 건너게 되겠지.”


무람은 주변에 떨어진 총알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보다 빠른 속도로 총알 하나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무람은 다시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문뜩, 데라가 그리도 그리워 목 놓아 울던 남자의 흔적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으윽···.”

몸에서 떨어져 나가, 차마 소멸하지도 못한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다리 한 짝이 눈에 들어왔다. 옷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수빈의 일부임을 알 수 있었다.


“끔찍하구나···.”

무람은 치가 떨리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뜩, 아침에 보았던 것과 다르게 볼록해져 있는 수빈의 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건물 잔해에 깔려 있어서 눈치채기 힘들었지만, 인간의 시력을 아득히 초월한 무람의 직감은 알 수 있었다.


“무언가가··· 있는데···.”


조심스럽게 장산범의 손톱으로 바짝 타버린 옷깃을 잘라내는 무람.

그리고 발견한 것은 글귀가 적혀있는 종이 쪼가리 하나.

살짝 그을리기는 했지만, 용케 타버리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남은 종이 쪼가리의 내용물을 본 무람은 더욱이 침울해지고 말았다.

표정을 살짝 일그러뜨리고는, 종이를 챙겨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온다.


무람이 현장에서 빠져나오자, 데라를 엎은 휘성이 그녀를 불렀다.


“어땠습니까? 나머지 아이들은···.”

휘성이 말끝을 흐리며 무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람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더는 살아 숨 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휘성에게 알렸다.


“데라는 어찌 되었느냐.”


“기절··· 했습니다.”

휘성이 등에 업고 있던 데라의 모습을 무람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기절한 와중에도 눈물을 흘리며 사라져 버린 친구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속히 자리를 뜨자꾸나.”


“알겠습니다.”


“무거우면 말하거라. 내가 대신 업고 가마.”


“괜찮습니다.”


.

.

.

#며칠 후.

우리는 오두막의 창문을 굳게 닫고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

중악 무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새로 꾸며놓은 사과나무 근처에도 오는 이는 없었다.

중악 본거지를 나가기 직전 위조해 놓은 문서가 효과를 발한 것이겠구나 싶었다.

‘장산범은 말소되었다.’ 기분 나쁘게 위조된 한 문장이 이렇게까지 마음 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너도 알겠지만,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용병단하고의 접선은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무슨 말 할지 알아요.”

“일시적으로 지원이 끊긴 거죠?”

“며칠 더 있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데라는···.”


“남의 집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네만 데라도 부탁하마.”


“알겠어요.”


무람과 휘성은 조심스럽게 2층에 위치한 다락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녀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데라는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침울해 보였고, 무언가에 쫓기는 듯 초점 없는 눈으로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덜컥-

무람은 조용히 방문을 닫아 주었다.


“시간이 더 필요할 겁니다.”


“그런 것 같군.”


“자. 나는 이제 진지하게 작전을 구상하러 갈 생각이네. 저녁때가 되면 돌아오겠네.”


탁-

그때, 오두막 밖으로 나서려던 무람을 붙잡은 휘성.

그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저랑 같이 이야기하시죠.”


“그게 무슨 소리지? 너는 너의 안전을 중요시해야 하지 않겠나.”

무람이 초점 없는 눈으로 중얼거렸다.

무언가에 쫓기듯, 안절부절못한 모습.

그녀는 지금 안전에 대한 강박을 느끼고 있었다.


“아, 뭐, 그냥. 전부 마음에 안 들어서요. 지금 이 상황이.”

휘성이 미간을 가득 구기며 무람을 반강제로 꿇어앉혔다.

휘성 또한 무람 따라 자리에 앉는다.


“민수와 수빈의 목숨을 앗아간 녀석들은 중악의 정예 부대 녀석들이 틀림없느니라.”


“정예 부대랑 일반 부대랑 뭐가 다릅니까?”


“정예 부대는 일단··· 소형 총통을 사용하는 듯하다.”


“그건 봐서 알아. 나도 그거 많이 써봤거든.”


“또한, 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마물의 마비 독이 발견되었다. 타국의 마물과 교류하여 그들의 전력을 일부 끌어들인 모양이야.”


“그나저나 쌍팔년도도 아니고 총기 소지가 불법인 나라에서 총기 난사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 터다. 수빈이의 다리에는 잘 제련된 총알이 훑고 지나간 자국이 데 여섯 개는 남아있었느니라.”


“그러니까, 나도 그건 안다니까?”


“허나. 신문에서도, 뉴스라는 것에서도, 그 어떤 언론에서도 총기 사용 여부에 대한 진실을 다루지 않았다. 언론을 장악하고 법의 제약조차 받지 않았다는 것은···.”


“어. 거기까진 생각 못 했는데.”


“이 나라의 근간이 중악으로 뿌리내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아니, 확실히 뿌리내렸을 테지. 내가 봉인 당하기 전부터 왕실과 조정은 썩어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떡하실 겁니까?”


“정보가 더 필요하다.”


“그니까 그 정보를 어떻게 얻으실 거냐고요.”


“2층에 있지 않느냐. 중악회에 대한 정보와 신령 연합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용병단원이 말이야.”


“많이 지쳐있던데. 말도 안 하고. 그냥 멍하니 앉아서.”

휘성이 매점 2층을 올려다보며 구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린 듯했다.

현 상황이 그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는 뜻이겠지.


“김무람씨까지 죽을 뻔했네요. 정말이지···. 헤어지자마자···. 하···.”


“그래. 번식 욕구가 날 살렸군.”


“네?”


“아니다. 잠시 나갔다 오마.”

김무람 씨는 급히 몸을 돌려 매점 밖으로 발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묻어나오는 중압감이 매점의 공기를 짓눌렀다.

나는 그런 김무람 씨가 괜히 걱정될 뿐이었다.


“나는 일단···. 우리 집순이 마녀부터 어떻게든 해 볼까···?”

한심하게 패배의 잔향이나 들이키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그들 덕분에 은폐된 것이 아니던가. 중악회의 강습 당시, 우리 매점이 초토화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겠지. 저들의 빠른 대응이 없었더라면, 나는 반드시 위험에 처했을 것이다.


내 친구 태흥이와, 유성이,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님과 일태 등등. 생색내면서 하소연할 이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덜컥-


끼이익-


“좀 괜찮아···?”

내가 조심스럽게 2층 방의 나무문을 열어젖혔다.


“···.”

그리고 그곳에는 힘없이 창밖만 바라보는 신데라 양이 두 눈을 깜박거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없는 사람이 된 것처럼.

그녀 혼자만이 서서히 썩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마녀의 귀기는 방안 곳곳 가득했다.

제때 방출하지 못한 귀기로 인해 방 이곳저곳을 본능적으로 헤집어 놓은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푸석푸석한 입술. 초점 없는 눈. 그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엎어진 향수병. 뒤집어진 서랍장. 날아다니는 깃털 조각들. 찢어진 베갯잇. 손톱자국으로 가득한 맨살. 깨져버린 물컵. 유리 파편에 베인 상처까지···.


“데라야! 다쳤어?!”

내가 급히 다가가서 유리 파편을 치워냈다.


“끄으으으읍···.”

데라는 그런 나를 애써 무시한 채 고개를 돌렸다.


“···.”

나는 그런 데라가 안쓰러워 두 입술을 깨물었다.

.

.

.


작가의말

임시 저장 버튼을 등록 버튼으로 착각하고 3시간 뒤에야 깨달았습니다.

지각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긴급* 스토리 붙이는 중. NEW 9시간 전 1 0 -
공지 신작 올렸는데! 이 작품 업로드에는 지장 없음! 24.09.12 9 0 -
공지 안심! 연독률 떨어진다고 유기는 안 합니다! + 휴재 공지가 있다면 미리 말하겠습니다. 24.08.27 11 0 -
공지 화,수,목, 1회씩 연재(선호작하는 김에 추천까지!) 24.07.14 24 0 -
33 33화. 신데라의 회상(2) 24.09.11 18 0 9쪽
32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0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9월 10일 복귀 회차) 24.09.09 21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7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8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6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8 0 10쪽
»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8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7 0 10쪽
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5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5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7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8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9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8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