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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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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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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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초짜들의 몰락

DUMMY

“아가야, 자기 물건은 잘 간수해야지.”

여자가 민수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한테 아기라는 말을 들을 나이는 지났거든요. 그리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 수리검은 제 것이 아닙니다.”


“흠. 흐흐. 흐흐흐. 그렇지. 그러시겠지.”


여자는 말했다. 길게 찢어진 입술로 말했다.

그 모습은 해괴망측하기 그지없었고,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는 불유쾌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민수의 주변을 감쌌다.


스윽-

그녀의 갈라진 손톱 끝은 검은 봉고차 한 대를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며칠 전 실종된 최시윤 양이 힘없이 쓰러져 있는 것이었다.


“짐승만도 못한 새끼들.”

민수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최시윤 양에게로 달려들었다.

무심코 서류상의 아이에게 뛰어들고 말았다.

이미 들통난 연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윽! 저건!”

그 순간, 차량 손잡이 안쪽에 붙어있는 부적을 발견한다.


‘무람씨를 봉인할 때 썼던 부적과 같은 부류!’


차량 손잡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부적.

그것은 무람을 봉인할 때 쓰인 부적과 같은 봉인 부적이었다.

부적에 묶인 붉은 마력 실이 봉고차가 주차된 길가의 가로수와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인적인 감각으로 함정을 간파한 민수가 재빨리 물러난다.

그들은 시윤 양을 제물 삼아 가로수에 묶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확실해졌네? 너. 저게 무섭구나? 무서워서 못 견디겠구나?”

“저거 가짜야~! 푸흨흨!”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는 여자.

그녀가 부적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며 민수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다.


여자 : [찾았어. 터뜨릴까?]

이내 무전기에 무언가를 속삭이는 여자.


남자 : [신호 주면 터뜨려.]


틱.

.

.

틱.

.

.

틱.


그때였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이잉!-

[불변 골목을 통행 중인 시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시내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불변 골목 시내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통행 중인 시민들은 즉시 외곽 지역으로 대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곧바로 격양된 목소리의 대피 방송이 울려 퍼진다.

저건 공식 방송이 아니다.

공식이라 하기엔 그 절차 또한 조잡했다.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다.

실제로 폭파하면 될 뿐이니까.


쿵!-

그때였다.


펄럭-

하늘 저 멀리에서 날아오는 검은 그림자.


펄럭-


“흑룡의 종속 마물이 왜 여기에!?”

데라가 두 입을 틀어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뱀의 두 눈을 부릅뜬 채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와이번...?! 중악회와 결탁했나···?! 교류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잖아...!”

수빈이 입술을 깨물며 두 눈을 떨었다.

마물 해방 전선에서 수배령을 내린 변절자들이 한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중악과 결탁하게 되는 최악의 형태로.

그들은 사람 해치기를 기본 습성으로 삼기에 어두운 길을 걷게 된 마물들이다.

중악회는 그런 종족을 바퀴벌레처럼 기어나가 불개미처럼 물고 돌아온 것이었다.


후우웁!-

흑룡의 종속 개체인 와이번 부대가 입안 가득 머금은 연기를 도심지 아래에 고루고루 살포하기 시작했다.


스륵-

종속 마물 와이번이 꼬리 끝을 저어 가며 연기를 퍼뜨렸다.

꼬리 끝에 닿은 연기는 독소를 가득 머금은 스모그가 되어 도로 중앙에 천천히 가라앉았다.


털썩-

강한 독성과 옅은 귀기가 일순간 민간인들의 몸에 깊게 베였다.


털썩-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가는 행인들.


털썩-

목격자를 남기지 않겠다는 심상 같았다.


“젠장···!”

민수가 급히 바닥에 나뒹굴던 수리검을 집어 들었다.

그는 일단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 도롯가에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 뒤에 몸을 숨겼다.


삐빅-


여자 : [준비 끝.]

여자가 무전기에 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여자는 이제 둔갑을 풀고 본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도 치졸하고 간사한 갑산귀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내 무전기에서는 묵직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려 퍼진다.

의문의 남자 : [폭파시켜.]


퍼어엉!-


콰과과광!-


쿠구구궁 쿵!-

천지가 뒤틀리는 굉음과 함께 불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던 중악의 장산 지부가 무너져 내린다. 다른 곳이 아닌 정확한 장산 지부의 한가운데에서 버섯 모양 구름이 거세게 일어나는 것이었다.


콰르르릉!-

번개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콘크리트 가루를 잔뜩 흩날리면서.

사람들의 비명을 전부 묻어버리고서.


와이번의 연기에도 정신을 잃지 않은 사람들은 재빠르게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 잔해를 본 그들은 그제야 골목 바깥을 향해 내달렸다.

그 광경은 마치 들개에게 몰이 당하는 가축들을 보는 느낌이었을 것이라.


“다들 움직이지 마요! 쓰러져 죽은 척이라도! 제발 부탁이에요! 도망가지 마요!”

민수가 동공을 벌벌 떨며 아수라장 속 시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목소리가 닿지 않자, 그는 급히 일어서서 목청껏 사자후를 내질렀다.

“움직이면 안 돼!!!”


탕!-


타당!-


타다다당!-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 사이에 섞여 들어온 또 다른 화약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총기 소지가 불법이었던 나라에서 들려선 안 될 화약 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헉! 크흡!”

민수가 총에 맞아 피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를 필두로 하여 앞서 도망가던 인원들이 하나둘 앞으로 고꾸라졌다.


후웅-

와이번의 독 안개가 걷히자 나타나는 풍경.


후웅-

거리 곳곳에 변장해 있던 중악회의 갑산귀 정예 부대의 실체.


후웅-

소총으로 중무장한 그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골목 한 가운데에 섰다.

개중에는 앰프 소리가 시끄러워 몸서리를 치던 과일가게 아저씨 또한 서 있었다.


“크헙···!”

차 뒤로 몸을 숨기며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민수.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는 구멍 난 더미 인형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숨이 붙어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런!”

다급한 마음에 휴대전화를 꺼내든 수빈은 ‘본부’라고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기에서는 통화 불가 지역이라는 일방적인 통보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제길! 이렇게 갑자기···.”

수빈이 전화기를 꽉 쥐어 보이며 표정을 구겼다.


“뭐, 뭐야! 꺄아악!”

커다란 폭발 소리로 인해 겁에 질린 데라가 웅크리고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민수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심한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민수 총 맞은 거야···? 총이···! 총이 왜···! 수빈아, 민수 어떡해!”


“일어나!”

수빈이 그녀를 다급하게 일으켜 세웠다.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표정을 굳힌다.


“오두막으로 곧장 달려가.”


“무, 무슨···”

여전히 현 상황이 두려울 뿐이었던 데라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이건, 작전이야.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 아니, 날아가. 곧장 날아가.”

“CCTV고 뭐고 신경 쓰지 말고 날아가.”

수빈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난 회색 헤드셋을 다시 씌어주며 말했다.


“버틸 거야. 무조건 버틸 거니까. 가서 모시고 와줘.”

그의 눈빛에는 이제 다부진 각오와 진심만이 서려 있었다.

각오에 찬 눈빛.

결정을 해야 할 때.

이별을 해야 할 때.


“뛰어!”

수빈이 급하게 데라를 밀치고, 맹공격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친구에게로 뛰어 들어간다.

총알 몇 방 가볍게 피해 가며 앞으로 구르는 수빈.

이내, 차 뒤로 숨어있던 민수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야, 너 괜찮아?”


“쿠흡. 수빈아···, 하필 단전이···! 귀, 귀기가 빠져나가고 있어···!”


“기다려 봐! 일단 지혈부터···!”


“아니야.”


“뭐?”


“집, 집으로 가. 당장. 없애. 전부 없애야 해. 이것들···. 이것들을···.”


쿨럭!-


“우으읍···.”

자신의 휴대전화를 수빈에게 건넨 민수가 피를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휴대전화와 오두막 약도, 물품 구매 내역과 계약서 등등이 전부 들어있는 케이스가 수빈의 손에 쥐어졌다.


“크윽···!”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수빈이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훔쳤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가슴이 아려왔다.


“야, 새끼야, 너는 100년간 패관수련했다는 놈이, 그 잘난 놈이, 총알 하나를 못 피하냐.”


“미안. 수련이 부족했나 봐···. 쿨럭!”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

그런 그가 여전히 해맑은 채로 생기를 잃어간다.

그의 몸에서 한가득 쏟아져 나온 혈액은 마물이 생기를 잃어감에 따라 빛을 발하며 증발하기 시작한다.

밝게 빛나는 핏빛 신기루.

그것은 잠시 후, 민수의 싸늘한 부고를 알렸다.


수빈은 총알이 은하수처럼 빗발치는 와중에도 민수의 부릅뜬 눈을 감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런 수빈의 호의에 감동하여 힘없이 웃었다.

웃으며 소멸해 가는 것이었다.


신령은 죽는 모습도 서글프다.

피는 뿜어져 나오는 족족 증발해 버리고, 피부는 말도 안 되게 푸석푸석해진다.

그 피부와 뼈마저 모래알이 되어 날아가 버린다.

민수는 그렇게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젠장···! 내가 막았어야 했는데···!”

민수가 완전히 죽어버리고.

그 자리에는 수빈만이 남아있었다.

이 모든 게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펑!-


퍼벙!-


쿠우웅!-

민수를 추모할 잠깐의 틈조차 허용하지 않는 기습 공격.

그 공격은 눈 깜짝할 틈도 없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들이 숨어있던 자동차는 험하게 구겨지며 그 형태를 잃어갔다.

총알 세례를 용케 버티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쾅!-


치이익-


수빈이 숨어있던 차량 뒤로 최루탄이 날아와 하얀 연기를 뿜어낸다.


파바밧!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금속 투사체들이 은빛 파편을 한 가득 쏟아낸다.

금속 투사체들은 일제히 날아들어 수빈의 몸에 꽂혀 들었다.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다.


“일행이 있었구나!?”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골목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수빈이 차량 바깥으로 나오도록 계속해서 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외래 잡종이라 그런지 쉽게 죽어버리네! 맞지?!”

여자가 천천히 차량 근처로 다가간다.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다가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그리고 차량 뒤편을 확인하는데.


“진짜 쥐새끼네···?”


와이번의 연기가 완전히 걷히고서야 알았다.

수빈은 차량 바로 아래에 있던 하수도를 타고 사라진 뒤였다.


잡종 마물의 동료는 피도 눈물도 없이 전우의 부고를 지키지 않았다.

화려한 화형식이라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을.

무엇이 그리 급해 먼저 사라져 버린 것일까.


"강시가 그렇지 뭐. 하찮은 시체 덩어리 놈들."

여자가 민수의 옷 더미를 발로 걷어차며 중얼거렸다.

이내 입술을 날름거리며 봉고차에 올라탄다.


덜컥-


"음...?"


"뭐야...."


"이년 죽었어?"


툭-

여자가 괴상망측하게 튀어나온 발가락 끝으로 시윤 양을 건드렸다.

그러나 시윤은 창백한 얼굴로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 어차피 기형아로 버려진 년이고. 곧 심장병으로 뒤질 년이었어서요. 오늘 아침에 수명을 다한 것 같습니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조무래기 한 명이 최시윤이 축 늘어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두 눈을 꿈벅거렸다.


"뭐해! 봉고차에 시체가 싸지른 소변이라도 묻어있으면 어쩌려구! 비닐이라도 깔아 놨어야 할 것 아니야!"


퍽!-

갑산귀가 발로 아이의 배를 걷어차며 봉고차 밖으로 떨어뜨렸다.

축 늘어진 시체는 힘없이 아스팔트 바닥을 굴렀다.

이내 신이 원망스럽다는 듯, 썩은 동태 눈깔 안에 하늘을 담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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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6 0 13쪽
29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7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6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7 0 10쪽
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7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6 0 10쪽
»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7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4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4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7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7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8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7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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