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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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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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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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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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일상과 재활

DUMMY

다시 평화로워진 월요일 오후.

데라는 작전지에서의 일탈을 즐기고자 학교로 떠나갔다.


이에, 오두막에 남은 무람과 휘성은 그들만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휘성의 앞으로의 안위에 대한 심층 토론이 오고 갔다.

솔직히 중요한 부분이긴 했다.

그는 이제 민간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했으니.

나름의 각오를 다져야 할 때가 온 것이었다.


“진짜 괜찮은 것이냐? 너 또한 언제 표적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진짜! 더는 못 참겠네요. 내 집 불태워버린 건 그렇다 처. 근데, 내가 자주 가던 사거리 식자재 마트까지 폭파시켜 버리는 건 선을 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거기 할인 쿠폰을 여섯 장이나 모아뒀었단 말이야!”


“여섯 장이면 확실히 선을 넘었군그래. 다섯 장이면 몰라도···.”


“그것도 그것이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중악인지 뭔지가 어디까지 썩어 문드러져 있는 건지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오호! 열정은 넘치는군!”


“애초에 인신매매와 연루된 시점에서 마음 잡았거든요? 나 X나 정의로운 사람이야.”


“당돌해서 마음에 드는구나.”

무람이 매점 달걀을 꺼 먹다 말고 휘성의 머리를 짓눌러 보았다.

아마 애정의 표시였다.


“그만···.”


“주인의 손길을 거부하는 종자라니···. 장산의 후예는 이리도 융통성이 없단 말인가.”


“그만 좀 드시라고요. 달걀. 그거 다 돈이에요. X발.”


“참고하겠네.”


“참고했으면, 먹지 말라고! 우리 며칠째 손님이 한 명도 없어! 알아?!”


“참고만 했네. 내 위장은 아직 단백질을 원하고 있어.”


드르륵-

그때였다. 매점의 문이 천진난만한 대화를 가르고 천천히 열렸다.

어느새 하루일과를 끝마치고 돌아온 데라가 오두막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다녀왔습니다!”


“학교는 어땠어? 어둠의 조직 뒤꽁무니 쫓는 것보단 훨씬 재미있지 않냐?!”

휘성이 밝게 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물었다.

지는 중간에 자퇴한 주제에, 꼴에 자신만만한 모습.


“응! 학생들이 성적이라는 헛된 목표에 벌레떼처럼 달려드는 게 볼만했어! 급식도 게걸스럽게 먹었고! 8교시까지 감금당한 채로 의미 없는 수업을 들었지.”


“어···. 재미··· 있었지···?”


“응!”


“다행이다. 말 걸어주는 친구는 없었고?”


“있었어!”


“진짜? 누군데?”


데라는 잠시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

.

.


“좋아. 남자 꼬실 준비 완료.”

마녀 신데라는 오늘 마음을 다잡고 학교에 갔다.

연보라 헤드셋을 끼고, 색이 짙은 뿔테 안경으로 얼굴을 덮은 뒤, 지팡이를 품 안에 숨기고서 교실에 들어섰다.


인간관계도 마냥 간단할 줄 알았는데, 문제는 이다음에 바로 일어났다.

전학생으로서 자신을 소개하고 자리에 호기롭게 앉았지만, 학교가 어색해서 고개만 떨궜다. 볼펜으로 둔갑시킨 나무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답답함을 달래보았지만, 딱히 소용없는 짓이었다. 처음에 교실에 들어왔을 때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이들은 물밀듯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듯 관심조차 없다.


‘인간들이란 참으로 예의 바르지 못한 생명체로군!’

‘감히 천연 마물 신데라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끄으윽···. 끅···.”


이건 변수였다.


터벅-


터벅-


터벅-

그러던 그때, 가만히 앉아 있던 자신에게 누군가가 선뜻 다가왔다.

자신과 똑같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었다.

남들보다 배로 화사해 보이는 교복 치마와 검은 스타킹.

유난히 뚜렷한 이목구비와 ‘설부화용’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백옥같은 피부.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데라는 생각했다.


‘아, 아름답다.’


.

.

.

이제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그녀는 짧은 회상을 마친 뒤 해맑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예뻤니?”

휘성이 데라에게 조금 남은 저녁 반찬을 내어주며 물었다.


“아무리 이뻐도 무람의 꽃다운 미모에 비하면 길거리 잡초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만···.”

무람(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장산범)이 남은 저녁 반찬을 집어 먹으며 중얼거렸다.


“그 아이, 우리 학교에서 퀸카라던데~?”

“몸매도 완전히 죽여주고!”

“내가 만약 기회가 된다면, 그럼, 마녀 학교 실습 전속 공주님은 그 아이로 정할 거야!”

“나에게 말을 걸어준 대가로 유리 구두를 선물하는 거지!”

“어때? 완벽한 계획이지?”

“내가 원해 쫌 상위권 인간과 어울리긴 하니까!”


“그 정도야?”


“응! 계네 집안 자체가 타고났다나 봐. 오빠도 엄청 미남이라던데? 완전 왕자님 상이래! 이참에 오빠한테 접근해서 확 잡아 먹어버려야겠어.”


“그래···? 잘 됐으면 좋겠네···.”


그렇게 뻔한 수다가 끝이 나고.

휘성은 마음속으로 회상한다.

마침 같은 학교에 다니던 유성이에게 데라를 부탁했던 과거를 말이다.


“왕자 공주라. 너무 딱 맞는 말은 조금 진부한데···.”


당분간, 가족관계는 숨겨야겠다 싶었다.

데라가 쪽팔리지 않도록.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속담이 있다.

만약 데라가 진실을 알게 되면, 그녀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도 있었기에 살포시 덮어놓기로 하는 휘성이었다.


“밥 먹고 설거지해놔. 난 잠시 전화 좀 하고 올게.”

휘성이 데라와 무람에게 각자의 일을 당부하며 오두막을 빠져나왔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휘성 : [오늘 연기 좋았다? 남매인 거 안 들켰냐?]


유성 : [무슨 소리야? 니 이름은 진작에 까발렸지, X신아.]


휘성 : [어?]


유성 : [왜, 꼽냐? 그러게 누가 나를 울리래? 오두막 다 불탔을 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그리고! X발 개 잡놈의 새끼가 남의 자취방 나물이랑 나물을 싹 다 털어갔더라? 너 진짜 뒤지게 처맞으려고 작정을···]


띠릭-

휘성의 다급한 터치에 전화 연결이 끊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 말을 들은 휘성, 무언가를 느끼고 오두막으로 급히 뛰어 들어간다.


터벅!-


터벅!-


터벅!-


드르륵!-


“김무람 씨, 신데라는요?”


“그새 밥 다 먹고 들어갔다. 설거지도 떠넘긴 채로. 이래서 양놈 나라에서 온 신령은 믿어선 안 되는 게야. 당최 장유유서라는 개념이 없으니 원.”


빙빙-

무람이 고무장갑을 빙빙 휘두르며 투덜거린다.

데라는 이미 무람에게 설거지를 맡기고 아랫방으로 도망친 후였다.


덜컥-

그 순간, 아랫방의 문이 살포시 닫힌다.


털썩-

데라가 방바닥에 사뿐하게 누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진짜 열심히 살 거야. 진짜로.”

방으로 돌아간 데라, 크게 웃어 보이며 탁자 위 액자를 바라본다.

탁자 위에 고이 올려놓은 수빈과 민수의 사진이 형광등에 반사되어 밝게 빛났다.

그을린 종이 한 장은 이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얘들아~ 이 누님은 승승장구 중~.”

“학교도 가고.”

“머물 곳도 구했고.”

“가족도.”

"애완동물도(아마 김무람 씨를 의미하는 듯하다.)"

“친구도 전부 만들었어.”

“이제 연인만 만들면 되겠네~. 으흐흐···.”


데라가 방긋 웃어 보이며 사진 속 민수와 수빈에게 일상을 보고하기 시작한다.

수빈과 민수는 밝게 웃으며 사진 밖 데라의 얼굴을 쭉 응시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웃고만 있을 것처럼.


"물론 중악도 몰아내야지. 가끔 도와줄 거야, 가끔. 마법 쓰는 게 은근히 귀찮아서."

마녀는 의미 없는 위로를 섞어가며 사진 속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

.

.

장산의 마당이 열렸다.

장산의 매점 속 아마추어 용병단은 3명이 있으니.

무람과 휘성과 데라.

물론 떡잎 마을 방범대가 수적으로 우세할 정도로 단출하지만...

이 세 명은 현재 추악한 본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중악’이라는 집단을 쫓고 있다.

과거, 조선 팔도의 모든 신령을 죽이고 악의 정상에 우뚝 선 악령 하나.

그에게 복수심을 은은하게 불태우며 살아가고 있는 세 명이었다.

활활 타면 뜨거우니까 은은한 거다.

의문 갖지는 말고.

아무튼.


하나는 옛 동네 사람들과 무람의 원수를 갚기 위해.

하나는 옛 동료의 원수를 갚기 위해.

하나는 옛 식자재 마트 쿠폰 6장의 원수를 갚기 위해.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그들의 분노는 일제히 한 곳을 향해 있다.

그 한 곳은 바로 ‘중악’이었노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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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신데라의 회상(2) 24.09.11 18 0 9쪽
32 32화. 신데라의 회상(1) 24.09.11 20 0 10쪽
31 31화. 해방 전선 본부의 연락 (9월 10일 복귀 회차) 24.09.09 21 0 14쪽
30 30화. 살아나는 연락망 (1막 마무리) 24.08.27 27 0 13쪽
» 29화. 일상과 재활 24.08.27 28 0 8쪽
28 28화. 소박한 희망 24.08.25 26 0 9쪽
27 27화. 입학. 24.08.22 28 0 10쪽
26 26화. 남겨진 데라 24.08.22 27 0 10쪽
25 25화. 흔적의 흔적을 지우다. 24.08.20 27 0 10쪽
24 24화. 초짜들의 몰락 24.08.19 29 0 12쪽
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22 22화. 아침 작업 24.08.15 30 0 13쪽
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1 0 12쪽
20 20화. 마물의 밤 24.08.13 35 0 11쪽
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8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9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8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8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0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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