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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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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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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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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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능력의 일각

DUMMY

“이 나라에 남아있는 요괴는 전부 해외에서 밀입국한 외국 용병들이에요.

저는 일본에서 건너왔고, 수빈이는 미국에서 넘어왔죠.”


“다채롭군.”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중악회의 암살]”


“타국의 용병이 왜 이나라의 악귀를···.”


“중악, 그가 전 세계가 금기시하는 선을 넘으려 하거든요. ‘마물이 나라를 장악하는 것.’

이게 바로 그 선이에요. 만약 이 선을 넘는 순간 중악회에게는 [국가 차원의 권력]이라는 것이 생겨버리죠.”


“이제는 산업계랑 방송계, 심지어는 정치계와 행정기관까지 전부 엮여있더라. 카르텔이라고 하던가?”


“요새는 괴물도 카르텔을 만드는구나.”


“뭐, 다른 나라들도 썩 좋은 편은 아니지. 일단 급한 불부터 끄려고 여기에 정착한 거야. 나는 귀찮은데-.”

수빈이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생소했던 휘성은 [그냥 조금 질 나쁜 사업체] 정도로 생각하며 카르텔의 정의를 끝맺음 했다.

일단 본인의 오두막이 [그냥 조금 질 나쁜 사업체]에게 홀라당 불타버렸다는 사실을 그새 까먹은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밍밍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휘성 특유의 안전불감증+천하태평 바이러스는 상상 이상으로 중증인 듯했다.


“자! 남은 이야기는 우리 지부로 가서 마저 하시죠. 이곳은 곧 있으면 중악회의 정예 부대가 들이닥칠 거예요.”


“좋다. 난 지금 너희 무리에 흥미가 생겼다. 본거지로 안내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밖으로 나가서···.”


“아, 잠깐. 그전에 잠깐 확인할 것이 있다. 잠시 기다리거라.”

모두가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무람이 선봉에 서 있던 수빈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응? 뭔데 그래?”

수빈의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무람의 뒤를 따랐다.


“저기 쓰러져 있는 주검들은 전부 자네의 작품인가.”

무람은 수빈의 등을 치며 호기롭게 물었다.


“응. 방망이 하나로 충분하더라. 돈 굳었지. 뭐.”


“깔끔하군.”


“무고한 생명 어쩌고저쩌고하더니.”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도 안 본단 말인가. 자고로 ‘무고함'이란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라네. 이들은 죄를 지었고, 마땅한 벌을 받은 게지. 심지어 사람도 아니야.”


“아. 그래.”


일시적인 침묵이 흐른다.

휘성은 세상 물정 모르던 그녀의 진지한 모습에 괴리감을 느낀다.

그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펑소의 휘성이 보는 무람은 동방예의지국의 물을 거하게 들이킨 꼰대 아줌마와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

.

.

#잠시 뒤, 일렬로 가지런히 나열된 시체들을 바라보던 무람이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확인은 해봐야겠지.”

무람이 돌연 두 눈을 붉히며 사체 더미에 달려들었다.


푸슉.-

저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일어난 일은 실로 보기 역겨운 것이었다.

무람이 날렵한 손톱으로 사체의 뱃가죽을 쑤신다.

손톱과 뱃가죽 사이로 연분홍색 내장이 모습을 비춘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무람의 비위생적인 행동에, 그녀와 살아온 휘성조차 눈살이 찌푸려졌다.


“으악!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비위가 약했던 자객 청년단은 두 눈을 애써 가리며 무람에게 소리쳤다.


스르륵-

최소한의 배려로 덥힌 흰 천이 붉게 물든다.

천과 손가락이 충분히 젖은 것을 확인한 무람이 천천히 손톱을 뽑아냈다.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흐른 주검의 혈액이 손톱 끝에서 만난다.

이내 한 방울씩 뚝 뚝 떨어져 바닥에 둥근 원을 그렸다.

둥근 원에는 으스스한 무람의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휘익-

그녀가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피를 만져댔다.

건드려도 보고 흔들어도 보고 왔다 갔다 둘러보며 피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색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군.”


쭙!-

잠시 후, 걸쭉한 핏방울을 혓바닥 위에 떨어뜨리는 무람.

이내 그 더러운 혈액을 시음하는 기이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던가.


“으악!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다시 시작된 비인간적인 짓거리에 화들짝 놀란 수빈이 소리친다.

무람은 그저 씩 웃을 뿐 딱히 대답하지는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잠시 뒤, 무람이 목을 풀고 발성하는데,


“아-”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뚜벅.


뚜벅.


뚜벅.


또 발걸음을 옮겨 흰 천 위를 날렵한 손톱으로 짓눌렀다.


“아-”

이번엔 노년기의 여성 목소리.


뚜벅.


뚜벅.


뚜벅.


다음은 건장한 남자의 목소리.

그다음은 건장한 여자의 목소리.

그다음은 다소 걸걸한 아저씨 목소리.

그다음은 매우 걸걸한 아줌마 목소리.


“아-”


그리고 마지막.

무람은 마지막 열에 위치하는 시신의 복부를 가볍게 내리찍어 피를 묻힌다.

핏방울이 무람의 목구멍을 통과하고.


“아.”

그녀의 성대에서 중년 남성의 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목소리를 들은 휘성.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휘성은 밀려오는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천천히 다가가 흰 천을 벗겼고,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무람은 그의 얼굴을 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띠고 속삭인다.


“찾았다 요놈.”


중년 남성의 굵직한 목소리.

그날, 얻은 노인 휴대전화에 유일하게 녹음되어 있던 남자의 목소리였다.

휘성의 오두막을 태울 것을 지시한 흑막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 녹음본을 수십 번 반복 재생해 보았던 그와 무람은 알 수 있었다.


“수빈이라고 했던가. 장산범 재봉인 작전의 총감독자는 이자였겠군. 내 말이 맞지?”


“당신은 대체···.”

수빈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게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그녀의 말대로 담당관 신춘배를 움직인 상관은 저기에 쓰러져 있는 저놈이 맞았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처참하게 숙청당한 그 남자 말이다.

.

.

.

잠시 후.

장산범과 외국 용병 일행은 노인의 통화 기록과 장산범 봉인 계획서를 통째로 불태우곤 폐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중악회의 또 다른 추적이 붙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속히 자리를 뜨자꾸나.”

.

.

.

#

이 나라의 마물은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췄다.

악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말이다.

지금 이 땅에 남은 희망, 그것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유입된 해외의 용병들뿐.

중악의 악한 꿍꿍이를 밝혀내 조직을 해체시키려는 목적으로 모여든 국경 없는 의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의사가 그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인 게 함정이다.

그들은 주사기나 청진기를 들고 이 땅에 당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다른 의미의 의사라면 이 또한 맞는 말이 될 수도 있겠지.

무력 투쟁이 주를 이루는 싸움을 몇백 년간 이어 왔을 테니까.


그들의 전쟁은 현재 잠잠했으며, 교착 상태에 있다.

바로 이전에 있었던 자칭[데라 부대]의 ‘장산 지부 척살’ 단독 임무를 제외하면 말이다.

본부의 지령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자기네들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이라는데···.

자기네들 X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첫 대면에 휘성을 대하는 꼬락서니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다지 큰 반전을 느끼지는 못했다.


지금의 본부는 조사 부대를 꾸려 중악의 근원을 찾고자 뒤를 캐고 있단다.

하지만, 중악의 치하에 움직이는 마물 조직이 워낙 거대하고 주도면밀했기에 소수의 전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영영 살아나오지 못한 부대도 여럿 존재했다.

‘중악의 본거지에 자원에서 들어가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해외 마물 해방 연합에서 떠도는 유명한 공식.

이 때문에 전력이 더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그때, 잠자코 있던 휘성이 입을 열었다.


"뭔데 그러는가?"

무람은 그런 휘성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굳이 저렇게 다 죽여야 해요?"


"..."

침묵하는 무람.


휴우-

이내 무람은 싸늘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도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장산범의 능력이 발현되는 데 필요한 그 끔찍한 의식을 직접 두 눈으로 봐버렸기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당연지사일 터.

휘성은 지금 무람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너무 잔인하던데. 아까."

휘성이 무람의 태도를 나무라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무람은 생각했다.

중악 아래 움직이는 마물들을 모조리 죽여야 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들을 척살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내 한의 깊이는 얼마나 깊을까.

.

.

.

차마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서 이러는 게 아니었다.

차마 어느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혔기 때문인 것이라.


작가의말

좀 늦었습니다.

대신 한 번에 2회씩 업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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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마무리 정리 24.08.17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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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귀기 누적의 부작용 24.08.15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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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5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7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8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9 0 10쪽
»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5 0 9쪽
11 11화. 깊은 오해 24.07.24 38 0 12쪽
10 10화. 납치 공작 24.07.22 39 0 13쪽
9 9화. 미행범은 아군인가 24.07.19 41 0 12쪽
8 8화. 대항마의 움직임 24.07.18 4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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