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범이 매점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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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그림/삽화
옹골찬멸치국밥
작품등록일 :
2024.07.08 18:56
최근연재일 :
2024.09.1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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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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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깊은 오해

DUMMY

.

.

.

#한편.

휘성의 시점.


“예비 신춘배씨, 일단 투항하시죠.”


“어떻게 쫓아왔냐?”


“냄새 맡고 왔죠. 나도 자주 애용하는 과일가게 주인장의 향수 냄새가 났거든.”


“야. 그래서 미행이 물 흐르듯 부드러웠구먼.”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뭡니까?”


“나 신춘배 아니야.”


“그건 당신을 포승줄로 묶은 뒤 심문할 때 따져도 늦지 않습니다.”


“야.”


“뭡니까?”


“한 번만 봐주라.”


“···.”


.

.

.

잠시 후.

자연스레 포박되어 포로가 된 휘성.

휘성의 얼굴을 들여다본 낯선 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음···. 자세히 보니까 할아버지의 얼굴은 아니네요.”


“그런 건 자세히 안 봐도 알 수 있잖아? 등에 후광 안 보여? 이렇게 잘생긴 얼굴이 어떻게 할아버지 관상이야.”


“나 근시라서 자세히 봐야 해요.”


“안경을 껴라.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저요? 당연히 고고한 자객이죠. 자객은 안경 쓰면 안 되는 거 몰라요?”


“자객이라고? 너도 요괴, 귀신, 뭐 그런 거냐?”


“자객은 직업군이죠, 저는 정확히 말하면 강시에요.”


“결국 요괴잖아.”


“말하자면 길어요. 일단 알겠어요. 사람 잘못 봤다고 일러 줘야겠네.”


“누구한테?”


“옆 건물에 있어요. 내 동료예요.”


“옆 건물이라면···.”


띠리링- 띠리링-

자신을 고고한 자객이라 소개한 낯선 이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옆 건물에 있다는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그러나 벨 소리는 좀처럼 끊기지 않았다.

기나긴 침묵을 대신 채워주며 계속해서 울려댈 뿐이었다.


띠릭-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자,

그제야 안심한 자객은 동료의 안부를 물으며 첫마디를 열었다.


“그쪽은 어때?”


전화 속 남자 : [여자 한 놈을 붙잡았어. 보니까 중악 세력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떡할까?]


자객 : [음? 너도야? 이쪽도 한 놈 붙잡았어. 꽁지 빼고 달아나려 하길래···.]

자객 : [그것보다, 여자라고? 그 여자 혹시 마물이야?]


전화 속 남자 : [음? 어···. 마물은 아니야. 일단 그 종자를 이쪽으로 데리고 와. 어떻게 된 건지 확인을 좀 해봐야겠어.]


휘성은 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들으며 깊은 사념에 잠긴다.

여자라면 분명 김무람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런데 마물이 아니라는 소리는 예상에서 크게 빗나간다.

김무람 그 여자는 산에서 내려오지도 않았다는 거냐.

유일한 탈출구가 꽉 틀어막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냥 의심 가는 사람은 전부 제압해 버리는 거니···?”


“당연하죠~. 중악 무리를 척살한 놈인데 계집애 한 명 못 잡겠습니까?”


“그건 내 질문의 대답이 될 수 없는데.”

.

.

.

#잠시 후.

휘성을 개 목줄 채우듯 포박한 자객.

그가 목소리를 높여 동료를 부른다.


“야~ 수빈아~. 어디 있어~?”


“어어~. 지하로 와!”

이에 응하는 동료, 수빈의 목소리가 지하에서 울려 퍼졌다.


“지하로 오라니···. 이미 지하인ㄷ···.”


그때였다.


크와앙!-

분명 멀쩡히 살아 움직이는 무람이 갑작스레 튀어나와 낯선 이를 덮친다.

붉게 충혈된 눈.

뾰족한 손톱과 날렵한 눈매.

영락없는 짐승의 모습이었다.


“기습···!”


펑!-

그러나 물 건너 육지 건너온 자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연막을 터뜨리고는 무람의 사정거리를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연막의 분진은 구멍 뚫린 소화기처럼 사정없이 분말을 뿜어댔다.

마치 그 공간을 통째로 집어삼킬 것처럼 말이다.


휘릭-

무람이 재빠르게 뒤돌아섰지만, 어느새 무람의 뒤를 점한 자객.

자객이 노련한 솜씨를 뽐내며 무람을 제압하기 시작한다.

잠깐 모습이 사라진 틈에 수리검 날로 그녀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크릉!-

하지만, 무람은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평하게 웃으며 휘성의 안부를 물었다.


“어이! 포승줄로 고치를 만들었군그래. 그 안은 좀 살만한가?”


“김무람···!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이 자들에게 중악이 몰살당했다. 어찌 보면 아군일 수도 있으니, 죽이기보단 포박하는 것이 옳을 듯싶구나.”


휘성은 닌자의 구속에서 벗어나자마자 무람에게 사건의 경위를 묻는다.

무람은 뒤에서 자신을 칼날로 위협하고 있는 낯선 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마치 일상의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저 여유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무엇보다 휘성이 살아있어서 화색이 도는 것도 한몫했을 터다.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위기의 순간보다 더 아찔했던 문제가 해결된 것이겠지.


“이봐, 지금 한가로이 안부 전할 때가 아니잖아···. 수빈이는 어디 있어!”

수리검으로 무람의 목덜미를 천천히 그어 위협을 가하는 자객.

무람의 목덜미에는 붉은 선 하나가 적나라하게 그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목덜미에는 메마른 실선 하나만이 덩그러니 그어져 있을 뿐.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여자가 바로 내 눈앞에 드리웠다.


‘저 괴물 같은 사람···. 저 여자가 자객의 동료를 흉내 냈던 거라 한다면···.’

휘성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 인터넷으로 살펴본 장산범의 괴담에 따르면, 충분하게 그럴만했다.

인터넷에서의 장산범은 죽은 자의 목소리만 흉내 낼 수 있으며, 더 심한 경우엔 죽은 이를 잡아먹어야만 흉내 낼 수 있다고 한다.

자객의 동료는 지금쯤 황천길을 건넜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초면부터 어른의 목덜미에 칼을 들이대다니. 예의범절을 어디에 흘리고 온 것이냐.”


“예의범절이라···. 좋아요. 그럼, 우리 격식 차려서 시시비비를 따져보죠.”


“당신이 먼저 저한테 달려들지 않으셨나요? 제 친구의 목소리로 변조해서 저를 유인하신 것도 당신이고요.”


“그거 상당히 큰 오해를 한 것 같구나. 나는 저~기 묶여있는 김 사장이 너무 반가워 껴안으려 한 것뿐이거늘. ‘달려들었다’라니···.”


쓱-

상황 파악 못 하고 경박하던 무람의 목덜미에 얇고 붉은 실 하나가 하나 더 그어진다.

다소 시끄러웠던 그녀에게 목덜미에 생채기 추가로 그어 위협한 것이었다.

물론, 무람은 그런 위협들이 가소롭기만 하다.


“아리따운 무람의 옥체에 생채기를 두 번씩이나 내다니.”


“전부 자업자득이라고.”


“무람이가 속이 많이 상하겠구나···. 시집살이하기 전까진 생채기 하나 안 만들겠다고 버럭버럭 성을 내던 아이였는데.”


“당신, 마물 맞죠? 신춘배가 처리하기로 되어있던 전대미문의 흉내쟁이.”


“듣도 보도 못한 년이라는 소리를 잘도 돌려 말하는군.”


“갑산귀 신춘배가 돌아오지 않고 당신이 왔다는 뜻은···.”


“하! 신춘배라는 작자가 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신춘배는 둘째치고, 수빈이는 어디 있습니까? 또 한 명의 강시 말입니다.”


“그 친구는 지금 훈육중에 있네.”


“설마 죽이신 건···.”


“영적 존재는 살짝 친 정도로 쉽게 죽지 않아. 그냥 피 몇 방울만 뽑았을 뿐일세. 흉내를 내려면 피가 필요하거든.”


“목적이 뭡니까?”

“고대 마물이 이제 와서 날뛰는 이유는 뭡니까?”

“세상에 대한 원한? 동료의 복수? 지키지 못한 종자들의 한?”


“그대가 알아서 무엇할꼬.”


“저희 해방군이 힘이 되어드릴 수도 있어요.”


“나는 마을을 다시 세우기 위해 왔다.”

“무람의 소원대로.”

“무람을 그리워하며 전부 되돌릴 것이다.”

“내가 그리할 것이니라.”


이제 받아줄 만큼 받아줬다고 생각한 무람.

뒷산의 군주는 슬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꽈드득-

그녀는 수리검을 맨손으로 잡아채며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이내 엄청난 살기를 발산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두두두-

오두막 때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 진동은 건물 전체가 떨릴 정도였다.

차원이 다른 귀기.

이는 정보교환에 있어서 아마추어로 보이는 자객의 기를 누르기에 충분했다.


퍼억!-

무람은 닌자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표정을 구겼다.

이내 손가락에 힘을 주며 가볍게 들어 올리는 것이었다.


“끄으윽···!”

손 쓸 틈도 없이 장산범의 손에 붙잡힌 외국 용병은 덫에 걸린 장끼처럼 파닥거렸다.

허우적거리며 최대한 저항해 보는 자객.

하지만 무람의 악력은 상상을 아득히 추월하는 수준이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비록 봉인되어 있었다곤 하나 그녀는 장산의 여왕.

최상위 포식자였다.


“커업! 무쇠 카···칼날을··· 맨손으로···.”


“사과하거라.”


“무슨···.”


“생채기가 생기지 않았는가. 신원이 확인되지도 않은 사람을. 그것도 민간인을 상처입히다니.”


“그···그건. 당신이 먼저 달려들어서!”


“사과할 인물은 내가 아니야.”


“아···.”

무람이 아마추어 자객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의 볼때기를 가볍게 두 번 두드리며 거리를 벌린다.


뚜벅-


뚜벅-


천천히 휘성에게로 다가오는 무람.

어리둥절한 휘성이었지만, 이내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무람은 난생처음 보는 따스한 표정으로 휘성의 볼때기를 어루만졌다.


“···.”

그녀가 어루만진 것은 아까 날아온 수리검에 스쳐 생긴 작은 생채기였다.

배어 나온 피를 손가락에 묻혀 용병의 눈앞에 가져다 대는 무람.

그리고 또 나지막하게 말한다.

“과거에는 이리 삭막하지 않았다.”

“인간이 받드니 우리가 지켜주는 공생법이 성행하던 것이 바로 과거.”


“안경 이슈···.”


“무고한 인간은 괴롭혀서는 안 돼.”

“그건 불변의 법칙이니라.”


“아, 잠깐만요. 근데 저 사람이 왜 무고해요? 누가 봐도 연관자였는데.”


“이제 보니 자네도 아직 동방예의지국의 혼이 덜 담겼나 보구먼. 말대답은 꼬박꼬박 밥 먹듯이 하는군?”


“죄송합니다.”


“일단 받아주마.”

.

.

.

#잠시 후.

“수빈! 괜찮아?!”

난장판이 된 중악회의 집무실에 묶여있던 동료를 발견한 자객.

앞구르기까지 해 가며 재빠르게 뛰어 들어온다.

솔직히 앞구르기는 오버하는 거라고 조심스레 생각했다.

상황이 그렇게 급박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읍! 읍! 읍읍!”

아. 수빈이라는 작자가 묶여있는 꼴을 보니 그다지 오버하는 것도 아니겠거니 싶었다.

김무람 저 아줌마는 도대체가 예의범절 교육을 얼마나 진심으로 ‘저지른’ 건지.

휘성한테 여태까지 쌓여있던 억하심정을 다 풀어버린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자객이 동료의 포박을 풀어주며 등을 토닥이기 시작한다.

수빈이라 불리는 동료는 숨을 헐떡이며 다 죽어가는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푸하! 헥. 헥. 헥. 뒤지는 줄 알았네.”


“조금 세게 묶었나.”

입가에 생긴 선명한 붉은 자국을 본 무람.

그녀가 괜히 멋쩍은 듯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푸르딩딩한 것이 마치 괴사한 스머프를 보는 듯했다.

애초에 새하얀 피부의 마물 놈이어서 그런지, 더 기괴했다.


“저 사람들 중악 아니야?!”

수빈이 자객에게 물었다.

동료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자객.

자객의 설명을 통해 사건의 경위를 어느 정도 파악한 수빈이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국내산이라고? 그것도 몇백 년 묵은?”


“응. 국내산인 것 같아. 나도 국내산은 처음 봤어.”


“국내산?”


“저희는 이 땅에 존재하는 요괴를 국내산이라고 불러요.”

“일단은 전부 멸종해서 기록에만 남아있었죠. ‘악귀’라는 오명을 쓴 채.”


자객이 수빈의 포박을 마저 풀어주며 설명한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설명.

이 땅에 존재하는 마물에 관한 것이었다.


‘조선의 선한 마물들은 중악의 손길 아래 한 줌의 재가 되어 뿔뿔이 흩어지고.

끝끝내 버티던 백호 장군마저 나무에 묶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니.

억겁의 시간이 흘러.

흐르고 흘러.

수호신을 잃은 사람들.

희망을 잃고 여전히 헤매는구나.’

.

.

.

그들의 설명은 심도 있기보다도 짧고 강렬한 축에 속했다.

무람의 태도와 반응을 보고서는 튼튼한 배경지식이 있음을 얼추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녀는 짧은 설명에도 딴지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 또한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겠지.

중악이라 불리는 마왕이 얼마나 엇나가버렸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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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데라의 심리는 24.08.12 32 0 11쪽
18 18화. 결계 속의 스몰 토킹 24.08.11 34 0 11쪽
17 17화. 접선까지만. 24.08.08 36 0 12쪽
16 16화. 결별과 추격의 때 24.08.08 35 0 9쪽
15 15화. 거래의 성립. 24.07.30 37 0 12쪽
14 14화. 빈민가 저항군들 24.07.30 38 0 11쪽
13 13화. 엄연한 정당성 24.07.26 38 0 10쪽
12 12화. 능력의 일각 24.07.26 34 0 9쪽
» 11화. 깊은 오해 24.07.24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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