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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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작품등록일 :
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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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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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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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7화

DUMMY

천사. 신의 사도. 그랬어야만 하는 이들.



네헬브가, 피의 마왕이 언급한 바 있다.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미친년들···부정하지는 않겠다. 나 역시도, 또 한때 신의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있던 이들도, 구심점을 잃은 순간 뿔뿔이 흩어져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으니까.



제이드가 우리를 두려워 하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그가 제일 두려워 하는 것은 제어할 수 없는 변수, 예측하지 못하는 사태. 그것에 더해 대처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것. 천사란 이들은 세계의 안팎으로 변수를 흩뿌리고 다니고 있으니.



그렇기에 시안은 어떤 대처를 해야할지 잠깐 동안 고뇌에 빠졌다. 사고가 이리저리 막혀가는 가운데, 라일락은 먼저 말을 꺼낸다.



“ 그정도로 놀랄 줄은 몰랐는데. ”



“ 아뇨, 그, 놀란 건 아니고요··· ”



“ 그럼 두렵나? ”



“ ···네. 뭔가, 아까부터 등골이 오싹해져서··· ”



“ 그건 네 공포일까, 혹은 네 안에 있는 누군가의 공포일까. ”



라일락은 인형 같은 외모에 속을 수 있지만, 그녀는 정치가다. 수많은 정적을 말로 속이고, 그 마음을 꿰뚫어 모든 것을 들여다 보는. 엄연한 세이켈의 개국 공신.



제이드는 결단을 내린 듯, 허나 가뜩이나 지친 시안의 몸에 부하를 거는 것을 피하기 위함에 빙의하는 대신, 뇌내로 쏘는 통신을 연결했다.



‘ 들리나. 시안, 지금부터 교섭을 시도하려 한다. 말이 통하는 녀석이라면 좋겠군. ’



‘ ? 교섭이라면··· ’



‘ 내 신용을 팔아 봐야지. 천사라는 녀석들은 보통 둘로 나뉜다. 전세에서 죽고 천계에 닿아 부름을 받은 녀석, 다른 하나는 현세에서 살아 있는 채로 부름을 받은 녀석. 저 꼬맹이는 후자로 보여. ’



‘ 전···현, 뭐? ’



‘ 아, 자네가 평범한 인간이란 걸 잠시 잊었어. 미안하군 그래. 세계는 종말하면 또다시 일순하여 창조된다. 그걸 전제로 깔고, 종말한 세계는 전세가 되지.


천사라는 것에 정의를 두기는 참 어렵지만, 나는 전세에서 살아남아 다음 세계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들. 우주의 종말이라는 대사건에서도 자유로운 존재들을 천사라고 부른다. 그리 따지면 나도, 반쯤은 천사인 셈이지. ’



‘ 아···같은 천사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건가. ’



‘ 천사들은 보통의 반푼이는 신경도 쓰지 않아. 더구나 그런 은총을 거부하는 나같은 녀석들은 더욱. 그럼에도 내가 전세에서는 이름 좀 날렸거든. ’



‘ ···? 고기 잘 낚는다고? ’



‘ ···그런 걸로 해 두지. 아무튼 간에, 꼬맹이는 상급자가 있을 확률이 높고. 그 상급자에게서 나에 대한 것을 들었다면 분명, 교섭 조건은 성립할 거다. ’



상급자라 함은, 천사들의 대장 되는 자들. 대천사이겠다. 지금에 있어서 은총을 내리고 천사를 늘릴 권한은 그들에게만 있으니. 그 수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 제이드에겐 1할 정도의 꽝이 있는 도박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뭔가를 얻지 못하면, 그대로 처형까지 직행할 기세니까.



“ 그 자가 뭐라고 말하던? ”



“ 그···교섭을 시도한다는데요. ”



“ 교섭? ”



“ 그러니까···어··· ”



제이드는 톨씨 하나 빼먹지 말고 라일락에게 그대로 전하라고, 그리 당부한 뒤 자신의 정보를 제시한다.



“ ···난 제이드, 레티오스다. 멸망한 전세에서는···대현자라고도 불렸지. ”



“ 오. 제이드···들어본 적 있어. ”



“ 그렇다는데? 제이드 씨. 난 당신 이름 이걸로 처음 듣네. ”



제이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듯 했다. 이 다음의 문장이 들리기 전까지는.



“ 아가타 님이 본인의 아공간에 유폐하신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새에 밖으로 나와서 이러고 있는 걸까? ”



“ ···? 아가타? ”



처음 듣는 이름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 나온다. 그러나 제이드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가 통신을 시도하는 지점에서부터 조금 먼 곳으로 물러나 온갖 욕설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온다.



‘ 이봐, 제이···어부? 아가타가 누군데? ’



“ 아가타, 미카엘. 그 분께서 인간계에 방문하실 때 사용하는 이름이지. ”



“ 미카엘··· ”



플로리스트, 동시에 혼인 이전에는 수녀였던 레나에게서 들은 명칭이었다.



모든 천사들의 수장. 하나님의 오른팔. 올곧은 선의 상징. 뭐, 당시에도 그녀는 여러 별칭이 따라 붙었지. 그럼에도 저 중에 틀린 말은 조금도 없다고, 그리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제이드는 이상한 언령을 읊어대기 시작한다. 뭐 여러가지 주문이 얽혀 있지만, 그것이 낳는 결과는 임시 세계의 파괴.



‘ 마지막 전언이다, 시안. 수고했어. ’



‘ ? 뭐? 야, 이봐?! ”



“ 그럼, 제안을 걸지. 제이드, 그리고 너에게. ”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 제이드가 마지막 접미어를 완벽히 뱉기 직전, 라일락은 침착하게 화두를 바꾼다.



“ 제안···? ”



“ 그래. 아가타 님이 이 사실을 알면, 너희 둘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변할 테니. 내 쪽에서 제안이야. 나는 너희 둘에 관한 걸 비밀로 해줄게. ”



“ ······ ”



조건이 있겠지, 라는 말을 하려고 했었을 터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경직된 근육의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대답은 묵언이 되었다.



“ 오히려 좋은 상황이 되었어. 그래. 내가 바라는 건 하나야. ”



라일락은 들고 있던 찻잔을 갑작스레 거꾸로 뒤집는다. 그곳에서는 김이 조금씩 배어나오는 홍차가 테이블 위에 엎어진다.



이윽고, 그 액체로 된 그림판 위에 그녀의 손끝이 닿자, 보드라이 하이얀 은하수가 새겨져 간다.



그 형태는 몽타주. 사람의 토르소, 라일락보다도 조금 더 성장한 정도의 소녀의 형상.



” 이 아이를, 내 딸을 돌려내라. 그게 내 조건이다. ”



시안은 그 얼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릴리에. 본세계에서의, 자신을 구한 모험가와 아주 유사한.



“ ···릴리에? ”


——


세이켈을 기점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 시안과 릴리에는 중간점인 베뉘우에 가기 위해 열차의 침실 객차에서 밤을 보내려는 때. 덜컹거리는 열차의 진동과 엇갈리게, 시안도 몸을 이리저리 뒤척인다.



“ 쿨륵, 우흑··· ”



“ 괜찮아? 약 줄까? ”



“ 괜찮, 아요. 마동력 열차라 그런지, 조금 거부 반응이··· ”



“ ···미안해. 당장 객석이 남는 열차가 이것 뿐이라··· ”



“ ···아뇨, 오히려 고마워요. 가족들과 함께, 타려고 했던 열차도 이거였거든요. ”



“ ······ ”



침대 난간 아래로 그를 지켜보던 릴리에는, 보다 못해 2층 침대의 사다리를 천천히 내려왔다.



“ ···릴리에? ”



그녀는 그가 누운 침대 곁에 다소곳이 앉아, 상반신 부근을 이불 위로 어루만진다. 이상한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니고,



“ 내가 가끔 앓아누웠을 때에는, 어머니가 이렇게 해주셨거든. ”



“ ···그런가요. 고마워요. ”



“ ···내 가족들은, 다 대단한 사람들 뿐이야.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나도 그 가족들의 일원으로 인정 받고 싶어서, 모험가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런 점에서, 시안은 나와 닮았다고 생각해. 가족들을 되찾기 위해 세계를 모험하는 거잖아?


내가 함께 동행하겠다고 한 것도, 시안에게서 날 봤기 때문이기도 해. 모두가 부정하는 과거라고 해도···믿을 수 밖에 없었거든, 나는. ”



“ 릴리에··· ”



“ 그러니까, 내가 끝까지 찾아줄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



따뜻한 손길이 부드럽게 마찰하는 느낌에, 시안은 점차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시안도 그녀가 무언가에 겹쳐서 보이는 것만 같이 느낀다.



“ ···릴리에, ”



“ 응? ”



“ ···잠깐, 옆에 누워줄 수 있을까요. ”



“ 어? 응??? ”



따뜻했던 손이 갑작스런 발언에 즉시 반응하여 경직된다. 그녀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 당장은 가족이 없어졌다고 해도 유부남인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애초에 자신은 왜 남녀 한 쌍인데도 객실 하나를 잡은 거지? 진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 같은, 온갖 번뇌에 절여진 잡생각을 뒤로 하고.



일단 지르고 보자는 마음새로, 누으라고만 했던 걸 과대해석 하여 이불 속으로 친히 들어간다.



“ ···시안. ”



“ ···제 딸이, 릴리에의 나이가 됐다면···이렇게나 듬직해 보였을 까요. ”



“ ···아. ”



유감스럽게도, 시안은 그녀에게서 리타를 보았다. 참 씩씩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나면 이런 모습일까, 하고.



“ ···분명, 그랬을 거야. ”


——


“ 릴리에가···어떻게 됐는데요···? ”



“ 아, 구면이었나? ”



“ 왕녀님이라는 건···처음 듣지만. 구면은 맞아요. ”



“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내 막내딸은 원래, 이맘때 즈음 성으로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어. 레스프에서 보낸 편지도 받았지. 2개월 뒤에 찾아뵙겠다고. ”



“ ···제가 릴리에와 만났던 것도, 원래 이 즈음이었죠. ”



“ 하지만 그 아이는 편지보다도 더 일찍 세이켈을 방문했어. 왕성의 꼭대기 층에 잠들어 있던 성검의 원본까지 훔쳐갔고, 지명수배 당하는 신세가 됐지. ”



“ 네···? 성검은 왕가 혈통이면 자유로이 쓸 수 있던 게··· ”



“ 모르는구나? 릴리에의 성검 의식이 실패한 이후로,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봉인해뒀거든. 그걸 뭘 어떻게 풀었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



세이켈은 종교에 기반을 두는 국가다. 실제로 라일락은 왕실 내에서는 여왕이라 불리지만, 민중들에게는 성녀님이라 불리기에. 그녀가 처녀모태하여 낳았다고 여겨지는 자식들도 성인이 되면 성인식 대신 종교적인 의식을 치룬다.



릴리에는 그것에 실패한 두번째 자손이었고. 민중들의 정통성에 대한 비난이 더해져, 인정에 대한 집착으로 변해갔으리라.



“ ···어째서 그런 짓을, 릴리에가··· ”



“ 이유는 모르지. 다만 원인은 느낄 수 있었어. 제이드와 네가 세계를 개변시킨 영향이겠지.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아. 내 딸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만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너희를 용서할 수 있어. ”



“ ···찾지 못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이군요. ”



“ 물론이지. 기한은 2년. 1213년까지. 릴리에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라면 충분한 지원을 약속하지. 그게, 내가 제시하는 조건.


만약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지금 당장 제시해줘. 합당하게 필요된다 생각되는 것들만. ”



“ ···그 전에, 논의를 해도 괜찮을까요? ”



“ ? 그래. ”




세이켈 왕성 지하, 마술 사범 격리소 독실.



시설의 더욱 아래쪽에는 마술로 입구가 봉인된, 깊은 땅굴이 있었다. 수많은 마력 흡수성 물질로 만들어진 철창들을 넘어, 그 굴의 안쪽으로 도착한 시안은.



“ 여기입니다. ”



“ ···여어, 왔나. ”



으스러진 갈비뼈가 채 수복되지 않은 채로, 구속구에 온 몸을 맡기고 있는 네헬브를 만난다.



“ 이야기 좀 할까, 네헬브 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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