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인펑크의 혈마술사는 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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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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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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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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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8화

DUMMY

“ 여왕님이 말하시길, 사태 수습이 일단락 되는 즉시 당신은 처형될 거라고 하시더라고. ”



“ ···그런가. ”



네헬브는 잔뜩 경직되어 주름진 얼굴에서 어울리지 않는 쓴 웃음을 지어 보인다. 죽음이, 지옥보다 더 지옥같은 일생에서의 해방이 코앞이라고. 그리 생각했기 때문일까.



“ 그렇게는 안되지. ”



“ ···뭐? ”



“ 네헬브 당신이, 어찌됐건 불러온 결과와 죄를 생각하면···그렇게 쉽게 죽어선 성에 안 찬다고. 그래서, 여왕과의 교섭 조건에 당신을 넣어둘까 해. ”



“ ···아. 그래. 그리 하지. ”



“ ···싫어하는 기색이라도 보이지 그래. ”



“ 싫고 자시고 할게 어디 있나. 내가 이 세계에서는 암덩어리 같은 존재란 건 아주 잘 알고 있어. 더군다나, 네게 패배한 이상 승자의 말은 따라야지. ”



“ 노예라도 될 작정인거냐고··· ”



“ 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차라리, 나도 마음을 잃어버리는 편이 다뤄지기 더 쉬울지도 모르지. ”



어렴풋한 피의 내음과 아카시아 술의 냄새가 난다. 시안은 그에게 남은 명망과 힘을 이용하고 싶었을 뿐, 자유를 핍박할 생각은 없다, 그리 생각하며 자신을 정당화 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그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네헬브는 자신과 같을 지도 모른다. 그런 일말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



“ ···내 얘기 말인가? ”



“ 당신을 움직이게 할 만한 정보가 있는데, 이걸 당신한테 전해도 되나 마나를 판단하고 싶거든. ”



“ ···그러지. ”




마계에는 72가지의 마왕이 있고, 다른 마왕이 죽거나 실종되는 공백이 생기면 매년 그것을 새로 채운다. 그리고 매년 가장 우수한 마왕은 클리포트를 통해 인간계로 간다. 그것이 마계의 기본적인 법칙이다.



피의 마왕의 일가. 그들은 최초의 마왕들이 탄생한 세대에서부터, 그 명맥을 이어온 명문가 중 하나이다. 그리고 네헬브의 세대 역시도, 형제자매들과의 피 터지는 경쟁에서 승리한 이가 정식적인 가문의 후계자가 되는, 그런 구조였다.



네헬브는 그런 점에 있어서 이단아에 가까웠다. 그들이 긍지 높게 여기는 마술보다도 체술과 트릭 중심의 변칙적인 전법. 그가 가문의 가르침 따위는 경외시 하는 문제아로 낙인 찍히기에는 충분했다.



그런 네헬브에게는 친구들이 있었다. 가문에서 직접적으로 연결해준 명문가의 아이들이 아닌, 자신이 사귀고자 하는 이들. 로단테도 그 중 하나였고.



어째서인지, 그들이 성인이 된 이듬해. 간신히 살아남기 바빴던 약한 마왕인 봄의 마왕, 로단테는 인간계로 가는 선택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 집단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네헬브는 로단테를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가녀린 그녀가, 인간계에서 겪을 고통을 생각만 하면 심장이 저려오는, 연민과 동시에 연심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무정하기 그지 없는 자신의 아비를 죽여, 왕위를 앗아갔다.



“ 피의 마왕. 즈레아르 네헬브. ”



“ ······ ”



한 년도의 마지막 날. 인간계로 갈 ‘영웅’을 선출하는 자리에서 그의 이름이 불리었고.



“ ···신이시여. 질문 하나만 하죠. ”



“ 알고 있다. 눈빛만 봐도 느껴지네. 땅을 꺼트릴 듯한 증오가. ”



“ ···어째서 로단테였습니까. 싸움 따위는 모르고 살아온 아이를, 어째서 성전의 한복판에 던져두신 겁니까? ”



“ 너에게는, 두 가지 예언을 내려주마. 잘 들어라. ”



첫째는, 우리가 아는 비의 예언.



둘째는, 봄이 떠나간 이유는 위의 예언이 이뤄지는 날이 온다면, 아주 잘 알게 될 것이다. 라고.



그는 101번째 비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신이 불러온 관심도 없는 재앙을 어떻게든 억누르며. 허나 로단테의 최후를 알게 되었어도, 어째서 그녀가 죽어야만 했는 지는 알지 못했다.



마침내 101번째 비가 내리는 날. 심장이 요동치며 때를 알린 그 날. 피의 마왕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그가 제아무리 강한 악마일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가진 자였기에.



그것이 그저, 그의 이야기였다.




“ ···노력은 해봤지만. 시안, 당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긴 건 정말···순전한 나의 실수다.


03년에 벌어진 동부 고래 사건. 녀석도 내 심장을 먹은 시종이었고, 마왕성에서 흘러나오는 유해한 마기를, 내 심장의 조각에 담아 깊은 심해에 봉해두려 했지만, 무언가에 의해 그 암시가 풀렸어···결국 그런 사태가 벌어졌지. 이 자리를 빌어···다시금 사죄하고 싶다.


내가 저지른 죄, 내가 저지른 실수는 여기에 당도했을 때부터, 인간의 방식으로 정당한 죗값을 치르리라고, 그리 다짐했다.



그러니···당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그게 내 이름값을 치르던, 전투 노예던 간에.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



“ 역시. 넌, 그냥 너무 많은 걸 짊어지고 있었던 거네. ”



“ ···날 옹호하지 않아도 돼. ”



“ 내가 널 왜 옹호해. 미쳤나. 네가 참 비루하게 살았다고 비꼰거야. 친구를 쫓아서 전쟁 범죄자가 되고, 제아무리 노력해봤자 막지도 못하고, 결국엔 처형당할 신세가 됐다는게. ”



“ ···할 말이 없네. ”



“ 미래의 당신이 말한 적 있거든. 천사에 의한 덧씌워짐을 당했다고 말이야. 그건 로단테의 일인가? ”



“ ···그래. 로단테는, 세상에서 없어져 버렸지. 흔적도 없이. ”



“ 그건, 그 천사에게서 들은 건가? 당신이 강림한 섬에서 출현했던, 기억의 천사에게. ”



“ ···아니. 달라. 그곳에는 다른 천사가 있었다. 아가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지. ”



“ ···또 아가타인가. ”



“ 그래. 아마, 마력의 향을 보아 라일락도 그녀의 부하로 보이는데. 어이가 없더군, 솔직히. 천상의 존재들이 이렇게나 인간계에 관심이 많을 줄이야. ”



“ ···좋아. 네헬브. 넌 나랑 같이 가줘야겠어. ”



“ ···목적지를 물어도 되겠나. ”



“ 나는 기억의 천사를 찾아서. 그리고 넌, 로단테의 심장을 찾아서. ”



“ ···! 로단테의 심장이···남아 있다고? ”



“ 라일락이 말한 거니까. 아마 확실할 거야. 일전에 마르티노에서 강철의 마왕의 심장을 요구한 적이 있었는데.


목적을 물으니, 신원 미상의 심장을 되살리는 실험을 진행해야 하니, 비교 연구 대상이 필요하다고 했다더라고. ”



“ ···그런가···로단테는 아직··· ”



“ 잠들지 못했어. 그러니, 그게 흘러간 자취를 찾는 동시에, 최종적으로 당신 고향으로 가는 포탈을 열 생각이야. ”



“ 마계···어째서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겠군. 재앙의 근원을 찾을 생각인가. 우리의 신을··· ”



“ 그래. 쳐부술거다. 다시는 이딴 좆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



“ ···그래. 나도 이런 좆같은 일은···두 번씩 경험하고 싶진 않으니까. ”



“ 결정됐네. 내가 전하고 올게. ”




그날 저녁, 둘은 수 십 명의 군인에게 둘러싸여 성 지하에서 나왔다. 그 경계가 풀린 것은, 시안에게는 전과 증빙 낙인이, 네헬브에게는 시안을 주인으로 둔 노예 계약 낙인이 발행된 이후였다.



낙인이란 건 마력 기관 가까이, 뒷목에 새겨지는 문신. 살아 있는 한 어떤 방법으로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과거의 증명이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둘은 라일락의 오찬에 초대받았다. 그쪽의 이야기가 끝났으니, 자신이 둘에게 이야기를 건넬 차례라면서.



“ 굽기는 어느 정도로 먹지? ”



“ 난 레어로. ”



“ 그럼 저는···미디움 레어로 부탁드립니다. ”



“ 둘 다 혈마술의 자식들이라 그런지, 거의 생식을 하네. 웰던이 기본 아닌가? ”



“ 아니, 그건 취향이지 라일락 씨. ”



“ 취향같은 소리 하네. 3개 다 웰던으로 해둘게. 거부한다면 생고기를 먹어야 할 거야. ”



“ 그··· ”



“ 난 생고기도 괜찮은데. 소독만 잘 돼있다면. ”



“ 막 도축한 싱싱한 녀석으로 가져와 줄게. 피의 마왕이니 그정돈 괜찮지? ”



“ 날 뭐 하이에나로 보나. ”



전채 요리로 따끈한 커틀릿 서너 조각이 담겨져 나오고, 시안은 눈치를 보다가 네헬브가 먼저 우적우적 씹어대는 모습을 보고는 안심하며 하나를 베어 물었다.



약간의 감자와 부드럽고 잡내 없는 다진 양고기가 어우러져 매우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자아낸다.



라일락은 약간의 못마땅함을 한숨 한 번으로 흘려버리고, 본래의 목적으로 들어가려 한다.



“ 시안, 자네. 정식으로 켈브의 총리가 될 생각은 없나? ”



“ 쿠헥! 쿨흑! 에흑! ㅇ···예? ”



부드러운 커틀릿 조각이 갑작스럽게 목을 맨다. 그도 그럴게, 예고도 없이 찾아 온 상상도 못한 질문이지 않은가.



“ 오. 나는 찬성. ”



“ 뭐?? 갑자기? ”



“ 내가 임시로 총리를 맡은 건, 그곳에 그럴 만한 인재가 없어서였고. 마왕을 물리친 인간의 영웅, 그런 타이틀이라면 명목 상으로도 괜찮잖아? ”



“ 대체 어디에서 그게 괜찮은 거야?! ”



“ 걱정 말게. 정식이라고 했지만, 일반인에게 저런 혼란의 도가니인 나라를 개혁하라 할 정도로 무거운 책임을 맡길 생각은 없어. ”



“ ···내정을 간섭할 생각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



“ 무너진 나라 내정에 간섭한다고, 내가 무슨 이득이 된다고. 누군가는 처리해야 하는 귀찮은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겠다는 건데. 감사를 해도 모자를 상황 아닌가? ”



“ ···가뜩이나, 세이켈이 켈브에 마물을 가뒀다고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는데, 반발이 없을까요. ”



“ 그렇기에, 자네가 얼굴 마담을 하라는 거지. ”



“ 아하··· ”



“ 물론 이건 조건에 넣어두진 않을 거야. 그리도 하기 싫으면 적당한 귀족 하나 잡아서 세워두면 되는 일이니까. ”



“ 뭐, 그 땅에 부패하지 않은 귀족을 찾을 수 있으면 말이지. ”



“ 참··· ”



“ 수락한 걸로 알아 두지. 일주일 시간을 줄 테니, 취임식 당일에 읊을 연설 정도는 생각해 둬. ”



“ 연설···연구 발표 할 때도 그렇게 귀찮았는데, 연설을 하라뇨··· ”



“ 뭐, 잘 해봐. 난 글 쓰는 건 질색이어서. ”



“ 그런 녀석이 로단테한테 쓸 편지는 그렇게 이쁜 봉투에 넣어서 금고에다 뒀냐? ”



“ 그거랑 이거랑은 사정이 다르지! ”



조금 뒤에 나온 쇠고기의 스테이크는, 육즙이 잘 살아 있고 지방이 적당량 남아 있어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했다. 하지만 시안의 입에는 씹으면 씹을수록 질겨지는 것이, 마음이 복잡한 탓이었을까.




‘ 저녁은 맛있게 먹었나. ’



이제는 적응이 되었는지 가벼운 두통 정도로 느껴지는 어부의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퍼진다.



‘ 아, 어부. 맛은 있었는데, 양이 좀 부족하달까··· ’



‘ 심장이 들어갔다 빠졌다 한 탓에, 몸에 변화가 꽤 많을 테지. ’



‘ 뭐···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



‘ 네헬브는 켈브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넌 우선 이곳에 머물러라. ’



‘ ? 왜? ’



‘ 몰랐나? 모르고 쓴 줄은 몰랐는데. 자네, 마술의 금기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지? ’



‘ 어···기상 조작류 마술은 원천 금지고, 운동 가속류 마술은 음속을 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



‘ 됐어. 딱 엔지니어 수준이군. 혈마술이 금기였다는 건 몰랐을 테지. ’



‘ ? 혈마···아. ’



순간적이고 번갈아 느껴지는 오한과 경직. 금기란, 마르티노에서 세계적으로 지정한 평화 유지를 목적으로 둔, 여러 금지된 마술들. 그것을 어겼을 때의 결과는 누구나가 정해져 있었다.



마르티노의 금기 집행관. 그들이 빠른 시일 내에, 처형을 목적으로 방문할 것임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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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장 막간 3화 24.08.01 12 0 11쪽
14 1장 막간 2화 24.07.28 11 0 12쪽
13 1장 막간 1화 24.07.2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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