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회귀(劍魔回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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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휘.
작품등록일 :
2024.07.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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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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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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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월객

DUMMY

탁.


사물에 부딪히는 특유의 둔탁한 소리. 단발적이지 않았다. 흰 빛줄기가 연이어 꺾이며 나무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집단적인 소음이었다. 또한 동시적이다.


타앗, 탓. 타탁!


회색 알갱이가 하나둘, 열, 열하나, 스물, 서른, 마흔, 쉰······. 거듭 부딪치고 튕기며 나아간다. 나무, 땅바닥, 돌덩이. 물체는 가리지 않는다.


전진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오히려 상대의 시야를 어지럽히며 스산하게 압박해왔다. 탄도의 궤적이 몹시도 빨랐다.


“끊임없이 움직여! 회피가 여의찮다면 엄폐물에 등을 지고 탄알을 막아내-”


헛.


다급히 외치던 한 첩정대원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쇠구슬에 주입된 내기가 혈도를 점한 것이다.


공력은 초월적인 힘이지만 결국은 한계를 맞이하기 마련. 몇 번이고 탄도(彈道)를 수정한다면 위력이 떨어지고 만다. 그렇기에 숲속을 뒤흔드는 쇠구슬은 일종의 견제이자 주도권 형성이었다.


“위험해!”


후웅─!


화포가 쏘아진 듯한 굉음이었다. 유독 두꺼운 쇠구슬이 대기를 찢으며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그대로 미간을 관통하려는 찰나.


캉!


검날에 가로막혔다. 회백색 옷자락이 부드럽게 나풀거린다. 아직 작지만 듬직한 뒷등이 음영을 자아냈다.


“전신에 내공을 주천시킬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다면 근육 곳곳에 퍼트린다는 느낌으로 운용하십시오.”


우웅.


한소백이 손가락으로 가볍게 타혈했다. 첩정대원은 경직에서 풀려남을 느꼈다. 경황없는 감사가 이어졌다.


“고, 고맙다.”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조언을 남긴 한소백은 곧장 뛰쳐나갔다. 곳곳에서 쇠구슬이 요란하게 날뛴다. 피하는 데 급급하기만 이들, 빠르게 전장을 벗어나는 이들, 마비된 동료를 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보였다.


“지형이 너무 불리하다. 교전을 벌이려면 트인 곳으로 향해야 해!”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그러자 웃음기 섞인 음성이 나직이 들려왔다.


“하하, 나한테서 도망치려고?”


푸콱!


파육음이 번졌다. 빛줄기가 한 첩보대원의 팔을 관통하고 터트리기까지 삽시간이었다. 다시 구부정한 선이 접근해온다. 이번에는 머리를 노린다. 허나 가로막힌다.


카앙!


동료를 구하는 황급한 칼질. 못마땅한 듯 혈령탄은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한소백이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봤다.


“요녀, 거기 가만히 있어라.”


실력을 숨기면서까지 타인의 죽음을 방관할 이유는 없다. 적당히 얼버무리면 될 일. 마침 시의적절했다. 일시적으로 도탄의 그물망이 멎었다.


팟!


벼락 같은 질주가 벌어졌다. 굉장한 속도였다. 거리가 서서히 좁혀들자, 혈령탄은 어림없다는 듯 외쳤다.


“진짜? 나한테 온다고? 가능하겠어?”


우우웅, 팟!


사특한 기파가 발목 아래를 감싸더니, 가녀린 몸이 사선으로 솟구쳤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이 거리 유지를 위해 펼쳐졌다.


극속기동(極速起動)


천흉이 속한 무맥에서 내려오는 상승의 경신술이다. 그의 제자인 혈령탄도 당연히 익혔다. 시계(視界)에서 홀연히 벗어나는 몸놀림이었다.


동시에 손가락에 낀 쇠구슬이 빠르게 흩뿌려졌다. 장내로 번지는 소리가 선명했다.


탁! 타닷, 탓···!


“주위가 협소하고 나무도 널렸구나. 도탄기예를 펼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지. 이곳이 바로 나의 권역이야!”


쉴 새 없이 날아오는 쇠구슬이 추격을 방해했다. 한소백은 이맛살을 구기며 검을 몇 번이나 휘두르고, 땅을 박찼다.


과연 원거리 무공의 전인이다. 거리 유지에 도가 텄다. 날렵한 경신술을 바탕으로 나뭇가지 위를 밟으며, 끊임없이 위치를 옮겼다. 탄지신공도 멈출 줄 몰랐다.


“오, 다리가 엄청 빠른데? 이러다가 나 잡히는 거 아니야! 너무 무서워!”


말과는 다르게 안면은 싱글벙글했다. 오직 농락을 목적으로 삼는 언행. 마공에 취한 광녀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었다.


‘확실히 이대로는 따라잡을 수 없어.’


혈령탄의 진기 자체가 쾌속의 성질을 띤다. 익힌 내공심법이 그러하다. 천겁흑뢰도를 육성 이상으로 연마하지 않은 이상, 쫓을지언정 앞서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별빛과 같은 안광이 번뜩였다.


“날 따라잡지도 못하는 것이 무슨-”


스앗─!


바람줄기가 지나가며 귓불이 도려졌다. 혈령탄은 황급히 왼손으로 귀를 어루만졌다. 피가 몹시 따뜻했다. 방금의 물체는 분명 혈령탄의 쇠구슬이었다.


‘어떻게?’


경악할 때, 나무 사이로 소년의 얼굴이 드러났다.


“빗나갔군. 머리를 노렸는데.”


극한의 화경과 유능제강의 수법. 검날이 쇠구슬을 유유하게 받아내며 온 방향을 향해 도로 돌려주었다. 믿을 수 없지만, 틀림없이 그랬다.


‘저 소년이? 반로환동의 고수인가?’


오만함은 사라진다. 본디 사마외도는 자기 보신을 중시하는 법이다. 뇌리에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했다.


‘일단 후퇴한다!’


팟!


발 도약이 이루어지며 삽시간에 거리를 벌렸다. 극속기동의 경신술이 오직 도주를 위해 펼쳐진다. 한참을 질주할 때, 혈령탄은 무심코 뒤를 돌아봤다.


‘이쯤이면 따돌렸나···?’


탓, 사박.


한소백이 나뭇가지를 밟았다. 발바닥 어림에서 공력이 소용돌이치더니, 밑을 밀어냈다. 막대한 탄성에 따라 추진력을 얻게 된다.


“···이걸 따라온다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괜히 호승심을 부렸으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하자 소름이 끼쳤다. 혈령탄은 극성의 경신술로 숲을 내달렸다. 뒤편으로 조준 없이 쇠구슬을 흩뿌렸다.


파앗, 팟!


거리는 미세하게만 벌어졌다. 허나 마공과 섞인 탄지신공은 공력 소모가 막심했다. 초반에 낭비한 진기 탓에 경공을 오래도록 펼칠 수 없으리라. 혈령탄은 한 가지 답에 도달했다.


‘그래, 거기로 가는 거다.’


팟.


오랜만에 땅으로 착지했다. 혈령탄의 영역인 숲에서 벗어났으나 상관없었다.


화전민의 민가. 그곳 중앙의 터에는 스무 명의 사람이 묶여 있었다. 일대를 한 바퀴 빙 돈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첩정대원들이 납치된 사람을 구조하고 있었다.


“혈령탄?”

“우리 신참은 어떻게 됐지!”


의문에 대답은 없다. 황소처럼 성난 고성이 울려 퍼졌다.


“다 꺼지지 못해?”


파앙!


쇠구슬이 널따랗게 흩뿌려졌다. 죽음의 빗줄기가 수평으로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청선이 다급히 외쳤다.


“전부 피해!”


콱, 푸확!


무차별적인 난사는 회피하기 어려웠다. 몇몇 이들이 신체가 뚫린 채로 겨우 위치를 이동했다. 납치된 사람까지 챙기긴 어려웠다. 탄지신공의 여파로 몸이 관통되고야 말았다.


“제길.”


뒤늦게 도착한 한소백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혈령탄이 광기에 찬 채 외쳤다.


“하하. 흉마전 최후의 비기, 인질 잡기! 정파라면 응당 멈칫해야겠지?”

“내가 협상에 응할 것 같나.”


인질 때문에 휘둘린다면 끝도 없다. 최소한 인질범 앞에서는 개의치 않고 당당한 태도를 보여야 했다. 최악의 경우마저 상정해야 한다.


헌데 상대는 마인. 너무나 거침없었다.


“그래?”


혈령탄이 삐딱하게 말했다.

그리고 검지를 튕겼다.


파앙!


지근거리에서의 탄지신공이다. 막대한 파괴력 탓에 육신이 송두리째 터져나갔다. 핏물과 체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어허, 안 되지 안 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너네가 협의를 안다면 당장 꿇어라. 모른다면 음, 어쩔 수 없고.”

“그러면 살려주겠다는 거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요사스러운 웃음이 불쾌하게 퍼졌다.


“일단 무기를 내려놔. 그리고 인질을 살리고 싶다면 몇몇 이들을 희생시키고. 한 명당 다섯씩 살려줄까?”


터무니없는 제안이었다. 또한 조건 이전에 신뢰부터 할 수 없었다.


“인원이 좀 비는군. 몇몇은 이미 흉마전으로 옮겨졌나.”


수혈이 단단히 짚였다. 몸이 쇠구슬에 꿰뚫렸는데도 인질들은 기절해 있었다. 그들을 보며 한소백이 냉담하게 말했다.


“마혼단명결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들은 처분될 예정이지. 우리가 죽는다고 저들을 살려준다? 너, 그런 생각 따위 없잖아. 같잖은 협상에 임할 것 같나.”

“결국은 피를 원하는 건가.”


혈령탄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도 수가 있지. 자, 나타나라 나의 충직한 수하!”


사박.


가죽신 밑창이 흙을 밟는 소리. 은밀한 기척이 돌연 존재감을 알렸다. 장신의 중년인이었다. 지저분한 수염이 턱 위로 자라있고, 허리의 혁대에는 두 자루의 도끼가 걸려 있었다.


“귀월객.”


검마의 첫 복수 대상.

한씨가주에게 아내를 잃은 비운의 협객.


그가 이 자리에 나타났다. 못마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너희 그거 아니? 탄지신공의 진가는 날 보호해주는 훌륭한 방패가 있을 때 드러나. 그러니까 이제 난 무적이라는 거지.”


노련한 전위와 원거리 무공의 고수. 이상적인 조합이었다. 탄지신공의 위력을 십분발휘, 아니 그 이상의 상승효과를 낼 수 있었다.


“날 네 부하라고 여기지 마라. 어디까지나 협력 관계다.”

“뭐라는 거야 등신이? 복수하기 싫어? 본 마전의 도움 없이 가능하겠니. 닥치고 얌전히 따라.”


한씨가주를 죽이기 위한 흉마전의 대계. 그것에 참전하기 위해 귀월객을 줄곧 흉마전에 협력해왔다. 복수라는 족쇄에 묶인 것이다.


“하는 수 없지.”


나직한 한숨이 흘러나온다.


우우웅─


살벌한 기파가 지상으로 뻗어 나왔다. 묵직한 눈동자가 주위를 흘겨본다. 교전이 곧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돌연 느닷없는 제안이 들려왔다.


“귀월객. 저 요녀, 너무 건방지지 않나. 모가지를 뽑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뭐라는 거니, 꼬맹아.”


땅바닥에 가 있던 시선이 들렸다. 귀월객이 놀라며 말했다.


“잠깐, 넌 설마 그때 그···.”


한소백은 항상 신분을 숨기는데 철저히 신경 썼다. 귀월객과 마주했을 때도 인피면구를 쓰고 역용술을 펼쳤다.


그러나 앳된 목소리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도 숨기기보다는 드러내서 귀월객을 설득하고 싶었고.


설득이 거듭 이루어졌다.


“복수와 신념은 양립 가능하다. 조금만 융통성을 발휘하면 되지.”


올곧은 눈동자가 귀월객을 직시했다. 민낯이 드러나는 기분이었다. 가슴에 웬 불씨가 지펴진다. 오래 묵은 감정과 맹세가 흔들린다.


“난, 복수를··· 흉마전의 협력이 필요한데······.”


귀월객이 고개를 저으며 말할 때였다. 혈령탄이 사나운 목소리로 부추겼다.


“뭘 흔들리는 거냐, 저 건방진 꼬맹이 따위 당장 죽여버려!”

“나는···.”

“한씨가주 죽이고 싶다며? 복수만 할 수 있다면 개처럼 꿇을 거라며. 귀월객, 넌 개다. 입이 없다고 생각해. 명령하면 가서 물면 되는 거야. 네 불쌍한 아내, 복수해야지? 안 해? 어?!”


광녀가 마귀처럼 떠들어대며 도발했다.


귓전을 괴롭히는 고음의 협박. 참으로 요사스럽다. 귀월객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경질이 일어난다. 불현듯 이성이 뚝 끊긴다. 땅 위로 거칠게 발길질한다.


팟.


귀월객은 사뿐히 착지했다. 그의 곁으로 속눈썹이 긴 미녀가 서 있었다. 바로 지근거리였다.


“그래, 잘 생각했어. 당장···.”


────콱!


도끼가 골통에 꽂혔다. 균열이 일며 핏물이 솟구쳤다. 뒤로 쓰러지는 아직 따뜻한 시신.


귀월객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혈령탄, 넌 충분히 잘 싸웠다. 단지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 복수는 나한테 맡겨라.”


가장 까다로웠던 적이 허망하게 죽었다. 혈령탄은 끝까지 귀월객의 배신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째서 그런 맹신이 가능했을까.

귀월객이 심중에 품은 분노를 광녀조차 여실히 느낄 정도로 선명했던 것일까. 그가 흉마전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은 어수선했던 인질 사태는 잠잠해졌다. 이후로 일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인질들을 확보하라!”


청선의 명령에 따라 첩정대원들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근처의 민가로 인질들을 옮겼다.


상황이 어느 정도 종식되었을 때였다.

한소백은 들판에 멍하니 서 있는 귀월객에게 다가갔다. 몹시 심란한 낯빛이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귀월객은 복수를 위해 흉마전과 협력하는 사이다. 혈령탄은 죽인 이상, 그 관계는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


“귀월객 고맙다. 덕분에 인질들을 구출할 수 있었어. 부끄럽게도 난 포기할 생각이었거든.”


대답은 곧장 없었다.


귀월객은 일절 반응이 없다가, 마음을 바로잡았는지 손에 힘을 불끈 주었다. 그리고 입가에 호선을 억지로 그으며, 과장스럽게 말했다.


“감사까지야, 저 계집이 몹시 거슬렀을 뿐이다. 어디서 사람을 지배하려고 들어, 쯧.”

“그래도 용기 있는 선택이었어.”

“용기?”


한소백이 그에게 거듭 찬사를 보낼 때였다.


“내가 언제, 너희를 살려준다고 했지?”


미묘한 긴장감이 돈다. 한소백은 눈매를 가라앉힌 채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귀월객이 양손에 도끼를 쥔 채 성큼 걸어왔다.


“요녀의 골통을 깨고, 너희도 전부 죽인다. 그러면 내 일탈은 아무도 모르지.”

“당신···! 너무 흥분했어.”


비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충동적인 감정에 집어삼켜졌다.


이미 몇몇 첩정대원은 자리를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그사이 외부에 소식을 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귀월객은 한사코 말을 듣지 않았다.


“······다 죽이고 쫓아서 죽여야겠지. 목격자를 단 한 명도 남기지 않아야 살인멸구니까. 음, 그렇고말고. 그래도 너희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무고한 이들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테니.”

“귀월객···.”


설득의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일단 제압이라도 한 뒤 재차 대화를 시도해야 하나.


“그렇군. 그게 네 기치인가. ”


한소백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파에 손을 얹을 때였다.


“누가 순순히 당해준다고 했냐? 어디서 감히 우리 막내를 건드려.”


팟, 팟.


태양이 느지막이 서쪽 하늘로 기울어 가는 시각, 어둑한 그림자가 일제히 착지했다. 사나운 기파가 귀월객을 압박한다.


그때 한소백이 고개를 저으며 청선을 제지했다.


“조장. 물러나십시오.”


정중하면서도 위압적인 목소리.


청선이 흠칫 놀라는 체하며 물러났다. 전후 사정은 그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첩정대원을 설득하기 위한 연기였다.


“저 남자와 약조했습니다. 서로의 걸림돌이 된다면 망설임 없이 베기로 말입니다.”

“이렇게까지 지켜주니 눈물 나게 고맙군.”


귀월객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한소백이 넌지시 제안했다.


“날 쓰러트려도 동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네게 승산은 없다. 그럼에도 싸워야 하는가.”

“승산이라. 동병상련의 처지인 줄 알았는데 왜 이러시나.”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 터무니없는 복수의 길에 처음부터 승산은 없었다. 아니, 그딴 것 상관없다.”

“나도 한때는 그랬지.”


한소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복수심에 매몰된 사내가 있었다. 어째 참 익숙했다. 어느 미친 칼잡이와 모습이 서서히 겹친다.


“허망한 복수의 나날이었어. 타인의 도움을 바란 요행의 연속이기도 했고, 내 무력함을 절실히 체감했지.”


진목교, 흉마전, 만귀맹회.


그들을 제외하고도 숱한 악연이 슬며시 떠오른다. 살생부의 목록이 몹시도 두꺼웠다. 다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살생부에 이름도 오르지 못한 잡것들은 제외한다. 혈령탄도 뭐 귀월객이 죽인 거니 넘어가고.


“하지만 이번은 필승(必勝)이다. 타협은 없어. 동정심에 봐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복수귀, 귀월객(鬼鉞客).


살생부 최하단에 위치한 이름. 마치 필연 같았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순응하는 것 같아 괜스레 불쾌해졌다.


첫 복수는 되풀이해야 하는가.


작가의말

오늘 사랑니를 뽑고 왔습니다. 다행히 집필은 겨우 해냈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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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벌과 나비 24.09.03 445 4 14쪽
34 별빛과 칼의 노래 24.09.01 468 7 12쪽
33 격전 24.08.31 467 6 16쪽
32 집결 24.08.30 453 6 16쪽
31 그래도··· 24.08.29 448 9 16쪽
30 강호는 잔혹하다 24.08.29 446 6 12쪽
29 맹세는 바스러지니 24.08.27 466 7 17쪽
28 복수는 미숙하고 24.08.26 511 10 18쪽
» 귀월객 24.08.25 486 9 16쪽
26 혈령탄 24.08.24 499 8 13쪽
25 가르침 (2) 24.08.23 560 8 17쪽
24 가르침 +1 24.08.22 561 9 15쪽
23 사공자 (2) 24.08.21 569 11 10쪽
22 사공자 24.08.20 607 10 18쪽
21 깨달음 24.08.19 651 11 14쪽
20 살생부 (2) 24.08.18 673 12 12쪽
19 살생부 24.08.17 663 13 13쪽
18 대공자 24.08.16 673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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