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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7.11 23:08
최근연재일 :
2024.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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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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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3)

DUMMY

부재중 전화 중 시현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뉴스 봤냐···. 이거 무슨 상황이지. 의준이 살아있는 거냐? 나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일단 진정해. 내가 얘기해줄 게 있어.”


소하에게 해줬던 말을 그대로 들려줬다.


“넌 그 소식을 어디서 들은 건데?”

“어···. 어떤 거?”

“그 CCTV 사람이 초능력자라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저번에도 위험한 일에 엮이더니,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지?”


매일 장난기 넘치는 모습에 가려져 있었지만, 시현은 눈치가 빠른 편이였다.


“그런 게 있어···.”

“말해주긴 어려운 거지?”


모든 걸 털어놓고 도움을 받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어떤 곳인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모스라는 집단에 얽히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

의준 사건에 대해서는 손 떼게 하기는 어렵겠지만.


“응. 대신 이번 일은 같이 찾아보자. 소하와 너, 그리고 나 셋이서. 주말에 의준이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얘기 들어보기로 했어.”

“내 능력을 쓰면 금방 찾을 수 있잖아. 멀리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안돼. 자칫하다 너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잖아. 그건 절대 반대야.”


결국 의준 대신에 소하를 포함한 우리 세 명.

예전에 만들었던 미세 능력자 모임은 다시 뭉치게 되었다.


***


“오빠! 여기에요!”

“어. 안녕. 빨리 나왔구나?”


성진과 전화한 다음 날, 핸드폰에 문자가 하나 전송됐다.

이번 주 토요일, 바로 오늘 한 카페에서 만나자는 문자였다.

소하와 약속한 대로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 앞에서 만난 참이다.


“위험한 일은 없겠죠···?”

“에이. 그럴 일은 없겠지. 그건 그렇고··· 학교는 좀 어때?”


두 번째 살인이 보도된 이후로, 의준의 얼굴이 나오며 청소년 연쇄살인 사건으로 더욱 전국적으로 관심이 커졌다.

범인의 얼굴을 아는 제보자가 나와 그가 이미 3년 전에 죽었던 인물이란 것도 함께.


“뭐, 얘들이 주위에서 소곤거리기는 하던데, 뭘 알겠어요. 대신 기자 같은 사람들이 집 앞까지 찾아와서 엄마가 힘들어해요.”

“기자들까지 찾아온다고? 안 그래도 힘드신데, 왜 그러는 거야.”


따듯하게 미소 지어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며 화가 치밀었다.

그런다고 뭘 할 수 없다는 게 날 무력하게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

진실을 아는 우리라도 이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하철 왔어요. 얼른 타고 가요!”


소하의 모습을 보니, 그녀는 주변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렇게 강인한 사람이 있다는 게 멋지기도 하고,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들어가니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구석진 자리에서 휴지를 잡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생각했던 대로 그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저희 도착했어요.”


서로 눈을 마주치고 전화를 끊었다.

소하와 나는 그의 앞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가 오고갔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될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던 사이, 먼저 말을 꺼낸 건 김성진이었다.


“그때 봤던, 그 분이시구나.”

“기억하시는구나. 맞아요. 오랜만입니다.”


어리둥절한 듯 소하가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둘이 어디서 봤어요?”

“어···. 옛날에 마주친 적이 있어.”


굳이 의준의 장례식장에서 봤다고 말할 필요는 없겠지.

소하도 잠깐 생각하다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 그럼 얘기해 드릴게요. 그때 의준이한테 어떤 일이 있었고, 제가 어떤 걸 후회하고 있는지.”


***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기대한 건 이 지독한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날 주도적으로 괴롭힌 놈이랑 같은 학교에 가게 된 건 찝찝했지만, 설마 이제 고등학생이고 걔랑 같은 반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개학식 날, 떨리는 마음으로 전달받은 반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는 평범하게 친구도 사귀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지.


“너 반 여기냐? 다른 애들이랑 떨어져서 심심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럴 일은 없겠네.”

“어···. 반가워.”

“그게 반가운 표정이냐? 다 보이니까 표정 풀고 말해라. 암튼. 잘 지내보자.”


여유롭게 내 어깨를 툭 건드리고 간 그의 손은 어떤 것보다 무겁고 아프게 느껴졌다.

왜, 왜 하필 강선우, 쟤랑 같은 반인 거야.

열 개나 되는 반 중에 하필 저 새끼랑!


맨 뒷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은 강선우는 잠깐 고민하다가 날 불렀다.


“야, 찐! 너 여기 앉아라. 친구인데 좀 가까이 앉아서 놀고 그러자.”


자신의 앞자리를 가리키며 내게 자리를 옮기라고 강요했다.

친구는 무슨.

괴롭힐 장난감이겠지.


“아, 시발. 너 첫날부터 화나게 할래? 퍼뜩퍼뜩 대답 안 해? 십 초 준다. 바로 짐 챙겨서 여기로 와라. 하나, 둘, 셋···”


새로운 시작도 할 수 없다는 억울함에 반항을 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할 수 없었다.

중학생 때 난 내 친구를 괴롭히던 강선우에게 맞섰다가 죽도록 얻어맞고, 매일 괴롭힘을 당하며 살았다.

몸에 각인된 공포란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푸흡. 존나 허둥대네. 그래, 평소처럼 그렇게 잘 지내자고.”


왜 쟤는 본인답지 않게 학교에 일찍 와서 아무도 없을 때부터 날 괴롭힐까.

오히려 아무도 안 볼 때라 다행인가.

여기선 친구도 사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입학 첫날이라 그런지, 강선우도 반 친구들을 살펴보고 친해지려고 하는지 날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아니면 정말 이제 정신을 차렸나?


“얘들아. 이거 봐봐. 얘 중학교 때부터 내가 가지고 놀던 새끼인데, 뭘 시켜도 다 한다. 너희도 뭐 아무거나 시켜봐.”

“어? 에이. 아냐. 난 그런 거 관심 없어.”


이런 상황이 어제 강선우와 조금 친해진 반 친구가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거절했다.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들던 와중에 일이 터졌다.


짝!

뒷자리에서 큰 소리가 들려 조심스레 돌아보니 강선우의 말을 거절한 친구가 뺨을 붙잡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네가 뭐 선비라도 되냐? 깨끗한 척 겁나 하네. 야. 하라고 하면 해.”

“어···?”

“장난이야~! 크하하! 얘들아. 얘 표정 봐라. 야야, 아팠냐? 쏘리. 괜찮지?”

“하하···.”

“괜찮냐고.”

“괘, 괜찮지! 야, 깜짝 놀랐다, 나.”


그 사이에도 서열을 정리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시끄럽고 더러운 행동이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수군거리며 싫어했지만, 나서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됐고. 그럼 쟤한테 뭐 시켜볼 사람?”

“나, 나나!”


방금의 상황을 봐서인지 그와의 서열을 확인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서서 나에게 무언갈 시키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네가 한번 해봐. 야, 찐. 여기 좀 봐라. 얘가 시키는 거 그대로 한번 해봐.”

“오케이! 그러면···”


마지못해 뒤돌아 앉아 저 처음 보는 친구가 너무 악랄한 일만 시키지 않길 바랐다.

그때 앞자리에서 누군가 일어나 다가와 말했다.


“저기, 얘들아. 그런 짓 그만하는 게 어때? 다른 애들도 불쾌해하고. 고등학생도 됐는데 아직까지 그러는 건 좀 쪽팔리지 않아?”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앞자리의 애들은 동의한다는 듯한 시선을 강선우 무리에게 보내왔고, 강선우의 새로운 친구들도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 뭐라고 했냐? 고등학생이나, 중학생이나, 성인이나. 지 마음대로 하는 건 다 똑같은데 뭐가 문제야? 닥치고 꺼져라.”


조용히 있던 친구들이 공격적인 강선우의 태도에 조용히 한마디씩 끼어들기 시작했다.


“쟤 뭐야···. 또라이야?”

“냅둬. 저런 놈들은 무시가 답이야.”

“진짜 수준 봐라.”


방금까지 조용하던 반 친구들이 합심해 강선우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자, 평소와 같지 않은 상황에 그도 당황한 것 같았다.


“에이, 시발. 다 닥치고 꺼져!”


책상과 의자를 뒤로 던져버리고 그는 교실 밖으로 씩씩거리며 나섰다.

그날 강선우는 다시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난 그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긴 것 같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 없는 교실이었는데, 저런 사람도 있다니.

이름이 민의준이었지.

꼭 기억해 두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자.


점심시간 종이 울리고 혼자 밥을 먹으러 가려던 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성진아! 나랑 같이 밥 먹을래?”

“어···? 나랑?”

“그럼 너지! 여기 친구들이랑 같이 먹자. 다 멀리서 온 얘들이라 같이 먹을 사람 없대. 우리끼리 친하게 지내자.”


강선우를 막아서는 것도 모자라 나에게 손도 내밀어 주다니.

마치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눈물이 차올랐다.

겨우 참고 난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밥을 먹으면서, 교실에 올라오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 평범한 이야기와 장난들.

내가 너무 원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학교생활이었다.


“다들 내일 보자!”

“자, 잠깐만. 의준아.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응. 뭐든! 너 집 어느 쪽이야? 오. 중간까지는 같이 갈 수 있겠는데? 가면서 얘기하자.”

“응, 그러자.”


친구와 같이 집에 가는 게 얼마 만인지 생각해 봤다.

중학교 일 학년 때가 마지막이었구나.

어떻게 보면 지금의 민의준과 같은 행동을 했다가 지금 내가 이렇게 된 거지.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사실 그 강선우라는 놈이 중학생 때부터 날 계속 괴롭혀 왔거든.”

“그때부터 계속? 걔도 참 지독하다. 그래도 걱정마. 다들 그런 미친 짓을 좋아하지 않잖아. 내가 아니라도 결국은 누군가 나섰을 거야.”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지금까지는 아무도 없었거든.”


오글거리는 내 감사 인사가 끝나고, 의준은 자연스럽게 취미 같은 걸 물으며 이야기를 이끌었다.

근데 아직 한 가지 전하지 못한 게 남아있다.

다시 이상한 분위기로 만들어서 미안하지만, 말해야 한다.


“저기. 아까 다 말 못 한 게 있는데.”

“좋아. 뭐든 말해!”

“강선우, 걔는 좀 이상한 놈이야. 학생들만이 아니라 이상한 형들, 아저씨들이랑도 연락하고 그러거든···? 그러니까 걔가 무슨 짓을 해올지 몰라서 조심해야 해.”


강선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질 나쁜 사람들과 친해졌다.

처음엔 같은 학생들과 인맥을 넓혀가더니, 이후 검은 양복을 입고 다니는 어떤 아저씨들과도 만나고 불법적인 일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래? 에이, 그래도 설마. 난 사람들은 다 마음속에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걔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그래서 삐뚤어졌을지도 몰라. 어떻게 좋게 풀어갈 수 있을거야!”

“그, 그래···.”


더 말하고 싶지만, 가까이서 그의 실체를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다.

세상에 정말 악마란 게 있다면, 강선우가 바로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그저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악을 저지르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나에게 하는 그 장난들은 정말 가벼운, 그냥 놀이일 뿐이다.

걔가 뒤에서 저지르는 짓을 알면···.


그렇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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