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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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7.11 23:08
최근연재일 :
2024.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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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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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찾아

DUMMY

어제부터 소하는 평범하게 고등학교 근처의 서점이나 카페, 음식점을 돌아다녔다.


“뭐 이상한 거 없었지?”

“네. 이상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어요.”

“야. 우리도 보고 있었잖아. 근데 그놈이 함정을 눈치챈 건 아니겠지? 아직도 소식이 없다니.”

“아직 이틀째잖아요! 금요일까지만 더 해봐요.”


소하는 시현이 넌지시 던진 그만두자는 말을 극렬히 반대했다.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걔도 어떻게 알겠어. 네 말대로 금요일까지만 해보자.”


다음 날, 우리는 다시 강선우를 낚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소하는 사람이 없는 외진 곳 근처의 한적한 가게들을 돌아다녔다.


“야. 저 사람 손 봐봐.”

“어디, 누구?”


시현이 가리킨 사람을 보니 약지와 소지에 반창고를 붙인 여성이었다.


“딱 왼손을 다치긴 했네. 오케이. 저 사람 집중해서 봐볼게.”


카페에서 소하의 뒷자리에 앉은 그 사람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십 분 정도가 지나고 그 여자는 전화를 한통 받더니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저 사람 가는데? 따라가 볼까?”

“그러면 너무 수상하게 보지 않으려나?”


둘이 속삭이며 고민하던 사이, 골목길 사이로 들어간 여자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아, 쫓아볼 걸 그랬네. 맞는 것 같은데?”


아쉬움도 잠시, 서점으로 장소를 옮겼을 때도 같은 자리에 반창고를 붙인 사람이 눈에 보였다.


“저 남자 손 보이냐? 반창고 위치 똑같아. 진짜 맞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아.”


안경을 쓴 남자가 나설 때까지 기다렸지만, 그는 소하가 서점을 나설 때까지 먼저 나가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소하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야. 저 사람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러게···? 우리도 더 따라붙···”


이상함에 우리도 숨기는 걸 멈추고 따라붙으려던 순간, 남성은 소하의 팔과 얼굴을 잡아끌어 옆길로 사라졌다.


“안 돼! 저 새끼 잡아!”


찰나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그 골목길로 향하며, 강하진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현은 동시에 경찰서에 전화했다.


“형사님! 강선우가 지금 소하를 잡고 도망치고 있어요!”

“지, 지금 그 연쇄 살인범이 어떤 여학생을 데리고 가는 걸 봤어요!”


골목길 끝엔 아까 그 남자가 소하를 들쳐업고 저 멀리 코너로 사라졌다.

무슨 짓을 한 건지, 소하는 기절한 듯 몸에 힘이 없어 보였다.


시현은 위치를 경찰에게 얘기해줬고, 우리가 돌아다니기로 한 곳 근처에 대기하던 강하진 형사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위치로 오고 있다.


할 일을 끝낸 우리는 범인을 따라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끼익-!

범인이 간 곳에서 자동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모퉁이를 돌아서 보니, 차 한 대가 길목길 입구를 막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강하진 형사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동네는 미로처럼 여기저기 샛길이 나있다.

큰 길이 막혀버렸지만, 범인의 바로 옆에도 그런 샛길이 있어 그쪽으로 도망쳐버렸다.


“허억···. 형사님!”

“두 분은 이제 돌아가세요! 이후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우리도 형사를 따라 뛰어가며 범인을 쫓았다.

형사는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가며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이, 이거 잡을 수 있는 거 맞죠?”

“인질을 잡고 있으니, 모습을 바꿔도 놓칠 일은 없겠죠.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나가는 길을 전부 차단하는 중입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이 동네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모든 길목을 경찰들이 막아선 후,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결국은 어디로 가든 경찰과 만날 수밖에 없다.


몇 분이 지났을까, 점점 숨이 차올라 달릴 수 없을 지경이 된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강하진 형사는 아직도 지치지도 않는지 범인을 쫓고 있다.


“저래야 경찰 하는구나···. 나, 난 죽을 것 같은데 지금···.”


시현과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는 경찰에게 맡겨 보는 수밖에 없다.


쉬면서 숨을 고른 우리는 뒤따라온 경찰을 따라갔다.

경찰들은 무전을 해가며 수사망을 좁혀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수많은 경찰 틈에 둘러싸인 범인 앞에 도착했다.


“인질을 내려놓고 투항해라!”

“에이씨. 알겠다고, 알겠어. 항복이야.”


수많은 총구가 강선우를 향했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강선우는 의외로 쉽게 소하를 내려놓고 투항했다.


“이렇게 끝나는 건가···?”


범인이 수갑을 차고 경찰서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소하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으음···. 여기 어디야?”

“소하야! 정신이 들어! 여기 지금 구급차야.”

“내가 왜 여기에···. 아···. 범인은 잡혔어?”

“어. 걔 잡혀가는 것까지 확인했어. 너 어디 다친 데 없지?”


눈을 뜬 소하는 아직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어디 아프지 않아?”

“그냥 기절한 것 같아요. 전혀 안 아픈데?”

“그래도 일단 검사받고, 좀 누워서 쉬어.”

“알겠어. 근데··· 그 전에 화장실 좀···.”

“그래. 갔다 와.”


정신없는 상황, 강선우를 잡았다는 기쁨과 안도감.

이런 여러 감정이 나를 방심하게 만들었다.

강선우도 모스와 엮인 사람인데, 도와주는 사람 한 명쯤 있을 거란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재윤아. 소하 아직 안 나왔냐?”

“어. 좀 오래 걸리네. 뭐 어디 아픈 거 아니야?”

“그런가···. 말을 하라니까. 답답하네, 들어가 볼 수도 없으니.”


오 분, 십 분···.

그렇게 시간은 더 흘러갔고, 결국 우리는 지나가던 여성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기···. 저희 친구가 화장실을 갔는데 계속 안 나와서요. 혹시 확인 한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네. 그러죠, 뭐.”


화장실로 들어간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말했다.


“안에 아무도 없던데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여자 화장실이고 뭐고, 두려운 마음에 들어가 직접 확인해봤다.


활짝 열려 있는 창문과 텅 빈 화장실.

나오는 걸 못 본 건 아니다.

우리가 앉아있던 의자가 바로 화장실 앞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건, 구급차를 타고 온 사람은 소하가 아니었다는 거다.

정신이 없길래 그런 건 줄로만 알았는데, 은근히 평소와 다르게 반말을 섞어 쓰는 걸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한다.


먼저 나는 소하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통화 연결음이 길게 이어지다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소하야?”

“···.”

“뭐라고 대답 좀 해봐! 무슨 일이야!”

“살···려···. 공장···”


죽어가는 목소리의 대답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진 듯,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꺼졌다.


언제 바꿔치기를 한 것일까.

소하로 변해있을 거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 소하가 골목으로 끌려갔을 때, 그때부터 우리가 쫓던 건 그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강하진 형사에게도 알려야 한다.

지금 시현과 둘이서 소하의 행방을 쫓는 건 불가능하다.


“네, 강하진입니다. 무슨···”

“형사님! 지금 병원인데, 소하가 사라졌어요! 전화하니까 살려달라는 말을 하고 끊어졌어요···.”

“제가 지금 당장 가겠습니다.”


경찰서와 병원이 가까웠기에, 형사는 바로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협조를 구해 화장실 근처의 CCTV를 살펴봤다.


소하가 들어갔을 때, 화장실에 있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몇 분 사이 그 두 명이 화장실 밖으로 나왔고,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여성이 나오는 게 잡혔다.


“이 사람이···. 아마 강선우인 것 같군요.”

“어? 이 사람···.”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어딘가 모습이 눈에 익었다.

큰 키에 단발머리의 여성.

이건 강선우의 집에 찾아갔을 때 본 여자다.


“이, 이 사람! 강선우의 집에 살던 사람인데···!”

“처음부터 그는 우리를 농락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군요···.”

“그, 그나저나··· 지금은 얼른 소하를 구해야 해요. 전화했을 때, 마지막에 얼핏 공장이라는 말을 했던 것 같아요.”

“공장···. 30분 정도 거리에 공장 단지가 있긴 합니다. 만약 그곳이라면, 강선우도 가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그때까지는 조금의 시간은 있을 겁니다.”


***

아까부터 누군가 뒤쫓아 오는 느낌이 든다.

이건 감이지만, 저 사람이 강선우가 아닐까.


긴장하며 몰래 뒤를 살펴보려던 찰나, 안경을 쓴 그 남자는 순식간에 골목길로 잡아끌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그는 무언가로 젖은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눌렀다.


몸에 힘이 빠져나가며 정신이 희미해졌다.

그러면서 그 남자의 뒤에 서 있던 남자를 흐릿하게 봤다.

그리운 그 얼굴, 친오빠의 얼굴을.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떴다.

도로와 마찰하며 굴러가는 바퀴의 느낌과 소리를 보니 자동차 트렁크인 것 같다.

차는 삼십 분 정도 달리다 멈췄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트렁크가 열렸고, 나는 다시 눈을 감아 기절한 척을 했다.


“야, 덩어리. 네가 얘 좀 꺼내서 좀 묶어놔. 아흐 귀찮아. 리더는 왜 이런 걸 시키는 거야.”

“비피 님이 조금 참아주십시오. 이걸 시작으로 혼란을 가져오시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에휴. 그래, 알아서 해놓고 그놈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넘겨줘. 그리고 쟤 깼으니까 다시 재워놔.”


퍽!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주변이 어두워져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어딘지 본다고 실눈을 떴는데, 그래서 깬 걸 들켰던 모양이다.


바로 기절시키지는 않아서, 이곳이 어디인지 대충 알았다.

여기저기 쌓여있는 것을 보니 여긴 식용유 공장이다.


날 여기로 데려온 건 멍청한 행동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 여기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아마 여기에 날 묶어놓고, 강선우를 데려와 죽이려는 모양인데, 시간만 있다면 이 밧줄을 끊어 도망가는 건 일도 아니다.

손목에 묶인 밧줄에 오른손 검지를 가져다 댔다.


탁, 탁.

손가락 끝에서 생겨난 스파크가 열을 내며 조금씩 밧줄을 태웠다.

스파크를 일으킬 때마다, 밧줄에서 생긴 탄 냄새가 코에 희미하게 전해졌다.


‘강선우가 오기 전에 풀고 도망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굵은 밧줄은 끊어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제 어느 정도 헐거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창고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열린 문 사이로 들어온 달빛에 사람의 형상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손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밧줄을 끊기엔 시간이 좀 필요했다.


“네가 강선우야?”


그렇다면 시간을 벌어야 한다.


“개나 소나 다 내 이름을 알고 있군. 저번에 찾아온 그놈 짓인가?”

“네가 알 필요 없고. 왜 그랬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뭘 말하는 거지? 너와 같은 학생들을 죽인 거?”

“그것도 묻고 싶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야. 우리 오빠 왜 죽였냐고!”


강선우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민의준. 그건 내 친오빠야. 왜 그렇게 끔찍하게 죽여놓고, 그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거야?”

“아아···. 너는 그분의 동생이었나? 근데 뭔가 오해를 하고 있어. 난 그분을 죽이지 않았어.”

“거짓말 마! 네가 아니었으면 오빠는 그렇게 되지 않았어. 이건 네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넌 잘못 이해하고 있어. 그분은 목숨을 바쳐 나와 하나가 된 거야.”


정신이 나간 것 같이 보였다.

혼자 기쁨에 몸을 떨며 내뱉는 그 말들이 너무 역겨워 더는 듣고 싶지 않지만, 침착해야 한다.

내가 이 사람을 죽여버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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