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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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7.11 23:08
최근연재일 :
2024.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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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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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친구(2)

DUMMY

경찰들은 즉시 피해자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싱크대에 차 있던 건 모두 피는 아니었고, 천장에서 떨어진 고인 물과 섞인 거라고 한다.


난 목격자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가서 있었던 일들을 전해줬다.

정신 없이 조사가 끝나고 복도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누군가 내 앞에 다가왔다.


“커피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어? 형사님. 여기 계셨군요.”

“제 근무지니까요.”


우리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씩 뽑아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어떻게 범인과 만나신 겁니까?”

“제 친구의 능력을 썼어요. 더 이상 어떻게 찾을 방법이 안 보여서요.”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초능력도 있는 겁니까?”

“네. 목숨을 걸어야 쓸 수 있어요. 지금도 그 친구는 병실에 입원해 있구요.”

“저런···. 쾌유를 빌겠습니다. 그래서, 얻은 게 있습니까.”


아직은 예상에 불과하지만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요. 아직은 추측이긴 하지만요.”

“저에게도 들려주시죠. 같이 생각해 보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네. 아마 당시 같은 반이었던 강선우라는 친구일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의준이의 단편적인 기억을 가졌고, 이상하리만치 고등학생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원하고 있어요.”


성진의 이야기 마지막에 들었던 의준의 능력 사용.

그가 수첩에 적힌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감정을 그에게 공유했다면 저런 착란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형사는 내 얘기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여러 사람의 기억과 고통스러운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던 그가 최근에 와서야 정신을 차리고 이런 연쇄살인을 벌이고 있다는 거죠?”

“네. 거기다가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초능력을 이용까지 이용하는 거죠.”

“솔직히 초능력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완전히 납득이 어렵습니다만, 그런 인과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군요.”


추측까지는 그래도 누구나 해볼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 증거를 잡아내기란 너무 힘들다.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할 수 있다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른다.

아까 어떻게든 잡아야 했는데, 잡지 못했다.


내가 피해자의 구출을 선택하지 않고 범인을 쫓았다고 해도 그를 잡지는 못했을 거다.

무기도 들고 있었고, 힘이나 속도라 너무 빨라 시간 정지를 사용해도 결국은 피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 같다.


“그 피해 학생이 호신용 무기를 가지고 다녀서 다행입니다.”

“그랬나요?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해서··· 그런 얘기는 몰랐어요.”

“참고인에게 말할 얘기는 아니었을 겁니다. 부모님이 사준 호신용 스프레이로 상대의 시야를 차단하고, 주변에 있던 벽돌을 범인에게 던진 후 창문으로 도망쳤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건물 앞 바닥에 그런 흔적이 있었군요···.”

“앞 건물에서 다시 붙잡혀 팔다리를 묶이고, 복부를 수차례 찔렸다고 합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 그 학생의 모습은 정말 끔찍했다.

공포에 질린 표정은 보는 것만으로 감정이 전이되는 것 같았다.


“한 가지, 학생은 자신이 던진 벽돌에 왼쪽 손을 맞아 피를 흘렸다고 진술했는데, 범행 현장을 확인해 보니 정말 핏자국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 그 피를 확인해 보면 범인이 의준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겠네요.”

“음···. 피가 누구 것인지는 알게 되겠죠. 친한 지인에게 결과를 알려달라고 했으니, 곧 알게 될 겁니다.”


***


오렌지 주스를 들고 병원에 찾아왔다.

병실을 찾아가 보니, 시현의 어머니가 과일을 깎으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나 배 싫어. 사과만 깎아줘.”

“으이구, 이놈아! 그냥 주는 대로 먹어. 어디서 또 이상한 걸 주워 먹고!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말했지!”

“아아···. 나 아퍼. 환자야, 엄마. 때리지 말아 줄래?”


무척이나 화목해 보였다.

아닌 듯 말했지만, 어머니의 두 눈이 부어있는 걸 보면 얼마나 걱정하셨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 재윤. 왔냐?”

“어머. 재윤이 아니니? 어쩐 일이야.”

“얘기 듣고 병문안 왔어요. 여기 이거 둘 테니 나중에 시현이랑 드세요.”

“오렌지 주스? 포도는 없어? 나는 포도가 좋은데.”


장난스러운 시현의 대답에 다시금 열이 올랐는지 그의 등짝을 두드리며 그냥 고맙다는 말이나 하라며 구박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겐 온화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재윤이는 밥은 먹었니? 이제 열두 시인데, 입원하고 다음 날에 바로 찾아와 주니까 시현이 엄마로서 너무 고맙네. 밥이라도 사줄까?”

“괜찮아요! 좀 이르게 점심 먹고 와서요.”

“아이고, 아쉽네. 아줌마가 이제 일을 해야 해서 가야 하는데, 여기, 이거 받아. 이따가 가는 길에 과자라도 좀 사 먹어.”

“헉! 아니에요. 이걸 어떻게 받아요.”


한참을 실랑이했지만 무작정 내 손에 쥐어주는 그 돈을 결국은 밀어낼 수 없었다.

어머니가 병실을 나선 뒤, 손을 펼쳐보니 구겨진 오만 원권 두 장이 있었다.


“야···. 너무 큰돈 주고 가셨는데?”

“헐. 십만 원? 나한테도 용돈 그렇게 안 주시는데. 내 덕에 받은 건데, 반띵 어때?”

“나한테 주신 거야, 임마. 뭐, 그래도 너 다 나으면 내가 밥 한번 살게.”

“그래서 어떻게 됐어? 어제 뉴스 속보 뜬 거 봤어. 설마 거기서 나온 목격자가 너야?”

“아니, 뉴스까지 이미 나왔어? 어. 그거 나 맞아. 어떻게 타이밍이 딱 그렇냐.”


시현은 내 볼에 난 상처를 뒤늦게 발견했다.


“어디 다친 거 아니지?”

“내가 또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의 남자 아니냐? 보이기만 하면 다 피하지.”

“에라이, 시간 멈추는 꼼수 쓰는 거면서. 네 운동신경을 내가 모르겠냐.”

“푸핫! 그건 그래. 그래서···. 이제 범인이 누구인지도 알아냈어.”

“진짜야? 뭐야. 그러면 잡을 수 있어?”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아냈다.

그와 별개로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뭔데. 누구길래. 왜 못 잡는데?”

“저번에 말한 강선우라는 새끼 기억하지? 일단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은 걔였어.”

“그 미친놈? 진짜 끝까지 그런 짓을 하고 다니냐. 걔가 근데 왜?”

“마주쳤을 때 걔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 의준이 모습이었어. 아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초능력을 가진 것 같아.”

“진짜 말도 안 나오는 새끼네···.”


그의 흔적은 이 년 전, 의준에게 기억을 공유받고 일 년 뒤부터 끊겨 있다.

집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바뀌었고, 그의 모습과 행적은 어떤 기록에도 남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인 것처럼.

세상에서 그의 흔적은 사라졌다.


“걔가 옛날에 살던 집은? 거기에 다른 사람인 것처럼 숨어든 거 아니야?”

“내가 이미 거기 가봤거든?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이미 강선우의 이름을 찾아온 사람도 몇 명 있다고 하고···. 겉으로 보기엔 전혀 아닌 것 같았어.”

“망할. 알아도 잡을 수가 없다니.”


뒤에서 봉투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거기엔 소하가 서 있었다.

우리의 얘기를 듣고 충격받은 듯했다.


“어? 소하야. 언제 왔어.”

“그, 그놈이 범인이라고요? 진짜 끝까지··· 끝까지 그렇게 우리 오빠를 괴롭히는 이유가 뭐야···.”

“울지마 소하야. 그리고 여기 앉아.”


몇십 분 뒤, 진정된 소하와 셋이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건 있어요?”

“만약에 마주친다면, 그놈인지 판단할 단서는 하나 있어.”

“그게 뭔데?”

“오늘 사건에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이유. 피를 흘린 왼쪽 손이야. 아무리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해도, 상처도 가리지는 못하지 않을까?”

“흠···. 능력을 완전히 아는 게 아니니까. 확신할 순 없는 거잖아.”

“그건 그래···.”


더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다들 침묵에 잠겨 있던 중, 소하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건 어때요? 제가 그놈의 타깃이 돼서 유인하는 거예요.”

“네가? 미쳤어? 걔는 칼을 가지고 다니면서 사람을 죽이는 놈이야.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널 죽일지 어떻게 알고 유인을 해.”


시현은 극렬히 반대했다.

나도 소하가 미끼가 되는 작전은 반대다.


“아. 잠깐만. 나도 너네 학교 교복 가지고 있잖아. 내가 미끼가 되는 건 어때?”

“넌 어제 강선우랑 마주친 거 아냐? 그러면 얼굴도 이미 알고 있겠지.”

“아···.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하면··· 안 되려나?”

“퍽이나 되겠다. 수상해서 다가오지도 않겠지.”

“그러니까 그냥 제가···”

“안 돼!”


시현과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소하도 우리가 지켜야 할 존재라고.

어떤 상황이든 위험한 상황에 두고 싶지 않았다.

그녀까지 안 좋은 일을 당하게 되면, 의준을 볼 낯이 없다.


“그럼 누가, 어떻게 범인을 찾을 건데요! 방법이 없잖아요.”

“그건···.”

“전 어떻게든 그놈을 막고, 복수할 거예요. 오빠들이 안 도와줄 거라면, 혼자서라도.”

“자, 잠깐 진정해, 소하야.”


완강한 태도와 타오르는 눈빛을 보니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어쩌면, 소하의 작전을 따라 가면서 강하진 형사에게도 도움을 받는다면 생각보다 안전하게 강선우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얘들아. 그러면, 사실 내가 한 가지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지금까지 이 두 사람에게 강하진 형사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강력범을 잡기 위해 우리끼리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건 이제 너무 위험해졌다.


“소하의 작전을 따르는데, 형사님에게 협조를 부탁해서 더 안전하게 걔를 잡아보자.”

“형사···? 뭔데 넌 형사랑도 알고 지내?”

“뭐···. 얘기하면 긴데. 저번에 내가 엮었던 일 있잖아. 그때 만난 형사인데, 초능력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었어. 내가 초능력자는 있다고 말해줬고.”

“초능력 범죄에 네가 도움을 주는, 그런 느낌인가?”

“뭐···, 그런 셈이지.”


모스에 대해서는 절대 말할 수 없으니 대충 얼버무렸다.


“그, 그러면 어떻게 하는 거야?”

“일단 내가 형사님한테 전화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볼 테니까, 그동안 둘 다 좀 쉬고 있어. 최대한 빨리 계획을 짜볼게.”


다행히 두 사람 다 내 의견에 동의했다.

이러나저러나 제일 위험한 건 소하인데, 그래도 절대 그녀를 다치게 두지 않을 거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면 나서서 그를 막아설 것이다.


나는 바로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죠.”

“강선우를 잡기 위한 계획을 하나 세워봤습니다. 혹시 들어봐 주실 수 있나요?”


두 사람과 나눴던 얘기를 전해줬다.


“너무 위험합니다. 경찰도 아니고, 일반인을 미끼로 쓰는 작전이라니요. 하지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범인을 잡으려면 그게 최선이겠군요.”

“그, 그럼 이렇게 해볼 수 있을까요?”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뭔가요···?”

“범인이 그 여학생에게 따라붙을 거라는 근거가 있나요?”

“솔직히 없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린 고등학교 학생들만 노리고 있어요. 그 교복을 입고 범행 장소로 유용한 곳 근처를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노릴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그가 따라붙을 확신은 없다.

그렇지만 확률이 낮은 건 아니다.

강선우가 범행을 저지르는 곳은 주로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폐건물, 공사 현장, 외진 골목길 같은 곳이다.


대놓고 그런 곳을 혼자 다닌다면 그도 의심할 거다.

조금 멀리 봐서 범행을 저지르기 좋은 곳 근처 카페나 서점 등 가게를 다니다 보면 어딘가 변장해 숨어있던 그의 눈에 손쉬운 먹잇감으로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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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범인을 찾아 24.08.02 13 0 12쪽
» 가짜 친구(2) 24.08.01 11 0 12쪽
12 가짜 친구 24.07.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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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친구를 찾아서(4) 24.07.29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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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친구를 찾아서 24.07.2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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