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간 속에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7.11 23:08
최근연재일 :
2024.08.16 10: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21
추천수 :
0
글자수 :
128,832

작성
24.08.12 10:00
조회
9
추천
0
글자
12쪽

보이지 않는 위험

DUMMY

“통화 가능하십니까.”

“어, 형! 잠시만.”


클럽에 있었기에 섣불리 전화를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 전화를 이어받았다.


“네, 형사님. 이제 통화 가능해요.”

“목요일에 원료를 받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미행해 봤습니다.”


강하진 형사 말에 따르면 목요일 늦은 저녁에 클럽 뒷문으로 들어가는 화물차 한 대를 추적했다고 한다.


“그놈들의 본거지를 찾은 건가요···?”

“몇 시간 떨어진 거리의 폐공장으로 이동한 것까지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걸리는 게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요?”

“제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클럽에 몇 주 동안 잠입해 있지 않았습니까. 청소하면서 뒷문도 계속 오갔는데 목요일에 저런 화물차가 왔던 적은 없습니다.”


함정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그리핀과 접촉하며 계속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장난인 척하며 나에게 형사의 정보를 떠보거나 하는 것들.

평소엔 장난 같은 건 전혀 치지 않으면서, 강하진 형사 이야기만 장난이라며 물어오곤 한다.

그 이외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를 모스에 가입 시켜주지 않고 있다.


“만약 그게 함정이라면, 그놈들은 원료를 어떻게 가져올까요? 순간이동이 가능한 초능력자라도 있는 걸까요···.”

“그런 초능력자가 있다면 약을 이용한 이런 방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아! 그러면 그런 거 아닐까요?”


클럽에 주기적으로 가져오는 건 음식이나 음료에 쓰일 식료품밖에 없다.


“재윤 씨는 월요일마다 식료품을 가져오는 화물차가 신경 쓰인다는 것이군요.”

“네. 신선도를 위해 내부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거기에는 숨길 곳도 많을 것 같아서요.”


채소가 담긴 상자 안이라거나, 고기 사이에 파넣을 수도 있는 법이다.

가능성이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저도 그 부분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목요일의 그 화물차를 쫓다가 발각될 뻔해서, 경계가 더욱 삼엄해졌을 겁니다.”

“그럼··· 제가 한번 접근해 볼게요.”


그 차에 타서 이동하는 걸 지켜보기는 어렵겠지만, 클럽 직원들과도 모두 얼굴을 익혔다.

짐을 옮기는 걸 도와준다는 식으로 접근해 내부를 찾아보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운 골목길에 띄엄띄엄 세워진 가로등이 금방이라도 불이 나갈 듯 깜빡였다.

벌레라도 있었던 걸까.


“바로 내일이···”


말하던 중간에 갑작스럽게 시간이 멈췄다.

내 시선에는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엔 수많은 능력자가 있었지만 이미 대부분 초능력은 파악해 뒀다.

다만 한 명, 그리핀의 능력은 알지 못했다.


지금 난 벽을 등지고 있어 내 시선이 미치는 곳이 아니라면 공격해 올 곳은 없다.

어쩌면 저 멀리 다른 건물이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무기를 던진 걸 수도 있겠다.

몸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움직여야 할까, 최대한 몸을 숙여야 할까.


더 고민할 틈도 없이 시간이 돌아올 전조가 느껴졌다.


‘그렇다면··· 숙이자!’


시간이 돌아옴과 동시에 최대한 몸을 숙였다.

하지만 무언가 날아오는 것도 없고 공격해왔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어디에 숨어서 날 공격하는 걸까.

어떻게 되었건, 지금 여기에 그대로 있는 건 위험하다.

최대한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


긴장한 채로 난 뒷골목을 벗어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거리로 달렸다.

다행히 더 이상 공격이 날아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누가···.”


추측되는 건 당연히 그리핀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모습도, 목소리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확정지을 수가 없다.


“···씨. 괜찮습니까!”


핸드폰에서 아직 통화가 끊기지 않아 흘러나오는 강하진 형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계속 이야기를 하기가 무서웠다.


어딘가에서 이미 우리가 했던 얘기를 다 들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지금도 듣고 있을 수 있다.

날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누군가 내 뒤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뚝-.

나는 전화를 끊고 자연스럽게 클럽 안으로 들어가면서 수만 번을 고민했다.

여기서 바로 도망쳐야 할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한 끝에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죽이지 않았다는 건 아직 나에게 캐낼 정보가 더 있다는 뜻이겠지.

시간을 멈춘 그 공격도 얼마 지나지 않아 풀린 걸 보면 죽을 정도의 공격은 아닌 모양이다.


“후···.”


사무실 문 앞에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자연스럽게, 능청스럽게 들어가서 있어야 한다.


“뭐해요?”

“으아악!”


마음을 진정시키던 중,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뒤돌아서 보니 서치였다.

너무 긴장했던 탓인지 그가 뒤에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내 비명에 그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닥에 넘어졌다.


“아야···. 깜짝 놀랐네.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렇게 놀라요.”

“아, 죄송해요. 잠깐 다른 생각 하다가 뒤에 온 줄도 몰랐네요. 하하···.”

“간만에 스릴있고 재밌었어요. 들어갈까요?”

“네.”


바지를 털고 일어난 서치는 다시 한번 내 어깨를 두드리더니 먼저 사무실 문을 열었다.

전혀 다를 것 없는 풍경과 분위기였는데 내게 느껴지는 건 전혀 달랐다.

마치 모두가 내 뒤에서 칼을 들고 나를 비웃으며 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목이 말라 탕비실로 가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셨다.

탕비실에서 나오니 서치도 언제 들어갔던 건지 그리핀의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내게 말했다.


“그리핀 님이 잠깐 보자는데요?”

“아, 지금요? 바로 갈게요.”


분명 날 공격한 게 그리핀일 텐데 사무실 안에 있어서 혼란스러웠다.

투명인간 같은 은신 능력인 줄 알았는데 여기에 계속 있었다면 다른 능력일 확률도 높아진다.


“부르셨어요?”

“어. 왔군! 일단 거기 앉아.”


방으로 들어가니 이전과는 다른 냄새와 분위기가 느껴졌다.

책상 앞에 놓인 접객용 테이블 앞에 앉으니, 식탁에 놓인 술병이 하나 보였다.

도수를 보니 50도가 넘는 독한 술이었다.


술병을 보고 방에서 느껴졌던 냄새가 알코올과 술의 향기라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리고 묘하게 들뜬 듯 보이는 그리핀의 모습을 보면 술을 마신 것 같다.

지금까지 한 번도 술 마신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무슨 일로 부르셨나요?”

“음, 아까 찾았는데··· 어디 갔다가 왔나?”

“아···.”


이건 떠보는 걸까,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걸까.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정해져 있다.


“지인한테 전화가 와서 잠깐 받고 왔습니다.”

“뭐 이상한 계획 꾸미는 건 아니고?”

“그, 그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나 끔찍해 보였다.

정말 모든 걸 알고 묻는 것 같다.

몇 초간 이어진 그 웃음이 끝났다.


“장난이야, 장난. 술도 마시니까··· 자꾸 장난이 치고 싶어져. 기분이 좋아져서 말이야.”

“그쵸. 술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죠.”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술을 마셔본 적은 없다.

올해 스무 살이 되었지만, 집에만 있으면서 굳이 술을 먹을 이유가 없었다.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저렇게 평소에 보던 무뚝뚝한 모습과 달라질 줄은 몰랐다.


“이래서 끊을 수가 없어···. 요즘 들어 마실 일이 계속 생겨서 정말 좋다니까. 언제 기회 되면 너도 같이 한번 마시지.”

“저야 영광입니다···.”

“술은 좀 마시나?”

“아··· 잘 못 마십니다.”

“그래, 됐어. 이제 나가봐.”


내가 저놈과 술을 마시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밖으로 나오면 생각해 봐도 날 부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통화할 때 공격당했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화롭게 하루가 마무리됐다.


집에 가는 동안은 불안한 마음에 핸드폰을 켜지 않았다.

도착해 문을 잠근 후에야 핸드폰 전원을 켜 확인했다.

전화가 몇 통이 더 와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가 꺼졌는데.”

“아, 형사님. 통화하던 중 갑자기 제 능력이 발동했어요.”

“누군가 공격했다는 말입니까?”

“네. 근데 한번 공격한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고, 누가 어디서 공격했는지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강하진 형사도 그 일이 그리핀이나 그의 측근이 벌인 일이라 추측했다.

여기까지는 다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직 절 어떻게 하지는 않고 있으니까, 내일 계획은 그대로 한번 실행해 볼게요.”

“그러기엔 너무 위험합니다. 내일부터 재윤 씨도 그들에게 도망쳐 숨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섭기는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이미 우리 두 사람의 신상을 모두 파악했을 테니 결국 잡히는 건 시간문제다.

적들이 경계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아뇨. 아직 절 잡거나 죽이지 않는 걸 보면 무언가 원하는 게 있을 거예요. 그러니 내일 도와주는 척하며 한번 찾아볼게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근처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네. 잘해볼게요. 추적기는 화물차에 두고 올게요.”



다음 날이 되고 나는 평소와 같이 클럽으로 향했다.

그 사이 얼굴이 익고 나름 친해진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사무실로 올라갔다.


“오늘은 좀 일찍 왔네요?”

“아, 서치 님. 안녕하세요. 버스가 금방 와서요.”

“거기서 쉬고 있어요.”

“밑에서 보니까 뭐 옮기고 있던데, 저도 가서 도울까요?”

“에이. 힘들게 굳이. 뭐, 도와준다고 하면 말리진 않을게요.”


귀찮다는 듯 넌지시 내게 허락한다는 듯 서치는 얘기했다.

생각보다 잘 넘긴 모양이다.

곧바로 나는 일 층으로 내려가 뒷문으로 향했다.


“어이, 애송이. 여기는 무슨 일이야? 뭐 도와주기라도 하게?”


화물차에서 각종 채소나 육류 같은 걸 내리는 중이었다.

서로 이름은 모르지만, 오고 가며 인사를 나누던 직원이 날 알아보고 말을 건넸다.


“네. 짐 많은 것 같은데 저도 좀 도우려고요.”

“장난이었는데. 진짜 도와주려고? 에이,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해달라는 얘기를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자연스럽게 짐 옮기는 사람들 틈에 섞여 나는 식당과 창고를 오고 갔다.

처음부터 화물차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화물차에서 바닥으로 물건을 내리는 사람이 한 명이었고, 바닥에 내린 물건을 옮기는 사람이 다섯 명이었다.

옮기다 보면 분명 기회는 생긴다.


창고에 갔다 올라오니 화물차에서 아직 짐이 내려와 있지 않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올라가서 도와드릴까요?”

“예? 그래주면··· 고맙죠.”


화물차 안은 식품들을 위해 시원한 온도로 유지되어 있었는데도 안에 있던 사람은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내가 올라와 짐 옮기는 걸 도와주자 좀 숨을 돌리는 것 같았다.


“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근데 저 잠깐 담배만 좀 피고 와도 될까요?”

“네! 그렇게 하세요.”


나에겐 더 좋은 기회였다.

혼자 있으면 위치추적기를 놓기도, 원료를 찾아보기도 쉽다.


몇 분 정도 짐을 옮기는 척하며 구석구석을 찾았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있는 수상한 박스를 발견했다.


“저건가···?”


상자는 테이프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허술하게 바닥에 놓여 있었다.

슬쩍 주위를 살피고 상자 안을 엿봤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비닐팩 안에 검붉은 액체가 들어있었다.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화물차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담배를 핀다고 나갔던 직원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인사를 건넸다.

쾅!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이내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멈춘 시간 속에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금 주 5회, 오전 10시에 연재됩니다. 24.07.18 10 0 -
24 마지막 화: 마지막 대결, 새로운 시작 24.08.16 9 0 12쪽
23 마지막 대결 24.08.15 10 0 12쪽
22 적진으로 24.08.14 10 0 12쪽
21 보이지 않는 위험(2) 24.08.13 9 0 11쪽
» 보이지 않는 위험 24.08.12 10 0 12쪽
19 잠입(4) 24.08.09 10 0 11쪽
18 잠입(3) 24.08.08 11 0 12쪽
17 잠입(2) 24.08.07 12 0 12쪽
16 잠입 24.08.06 11 0 11쪽
15 불나방처럼 24.08.05 14 0 11쪽
14 범인을 찾아 24.08.02 12 0 12쪽
13 가짜 친구(2) 24.08.01 10 0 12쪽
12 가짜 친구 24.07.31 11 0 12쪽
11 범인은 어디에 24.07.30 16 0 13쪽
10 친구를 찾아서(4) 24.07.29 14 0 12쪽
9 친구를 찾아서(3) 24.07.26 11 0 12쪽
8 친구를 찾아서(2) 24.07.25 12 0 13쪽
7 친구를 찾아서 24.07.24 15 0 12쪽
6 살인범 24.07.23 13 0 12쪽
5 의문의 집단 24.07.22 14 0 12쪽
4 꿈꾸는 사람(4) 24.07.19 18 0 12쪽
3 꿈꾸는 사람(3) 24.07.18 19 0 12쪽
2 꿈꾸는 사람(2) 24.07.17 18 0 12쪽
1 꿈꾸는 사람 24.07.16 33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