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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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기리른
작품등록일 :
2024.07.11 23:08
최근연재일 :
2024.08.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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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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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강 형사와 나는 그 방으로 들어갔다.


“일찍 왔네. 그 사람이야?”

“네.”

“어디, 어떻게 하는지 볼까?”


들어오기 전에 형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심장을 노려 찌르라는 그 말.

그 앞에서 형사는 어리둥절한 듯이 연기를 시작했다.


“저기···. 마저 청소하러 가야 하는데, 여기서 뭘 하면 될까요?”

“딱히 할 건 없고··· 여기서 죽어!”

“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커헉···!”


주머니에 넣어둔 칼을 꺼내 형사의 심장을 노려 찔렀다.

생각보다 연기를 잘해 놀랐다.

칼이 들어가며 그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쓰러졌고, 피가 새어 나와 옷과 바닥에 흘렀다.


여자는 그런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다가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검은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와서 쓰러진 강하진 형사를 끌고 갔다.


“축하해. 시험은 통과야. 정식으로 소개할게. 난 스콜이야. 이곳, 파브르를 관리하고 있어. 그나저나 능력은 뭐야? 그냥 칼로 쑤셔버릴 줄은 몰랐는데?”

“저는 시간을 멈출 수 있어요.”

“뭐? 그런 희귀한 능력을 가졌다고?”

“근데 여러 제약도 많고, 멈춘 동안 저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이런 일에는 큰 도움이 안 돼요.”


모스는 본명을 쓰지 않고 저런 스콜이란 이름처럼 코드명을 쓰는 것 같다.

스콜은 시험을 통과한다고 바로 모스의 멤버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내 시험을 통과했으니까, 자격은 생긴 거야.”

“어··· 아직 뭐가 더 남은 거였나요?”

“지금은 고작 나한테 인정받은 거니까. 리더에게는 인정받지 못했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본인이 상부에 나를 추천하고, 맡는 역할을 판단해 의뢰를 세 개 완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들어가기 위해서 뭐 이렇게 해야 하는 게 많은지 싶었다.

뭣도 아닌 그냥 범죄 조직이면서.


“그럼 그건 별개고. 내가 시키고 싶은 게 있는데, 처리 좀 해줄 수 있어?”

“무, 물론이죠. 맡겨만 주세요!”

“그런 태도 마음에 드네. 아까도 말했지만, 이 클럽은 몇 년 동안 내가 관리하고 있었어.”

“그랬군요···.”

“근데 최근 이상한 놈들이 꼬여서 리더가 다른 놈을 데려다 놓더라고. 내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날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스콜은 지금까지의 여유 있던 모습과 다르게 불안한 내색을 비췄다.

날 자신의 편으로 생각했는지 이런 모습도 경계심 없이 보이는 것 같다.


“후. 내가 머물던 지상층도 빼앗겼어. 그 자식, 그리핀이라고 했나? 무뚝뚝하고 고지식한 자식.”


그녀는 그리핀이라는 사람을 몰아내고 다시 자신이 리더의 인정을 받아 지상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 사로잡은 경찰들을 심문하려고 하는데, 자신이 접근하는 걸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나는 여기 있는 놈들을 곧 풀어놓을 거야···. 그러면 클럽은 난장판이 되고, 그 그리핀이라는 놈도 내려오겠지?”

“해, 해보겠습니다.”


어떻게든 자신이 경찰들을 심문해 이곳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진짜 목적을 알아낼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입을 열지 않고 있어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하하! 좋아, 좋아. 저런 약쟁이들만 계속 올까봐 걱정했는데 네가 금방 와서 다행이야.”

“아닙니다, 하하···. 그러면 그 일은 언제 하실 건가요?”

“바로 오늘!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어디 있어. 쟤네도 곧 완전히 맛이 갈 것 같으니까 딱 맞아.”


테이블을 둘러 앉아있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좀비가 된 것마냥 보였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데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러던 중, 한 명이 눈을 번쩍 뜨더니 스콜을 바라봤다.


“야, 약! 약을 줘···. 미칠 것 같아!”

“나도, 나도!”


한 명이 얘기를 꺼내자 조용히 있던 다섯 명도 같이 달려와 스콜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서 있다가 말했다.


“진정해, 친구들. 지금부터 보물찾기 시작이야! 저기 위층에 딱 세 개. 곳곳에 숨겨뒀어.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야. 못 찾으면 이제 영영 못 한다?”

“내, 내 거야!”


제일 먼저 나선 건 괴력을 가졌던 초능력자 여자였다.

방금까지도 분명 멀쩡해 보였는데 잠깐 사이에 저렇게 미쳐버린 듯한 모습을 보여 소름이 돋았다.


“저 약이 정말 무섭긴 하네요···.”

“맞아. 중독성도 강하고, 정신도 빠르게 무너트리지. 저걸 발견해서 리더가 자금을 쓸어 담고 있는데, 얘네한테 준 건 순도가 너무 높아서 시중에 풀진 않아.”

“어디서 저걸 구한 거죠?”

“질문이 좀 많다? 그건 차차 알려주기로 하고. 자, 올라가자.”


빨리 정보를 캐내고 싶다는 생각에 너무 앞선 질문을 해버렸다.

계속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가끔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온다.


나는 스콜을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노랫소리에 점점 몸이 울려오다가, 어딘가 노래와 맞지 않는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살려줘···.”


그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아까 방에서 나온 그 사람들이 세 개밖에 되지 않는 약을 서로 먼저 찾고 차지하기 위해 날뛰고 있었다.


서로 싸우고 있기도 하고, 건물을 부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기도 했다.

스콜은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뭐가 그렇게 좋다는 것인지, 미소 띤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위로 올라가 버렸다.

자신이 올라갈 테니, 잘 부탁한다는 얘기겠지.


그녀가 올라가고 몇 분 후, 거대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내려왔다.

사진으로 보여준 그리핀이라는 사람의 모습이 확실했다.


스콜의 계획을 듣고,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녀를 밀어내고 클럽에 들어온 그리핀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은, 내가 붙어먹었을 때 더 이득이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지금의 상황을 보니 스콜은 리더라는 사람에게 그렇게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리핀이라는 사람에게 그녀의 계획을 불어 신뢰를 얻고, 그를 통해 모스에 접근하는 게 더 좋아보였다.

또, 혹시나 둘이 싸우면서 서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저, 저기요!”

“응? 내 앞길을 막은 이유가 뭐냐? 책임질 자신은 있나.”

“네···! 잠깐 제 얘기만 들어주세요.”

“별 볼 일 없는 얘기면 여기서 머리통을 부숴주겠어.”


생긴 것만큼 거친 언행이다.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입을 열었다.


***


이곳을 잃을 수는 없다.

물론 삼 년 전, 어떤 애송이를 데리고 놀다가 아직 시제품이던 모스파우더를 외부에 드러날 뻔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이름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강선우였나, 그 애송이가 클럽이 아닌 밖으로 주사기를 가지고 나갈 줄은 몰랐다.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고 자신했는데 첫 실수였다.


다행히 리더는 시제품을 맞은 학생을 관찰해서 약효나 확인해 보라고 했고, 너무 강력했던 탓인지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 죽어버리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그때의 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는데, 다시 클럽에 꼬인 경찰들을 보고 리더는 내게 실망한 것 같다.


“누가 어디서 정보를 뿌려서 이렇게 된 건지··· 무조건 찾아낼 거야. 내가 찾아내서 다시 리더에게 인정받아야 해.”


이 층엔 클럽 관리자가 머무는 사무실이 있다.

난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이 클럽에서 군림해야 한다.


인질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나마 나를 잘 따랐던 가드 중 한 명이 내게 정보를 흘려줬다.

창고로 쓰던 삼 층의 방 한곳에 그들이 갇혀있다.


지하 일 층에서 벌어진 난동이 커서 대부분 인력이 아래로 내려갔다.

몇 남아있던 놈들은 단숨에 처리했다.


내가 만들어 내는 독은 단 한 방울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누구보다 사람을 죽이기에 우월한,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게 나다.


삼 층을 지키고 있던 직원 두 명도 처리하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안녕, 얘들아. 나 보고 싶었지?”

“크윽···. 이번엔 다시 네 년이냐? 무슨 짓을 해도 우린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거야.”

“걱정 마. 죽을 정도의 고통을 계속 느끼다 보면 결국은 말하고 싶어지겠지.”


밧줄에 묶여 있는 두 명의 형사.

정보를 알아내야 해서 죽이지도 못하고 고이 모셔두고 있었다.

얼굴만 좀 상한 걸 보면 그리핀도 어떻게든 입을 열게 하려고 한 모양이다.


“고통이란 저런 게 다가 아니야. 내부에서부터 네 신경을 파고드는 고통도 있단다?”


손톱 모양으로 날카롭게 만든 내 전용 무기를 형사 중 한 명의 살에 찔러넣었다.

그 사이로 손끝에서 아주 극소량의 독을 만들어 넣었다.

독을 주입 당한 경찰은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아프지? 이제는 좀 말할 생각이 들어?”

“끄아아악···! 커헉···.”

“어? 이거도 너무 많았나? 뭐 이렇게 약해빠졌어!”


양을 조절해 조금만 넣었는데도 형사는 몇 초간 몸부림치다 이내 굳어버렸다.

옆에 있던 형사가 분노하며 뭐라고 지껄이지만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에휴. 마지막 기회네. 이번엔 꼭 죽지 않게 조절해 줄게.”

“크하악···!”


독을 주입하자 아까처럼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이번엔 죽지 않았다.

물론 너무 고통스러운지 모든 구멍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주, 죽여줘···.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아, 죽여줄 거니까 걱정 마. 대신 한 가지만 대답하면 바로 죽여줄게.”

“원하는 게··· 뭐야. 끄아악! 얼른!”

“모스파우더를 여기서 판다는 걸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


“이렇게 쉬운 걸. 내가 알아냈다는 걸 알면 그 새끼도 깜짝 놀라겠지?”


스콜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삼 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생각보다 감은 좋군.”


그녀의 팔은 무언가에 막혀 움직이지 않았다.


“음흉한 그 능력이나 풀고 말하지 그래? 화장실이라도 훔쳐보러 가는 중이야?”

“그러는 너야말로 지하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뭐 하는 짓이지? 리더를 배신하기로 마음먹은 건가?”

“무슨 소리를!”


스콜이 반대쪽 손을 휘둘렀지만, 닿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창문으로 달빛만이 들어오는 고요한 복도.

보이는 건 자신의 그림자뿐이었다.


“얼른 나와! 정정당당하게 붙기는 무서운 거야?”

“초능력자끼리 정정당당이라니. 상대의 능력을 못 당해낼 거라고 고백하는 건가?”

“이 개 같은 돌덩이 새끼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시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그곳에 그리핀은 없었고, 오히려 본인이 공격당했다.

그리핀은 뒤로 돌아가 그녀의 등을 발로 밀었다.


앞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있던 탓에 스콜은 그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여기저기 부딪혀 고통을 느끼던 사이,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울렸다.


스콜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저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적당히 순종적인 녀석을 찾아 감시를 맡겼는데.

그 녀석은 어떻게 된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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