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검향醫仙劒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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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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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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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수불석권 手不釋卷 2

DUMMY

며칠이 흘렀다.

왕가휘는 언세미와 만남을 가졌고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다. 이 일로 무쌍은 부친의 호출을 받고 경위를 설명해야 했다.

그는 모처럼 부친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더불어 가문에 대소사가 될 일은 미리 보고하라는 잔소리가 있었지만, 무시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또 그동안 그는 임려수와 같이 가문의 어른들에게 인사했다.

그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약의전의 언태주 숙조부가 임려수 만큼은 챙겼다. 인생에서 여우짓이라고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임려수가 은근 노친네들과 잘 통했다.

무쌍은 그런 임려수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오후를 같이 보냈다. 그에게 금족령이 내려진 터라 대부분을 소월각에서 함께 했다.

그리고 요즘은 임려수가 정주성 흑점에서 구입한 홍라공을 같이 연구했다.

“그러니까 낭군 말뜻은 비단을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해봐야 한다?”

“난 그렇다고 보오.”

“이유가 있어?”

“삼 일 전 당신이 건넨 홍라공의 내공 편을 보고 비단을 만드는 사람을 수소문했소. 그래서 만난 비단 장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오.”

“진짜?”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오.”

무쌍은 웃으며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견직도감絹織圖鑑. 그림책은 내 취향인데.”

임려수가 책 제목을 보며 같이 웃었다. 그리고는 책을 펼쳤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비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에를 키우고 고치를 만들어야 하오. 이 과정이 소주천과 유사하오. 또 홍라공에서 임독양맥을 뚫는 과정을 잠실蠶室이라 하는데, 누에가 고치가 되는 24시진이 다르지 않소.”

“정말 그러네.”

임려수는 빠르게 책을 넘기며 확인했다.

“특히 내공의 운용이 인상적이었소. 누애가 고치가 되면 푹 삶는데 그때 고치가 실을 풀어내오. 이를 실마리에서 감는데 고치 하나에서 십 리 길이의 실을 뽑아내오. 이는 홍라공의 대주천인 십리부절十里不絶의 이치와 같소.”

“진짜네.”

“다만 이후 실을 꼬아 뽑아내는 과정과 실에 염색을 하고 베틀로 비단을 만드는 작업이 나오는데 이것이 아마 파본된 홍라공에서 사라진 초식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소.”

무쌍의 말이 끝났는데도 임려수는 말없이 무쌍의 입만 봤다.

“왜 그러시오?”

“내 낭군이 너무 영민해서.”

“하하하. 낭군이 똑똑하면 좋은 것이 아니오?”

“그 잘난 머리를 다른 데 쓰면 어쩌나 싶어서.”

“다른 곳이라면 어디?”

“가만히 있어 봐.”

임려수는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무쌍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입맞춤을 했다.

무쌍은 임려수의 입이 닿자 그녀를 오른손으로 품고 왼손은 엉덩이를 향했다.

“하-.”

임려수가 무쌍의 얼굴과 반 뼘 떨어지며 단숨을 토하더니 무쌍의 귀에 속삭였다.

“다른 데가 어디겠어? 바람피는 데지. 너 바람 피면 죽는다.”

그녀가 이리 말하고는 무쌍의 귀를 깨물었다.

“앗. 아 진짜-.”

무쌍이 짜증이 내는데 임려수는 이미 멀찍이 물러나 소월각을 빠져나갔다.

“누에 보러 간다.”

임려수가 문을 닫으며 한 말이다.


그날 오후 장봉익이 찾아왔다. 그는 큰 보자기에 싼 물건도 가져왔다.

“오셨습니까? 자형.”

무쌍은 웃는 낯으로 반겼다.

“얼굴이 좋네 그려. 내 오가는 말을 들으니 철혈방주의 딸과 혼례 이야기가 오간다고?”

“좋은 사람입니다. 그보다 누이와 왕가휘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무쌍은 장봉익이 근황을 묻자 말꼬리를 돌렸다.

“그렇지않아도 그 일로 요 며칠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왔네.”

“곧 혼례라도 올린답니까?”

“허허허. 당사자 간에 분위기가 좋으니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보네. 내가 요 며칠 바빴던 것은 자네 때문이네.”

“저 때문이라고요?”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병법과 쌍도를 가르치기로 했으니 군무를 미리미리 해놓아지. 비록 봄이라 군문에 일이 없어도 자잘하게 돌볼 일들이 제법 있네. 그리고 이것.”

장봉익은 말하며 품에서 책을 꺼냈다. 그리고 무쌍에게 내밀었다.

“악요총범樂妖總範이란 책일세.”

“음악 책이네요?”

“쌍도를 배움에 있어 바탕이 음악에 있다지 했었네. 그리고 음악을 배움에 있어 체계가 있어야 하네. 그 후에 악기를 다루는데, 나 역시 대고를 그리 배웠네.”

“쌍도가 그리 쉬운 공부가 아니란 말이군요.”

무쌍은 장봉익이 내놓은 악요총범의 두께를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악요총범을 읽기 전에 음의 체계에 대해서 대충이나마 설명을 하겠네.”

장봉익은 느긋하기 말했다.

“책에 나와 있잖습니까?”

무쌍은 귀를 열어놓고 악요총범을 펼쳐 목차를 읽는 중이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은 또 다르니 새기게.”

“그렇기는 하죠.”

“음은 소리의 높낮이와 박자의 결합이네. 이 중 율려라고 황종, 대려, 태주,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역, 응종까지 저음부터 고음까지 12단계의 높낮이가 있네.

이를 음양으로 나눠 홀수 번째인 황종, 태주, 고선, 유빈, 이칙, 무역이 음의 기운을 가진 육률, 짝수 번째 대려, 협종, 중려, 임종, 남려, 응종이 양의 기운을 가져 육려라 이르네.

이때 음과 양이 어울러져 소리의 강약이 정해지는데 이것을 박자라 하네. 따라서 육률과 육려를 합해 12율려라 칭하네. 뿐인가? ......,“

장봉익의 음악에 대한 장황설은 한 시진 동안 끝나지 않았다.

12율려로 만들어내는 삼분 손익법은 화음을, 음역에 따라 배성倍聲, 중성中聲, 청성淸聲으로 나뉘어 음양, 즉 남녀의 화성을 구분한다는 내용까지.

무쌍은 처음에는 지루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흥미가 크게 일어났다. 박자, 화음, 화성이 마치 도가의 사상과 음양의 이치를 섞여 놓은 듯했다.

그래서 그는 악요총범을 덮고 온통 장봉익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요즘 그는 현현심경에서 유세광의 기연奇緣을 얻은 이후 도刀와 병법에 흥미가 바짝 붙었다.

특히 병법은 곧잘 머리에서 그렸다.

현재는 남쪽에는 왜구가, 북쪽에는 달단의 무리가 약탈을 자행하는 북로남왜의 외환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 전술에 관심은 당연했다.

게다가 섬서성을 비롯한 만리장성 근처의 변경은 오랑캐의 약탈이 현실이다.

이는 백 년 전 명나라의 황제 정통제가 원나라의 잔당 오이라트와 전쟁에서 볼모로 잡히는 토목의 변에서부터 시작했고 현재에 이르러 몽골 달단의 침공이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쌍은 이런 이유로 장봉익에게 군에 대해서 알고 싶었지만, 그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장봉익은 무쌍이 병도와 쌍도를 배우려는데 줄곧 대고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래도 무쌍이 듣고 보고 배우는 머리는 좋아 한번 말한 것은 잊지 않았다.

나름 성의를 갖고 가르치는 장봉익은 내심 만족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자  장봉익은 대뜸 무쌍 앞에 보자기를 풀었다. 그것은 대고였다.

“처남이 전쟁에 관심이 많은 줄 아나, 군문의 일과 병법은 세가 내에도 많은 서적이 있네. 일단 세가의 서고 일원각에서 그것을 읽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게. 그리고 오늘은 대고를 알아보세.”

“후. 알겠습니다.”

무쌍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오늘 오후를 포기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대고大鼓 치는 법과 고사鼓辭를 알려주려고 하네.”

무쌍이 미간을 찌푸렸다. 장봉익에게 병법이나 군영의 운영술을 원했지 대고와 고사 따위가 아니다.

그는 그다지 까탈스러운 성정이 아닌데도 짜증이 났다.

오히려 체질을 이기지 못할 뿐이지 욕망을 누르고 억제해 인내심이 무척이나 강한 그다. 짜증의 원인은 악비가 남긴 악충무왕전이었다. 이 병법서를 탐독하기 전에 군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싶었다.

눈앞에 놓인 기연이 무쌍의 조바심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장봉익은 달랐다.

군문에서 억압을 당해도 의지가 무너진 적이 없었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짜증을 제대로 보이는 무쌍에게 말했다.

“그냥 큰북이나 때린다고 여기지 말게. 군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명령을 내리고 사기를 올려야 하는 법일세. 대고는 깃발과 함께 명령의 수단이자 전투 직전 군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 임전의 무기일세. 이 또한 병법의 일부일세.”

무쌍은 새로운 사실에 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군마다 신호체계가 다른데 그때마다 대고를 치는 법은 어찌 됩니까?”

“그래서 대고타란 음의 기본 박자를 배울 필요가 있네. 그전에 음악에 대해서 알아야겠지만.”

장봉익의 말에 무쌍은 머리가 무거워졌다.

자형의 성격으로 보아 대충대충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가르침을 내리면 성심성의껏 요령 안 피고 따를 일이나 샛길로 새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은 대고가 아닌 소고이나 그 맛은 또 다르니 음악에 흠뻑 젖어보세.”

두둥.  둥더더둥.

山中與幽人對酌 산중여유인대작

산중에서 은자와 술을 나눈다.      


兩人對酌山花開 양인대작산화개

둘이서 마주 잔을 나누니 산에 꽃이 피네.


一杯一杯復一杯 일배일배부일배

한 잔 한 잔 다시 또 한 잔.


我醉欲眠卿且去 아취욕면경차거 

내 취해 졸리니 그대는 일단 돌아가게.


明朝有意抱琴來 명조유의포금래

내일 아침 생각 있으면 거문고 가지고 오게나.


소고에 맞춘 창唱, 고사鼓辭는 이백의 시 산중여유인대작이었다.

그러나 장봉익의 굵은 목소리가 가늘어져 기성奇聲으로 창을 하는데 참으로 묘했다.

처음에는 째지고 때로는 울부짖는 소리만 들렸는데 북소리와 어울리자 사람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쌍은 깊은 산중에서 여인과 단둘이 만나 술을 권하다가 헤어지는 아쉬움이 절절히 느껴졌다.

그때 다시 장봉익이 북소리와 산중여유인대작으로 고사를 했다.

방금과 달리 북의 박자와 울림은 웅장하며 때로는 급박했다. 또 장봉익의 굵은 목소리는 힘이 넘치다가 맥이 빠지더니 긴 여운을 남겼다.

이번에 무쌍은 둘째형과 몰래 술을 마시다가 귀찮아 떼쓰고 호탕하게 웃다 잠든 옛일이 떠올랐다.

“어. 어. 허~.”

고사로 안타까움에 깊게 빠져 감정이 흔들린 무쌍은 미몽에서 깨어났다.

햇수로 작년과 올해 2년이다.

혼원일기공의 내공을 수련하며 오욕칠정을 끊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다. 혈단을 끊고 방바닥을 기면서도 평상심만 유지하려 했다. 감정을 죽여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의 경지를 추구했다.

한데 한 가락의 창으로 감정이 무너지니 실로 허망했다. 한편으로는 감정을 희롱할 능력을 기르면 이 또한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장봉익은 그렇게 무쌍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사라졌다.


그날 저녁.

무쌍은 악요총범에 빠졌다.

이 책에서 삶에 새로운 지표가 보였다. 그는 태양광성지체로 인해 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도道로 가는 길은 상천통문上天通文 하달지리下達地理하고, 도통하여 천관에 이르러 여의함이다.

그 기준선에 정신과 육체가 있었다.

이 중 정신수련에는 방편이 있기 마련이다. 무당과 화산 그리고 청성이 검은 드는 이유가 도의 수단이듯, 무쌍에게 음악이 정신수양의 수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악요총범을 읽다 보니 어렵고 까다로웠다. 책 제목에 간사할 요妖자가 들어갈 만큼 난해했다.

이를 익히려면 그만한 요령과 기교가 필요한데 무쌍에게는 기본이 떨어졌다. 즉 기어 다니지도 못한 그에게 악요총범은 뛰는 법을 제시하는 책이었다.

그는 세가의 서고 일원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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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학이시습 學而時習 2 +10 24.08.28 3,196 76 15쪽
50 50. 학이시습 學而時習 1 +8 24.08.27 3,322 8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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