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대영제국에 괴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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낑깡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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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저녁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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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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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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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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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계획

DUMMY

나는 잠에서 깨기 위해 포인트 상점에서 소환한 제로콜라를 원샷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현대에서는 전혀 감도 잡지 못했지만, 20세기 영국에 빙의하고 나서야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한 상태창의 기능들.


이번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 특별한 음식으로 명사들을 감격시키기 (4/99회차) 】


첫 번째. 일반 퀘스트가 동시에 2개 완료된 것.


나는 아직도 이 퀘스트가 한 번에 몇 명을 만족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만족한 인원수가 누적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두 개나 한꺼번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숫자는 역사적으로 이름난 명사 한 명씩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겠지. 딱 조건에 맞는 4명이 떠오른다.


크룩스 경, 요크 공작님, 테슬라 씨, 에디슨 씨.


이렇게 4명에게 특별한 음식으로 경외감을 주며 퀘스트 달성 조건을 충족했다면? 꽤 그럴듯하지?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었다.


분명 식당 개업식에 내가 전생에서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명사들이 더 있던 것 같은데··· 왜 크룩스 경만 집계된 걸까?


그리고 내 식당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런던의 여러 젠트리와 정치인들도 다녀간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일반 퀘스트가 더 달성되지 않았을까? 다른 조건이 더 있나?


"이건 좀 더 실험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겠네. 일단은 넘어가자."


두 번째. 새로운 메인 퀘스트의 오픈.


【 특별한 음식으로 역사 개변하기 (0.42%) 】


수상한 퍼센티지가 달려 있다. 이걸 앞으로 '개변도'로 부르기로 하자.


"내가 만든 채식요리가 역사의 방향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인가? 그럼 치킨 앤 칩스는?"


치킨 앤 칩스도 런던에서 꽤나 파란을 일으켰었는데? 하지만 이 숫자가 나타난 이유가 뭔지 느낌은 온다.


뭔가 더 직접적인 역사의 개입. 이를테면, 서로 라이벌이었던 테슬라와 에디슨을 화해시킬 정도의 확실한 나비 효과 말이지.


"그런데 숫자가 이상하네? 왜 자꾸 바뀌는 거야? 니가 주식이야?"


처음 0.42%였던 게, 갑자기 0.45%로 오르더니, 다시 0.44%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결국 0.43%에서 멈췄다.


"이거 설마 '세계의 억지력' 같은 쓰레기 설정이 개입한 건 아니겠지?"


타임슬립 계열 창작물에 종종 등장하는 설정. 미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과거에 영향을 미치면, 정해진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한다는 것.


그래서 인과율이 개입해서 다시 미래를 원상태로 되돌리고 어쩌고··· 하지만, 애초에 그럴 거면 날 이 세상에 빙의시키지 말았어야지. 거기서 이미 해당사항 없음.


사실 내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내가 가져온 미래 물건들의 출처를 추궁당했을 때, 완벽하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 그것 때문에 지금껏 계속 조심하면서 안전한 상황이 아니면 포인트 상점도 함부로 쓰지 않은 거고.


그렇다고 내 돈벌이와 부귀 영화, 가족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내 미래 지식을 활용하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느냐? 전혀! 전생에서도 그런 뻔뻔함으로 성공한 나다. 능력이 있으면 써야지, 내가 바보야?


진짜 내 행동으로 발생할 나비 효과를 걱정했으면, 애초에 치킨 앤 칩스를 만들지도 않고 쥐 죽은 듯 살았을 거다. 그냥 그럴거면 아예 숨도 쉬질 말아야지.


"아니면 이 정도로는 아직 미래에 확실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지."


테슬라 씨와 에디슨 씨가 내 식당에 와서 겨우 대화의 물꼬를 텄을 뿐, 두 사람의 사이는 언제라도 다시 틀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미국으로 돌아가서 또다시 싸우게 된다면? 그럼 개변도가 다시 0%로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


그리고 겨우 채식요리 한 번 해준 걸로 역사의 큰 틀이 뒤틀린다면, 그건 뭔가 잘못된 세계다.


"결국, 개변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내가 그 아저씨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중재하고 개입해야 한다는 건데... 에이, 귀찮게. 이건 나중에 생각하자."


마지막 세 번째. 이게 가장 골때린다.


【 랜덤 박스 확정권 파편 A x1 (1/10) 】


내 소감은 이랬다.


"진짜 가챠 게임하냐? 이딴 게 왜 나와?"


대충 느낌은 온다. 메인 퀘스트 진행율이 높아질수록 랜덤 박스 확정권 파편이 나올 테니, 그걸 10개 모아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을 확실하게 얻으라는 거겠지. 예를 들면, 엄마를 위한 천식약 같은 거 말야.


"근데 내가 갑자기 미쳐서 핵무기 같은 걸 원하면 어쩔 건데? 상태창아, 너 너무 순진한 거 아냐?"


물론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다. 무기 따위 내 부자되기 프로젝트에 전혀 도움 안 되니까. 자본주의에 유리한 건 역시 러브 앤 피스.


"결국 이 확정권을 얻으려면 세계 역사를 바꿔야 한다는 건데··· 근데 도대체 내가 왜 그딴 짓을 해야 하는데?"


당연히 아무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는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혹시 나를 이 세상에 보낸 이유가 미래의 불행한 역사를 바꾸라는 거야? 근데 왜 하필 나야?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뭐, 세계대전이라도 막아 달라고?"


내가 지금 미친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왠지 나도 모르게 정답을 말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슴 속이 뜨끔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결국 언젠가는 그 불행한 미래를 마주하게 될 테니까. 지금까지는 그저 확실해질 때까지 잊고 있으려 했지만···


"뭐, 이렇게 가다간 십 년 뒤엔 확실히 대전쟁이 터지겠지. 그때까지 미국으로 튀지 않으면 나도 그 한복판에 휘말릴 거고."


딱 전장으로 끌려갈 만한 나이. 그리고 그때 세계가 얼마나 황당한 방향으로 굴러갈지는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상식으로 충분히 알고 있었다.


어찌저찌해서 전쟁에 끌려가지 않는다 해도, 그 여파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영국 런던을 강타했던 제펠린 비행선의 폭격, U-보트의 해상 공습. 1차 대전의 참화를 피해도, 2차 대전엔 히틀러가 있다.


대규모 런던 대공습(The Blitz).


런던의 지도가 아예 바뀌어버릴 만큼 무자비한 로켓 공격. 우리 가족이 그때까지 살아 있더라도 이 피해는 결코 피할 수 없다. 먹을 게 없어서 신발 가죽이라도 씹어야 할지 모른다고.


운좋게 세계대전을 피해가도 대공황은? 스페인독감은?


"돌겠네. 내가 할 줄 아는 건 한식요리밖에 없는데? 그냥 랜덤 박스에서 핵무기나 하나 꺼내줘봐. 그럼 내가 그거 베를린에 던져두고 올 테니까."


난 지금 누구랑 떠들고 있는 걸까?


"이딴 퀘스트 없어도 어차피 돈벌이 때문에 역사를 뒤틀 생각이었는데,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더 열심히 하라는 건가?"


지금까지는 실력파 요리사 쟝 폴 뒤랑으로 살며 열심시 치킨 앤 칩스만 튀겼지만, 사실 남 몰래 준비해 둔 계획이 하나 더 있었다.


내 부자되기 프로젝트의 두 번째 단계. 첫 번째는 번듯한 레스토랑을 차린 것이고··· 두 번째 계획은 부업이다.


돈 좀 만질 만한 부업. 다행히 레스토랑은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냉장고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만큼, 이제 부업에 신경 써도 될 것 같다.


그동안 헨리 씨로부터 배당받은 거액의 수익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거면 메인 퀘스트도 저절로 해결되지 않을까··· 글쎄, 두고 봐야 알겠지."


내가 가진 미래 지식으로 영국의 먹거리 시장을 크게 바꿔 놓을 수 있을까? 당연하지! 또 한 번의 파란을 일으키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럼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기분 전환 삼아 랜덤 박스부터 열어볼까? 제발 쓰레기 같은 게 나오지 말아 다오."


【 돌려돌려 랜덤 박스 x2 】


내 눈앞에 테이프로 똘똘 감긴 택배 상자 두 개가 떨어졌다.


나는 그 중 하나를 주저 없이 뜯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은···


내가 절대 잊을 수 없는 물건.


나는 황당한 눈으로 박스 안을 들여다봤다.


"뭐야, 잡지가 왜 나와?"


월간 보그(Vogue). 4월호.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영화, 음악,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초 유명 잡지.


지금 시대에는 발행되는지조차 모르겠다. 신문팔이 짓을 하면서 가판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하지만 이 잡지가 내게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허, 이 사진을 또 보게 될 줄이야."


뭔가 코 끝이 살짝 찡하네. 잡지의 정면에는 프라이팬을 들고 웃고 있는 전생의 내 모습이 인쇄되어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쯤? 아직 젊고, 창창했던 시절이다. 살도 안 찌고 말이야.


맞다, 이건 요리사로 막 유명해지기 시작했던 내 인터뷰가 실린 최초의 보그 잡지였다.


그런데 순간 든 이상한 기시감.


"잠깐만, 이게 왜 랜덤 박스에서 나온 거지?"


나는 급하게 금고를 열어 지금까지 소환한 텀블러와 공학용 계산기를 꺼냈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이제 확실히 알겠다.


랜덤 박스에서 물건이 튀어나오는 조건, 그리고 내가 왜 처음 봤을 때 낯익다고 느꼈는지.


"···이거 전부 다 전생에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잖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지만, 이제 확신이 든다.


어떤 식으로든 전생에 내가 소유했던 물건들이 랜덤 박스에서 튀어나오는 게 확실했다. 포인트 상점에서 내가 한 번이라도 써보거나 접했던 식재료만 소환 가능한 것과 동일한 조건인 셈이다.


이 추리를 확실히 검증할 방법은 하나뿐.


"마지막 박스를 열어보자. 거기서도 내가 가졌던 물건이 나오면, 내 추측이 맞는 거야."


찌이이익.


그리고 박스 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솔직히 내 상상을 초월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걸 보는 순간,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극상의 행복!


"성 조지, 성모 마리아, 하느님 아버지까지 모두 감사합니다!!"


나는 믿지도 않는 종교를 찾으며 성호를 그었다.


내가 꺼낸 물건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파텍필립 시계! 그것도 스켈레톤 버전! 전생에도 겨우 한 달밖에 못 차본 건데!"


나는 박스를 끌어안고 기뻐서 빙글빙글 돌았다!


택배상자에서 나온 건 전생에도 엄청난 가치를 자랑했던 손목시계. 그것도 완전히 새 것, 고급 가죽 상자에 고스란히 포장된 상태로.


전생에서 내가 유일하게 플렉스했던 물건이었다! 게다가 그때도 신품을 못 구해서 중고 수리 모델을 웃돈 주고 샀었는데, 이번엔 새 제품이라니!


타고 다니던 페라리? 아, 그건 회사 돈으로 렌탈. 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내 쌩돈 주고 슈퍼카를 탈 리가?


그럼 이 시계는 뭐냐고? 솔직히 큰돈 주고 살 가치는 없었지. 전부 브랜드빨에 거품이니까.


하지만··· 시계는 나에게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내가 사회적으로 이만큼 성공했다는 증표.


물론 비싼 걸 차든 싼 걸 차든 아무도 못 알아보긴 했다. 심지어 그런 시계 백만원이면 사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 하지만 이 시계를 차고 있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에게 떳떳했다고.


아무튼, 이거 큰맘 먹고 사고도 얼마 차지 못해서 늘 찝찝했었는데, 지금은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억만 달러를 줘도 안 팔아!


"후우··· 그럼 한번 시착해 볼까?"


잠시 뒤 진정을 찾은 나는, 손목시계를 팔목에 착용하고 조여 보았다. 마치 이 손목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하게 딱 맞았다. 전생에서는 약간 어색했던 기억이 있지만, 이번에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원래 이 자리였다는 마냥.


뭔가 강력하게 버프되는 기분이 든다! 갑자기 차오르는 자신감!


이것도 현대물건인데 숨겨야 하는 거 아니냐고? 1901년에도 손목시계는 있었다! 아닌가? 아직 손목시계들이 너무 조잡한가? 그럼 조금만 더 즐기고 빼야겠다. 몰래 차고 다녀야지.


절대 빼앗길까봐 그러는 게 아니다! 고장나면 못 고치니까!


"잠깐, 그러면 결국 내 추측이 맞았네? 랜덤 박스에서 나오는 물건들은···."


내가 어떤 식으로든 소유했던 것들이란 얘기잖아.


텀블러도 내가 선물로 받은 걸 창고에 넣어놨던 거고, 공학용 계산기도 재밌어 보여서 펀딩했던 물건이었고. 잡지? 당연히 첫 인터뷰가 실렸으니 사놨지.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하지만 이 결과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더 명확히 했다.


"···랜덤 박스에서 천식 약은 절대 안 나오겠군."


천식 약은커녕, 페니실린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아마 운 좋아야 타이레놀이나 종합감기약 정도?


이상하게 전생에서 워낙 건강해서 약을 사먹어 본 적이 거의 없던 나였다. 타이레놀도 비상용으로 쟁여뒀을 뿐,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건강검진도 소홀히 했던 걸지도 모른다.


"결국 의지할 건 이쪽밖에 없다는 거겠지."


랜덤 박스 확정권.


메인 퀘스트를 진행해야 엄마의 천식 약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음식으로 역사를 바꾸는 일이 그렇게 쉬울까?


물론, 미리 생각해둔 방법이 있긴 하다. 내 부자되기 두 번째 계획.


엊그제, 내 단골 공방에서 편지가 왔다. 주문한 기계의 제작이 완료되었으니 와서 확인하라는 내용.


뭘 만들었냐고? 당연히 이 시대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지. 없는 걸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확신했다. 내가 번 돈을 전부 의뢰비로 쏟아부었고, 모자라서 헨리 씨에게 가불까지 받아가며 만들었다.


궁금하지? 한낱 요리사인 내가 뭘 만들 수 있을까 싶겠지? 발명가도 아니고 기계공학 전공자도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그런 나라도 자신 있게 구현할 수 있는 간단한 원리의 발명품이 딱 하나 있었다. 지금도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 사실 내가 필요해서 만든 게 맞다.


냉장고 빼고, 내가 꼽은 주방 필수 가전용품 베스트 1위.


현대의 모든 가정주부와 요리사의 동반자.


상식적으로 이 시대에 왜 아직도 개발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물건.


전동 그라인더.


이게 없으면 솔직히 현대의 양식과 한식 요리 중 삼분의 일은 만들기 정말 귀찮다. 특히, 두부 요리를 할 때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부업이 뭐냐고? 당연히 발명가지. 요리 발명가 쟝 폴 뒤랑. 이 시대에서 큰 돈을 벌려면 무조건 에디슨 씨처럼 발명을 해야 한다고. 크룩스 경도 발명으로 부자가 됐다며?


아무튼 나는 이 발명품으로 영국인들의 식습관을 좀 건드려 볼 생각이었다.




###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옆 건물의 헨리 씨 사무실을 두드렸다.


그는 막 출근해 커피 한 잔을 마시려던 참이었는지, 신사답지 않게 하품을 하며 나왔다.


"쟝 군,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헨리 씨, 변호사랑 알고 계시는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돈 좀 있는 제빵업체 사장님을 소개해 주세요."

"뭐? 자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나는 내가 스케치한 종이를 그에게 살짝 보여 주었다. 전부는 아니고, 아주 일부분만.


"제가 만든 기계장치와 새로 고안한 식품의 특허권을 팔려 합니다. 혹시 투자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기념으로 특별히 헨리 씨에게도 권리를 드리죠."

"갑자기 그게 무슨 얘긴가? 자네가 뭘 또 만들었다고? 설마 치킨 앤 칩스 특허권을 팔려는 건 아니겠지?"

"설마요. 이번 물건은 런던 요리계에 큰 혁신을 일으킬 겁니다. 궁금하시면 인맥 소개부터 해 주세요. 아무리 헨리 씨라도 이번엔 그냥 알려드릴 수 없어요."


나는 그를 재촉하기 위해 한마디 더 덧붙였다.


"하지만 이게 치킨 앤 칩스보다 더 히트칠 거라고 장담합니다. 돈도 더 크게 벌고요. 제 명예와 갈비찜 레시피를 함께 걸죠."


그렇게 만들 생각이었다. 현대에서 배우고 익힌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해서라도.


작가의말

1. 최초의 상업용 전동 그라인더는 1903년 미국 호버트(Hobart) 사에서 개발한 커피 그라인더가 그 시초라고 합니다. 이 회사는 이후 발전된 형태의 믹서도 1908년에 개발했지만, 당시까지도 이러한 기기들은 주로 공장이나 상업용으로 사용되었고, 가정용 블렌더가 널리 보급된 것은 1920년대 이후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부 수동 핸드밀, 수동 미트 그라인더, 수동 커피 그라인더··· 전부 손으로 돌려 가는 것 뿐이었다고 합니다.

1900년대 초반은 현대에서 사용하는 많은 가전제품의 원형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최초의 전기 세탁기는 1901년 미국에서, 최초의 진공청소기는 1901년에 영국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최초의 현대식 건전지인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1901년에, 윌리스 캐리어로 잘 알려진 최초의 에어컨은 1902년입니다, 또한 최초의 플러그와 콘센트도 1904년에 미국에서 개발되었습니다. 이 발명으로 인해 가정용 전자제품들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 소설 제목을 내일 '대영제국의 한식요리사'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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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9

  • 작성자
    Lv.79 ko******
    작성일
    24.08.15 21:42
    No. 1

    잘보았습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9 네크로드
    작성일
    24.08.15 22:18
    No. 2

    공기청정기부터 우선 만들어야하지 않을까요? 가습기하고요.
    필터는 부직포와 숯 같은 것으로 만들고 선풍기와 적당한 통이면 될텐데요.
    런던의 정신나간 공기 생각하면, 꼭 필요할 것 같네요. 천식 환자분도 계시고.
    가습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역시 모터를 이용해서 원형접시들을 돌려주는 증발형 가습기라면 현재 기술레벨에서 어렵지않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주방환기 신경쓰던 현대인이라면 공기청정기가 안마려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찬성: 2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17 낑깡깽
    작성일
    24.08.15 22:25
    No. 3

    그런 생각도 안해본 건 아니지만 그정도의 재료공학 기술이 전혀 없습니다... 부직포 정도로는 미세입자 필터링이 전혀 안됩니다. 또한 내구성도 없구요. 20세기 중반까지도 공기청정기를 만들 기술력이 없습니다. 산업용 헤파 필터도 미국에서 20세기 중반에 소련의 방사능 공격을 걱정하며 연구개발해서 간신히 만들어진 거라고 합니다.

    찬성: 1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17 낑깡깽
    작성일
    24.08.15 22:36
    No. 4

    아 그리고 영국은 가습기가 필요 없는 대표적인 나라라고 합니다. 해양성기후 때문에 스모그가 생길만큼 자연습도가 매우 높습니다...ㅜ 특히 런던은요. 아무튼 장문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69 PnPd
    작성일
    24.08.16 00:35
    No. 5

    나도 빙환후 전생 소지품 가챠 돌릴때 대비해서 핵폭탄 미리 준비해둬야징

    찬성: 15 | 반대: 0

  • 작성자
    Lv.18 nott
    작성일
    24.08.16 04:54
    No. 6

    작가님의 답변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이 19세기 또는 20세기 초기의 시대에서 태어난다면 현대에 사용했던 많은 일상용품들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현대에 사용하던 일상품을 만드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현대의 재료공학 수준을 못 따라오기에 제품의 내구도가 극악입니다. 즉 현대의 일상품을 동일하거나 또는 엇비슷한 수준으로 제작하려면 해당 시기의 재료공학 통상적으로 금속소재 가공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는 한 사실상 불가능입니다.

    찬성: 6 | 반대: 0

  • 작성자
    Lv.16 켈리포늄
    작성일
    24.08.16 07:21
    No. 7

    2차대전 후에 대공황이 한번 더 있다고??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낑깡깽
    작성일
    24.08.16 07:25
    No. 8

    앗 이거 작가가 쓰다가 착각했습니다. 수정했습니다. 2차 대전 전이 맞아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22nd
    작성일
    24.08.16 13:27
    No. 9

    가챠 돌렸더니 페라리 나오면 그건 진짜 웃기겠네

    찬성: 8 | 반대: 0

  • 작성자
    Lv.94 마도폭풍
    작성일
    24.08.16 17:16
    No. 10

    저는 나비효과를 믿지 않습니다. 예컨대 나비효과는 해류나 강물의 흐름을 작은 돌덩어리 하나를 던져서 바꿀수 있다는 말인데 현실은 그저 그 물밑으로 사라지고 그 파장은 원래의 흐름에 삼켜질 뿐이거든요.
    저는 세상이 버터플라이 이펙트가 아닌 메인스트림 이펙트에 의해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 어쩌면 이것은 운명론과도 비슷하겠죠.ㅎ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낑깡깽
    작성일
    24.08.16 17:18
    No. 11

    주인공도 믿지 않고 있습니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EastPill..
    작성일
    24.08.16 20:51
    No. 12

    시승X 시착O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낑깡깽
    작성일
    24.08.16 20:52
    No. 13

    일부러 그렇게 쓴 건데··· 수정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8.19 18:19
    No. 14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u******..
    작성일
    24.08.22 11:18
    No. 15

    믹서기구나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2 shadowx
    작성일
    24.08.25 15:28
    No. 16

    40대 소지품이라면 비아그라도 가능, 그거면 그라인더 따위로 만들 돈을 벌 수 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4 ch****
    작성일
    24.08.30 19:48
    No. 17

    근데 냉장고 만들려면 캐리어를 찾아야..캐리어 이시대 사람 맞나요 근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불생
    작성일
    24.08.31 22:41
    No. 18

    참고로 페니실린은 강력한 항생제이지만 부작용이 있어서 몸에 맞지않는 사람한테는 위험할지 몰라서 걱정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고강민
    작성일
    24.09.07 17:48
    No. 19

    아무리 돈 많건 귀족이건 1차대전때 끌려가지 않았나
    설마 주인공도 가려나
    능력으로 보급은 잘할듯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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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수색 +33 24.09.04 7,333 28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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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불청객 +20 24.09.02 7,724 3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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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만남 +33 24.08.31 8,278 334 14쪽
41 여행 +23 24.08.30 8,464 334 14쪽
40 뜻밖의 보상 +36 24.08.29 8,617 353 14쪽
39 폭탄 선언 +42 24.08.28 8,621 325 15쪽
38 과거 회상 +28 24.08.27 8,673 320 14쪽
37 유혹 +28 24.08.26 8,743 312 13쪽
36 완벽한 탈출구 +24 24.08.25 8,837 3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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