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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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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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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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기연

DUMMY

'이거 완전 소림축구잖아.'


옛날에 그런 영화가 있었다. 주성치가 만든 축구 코믹물. 몽키 스패너로 때리고 무공으로 상대를 조지면서 하는 축구 영화. 그때는 그냥 웃자고 그런 상상한 영화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곰탱이 같던 사내가 저 멀리 때굴때굴 굴러간다.


"신입!"


싸움을 넋 놓고 지켜보고 있던 수완을 향해, 얼굴을 가로지르는 상흔을 가진 같은 편이 소리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공이 때굴때굴 발밑에 굴러와 있었다.


"어?"

"뭐가 어야."


수완은 공을 같은 편에게 되돌려줬다. 그리고 뛰었다. 공간으로.


"패스!"


수완이 말했다.


"그게 뭔데?"

"공 달라고!"

"뭐?"

"아이 쌍! 달라면 주라고!"


수완은 내공을 실어 욕을 했다. 그러자 졸았는지 공을 되돌려 줬다. 수완은 능숙한 발놀림으로 컨트롤한 뒤 발바닥으로 잡아놓았다. 수완은 신이 났다. 방구석에서 경기만 보던 지난날. 얼마나 달리고 싶었던가. 중원에 사령탑. 그게 오늘 나다. 


"흩어져 뛰어!"

"어?"

"그렇게 붙어있지 말고 흩어지라고."


진왕이 무섭게 태클을 해왔다. 청룡십이각인지 뭔지, 아무래도 발목이 완전히 돌아간 사내는 이 인간이 담근 듯 싶다.


수완은 살짝 발재간을 부려 진왕을 피한 뒤, 옆쪽으로 치고 나갔다. 다시 한놈이 날아 차기에 가까운 무언가를 펼쳤다. 이번에도 당황하지 않고 팔괘장과 유도를 적절히 버무려 던져 버렸다.


계속 몰고 나겠다. 진왕 측 모든 인원이 수완을 완전히 봉쇄하려 들었다.


그 순간, 길 하나가 보였다.


'저기구나. 쏘니가 좋아하던 그곳.'


진왕의 가랑이 사이, 그 사이로 정확히 패스를 찔렀다. 킬패스다.


수완이 찌른 패스는 정확히 우리 편 발밑에 닿았다. 그냥 달리기만 했을 뿐인데, 수완이 뿌린 공은 알아서 붙었다가 튕겨 구문 안으로 들어갔다.


"으아아아~~~"


사내는 포효하며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곤륜산 신선이 부리는 도술처럼 상황이 흘러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수완은 그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소곤거렸다. 


"이봐, 눈치챈 거야."


진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 듯 씩씩대며 다가왔다.


"과인에게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찬다라."


수완도 쫄았다. 알 까기, 축구에서 그곳을 내주는 건 상당한 치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쪽은 제 마누라를 외엔, 그 누구에게도 내줘서는 안 되는 공간이니 말이다. 옛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으리.


'힉···'


그러나 다행히도 진왕은 호쾌하게 웃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기발하고도 맹랑한 생각이네. 으하하"


 수완은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꿁고 고개를 내리깔았다.


"우연히 그리된 듯싶습니다."


진왕은 아까 수완이 보여준 발바닥으로 공을 긁는 기술을 따라 하며 말했다.


"그럴 리가. 대단했어. 그나저나 이름도 묻지 않았군. 어디서 왔다고 했지?"

"소인 개봉에서 하 대감 심부름을 온 최수완이라 하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늙은 남자, 그러니까 환관이 수완이 웃옷에서 서신을 꺼내 바쳤다.


"그랬댔지. 내 깜빡했구먼."


진왕은 서신을 읽었다. 기다리던 내용인지 입꼬리를 올렸다.


"모두 모이거라."


진왕이 말했다.


수완을 포함하여 아홉명에 무인들이 진왕 앞에 무릎 꿁었다.


"보름 뒤, 반드시 천자께 우승을 바쳐야 할 것이다."

"네, 전하!"


엄청난 함성이 궁궐을 울렸다. 얼떨결에 수완도 외쳤다.


진왕이 물었다.


"최···?"


환관이 잽싸게 고했다.


"최수완 행수이옵니다. 천금장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그래 행수, 무위가 제법이던 걸? 표사인가 보군."

"아니옵니다, 전하. 천금장은 상행하여 이문을 남기는 상단이옵니다."

"장사꾼이 무예라? 호사가 딸린 큰 곳인가?"

"그러하옵니다. 하지만 소인은 호사는 아니옵고 그저 장사나 해 먹으려고 잔재주를 조금 익혔을 뿐입니다."

"자네의 의견은 어떠한가."


처음에 수완에게 규칙을 가르쳐준 금문완에게 물었다.


"소인이 보기에도 예사 사람은 아닌 듯싶습니다."

"아무튼 잘 되었다. 마침 사람이 한명 부족하게 생겼으니 자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


수완은 즉답하지 않고 안절부절못하는 척을 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위험하긴 해도 우승은 떼어 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그저 알고 있는 전술 몇 개만 풀면 끝, Game shit!


하지만 최대한 뜸을 들였다. 그래야 몸값이 올라가니까. 


"왜 대답이 없느냐? 공짜로 도와 달라는 것도 아니다. 과인이 그리 쪼잔한 사람도 아니고."

"그게 아니라··· 소인은 사실 상행 중이었습니다. 제가 출세하고 싶었다면 매우 기뻤을 것입니다. 하나, 저는 상인.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어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진왕은 수완의 그 말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 짓고는 어려운 말을 씨불였다.


"공자께서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답게 되는 것, 그렇게 되도록 인도하는 것이 정치라 하셨다. 과인에 욕심에만 마음이 쏠려 내 너의 사정을 살피지 못했구나."


수완은 아주 작게, 들릴 듯 말듯 중얼거렸다.


"후~ 비단이 안 팔려 큰일이네."

"방금 뭐라고 하였느냐?"

"아닙니다. 송구하옵니다. 그저 신세 한탄이었을 뿐입니다."

"아니다. 방금 비단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수완은 못이기는 척 사정을 털어놓았다.


"얼른 포목점을 돌아보고 떠나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상선."

"예, 전하."

"모두 사거라."

"아닙니다요. 전하. 그러자고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수완은 가증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어허! 이럴 때는 군소리 하지 않고 받는 게 상전에 대한 예의니라."

"...허, 그래도 어찌."


수완은 얼굴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난감한 표정을 했다.


"어떠냐? 이젠 일이 없어졌지. 아까 말했듯 과인은 그리 통이 작은 사람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내 추가로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


수완은 결국 못이기는 척 말했다.


"황상 폐하와 전하께 반드시 우승을 바칠 것이옵니다."



35화. 기연


"놀지만 말고 틈틈이 무예 연습들 하고 계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내 이미 마당에서 불러 모아 수련시키고 있으니."


호사들은 이제는 조금도 엉겨 붙지 못했다. 심지어 석불태는 안 쓰던 존대까지 했다. 뜻하지 않게 진왕에 최측근인 금군 교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높은 관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이 동네에서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리는 무소불위의 실권을 쥐었다고 한다.


물론 진왕이 향후 황제에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개봉에 거점을 둔 수완에게는 동경에 시선만큼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멀쩡하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저세상을 가는 게 세상이니, 어쩌면···.


'에이씨, 역사 공부 좀 제대로 해둘걸. 과거로 돌려줘도 떠먹질 못해요.'


수완은 금군을 상징하는 붉은 철릭과 요대, 진왕이 내린 진수검을 차고 서안성으로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용모가 수려하여 여인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관복까지 입으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완 뒤에는 인파가 몰렸다.


'···이게 슈퍼스타의 삶인가. 생각보다 피곤하네?'

  

아무튼 연무장에 제일 먼저 도착해 몸을 풀었다. 다시 말하지만 원래 막내가 부지런해야 미움받지 않는 법이다.


곧이어 어제 봤던 선수들이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일찍 오셨소?"


어제 규칙이나마 알려준 금문완이 말했다.


"몇 가지 여쭐 것도 있고 해서. 연습 때 캐물으면 아무래도."

"하하하, 젊은 친구가 태도는 마음에 드는구먼. 요즘 것들은 말이야. 빠져가지고, 사형이랑 한 밥상에서 젓가락질을···. 아, 미안하오. 못 들은 걸로 해주시오."

"···하하하"


수완은 속으로 생각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먼. 근데 저 자식은 먹어봐야 스물 너댓살 정도일 거 같은데 젊어서 저리 꼰스러우면 늙어서는 얼마나 후기지수를 잡아대려나.'


"그나저나 궁금한 게 뭐요?"

"도대체 어떤 대회길래 전하께서 그리도 몰두하시는 겁니까?"

"아, 그거?"


마상에 격구가 있다면 지상에는 축국이 있었다. 남녀노소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좋아하는 놀이라고 했다. 황자들은 젊어서 그런지 공놀이에 환장했다.


명목도 좋았다. 병사들은 무예를 연마하고 지휘관은 병법을 연구하며 친선도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 일종에 재미를 가미한 군사훈련인 셈이다.


"보름 후에 이곳 서안에서 축국 대회가 열리오. 우리 대명에 북방을 지키는 번왕 전하들께서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오시지요."

"북부 컵? 뭐 그런 겁니까?"

"컵? 그게 뭐요?"

"아, 북부 배요."

"맞소. 이번에는 특별히 태자 전하께서 남경에서 오신다고 하셨소. 그러니 전하께서 몰두하실 수 밖에···."

"어···떤? 아···."


수완은 연유를 물어보려다 말았다. 물어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 불과 몇 달 전에도 자기 친형을 악적으로 몰아 죽인 사람과 한배를 타지 않았던가. 차남의 숙명인 듯했다. 재끼거나 아니면 화단에 꽃으로 쥐 죽은 듯 평생을 살거나.


"선수는 어떻게? 직접 뛰십니까?"


대상을 특정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금문완은 알아들었다.


"그 정도로 체통 없으신 분들은 아닙니다."

"다행이군요. 그랬다면 골머리를 앓을 뻔했습니다."


진왕 앞에서는 차마 말을 하지 못했지만,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무위가 형편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최전선을 지키는 번왕답게 적어도 일류 초입 정도는 돼 보였다.


하지만, 신분이 문제다. 그가 선수로 나선다면 다른 번왕들도 뛰려 할 거다. 그렇게 되면 공격이나 할 수 있을까? 태자를 몽둥이로 줘패? 그랬다가 죽기라도 하면?


"정식으로 인사하오. 나는 종남파 이대 제자 금문완이라 하오."

"최수완입니다. 아시다시피 천금장에 속한 상인이고요. 저분들도 다 종남파에서 오셨습니까?"

"그렇소. 그나저나 이 촌닭 놈들은 왜 이리 늦는 거야. 적어도 훈련 시작하기 한 식경전에는 와서 몸을 풀어야지. 하여간 정신상태가 썪어 빠졌어."


금문완은 걸쭉한 욕을 내뱉었다. 마침 그들이 들어 왔다. 종남파 도인들과 다르게 꼬깃꼬깃한 도포를 입은 사내들이었다.


금문완이 혀를 끌끌 찼다.


"저저저저, 옷 입는 꼬락서니를 봐. 도인이라는 놈들이 정결하지 못하게. 색깔은 계집애들도 아니고 쯧쯧쯧"


그러면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야! 화산파, 지금 시간이 몇신데. 이제들 기어 오는 거야. 느그 장문인이 그리 갈키던?"


'잉? 화산파? 매화를 피워낸다는 거기?'


화산파도 지지 않았다.


"쯧쯧쯧, 쌍스럽기 이를 대 없구나. 도인이란 작자가 비방이나 일삼는 추태라. 하긴 무식하게 휘두르기만 하는 놈들이 뭘 알겠어. 안 그러냐?"

"화웅 사형, 말 섞지 마시오. 아침부터 똥물 묻은 일 있소?


'뭐야? 여기도 싸워?'


수완은 정신이 혼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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