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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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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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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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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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개판

DUMMY

마운이 도지휘사를 끝장내려던 그때,


갑자기 언덕 위가 밝아지며 함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얼굴에 흉터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승려들이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남소림사에서 모은다던 파계승들이 분명했다.


“대인을 구출하라!”


마운은 도지휘사부터 마무리 짓고 땡중들을 상대하려 금무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땡중이 던진 염주에 검로가 살짝 틀어져 도지휘사를 제대로 베지 못했다.


“대인, 이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왔습니다.”

“원봉대사가 보냈는가. 잘 왔소.”

“그렇습니다. 대인.”


그러고 보니 언덕 위에 땡중 한놈이 똥폼을 잡고 서 있었다. 담은사 주지였다.


“파계승 주제에 스님 행세는 더럽게 하고 다니는군.”

“관세음보살.”

“지랄하고 자빠졌네. 무슨 수행을 한다는 놈들이 저리도 퉁퉁해.”


수심명에 땡중들. 얼마나 기름질걸 처먹고 다녔는지 배때기에 기름이 잔뜩 껴 판다를 닮았다. 절대 풀떼기만 먹고 만들 수 없는 수준. 


“오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내 손수 내릴 것이다.”


정 가운데 있던 스님이 손짓하자 땡중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소나한진(小羅漢陣)을 펼쳐 적을 가루로 만들어라!”


무림 태두 소림사에 유명한 게 여럿 있지만, 진법 중에선 백팔나한진을 꼽는다. 108명의 무승들이 한 몸처럼 칼 같은 동작으로 펼쳐내는 진법.


“나한진 앞에서는 천마가 재림한다 해도 살아남지 못한다.”


백명이 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비밀은 지금 펼치는 열여덟명에 움직임에 있다.


무승이 홀로 싸우는 걸 제외하고, 가장 작은 단위를 이루는 소나한진.


열여덟명의 무승들은 모든 일상을 함께 공유한다. 밥도 같이 먹고 훈련도 같이 받으며 똥도 그럼 같이? 그건 아닌가.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열여덟명을 하나로 묶어낸 십팔나한진을 완성하고, 다시 여섯으로 묶어 백팔나한진을 만든다.


이때 또 다른 핵심으로 역활 부여를 꼽을 수 있다. 한명은 단 하나의 역활만을 수행한다. 찌르기 담당이면 오직 찌르기만, 방어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왜? 옆에서 살을 부대끼는 동료가 막아주리라 믿는 거다.


앞줄에는 권법을 익힌 무승들이 섰고, 그 뒷줄에는 봉술을, 양옆으로는 권법가와 봉술가가 둘둘 짝지어 사각을 보호한다.


“으아압”


땡중들은 한 몸처럼 빠르게 마운에게 돌진해왔다. 마운이 뒤로 몇걸음 물러서 빈틈을 찾으려 했지만, 어느새 포위당했다.


소나한진의 머리 역활을 하는 땡중이 말했다.


“사형을 죽인 것도 네놈이지!”

“글쎄? 누굴-”


대답을 듣지도 않고, 사방에서 권법을 쏟아냈다. 마운은 몇 대를 허용하고 일부는 막았다. 그러자 곧이어 봉술이 위에서 날아왔다.


촤자작!


마운은 팽이처럼 빙그르르 도는 연꽃무를 펼쳐 봉술을 받았다.


‘다행히 개개인 무위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모양이야.’


마운은 앉았다 일어나는 탄력을 이용해 치타보를 펼쳐 위로 솟구쳐 오르며 싸움에 적당한 지형을 탐색하며 도망갔다.


“남자답게 겨루어라.”

“수십명이 이 몸 하나 잡겠다고 몰려와서는, 이러는 게 남자다움을 논하느냐.”

“우린 하나다.”


마운은 비탈에 등을 대고 금무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태극의 원리를 떠올렸다. 상대의 힘을 흡수하고, 그를 이용하여 다시 돌려주는 것.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태극권의 첫 번째 동작인 기세를 취했다.


“들어 오거라.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겁대가리 없는 놈. 본때를 보여주지.”


땡중들은 일제히 돌진했다. 움직임이 빠르고 강렬했다. 공격이 날아들었다. 마운은 부드럽게 몸을 돌려 공격을 흘리고, 손은 물결처럼 움직여 상대를 끌어들여 되치려 했다.


땡중들은 각자 맡은 역활을 충실히 수행하며 연타를 해왔다. 마운에게 끌려가거나 말거나 왼손 찌르기가 실패하자마자 곧바로 오른손 찌르기를 내질렀다. 분명 되쳐질 텐데도 말이다.


“정말 한 몸 같구먼. 재미있어. 헉헉”


마운은 흥분되는 기분을 느끼며 숨을 헐떡였다.


의례 무림에 고수라면 혼자서 십팔나한진을 뚫어냈다는 둥, 백팔나한진을 물리쳤다는 소문이 돈다. 그러니 나름 고수라 자부하는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들끓는 건 당연했다.


‘어쩌면 초절정에 닿을 기회일지도 몰라.’


그러나 상황은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진법을 파훼하려 했지만 좀처럼 길이 보이지 않았다


진법은 원래 건물을 세우는 것처럼 서로 맞물려 한 꼭지만을 무너트리면 대부분 삽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화살처럼 쏘아 찌르는 쾌검이나, 한방한방 묵직하게 몰아치는 중검이 적당하다. 하지만 마운은 그 둘 모두 해당하지 않는 무당의 태극 무공을 기반으로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마운이 공격을 허용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


결국 스스로는 십팔나한진을 뚫어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천금장에 무인들이 도지휘사의 군졸들을 완전히 물리치고 도와줄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마침 거의 정리가 되었을 시간.


마운은 한두대쯤은 허용할 생각으로 내공을 담아 외쳤다.


“평아!”


소리를 들었는지 어둠을 뚫고 누군가가 달려왔다.


“혼자서는 무리다. 조금 더 버틸 수 있으니 전열을 가다듬어서 땡중들의 뒤를 노려라.”


그러나 그 남자는 십팔나한진을 지나치고, 그대로 날아 도지휘사를 찔렀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접비봉침(蝶飛蜂針)


마운은 그 사내가 누군지 단박에 눈치챘다. 자신이 가르쳐준 제운종을 펼치고 있으나 처음 보는 움직임. 수완이었다.


수완의 검이 도지휘사의 어깨에 박혔다. 목을 노렸으나 미숙하여 그리되었다. 검을 빼내 다시 찌르려 하는데 도지휘사가 앞으로 쑥 다가오더니 권법을 날렸다.


컥!


수완은 복부에 주먹을 허용하여 흑검을 놓았다.


“이 기생충 같은 놈! 살아 돌아가기만 한다면 이 산에 불을 질러서라도 모두를 도륙 내겠다.”


도지휘사는 으르렁거리며 어깨에 밖인 검을 뽑더니 돌진해왔다. 마치 분풀이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위에서 아래로, 사선으로 베었다가 올려 베고 어쩔 땐 각법을 섞었다. 움직임이 매우 부드러웠다. 공짜로 장군이 된 건 아닌 모양. 무림 식으로 급을 나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절정 초입 수준의 무예는 가지고 있는 듯했다.


“나 소방정이 여기서는 안 죽는다!”


도지휘사가 울분을 토하며 공격을 이어갔다. 어찌나 서늘한지 기세에 눌러 주눅이 들 정도.


수완은 마운이 알려준 안평심법을 아주 짧게 시전하여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회를 노렸다.


‘메치기로 대응한다.’


마침 도지휘사가 몸을 크게 쓰며 찔렀다. 수완은 몸을 돌려 피하고 도지휘사의 옷깃과 찌르는 손을 같이 잡아 메쳤다. 


‘태극검의 묘리가 여기에서 적용되는구나.’


어느 때보다 유려하고 빠르게 넘어갔다.


쿵!


바닥에 널브러진 도지휘사는 돌 바위에 머리가 찌어 피를 철철 흘렸다. 수완은 방심하지 않고 흑검을 든 손을 완전히 꺾어 어깨를 뽑아버렸다.


으드득


“아!!!”


그때였다. 박하향이 난데없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며 남궁진청이 나타나 수완의 어깨를 잡았다.


“도지휘사 어른, 이런 잔챙이는 제가 상대할 테니 어서 자리를 피하시죠.”


갑작스러운 진청의 등장에 깜짝 놀라 도지휘사를 놓아주었다.


“자네 대체 어디 갔다 온 겐가?”


도지휘사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원군을 부르러 갔었죠. 어서 피하시지요.”

“역시 그렇단 말인가.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진청이 수완에 앞에 섰고 도지휘사는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수완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그 순간, 남궁진청이 칼날이 뒤로 오도록 잡고 그대로 도지휘사의 복부에 찔러넣었다.


커엌, 털썩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진청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악적은 내가 잡았으니, 홍삼 한 근 추가.”



25화. 개판


남궁세가의 무인 수십명이 들이닥쳤다. 남궁진청은 내공을 담아 외쳤다.


“무림맹에서 나왔다. 남소림사에서 도망친 파계승, 너희가 도지휘사를 척살하려 했다는 첩보들 입수했다. 순순히 따르면 단전을 폐하고 뇌옥에 처박는 선에서 마무리하겠다.”


십팔나한진을 펼치던 땡중들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사방으로 눈알만 굴렸다. 그 틈을 노리고 마운은 진법을 빠져나와 천금장의 무인들과 합류했다.


“장 부장.”

“네, 장주님.”

“우리가 할 일은 끝난 듯싶으니 빠르게 퇴각하라.”

“모두 퇴각하라.”


천금장의 무인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는 사이 남궁세가 무인들이 몰려오더니 떙중놈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십팔나한진이 대단하긴 하나 쪽수 앞에서는 장사 없다. 개떼처럼 몰려드는 남궁세가 무인들에게 사정없이 썰려 나갔다.


수완이 물었다.


“남궁진청,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나?”

“그건 아니야. 다만 일은 그르칠 수 없기에 준비한 것뿐이지. 그냥 뒀다면 천금장도 큰 피해를 보았을 거야.”


진청은 시선을 여전히 전장에 둔 채 답했다. 수완은 고개를 떨구며 물었다.


“그렇다면 맹의는 아직 유효한 것 맞나?”


마음만 먹는다면, 천금장까지 같이 엮어 버릴 수도 있는 일. 함정을 피하려고 꾀를 냈는데, 호랑이 아가리 속으로 제 고개를 들이민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남궁진청이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수완을 바라보았다.


“이 친구 머리 잘 돌아가는 줄 알았더니 왜 이래? 실망인걸?”

“???”

“내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나?”

“아닌가?”


수완은 이를 꽉 깨물었다.


“자네같이 영특한 사람이 감정에 휩쓸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니. 참 재미있어? 값을 치르래서 치렀는데 무슨 바보 같은 생각인가.”


수완은 그제야 깨달았다. 남궁세가가 원하는 건 처음부터 내공. 그의 말처럼 정말로 값을 치른 것뿐이다. 이제는 수완이 주문받은 상품을 내어줄 차례였다.


“고마우면 한근 더 얹어주던가. 스무근이 딱 떨어지고 숫자가 예쁘잖아.”

“그래 뭐. 좋을 데로 하라고.”


사실 수완은 애초부터 스무근을 맞춰줄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사업이든 흥망성쇠는 재구매율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떄문. 얼마나 단골을 확보 하느냐 싸움이다. 새로운 고객 한명을 만드는 것 보다 이미 우리 상품을 경험한 기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훨씬 쉽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을 감동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주는 게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다. 수완은 이를 노리고자 열여덟근을 제안한 거다. 물론 진청을 욕해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 이렇게 쉽게? 어째 힘 빠지는 걸. 엌엌엌”


남궁진청은 호탕하게 웃었다.


“일 공자님. 수괴를 데려왔습니다.”


담은사 주지가 복날에 개처럼 두들겨 맞아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끌려 왔다. 원봉대사는 남궁진청을 향해 침을 뱉었다.


퉤!


“이거 놓아라. 이 사실을 알면 소림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게다.

“재밌군. 그런 것도 내가 생각하지 않고 움직일 사람처럼 보이나?”

“뭐, 뭐?”


주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자 진청이 주지의 가사를 정돈해 주며 말했다.


“그래도 그동안 수고 많았어. 덕분에 우리 가문이 절강성까지 세를 확장하게 되었으니 말이야. 편히 가시게. 주제 파악 못하는 아둔한 땡중아.”


진청이 손을 뻗어 주지의 모가지를 움켜쥐자 무인이 아닌 그의 경추가 바스락 부러져 버렸다.


그 모습에 수완은 깜짝 놀라 남궁진청을 빤히 보았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잔인해서?”

“그게 아니라.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

“너 대체 누구야?!”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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