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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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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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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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이게 뭡니까

DUMMY

수완은 멀찍이까지 주의 깊게 내다봤다.

비록 장애가 있어 경계 근무를 서본 적은 없으나 아군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살폈다.


그런데,


어느 나무가 조금 이상하게 떨리고 있었다. 뭐랄까? 자연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조금 다른 이질감. 다른 나무들은 부드럽게 살랑살랑 흔들리는 반면, 그 나무만큼은 가만히 멈춰있다가 파르르 떨리기를 반복했다.


‘새 둥지라도 있나?’


수완은 그곳을 유심히 바라봤다. 하지만 수풀이 무성하여 제대로 분간 하기 어려웠다.


그때였다. 나뭇잎 사이로 무언가 반짝였다. 수완은 직감했다.


‘살수다!!!’


마운과 장평에게 알리려 고개를 돌렸다.

이런 젠장, 긴장을 완전히 푼 상태. 심지어 마운은 운기조식에 들려 했다.


“기습이다!”


수완은 하단전에 힘을 주어 외쳤다. 새들이 날아갈 정도로 엄청나게 큰 소리로. 그러고는 곧장 고개를 돌려 그 곳을 바라봤다.


‘아뿔싸, 이미 쐇구나.’


더는 고민하지 않고 그대로 박차고 나갔다. 그곳과는 거리가 대략 일 리 반(200m) 정도였으니 꽤 멀었다.


제일 처음 보았던 산적 두목의 경공을 떠올렸다. 곰탱이이 같던 거대한 몸집이 무색하게 나비처럼 날아오르던 날갯짓.


그랬더니 믿기지 않게도 수완 역시 나뭇잎을 발판 삼아 앞으로 쭉쭉 뻗어나갈 수 있었다.


검은 복면이 보인다. 살수의 한쪽 눈을 조준했다. 두목처럼 팔을 쭉 뻗는다. 나비처럼 날았으니 벌처럼 쏠 차례이다.


“이 비겁한 자식!”


적을 무찌르고 살아남는다면, 이 기술을 접비봉침(蝶飛蜂針)이라 이름 지으리.


휙!


살수는 당황하며 황급히 빈 석궁을 들어 수완이 뻗어낸 공격을 받아내려 했다.


팍!


수완이 쥐고 있던 나무 막대기와 석궁이 부딪혔다. 나무 막대기 가운데가 부러질 법도 한데 폭약이라도 심은 듯 일자로 쪼개지며 흩어졌다. 덕분에 살수의 오른쪽 눈에 파편이 박혔다.


“으으읔”


살수는 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작은 신음조차 지르지 않았다.


“왜 우리를 노리는 것이냐.”


수완은 나무 아래에서, 여전히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살수를 노려봤다.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현대의 저격수처럼 나뭇가지를 꽂아 완벽히 자연과 동화를 이루었다. 얼핏 봐서는 존재를 모르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살수는 잠깐 당황하다, 망가진 석궁을 버리고 나무 아래로 뛰어내리며 검을 뽑았다.


수완은 뉴스에서 칼 들고 거리에서 설치던 사람이 떠올랐다.


‘한번 걸리기만 해봐.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의족으로 바닥에 메다 꽂아 버릇을 고쳐주지.’ 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고 다녔다.


하지만 직접 맞닥뜨리니 위압감이 대단했다. 손을 뻗어 다리 걸어 넘어 트릴 경로가 보였으나 섣불리 몸을 낼 수 없었다. 찔리거나 베이면 즉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두 번 죽기는 싫어.’


“이럴 줄 알았으면 단검이라도 빌려 올걸. 너무 마음만 앞섰어.”


수완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 순간, 살수가 먼저 돌진해 왔다. 어찌나 쏜살 같은 지 순식간에 코앞에 붙었다. 수완은 겨우 허리를 숙여 검날을 피했으나 살수는 틈을 주지 않고 능숙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수완은 있는 힘껏 제운보를 펼쳐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욕지기를 내뱉고 마치 건달이라도 되는 양 상의를 바닥에 벗어 던졌다.


“이 살인자 놈! 뒤질래!”


허세냐고? 맞다.

그럼 절체절명에 순간에 도대체 왜 그러냐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상대는 그냥 보기에도 프로 암살자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수완은 맨손이지만 살수는 검을 들었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백번 싸워 백번 지는 게 당연하다.


‘머리를 굴려야 해.’


수완은 계속해서 상대를 약 올리면서 무기가 되어줄 걸 찾았다. 그러자 한 가지 이길 수 있는 상황이 그려졌다.


조금 더 물러서 큰 나무에 등을 기댔다. 맨몸이라 거친 나무껍질이 느껴졌다. 시선을 살수의 반사되지 않는 검에 둔 채, 입으로는 도발을 계속했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흔들어 놓기 위해 패드립도 서슴지 않았다.


“병신 새끼. 너 고자지? 니네 엄마가 너 고자인 거 아시니?”

“...”

“알아 올라? 벙어리야? 얼굴도 지읏같이 생겨서 가리고 다니는 거지? 여자랑 해보긴 했냐?”

“네 엄마가 너 그러고 다니는 거 아셔? 뭐? 엄마가 창녀라고?”


그 순간, 살수의 차가웠던 눈빛이 부글부글 끓는 화기로 바뀌었다.


“오늘 너는 죽는다.”


작게 내뱉고는 천천히 한 발을 떼었다가 순간적으로 도약하며 검을 내질렀다. 공격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하지만 수완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어림없지.’


수완은 나무 뒤로 미끄러지듯 빙그르르 돌아 피했다. 검 끝이 자신이 서 있던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손목을 잡아 몸을 비틀어 팔을 부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살수의 몸놀림이 빨랐고, 급기야 몸을 돌려 수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팍!


수완은 고개를 좌우로 기울여 치명타만을 피하면서 기회를 노렸다. 마침 살수의 커진 몸동작이 보였다. 수완은 즉시 품 안으로 파고들어 손바닥 두툼한 부분으로 내공을 실어 올려 쳤다.


살수의 강냉이가 후드드 휘날린다. 뒤로 넘어지려는 살수를 잡아채어 끌어당기고는 연타를 후려쳤다.


두시! 두시! 두시!


아직 무공보다는 18년 전 익힌 몸놀림이 더 익숙하다. 아구창에 묵직한 몇 방이 사정없이 꽂혔다.


강냉이 머신 최수완, 왕의 귀환이었다.


살수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고통이 동시에 서렸다. 검을 격렬히 휘둘러 어떻게든 수완의 강한 아귀에서 빠져나가려 애썼다.


그리하여,


“읔, 더럽게 아프네.”


수완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칼날에 팔뚝을 베어 잡고 있던 살수를 놓쳤다.


‘이번 생엔 팔이야? 안돼. 지켜야 해.’


수완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기로 마음먹고, 한쪽 주먹에 아직 쥐고 있던 돌멩이를 느꼈다.


기회는 단 한 번.


휙!


살수의 검을 향해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살수는 검을 휘둘러 돌멩이를 쳐내려 했다.


그 순간 수완이 튕겨 나가며 검을 든 오른손을 휘감아 가뒀다. 그리고는 등을 상대에 가슴에 붙여 어깨로 지지대를 만들고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 꺾었다.


‘겨드랑이 대 팔 꺾기.’


우두둑!


쿵!


“으아앜”


팔 빠지는 소리,

살수의 머리가 바위에 처박히는 소리,

그리고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수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에 들린 검을 완전히 돌려 그대로 목구멍 안으로 쑤셔 넣으려 했다.


“아니, 잠깐만—”


살수는 다급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수완은 멈추지 않았다.


“으어어컼.. 커컥커컥!”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핏물이 애절한 비명을 빠르게 흡음해 갔다. 인간에 푸닥거리에 새들은 자리를 비켜주며 수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수완은 여러 가지 복잡미묘한 감정에 몸을 떨었다.


안도감, 희열, 쾌감, 슬픔, 고통, 두려움.


그러나 승리했지만 살인했다는 죄책감이 무겁게 짓눌렀다.


‘내가...’


수완은 아직 감지 못한 살수의 눈꺼풀을 감겨주며 중얼거렸다.


“선택에 여지가 없었어. 무림이잖아.”


무림인 최수완에게 속삭였다.



17화. 이게 뭡니까


운기조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곧게 나아가기 위에서는 어느 정도 속도와 일정한 리듬에 맞춰 호흡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바퀴에 누군가 돌멩이를 던진다면? 올라탄 사람이 크게 다치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쿨럭!


마운은 내상을 입어 피를 토했다.


“장주님!”


수완이 황급히 달려왔다. 심지어 장평은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그 바람에 머리를 바위에 부딪혀 기절했다 겨우 정신만 차린 상태.


“피하시지 못하신 겁니까?”

“그래. 쿨럭! 장평아 괜찮느냐?”


장평은 바닥에 누워 힘없이 가슴을 두드렸다.


“당연하죠. 제가 누굽니까. 장삼봉 진인의 당숙 조카 사촌의 아들 조화검 아닙니까. 이 정도 상처는 어림없습. 쿨럭. 으..”

“말은 청산유수구나. 쿨럭!”


장평이 다 죽어가면서도 말을 건넸다.


“수완아, 걱정할 것 없어. 이 정도 상처는 무림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싸움은 처음이지. 형 너무 걱정 말아. 끄떡 없을테니.”


그런데 갑자기 형이라고?


“쾌차하십시오. 조화검 어른.”

“어허, 거리감 느껴지게 왜 이래. 그냥 형이라고 부르시게.”

“네?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너랑 얼마 차이 안 나. 올해 서른둘이야.”

“네?”


수완은 놀란 토끼눈을 하고 마운을 바라봤다.


“장주님께서는 춘추가 어찌 되시는지요?”

“지천명인데?”

“???”


수완은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그리고 한동안 먼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엥? 저 얼굴이? 옛날 사람들이라 그렇겠지?“


마운과 장평은 수완의 예상보다 한참 젊었다. 적어도 스무살쯤은. 마운은 일흔에 가까운 중늙은이로, 장평은 마흔 후반 어디쯤이라고 생각했다. 측은한 눈빛을 그들에게 보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이 정도로 무너질 내가 아니야. 하하하 쿨럭.”

“그건 그렇고 그 검 못 보던 건데? 살수를 처치하고 오는 길인 게야?”


마운이 반사되지 않는 검을 보고 물었다.


“아, 그렇죠. 저쪽에 있습니다. 한번 보셔야 할 듯싶은데, 움직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마운은 끌끌 웃으며 말했다.


“봇짐에서 죽엽청 한 병 가져오거라.”

“...”


*


“옷을 벗겨라.”

“???”


수완이 혐오의 눈빛을 보내자 마운이 설명을 해줬다.


“살수는 모든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딱 하나는 남긴다.”


살막은 점조직으로 이루어져 있고 살수는 늘 복면을 쓰고 다니니 길거리에서 마주친다 해도 서로를 알아볼 수 없다. 사정이 그러하니 피아식별이 어렵다.


“그래서 몸 어딘가에 자신이 속한 살막을 표시하는 문신을 남기지.”

“아··· 전 또, 취향이 그쪽이신가 오해했습니다.”

“미친놈.”


아무튼 살수의 빤스까지 홀랑 벗겼다. 그랬더니 마운의 말처럼 문신 하나가 나왔다.


‘허리에 나비? 취향 한번 독특하구먼.’


마운은 봇짐에서 종이와 붓을 꺼내 베껴 그렸다.


‘이 양반에게 제법인걸? 레오나르도 다빈치 뺨치잖아.’


솜씨가 대단했다. 사진으로 남겼다고 해도 좋을 만큼. 살수의 앞뒤 용모파기가 순식간에 그려졌다.


“살수와 땡중이 한패였을까요?”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 하지만 우연히 마주했다고 보는 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군. 둘이 같은 편이었다면 진작에 이 몸을 노렸을 테니까.”


살수 역시 땡중이 외던 불경 때문에 한동안 정신 차리지 못하지 않았을까?


“누가 보냈을지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들 해보거라.”


장평이 말했다.


“주지 아니면 도지휘사 아니겠습니까? 역시 비밀창고를 지키던 마군을 살려두는 게 아녔습니다.”

“수완이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다만,”

“다만?”

“홍삼에 위력을 눈치챈 남궁세가, 그리고 철주환을 노린 제 3의 세력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에이 설마~”


장평이 인상을 구겼다. 남궁세가가 어떤 곳인가. 협의로 가득한 정파 구파일방, 오대 세가 중 소림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곳이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천금장은 남궁세가에 잘해주면 잘해줬지 못 해준 건 하나도 없었다.


“아니다. 수완이 생각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구나. 일단 그쯤에서 마무리하고 빠르게 천금장으로 돌아가자.”

“예, 장주님.”

“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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