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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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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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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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개판

DUMMY

연무장에 모인 호사들.

큰 작전을 목전에 두고 있어 그런지 어느 때보다 열기가 후끈했다.


호사부 무인들은 마운이 실전에 맞게 손 본 ‘마가식 태극병기무’을 기반으로 훈련한다.


그 훈련에는 검법, 도법, 사법 등 과목이 다양하나, 상행 호위를 목표로 하기에 부피가 큰 창술은 다루지 않는다.


“수준에 맞는 부원끼리 짝을 지어라. 지금부터는 대련을 펼칠 것이다.”


장평에 호령에, 호사부원은 아니었지만 수완 역시 적당한 상대를 골라잡았다.


“규돌이, 오늘은 나랑 한판 어때?”

“호사도 아닌 놈이, 웃기는 자식이야. 어디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딱! 딱! 딱!


목검이 부딪치고, 그 사이사이를 장평이 지나다니며 지도했다.


“태극검은 따로 정해진 초식이 없어. 태극이 망가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움직여라.”

“네!”

“너무 뻣뻣하고 움직임이 과해.”


그때, 마운이 연무장에 등장했다. 장평은 재빨리 다가갔다.


“오셨습니까?”

“잘하고 있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 부장이 늘 수고가 많아.”


마운은 장평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눈으로는 수완부터 찾았다.


유려한 몸놀림, 하늘이 내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천부적인 재치가 마음을 울린다.


수완을 상대하는 자도 천금장 내에서는 한따가리 하는 무인임에도, 무예에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은 수완에게 쩔쩔매고 있었다.


'욕심을 억누르기란 참으로 힘든건데··· 대단하구먼.'


마운은 감탄에 감탄을 연달아서 했다.


내지르는 건 분명 속 시원하다. 제대로 걸리면 결과 또한 통쾌하니까. 그렇게 가르치는 문파도 있다. 대표적으로 화살처럼 쏘아내는 점창파가 그렇다.


하지만, 무당의 태극검은 선공보다는 되치기를 중점으로 하는 검법이다. 상대의 공격을 흘리거나 살짝 돌아 역공을 가하는 식이다. 이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했다. 이는 무당의 무공이 무위자연, 즉 자연에 순응하라는 태상노군의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다.


“저도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장주님께서 한때나마 직접 가르치셨다고는 하나,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릅니다.”

“어느 정도나?”

“조만간 호사부에서 우뚝 설지도 모릅니다.”

“자네까지도?”

“···흠”


장평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장주님의 오른팔이자 장삼봉 진인의 당숙 조카 사촌 아들인 조화검 장평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오른팔은 서 총관이네.”

“그런 왼팔.”

“요즘 양 부장이 판매 솜씨가 좋아.”

“···오른 다리라도.”


 

23화. 개판


마운 일행은 남궁세가로 향했다. 절강성 도지휘사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호사부에 가용할 수 있는 무인 스무명을 동행시켰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이다. 천금장주.”


남궁천은 환한 웃음으로 마운 일행을 맞이했다.


“이리 환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가주님.”

“피곤하신 건 알고 있으나 소개해 드릴 사람이 있으니 우선 가주전으로 드시지요.”


마운은 턱수염을 쓸어 넘겼다.


“수완이는 따르고, 장 부장은 수하들을 데리고 쉬고 있거라. 알고 있겠지만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니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하라.”

“네. 장주님. 걱정 마십시오.”


마운과 수완은 남궁천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이는 대략 마흔 줄, 비단으로 만들어진 철릭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사내 역시 보통 집안사람은 아닌 듯 보였다.


상견례는 모두와 일면식이 있는 남궁천이 주도했다.


“이쪽은 천금장 주인 마운 대협입니다. 소문으로는 무당의 직계 제자라고 하더이다. 맞소이까, 장주?”

“파문 당한 지 오랩니다. 그저 장사꾼으로 기억해주시지요.”


마운이 포권을 취했다.


“반갑소이다. 소방수라 하오.”

“···?”


마운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남궁천을 바라봤다. 그러자 남궁천이 재빨리 덧붙였다.


“생각하시는 바가 맞습니다. 여기 계시는 분은 현 도지휘사 소방정의 동생 되십니다. 참고로 본인과는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기도 하고요. 하하하”


남궁천이 소방수와 어깨동무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도지휘사는 절강성에 군사를 총괄하는 고위직으로 공식적으로는 황제가 임명한다.


하지만, 중원 땅은 워낙 넓은 데다가 각양각색의 군졸들이 모이기에 보통은 그 지역에 유력 가문에서 도맡아 한다. 더욱이 지금은 새로운 황실이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 보면, 한 가문에서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 다른 형제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명문 소가의 차남으로 태어난 방수.

더 이상 방정에 그늘에 가려, 화단에 이름 없는 꽃으로 남고 싶지 않은 사내였다.


“아버지, 저 아이가 끝내주는 소설을 써낸 자입니다.”


딱딱해져 서로 섞이지 못하고 있던 공기, 그 사이를 남궁진청이 불쑥 끼어들어 휘저었다.


“오호! 이번에도 공자인가. 일전에 보았을 때도 총기가 하늘을 찌르더니 다시 봐도 눈빛에 생기가 도는구려. 긴장할 것 없네. 여기 있는 모두가 자네 소설에 이미 매료되었으니. 하하하”


남궁천은 앞니를 훤히 보였다. 일부러 크게 웃는 듯싶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최수완입니다.”


상석에는 배분이 가장 높은 소방수가 앉았고, 남궁천과 마운이, 진청과 수완이 마주 보고 양옆으로 줄지어 앉았다.


하지만 아직 굳어있는 분위기가 모두 풀린 건 아니었다. 워낙 사안이 사안인 지라... 일 공자와 맽은 협약만 믿고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마운은 준비해온 화두를 쏘아냈다.


“대인과 가주님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논의에 앞서 맹의를 남겼으면 합니다.


그의 품 안에서 나온 문서. ‘탐관오리를 척결한다.’ 라고 적혀있고 그 옆에는 마운의 이름이 보인다.


다시금 정적이 흘렀다.


“...에헴.”


그저 종이 쪼가리가 될 수도,

서로의 신의를 확실히 해주는 징표일 수도,


그도 아니라면, 평생 자신들의 모가지를 옭아맬 개목거리가 될 수도 있는 문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은 미래에 닥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위협을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특히...


“하하하 좋소이다. 내 사내요. 당장 수결하지.”


소방수는 붓을 휘갈기며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상황이 이러하니 남궁천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남궁천은 서로 다른 이의 이름이 들어가도록 맹의를 세등분으로 잘라 서로에게 건넸다.


“분위기가 과하게 딱딱해졌소이다. 느긋하게 차나 한잔 마시며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봅시다. 진청아, 네가 직접 가져오거라.”

“네, 아버지.”


잠시 후 차와 다과가 들어왔다. 쟁반 모습이 조금 특이했는데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향이 좋을 겁니다.”


진청이 차를 직접 우리는 동안, 남궁천은 쟁반에 요상한 모양으로 다과를 놓으며 운을 떼었다.


검은 과자는 도지휘사를, 누런 반죽에 둘러싸여 있으나 안에 든 팥이 비쳐 보이는 건 남소림사를 상징한다.


붉은 과자는 남궁세가요, 흰 건 천금장이고, 마지막 푸른 건 소방수를 뜻했다.


“악적과 남소림사와의 더러운 결탁을 발견했소이다. 남궁가의 무인이니 직접 나설 수는 없으니, 천금장 역할이 중요합니다.”

“예상하던 바입니다.”


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명아, 대인과 장주께 자세히 말씀드리거라.”

“네, 아버지.”


남궁진청이 포권을 취하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첩보에 의하면 남소림사에서 파계승을 불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구족계(具足戒)를 어기고 파문당한 그들을 불러들이는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악적과 결탁한 것일테지요.”


“빠르게 진행해야겠군요.”

“그렇습니다. 마침 악적이 저희 가문에 마수를 뻗히고자 하였으니, 더러운 창고를 털어간 범인을 잡았다는 빌미로 안휘성으로 유인할 생각입니다. 그때를 노려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것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계획.


악적도 더러운 짓으로 모은 재물이니 공식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절강성을 벗어났으니 수하도 부릴 수 없다. 게다가 남궁세가의 말이라면 의심 없이 달려올 것이며 소방수가 곁에 있으니 마무리 또한 깔끔할 것이다.


“제대로만 움직인다면 아무런 증좌도 남지 않게 될 겁니다.”

“과연 일 공자십니다.”


마운은 과하게 표정 연기를 하며 진청을 칭찬했다.


“더러운 악적놈에게 누가 소식을 전한 겐가?”

“제가 직접 갈 생각입니다.”


진청이 한발짝 나섰다.


“믿음직스럽군. 남궁가에 장남이 간다면 욕심이 그득한 방정이 놈도 의심치 못할 게야.”


‘형제간에 골육상쟁을 저리도 기뻐하다니.’


소방수가 박수까지 쳐가며 기뻐했다. 친형을 죽이는 건데도 말이다.


수완은 소름이 쫙 끼쳤다.


*


어둠이 깔린 밤.

밤안개까지 잔뜩 끼었다.


“형님, 역시 안휘성은 남궁세가가 꽉 잡고 있나 봅니다.”


수완이 말했다.


“그러게. 주살하기 딱 좋은 장소가 아니더냐. 더군다나 위치가 절묘해. 절강성과 안휘성 경계가 불분명하니, 사달이 나더라도 서로 네 구역이니, 내 구역이니 싸우다 흐지부지될 게야.”


마운과 호사부 무인들은 복면을 뒤집어쓰고 언덕 위에서 매복했다.


그런데 장평의 얼굴이 조금 이상해졌다. 겨울 초입에 들어섰음에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몸을 베베 꼬았다.


“형님, 또 배가 아프십니까?”

“마려운 거 같기도 하고.”

“아까 다녀오지 않으셨습니까.”

“그, 그렇긴 하지.”


그 모습을 보자 마운이 눈치채고 속삭였다.


“모두 일각 동안 안평심법에 들어간다.”


마운이 직접 개발한 내공심법. 다른 효과는 없고 오로지 마음만을 편안케 해준다.


아무리 살육에 이골 난 무인이라도 싸움은 두렵다. 잠깐 실수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 말이다. 대부분 문파에서는 이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못난 놈. 어찌 성정이 그리 약한 게야. 그래서 칼밥 먹고 살 수 있겠느냐? 마음을 굳세게 먹거라. 무인이라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마운의 생각은 달랐다.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 그게 없다면 오히려 심마가 든 괴물이라 생각했다.


“단전까지 숨을 보내고 내쉬어, 두려움을 모두 뱉어내라.”


그때였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첨병이 쏜살같이 달려와 보고했다.


“장주님. 왔습니다.”

“몇이나 되더냐?”

“밤이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으나 생각보다 많은 듯싶습니다. 적어도 열 명 이상입니다.”

“악적이 겁을 잔뜩 집어먹은 모양이구나. 걱정할 것 없다.”


마운이 낮게 힘주어 말했다.


“모두 단단히 준비하거라. 절대로 정체가 들켜서는 안 되니 빠르게 기습하고 빠져나가야 한다.”

“네!”


도지휘사가 매복한 길목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다. 점점 그들이 가까워 지는 게 느껴진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마운은 손가락에 끼워진 야광석 반지를 높이 들어 준비 신호를 보냈다.


철컥!


마침내,


석궁에 시위가 당겨지고 악적이 길목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숨죽여 지켜보던 마운은 손을 앞으로 휘두르며 내공을 담아 외쳤다.


“백성을 수탈한 탐관오리 소방정은 목숨을 내놓아라!”


슉슉슉슉슉슉!!!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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