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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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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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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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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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본격적으로

DUMMY

아직은 쌀쌀한 봄바람이 황하의 밤을 스치고 있었다. 나무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수적들의 괴성이 수완의 등줄기를 바싹 얼어붙게 한다. 몇이나 있는되는지도 모르겠다. 저 멀리까지 셀수도 없는 횃불이 일렁이고 있다.


“모두 죽여라~”

“배에 올라타라!”

“으캬캬캬!”


수적들은 허름한 옷차림에, 한 손에는 도끼나 막대기 끝에 식칼을 묶은 투박한 무기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쇠갈퀴를 단 밧줄을 빙빙 돌리며 사납게 짖어대며 서서히 다가왔다.


“씨부레, 분명 이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수완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짜증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돛에 걸어둔 징을 쳐 호사들을 불렀다.


쟁쟁쟁쟁~~


호사들은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허둥지둥,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왔다.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듯 눈을 비비며 물었다.


“무슨 일이요?”

“수적이 나타났다. 모두를 불러 방어태세를 갖추어라.”

“수...적?”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듯, 호사들은 선실로 다시 들어가 병장기를 챙겨왔다.


수완이 내공을 실어 외쳤다.


“갑과 을은 좌현으로, 병은 우현을 맡아라. 절대로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라. 빨리빨리 움직여!”


수완의 명령에 호사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갈때 쯤, 쇠갈퀴들이 날아와 상선의 현측후판에 걸리기 시작했다.


“잘라라! 도선을 절대 허용하지 말아라!”


호사들은 상선이 부서지거나 말거나 내공을 담아 밧줄을 내리쳤다. 그럼에도 쇠갈퀴는 무수히 많이 날아와, 상선과 수적들의 배를 가깝게 붙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사납게 들려오며 배가 흔들렸다.


쿵! 쿵! 쿵!


마침내 수적 하나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수완은 재빨리 그곳으로 몸을 날려 적의 머리를 반으로 찍어버렸다.


풍덩!


이번에는 세 놈이 동시에 올라온다. 수완은 옆에 있는 불태와 호동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 적들과 맞섰다.


그런데, 이 망할 놈에 석불태가 호동을 앞세우고 자기는 뒤로 빠지며 목숨을 위협하는 놈만 겨우 해치우는게 아니겠는가.


“호동아, 저쪽에서 온다! 빨리빨리.”

“네, 네 불태 아재.”


수완은 빨리 해치우고 석불태의 엉덩이를 한 대 뻥 차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혀 틈이 나지 않았다. 수적들은 본격적으로 도선을 시작했고, 개미떼처럼 사방에서 밀고 들어왔다.


호사들은 자신의 무예를 최대한 발휘해 싸웠으나, 밀려오는 수적들의 수에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행수, 어떻게 할 거요? 이대로면 몰살이요.”


곁에서 숨어 찌르기만 하던 불태 역시도 죽기는 싫었는지, 수완을 보챘다.


수완은 어떻게 할까 하다가 우선 전황을 파악이 먼저라 생각하여 불태와 호동에게 자리를 맡기고 돛대 위로 뛰어올랐다.


“반드시 이 자리를 사수하라.”


‘어디냐···’


수완은 두목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지휘부를 잃은 적들은 쉽게 와해된다. 이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계책이 그것이라. 마침 저 뒤에서 수적들을 밀어 넣고 있는 나룻배 한 척이 보였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창을 들고 있는 사내.


“왼쪽 비었잖아! 밀고 들어가!”


수완은 전장 전체에서 표적 인근으로 시야를 좁히고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을 정리했다. 거리는 대략 열 장.


죽음의 공포가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는 와중에도 기분 좋은 흥분을 느꼈다. 심장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 순간을 위해 수개월 동안 연습했던 과정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크게 숨을 내쉬고 중단전에서 내공을 끌어와 적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흡!”


이번에도 접비봉침, 마치 명사수의 화살처럼 빠르고 세차게.


“으어어!”


달빛을 뚫고 갑작스레 사람이 날아오자 두목은 막으려 했다. 하지만 속도가 워낙 빨라 창을 들기도 전에 중심이 꿰뚫렸다. 조그마한 나룻배가 휘청거린다.


수완은 박힌 검을 놓고 중심을 잡으려 애썼으나 쉽지 않았다. 재빨리 옆에 있던 수적을 발로 밀어 강물에 빠뜨리고 그 반동을 이용해 반대편 놈의 턱에 팔괘장을 꽂아 넣었다.


그리고는 아직 울컥거리는 두목의 심장에서 검을 뽑았다. 피가 좁은 자상을 통해 흩뿌려진다. 수완은 개의치 않고 적장의 모가지를 썰어 하늘 높이 들었다.


피칠갑을 한 수완, 일렁이는 횃불에 비친 모습은 악귀가 따로 없어보인다.낮고 서늘한 음성으로 전장을 울렸다.


“적장의 목이 떨어졌다! 하나도 남김 없이 모두 죽여라!”


수적들은 충격에 빠진 듯 움직이지 못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호사들은 적들을 베어 넘겼다.


그때였다. 느닷없이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내공이 담긴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일단 손에 잡히는 것만 대충 챙겨서 빠져나가자.”


다시 주위를 살폈다. 이제 보니 보이지 않았던 곳에서 비통한 얼굴로 수완을 노려보는 남자가 있었다. 진짜 적장은 그 남자였던 모양.


수완은 다시 한번 접비봉침으로 베어버리려 했으나, 적들이 횃불을 꺼버리 더이상 찾기 어려워졌다.



30화. 본격적으로


해가 떠오르자, 어젯밤의 처절했던 싸움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찢어진 돛과 사방에 뒹구는 팔, 다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완은 가장 높은 곳에 걸터앉아 얼굴에 잔뜩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피해 상황을 보고 하시오.”


이번엔 토 다는 사람 없이 빠르게 움직였다. 어젯밤 수완의 모습이 마치 악귀와 같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상황이 긴박해서인지.


먼저, 행동이 빠릿한 차부가 보고했다.


“피해는 크진 않네.”


수완은 눈을 내리깐 채 말했다.


“정확히 말하시오.”


차부는 잠시 주춤하더니, 국부 앞에서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다시 답했다.


“도자기 두 점과 여비로 마련한 금자 두 냥이 사라진 게 전부요. 대략 금자 여섯 냥쯤 되겠구먼.”


다행히 피해는 크지 않았다. 이 배에 실린 물건의 가치를 금자로 환산하면 대략 금자 오십 냥 수준이니, 1할 조금 넘는 피해였다. 그 정도는 상행 중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군. 사람은?”

“우린 괜찮아. 잘 숨었거든”

“호사부는?”


호사들도 점검을 마치고 수완이 잘 보이도록 모여섰다.


“우리 쪽도 큰 문제는 없네. 조금 베었을 뿐, 기운만 차리면 당장이라도 수적 놈들과 붙을 수 있을 만큼 멀쩡해. 다만...”

“다만?”

“석불태 호사가 실종되었네.”


수완은 울상이 되어 있는 호동이 보였다.


“호동아, 어찌된 일이냐.”


호동은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송구하옵니다. 행수 어른, 제가 지켰어야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완의 활약에 흥분한 석불태가 난리통에 싸우다가 실종된 듯했다.


수완은 잠시 눈을 감았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짜증이었다. '상행을 몇 번이나 다녀왔으니~' 하며 아가리를 털며 뒷꽁무니나 빼던 석불태가, 승기가 보이니 지 혼자 흥분하다사라졌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또 하나의 감정은 부끄러움이었다. 생사조원과 함께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겠다고 멋있는 척은 있는대로 하지 않았던가. 정작 자신의 조원이 사라지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감정이 마음 속에 뒤덥었다.


바로 해방감, 눈에 가시 같던 석불태가 사라졌으니, 이제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피해도 크지 않으며, 호사부 한둘이 죽어나가는 일이 뭐 그리 대수일까?


“으어어!”


그러다 문득, 수완은 자신의 생각에 그가 겹쳐보였다. 사람을 그저 부품처럼 여기는 그 마음, 잠깐이었지만 홍정직과 닮았다.


“행수 어른, 괜찮으십니까.”


호동이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괜찮다. 걱정말거라.”


수완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차부가 말을 꺼냈다.


“대체 수적이 왜 우리를 공격했는지 행수는 짐작가는 바가 있소?”


이건 또 무슨 소리?


“수적이라면 공격하는 게 당연하지 않소?”

“...흠. 그건 자네가 몰라 하는 소리일세. 내가 상행을 십여 년 다녔지만, 수적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랬다.


산적은 으슥한 산길에 숨어 사람들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지만, 수적은 그런 위험한 짓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통행료나 몇 푼 뜯어가는 게 전부.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무위가 높지 않기 때문.


산적도 비슷하지 않냐고 할 수 있겠으나, 그들이 노리는 대상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산적은 평소에는 약초꾼이나 포수 같은 산사람으로 위장했다가, 일행이 몇 없는 손쉬운 상대들만 골라 요리한다.


반면, 뱃길에서는 그게 불가능에 가깝다. 갑판에 힘없는 노인이 혼자 덩그러니 나와 태평하게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고 해도,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육로보다는 편한 뱃길을 선호하니, 자칫 고수라도 한명 타고 있으면 그날로 몰살이다.


“수적 놈들이 먹고 살 거리가 없었나 보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각자 의견을 말해보시오.”

“···”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장평과 수완이 아니었다. 늘 불만에 투덜대던 석불태조차 없으니, 개소리라도 씨부릴 사람조차 없었다. 그저 누군가 먼저 나서기를 기다리며 얄팍한 눈빛만 주고받았다.


“왜 대답들이 없소? 꿀이라도 자셨소?”


그나마 평소 친분이 있던 선우선달에게 물었다.


“선우 호사, 아무 소리나 좋으니 의견을 말해보시게.”


선달은 하늘을 몇 번 바라보다가 수완의 채근에 못 이겨 겨우 입을 열었다.


“...큰 손해가 아니라면서, 그러니 어쩌겠소. 그러려니 할 수밖에.”

“그 옆에도 같은 생각이오?”

“글쎄, 뭐··· 나한테 물어보지마.”


평소 그렇게 단합하여 반기를 들던 그가 의외로 석불태를 버리고 가자는 듯한 말을 했다.


수완이 차부에게 눈길을 돌렸다. 나서지는 않지만 틀린 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차부도 동의하오?”


차부는 난감한 듯 한숨을 쉬더니, 눈길도 주지 않고 개미 오줌 싸는 소리만큼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지... 우린 몰라. 행수가 정한 대로 따를 뿐이야.”


그때였다. 호동이 쭈뼛대며 앞으로 나섰다.


“행수 어른, 안됩니다. 저와 불태 아재는 생사조로 묶였으니, 제가 책임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수완은 강단있는 그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누르며 장단을 맞춰주는 척했다. 사람들의 표정을 보려고, 본심인지 아닌지. 정말로 동료를 버리고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모두가 호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들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는데, 같은 취급을 당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수완의 머릿속에는 고사성어가 스쳤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번 일이 나쁜 일일까?’


수완은 영화에서 본 것처럼 검을 빼 치켜들었다.


“본 행수는 결정했다. 석불태를 되찾고 다 함께 성도로 간다! 우리는 하나다!”


그러자 다른 이들도 눈치를 보다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옳소!”

“되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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