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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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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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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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개봉

DUMMY

“내상은 괜찮으십니까?”

“고럼, 내가 누구냐. 천하에 마운이 그 깟 일로 쓰러지랴. 하하”


사실 마운도 꽤 고생했다. 아마 홍삼이 없었더라면 굉장한 시간을 끙끙 앓았어야 했을 거다. 하지만 인체는 신비로웠다.


“내상은 진작에 털어냈고, 오히려 내공이 이 갑자에 닿으려고 한다. 지난 십년의 성취보다 근래에 이룬 것이 훨씬 많으니, 세상사 알다 가도 모르겠구나. 하하”


성장하려면 상처를 입어야 한다.


마운의 지난 시간은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갔다. 서른에 이미 절정의 무인이 되어, 이를 바탕으로 많은 부를 쌓았다. 그때는 탄탄대로를 내달리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오히려 잔잔한 강물에 조금씩 쓸려 내려가는 모래더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정말요? 경하드립니다.”

“경하드립니다.”


수완과 장평을 포권을 취하며 마운의 성취를 축하했다.


“경하는 무슨. 아무튼 그런 소리 듣자고 모이라고 한 건 아니고,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숙제 때문에 너희들을 불렀다. 알다시피 극비사항 아니냐.”


복귀하고 지금까지, 살수를 보낸 자가 누군지 찾는 일에 매진 했다.


유력 용의자는 이미 아는 셋에 모르는 하나.


우선 도지휘사.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다. 손해를 많이 본 사람이니까. 비밀 창고도 털렸고 더러운 일을 도맡아 처리하던 그림자도 잃었으니 말이다.


다음은 담은사 주지.

역시 큰 피해를 보았다. 다만 절정의 무인을 이미 보내고, 무예 초심자인 수완에게 당할 정도의 허술한 살수를 추가로 보냈을 가능성은 낮다. 돌이켜보니 땡중이 흠칫 놀란 것은 생각지도 못한 살수의 존재 때문인 듯싶다.


남궁세가.

고려인삼을 사러 간 것도, 홍삼의 존재를 알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다. 그들이 마음먹고 뒤를 캤다면 마운이 도지휘사의 물건을 훔쳐낸 범인임을 눈치채고도 남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단순 돈을 노린 산적이나 제3의 인물. 가능성은 희박하다.


‘관리들이 책상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게 탁상공론이라 부른다지?’


그리하여 얼마 전, 몸으로 뛰기를 좋아하는 마운은 단신으로 살막을 찾아갔다.



20화. 개봉


“어~ 영철아 어떻게 잘 지냈어?”


평범한 거지 움막. 그 안으로 불쑥 마운이 들어왔다.


“아이고 냄새야. 씻고들 다녀라. 황허강의 물이 지천인데 대체 왜 씻지 않는 게냐.”


4개의 매듭을 가진 호법 개떡은 뜬금없는 고수의 등장에 긴장했다.


“밥 먹었냐고? 안 먹었으면 가자. 형이 한잔 살라니까. 나머지는 놈들은 밖에다 한 상 마련해 뒀으니 나가서 배들 채우고 와.”


움막 안에 모여있던 거지들은 군침을 흘렸다.


“동작 그만! 됐소. 오늘은 구걸이 잘 되어 배곯을 일 없소.”

“어허, 이 늙은이가 자네와 긴히 할 말이 있대도.”

“할 말이 있으면 여기서 그냥 하쇼.”


개떡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타구봉에 눈길을 보냈다.


“그래? 그러면 여기서 이야기하지 뭐~ 후회할 텐데. 허허”


마운은 마치 제집인 양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즐겨 마시던 죽엽청을 꺼냈다.


벌컥벌컥


“크~ 좋다.”

“좋은 주루 놔두시고 여기서 왜 이러시오.”

“응? 여기도 좋은데 뭐~ 반찬이 이게 뭐냐. 돈도 많이 버는 놈이.”


마운은 바가지에 수북이 쌓인 보리밥에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는 두 개에 조롱박을 꺼내어 죽엽청을 가득 따랐다.


“한 잔해.”


마운은 동냥으로 모아온 거지 밥을 한 움큼 집어 안주로 삼았다.


“이것도 먹을 만 하네? 한 잔, 안 해?”


개떡은 하는 수 없이 죽업청을 마셨다. 


“어이구~ 잘 마신다.”


그리고 또다시 조롱박에 죽엽청을 따른다.


“대, 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개떡은 눈알을 좌우로 굴렸다.


“아니 그냥. 한 잔해~”

“나는 됐소.”

“어허! 어른이 주시는데! 땍! 아무리 거지라고 하여도. 한. 잔. 해!”


서늘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개떡은 하는 수없이 마셨다. 아무리 배운 게 없는 거지라 해도 어르신이 권하는 술을 뿌리칠 만큼 막돼먹진 않으니까. 무섭기도 하고.


벌컥벌컥


“크아~”

“으··· 퉤퉤테”


다시 마운이 조롱박에 죽엽청을 따랐다. 정말 꽉꽉도 눌러 담았다.


“한 잔해.”

“제, 제발. 그쯤 해두쇼. 대체 왜 이러는 거요.”

“형이 마음에 빚이 있어. 너 인마, 개방도 되어서 성실하게 잘 사는 줄 알았더니 호법씩이나 되는 놈이 말이야. 응? 뭐냐 그게.”

“저 성실히 동냥하면서 잘 살고 있어요.”


마운의 흐리멍덩히 했던 눈빛이 순간적으로 도끼눈으로 변했다.


“한 잔해. 안 해?”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꿀떡꿀떡


결국,


우웩-


개떡은 움막 바닥에 모든 것을 토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운은 다시 조롱박에 죽엽청을 따랐다.


“한 잔해!”

“제발 이제 그만하시오. 대체 원하는 게 뭐요.”


그제야 마운은 본론을 꺼냈다.


“네가 살막에 중개인인 거 다 알고 오는 길이야. 뒤질래요~? 맞을래요~? 그도 싫으면 한 잔 할래요?”


개떡은 늦가을에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개방은 구파일방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무공의 수준은 낮으나 다른 명문 문파에 뒤지지 않을 만한 협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어서야 협의를 품지, 늙어서까지 마음에 새기고 몸으로 행하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이 먹고 무시당하며 남이 먹던 찌끄러기나 먹는 삶. 아무리 개방도가 되기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개떡. 거지 치고는 오래 살았으나, 남은 삶만큼은 편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새로운 먹거리, 살수 중개인 되시겠다.


살수은 남모르게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인다. 정체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즉시 무림맹에 의해 격파당하기 때문. 그렇기에 보통 바지사장을 세워 의뢰 받는다. 이를 보통은 투전판주가 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요즘엔 쉽지 않아졌다. 민생을 바로 세운다며 칼밥 꽤나 먹은 미친 고수들이 나타나서 투전판을 쓸어가기 일쑤고, 무림맹과 관군의 감시도 피해야 한다. 그렇다고 '나 살막이요~' 하고 간판 달고 장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하여 최근에 개발된 모객 방식이 타락한 개방도들을 통하는 것이다.


거지들은 어디에나 있기에 의뢰자의 접근이 쉽다. 그냥 다리 밑에 가다가 은근슬쩍 죽일 사람을 알리고 떠나면 의심 받을 겨를조차 없다.


또한 개방도는 태어날 때부터 거지였기에 정신이 온전치 않은 자들이 수두룩하니, 걸리더라도 꼬리 자르기가 쉽다.


커커컥!


마운은 개떡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거 놓으시오. 십만 개방도들이 무섭지도 않소. 그쪽이 아무리 고수라 하여도 개방도들에게 찍히면 그날로 끝장이란 말이요.”

“무섭지 개방도들. 근데 넌 안 무섭냐?”


마운이 진각을 밟았다. 그러자 항아리가 깨지며 안에 든 재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개떡은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그래요? 뉘우치시는 거예요?”

“뉘, 뉘우칩니다. 잘못했습니다.”


마운은 그제야 개떡을 놓아주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살수를 그린 종이를 건넸다.


“어디 놈들인지 알아 오시게.?”

“못 알아 오면요?”

“그런 게 어딨어. 돈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며, 죽기 살기로 알아 와야지.”


개떡은 미간을 찡그렸고 마운은 죽엽청을 들이켰다.


“어허~ 술 맛 좋다~”


*


“도지휘사가 보냈다 하더군. 장주님 그만 드시고 회의에 집중 좀 하시죠.”


서 총관이 나무랐음에도 마운은 화덕에 구워온 밀가루 반죽을 먹는데 여념없었다.


“이름이 빵이라고? 의미가 뭐야?”

“의미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먹으면 빵긋 웃음이 나잖아요.”

“그러게. 왜 여태 이런 생각을 못 했을꼬, 그냥 구워내면 그만인데. 허허”

“그나저나 도지휘사가 어찌 우리 정체까지 알고 있는 거예요?”


수완이 물었다.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아.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살수도, 떙중도 추적 중에 우연히 얻어걸린 것 같더군. 아무래도 철주환때문에 시선이 끌린 게 아닌가 싶어.”

“너무 인기가 좋아서요?”


서 총관이 보충 설명을 했다.


“장주님과 내 생각은 이렇네. 그놈들이 사람 죽이러 다니는 것도 결국 돈 벌려고 하는 짓거리지 않은가. 우리가 철주환으로 큰돈을 벌었으니 빼앗으려 했겠지. 겸사겸사 말이야. 마침 그놈들이 노리고 있던 목표가 우리였던 것뿐이고.”

“결국 아직 확실한 게 없다는 거군요.”


수완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맞아. 역시 수완이 놈, 똘똘하다니까. 그래서 모이라고 한 거야. 똘똘이부터 의견을 말해보거라.”


‘똘 뭐요?? ...끙’


수완은 잠시 고민하다가 탁상 중앙에 놓인 한지에 한자 중 가장 쉬운 두 글자를 썼다.


‘틈틈이 한자를 읽혀 놓길 잘했어. 있어 보이잖아.’


“경우의 수는 둘입니다.”


有(유) 도지휘사가 우리를 알거나,

無(무) 모르거나.


유/무라는 글자 옆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추가했다.


“정체를 모를 경우, 유심히 지켜보며 잘 넘어가길 바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들켰다면?”


서 총관이 물었다.


“먼저 치거나 사과해야겠죠.”

“둘 모두 쉽지는 않겠구먼.”

“그렇죠. 하지만 이미 살수까지 보내온 마당에 못 본 채 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구먼. 다른 사람은.”


마운이 물었다.


“...”

“없어? 하긴 내가 들어도 수완이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었어. 허허”


마운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마당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안됩니다.”

“어허, 내가 누군지 알고 방자하게 구는 게냐. 비키거라!”

“아무리 그러셔도 남의 집에 갑자기 쳐들어오셔서 이리 하실 수는 없습니다.”


장평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웬 젊은 사내가 있었는데 비단옷을 입은 것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응? 넌 뭐냐?”

“어허, 공자 예를 갖춰주십시오.”


장평은 기를 죽일 요량으로 인상을 팍 썻다. 그러나 공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기세를 올렸다.


“천금장주를 만나러 왔다. 종놈은 빠지고 네 놈이 직접 안내하거라.”

“공자. 그쯤 해두시오. 어느 집안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발짝만 더 움직이면 베겠소.”


장평은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 사나운 기세를 뿜었다. 그런데도 공자는 발걸음을 옮겼다.


뚜벅뚜벅


속으로 생각했다. '어린 놈에 패기가 어찌 이리도 강하단 말이냐.'


장평의 등줄기에서 땀이 한방울 흘러 내렸다.


“그만! 한 발짝만 더 다가오시면 베겠소.”


칼이 완전히 뽑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자의 목을 치려는 일촉즉발의 순간, 취재관 문이 열리며 마운이 나왔다.


“내가 천금장주요. 그쪽은 누구신데 행패요?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그 누가 되었든 살아가지 못할 것이외다.”


마운이 살기를 뿜으며 턱수염을 매만졌다.


그러자 공자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가 퍽 기분 나쁜 까마귀를 닮아 있었다. 그런 소리 있지 않은가. 내뱉으며 웃는 게 아니라 숨을 들이 쉬며 내는 소리. 아무튼 특이했다.


“엌엌엌엌 천금장주가 이리 쉽게 나타날 줄은 몰랐군. 뭐가 무서워 쥐새끼처럼 숨어 있었단 말인가.”


말끝마다 냉소가 흘렀다.


“공자, 낮술 잡수셨소? 적당히 하시고 용무를 밣히시오.”


공자는 그제야 고개만 까딱하며 자기 소개를 했다.


“반갑네. 본인은 남궁세가의 일 공자 진청(眞靑)이라 하네. 장주와 거래를 할 일이 있어 어려운 걸음을 했으니, 딱까리들은 이만 빠지시게나. 에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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