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442
추천수 :
83
글자수 :
193,412

작성
24.08.19 22:00
조회
54
추천
3
글자
12쪽

18화. 개봉

DUMMY

한동안 숲에서 몸을 숨겨야 했다. 마운은 내상을 크게 입어 운기조식이 필요했으며, 장평 또한 상태가 심각해져 한동안 열이 나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림인도 세균과 바이러스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조심해야겠어.’


그저 장평의 면역력이 기댈 뿐이었다.


수완은 밤낮으로 깨끗하게 삶은 면포를 갈아주며 간호했다.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마운은 마을로 나가 먹거리와 자상에 유일한 치료약으로 알려진 금창약을 잔뜩 사 왔다.


“어허, 어서 물러나라. 네 놈이 의원도 아니면서 대체 왜 이러는 게냐.”

“장주님, 진짜 안 됩니다. 제발요. 저 한 번만 믿어주세요.”

“이놈이!”

“아오! 진짜 설명해 줘도 알아듣지도 못하실 태고. 아무튼 안 됩니다. 절 죽이세요.”


하지만 수완이 보기엔 금창약은 오히려 상처을 덧나게 했으면 했지 결코 도움 되지 않아 보였다.


'저게 된장이랑 뭐가 달라?'


특히나 지금처럼 제대로 씻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대신 무공이 있으니 이런 건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취! 아, 아니, 점혈 해주세요.”

“오냐.”


점혈하여 기절시키고 최대한 살균 소독 후 환부를 꿰맸다.


“정말로 이렇게만 하면 된다고? 지금이라도 금창약을.”

“사람의 회복력만큼 뛰어난 약도 없습니다. 갈라진 살갗이 잘 붙을 수 있도록 도와만 주면 알아서 붙을 겁니다.”


사실 금창약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마운도 알았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도움을 줄 방편이 그것밖에 없었기에 써왔던 것 뿐. 만일 수완의 치료법이 정말 효과가 있다면 어마어마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뭐. 두고 보면 알겠지. 자 다음은 수완이 네 차례다.”


마운이 손을 내밀었다. 수완도 칼에 베이었으니 꽤 메주겠다는 것.


“전 괜찮습니다. 그렇게 깊게 베이지 않았습니다.”

“괜찮아. 점혈하면 하나도 안 아파.”

“아, 진짜 괜찮아요. 엄마야~”

“이리 와~ 예쁘게 꽤 매 줄 게~”



18화. 개봉


한 달 쯤 산속에서 지체한 후에야 천금장이 있는 개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야~ 건물들이 다 큼직큼직하네요.”


개봉은 상당히 발전된 도시였다. 허난성의 성도로써 북송의 수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매우 유명한 인물이 있었으니,


개작두를 대령하라~!


“저 건물이 청백리로 이름을 떨치신 포청천 부윤께서 정사를 돌보시던 곳이야. 크기가 대단하지?”


장평은 가슴을 쫙 펴고 두드렸다.


“장주님, 안녕하십니까.”


동네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김 서방 오랜만이야. 별일 없지.”

“아이고. 덕분에요. 가신 일은 잘되셨어요?”

“아무렴. 하하하”


마운은 수염을 쓸어 넘겼다. 모든 것을 득도한 도사처럼.


‘카멜레온 같은 양반이야.’


이후에도 몇걸음 걷기 무섭게 많은 사람이 친근하게 아는 채를 했다.


“장평아, 넌 어디 가서 또 사고 쳤냐? 머리랑 어깨는 왜 그래?”

“몰라 이 자식아. 농부가 무림인의 삶을 알기나 하냐?”


‘적어도 악덕 업주는 아닌 모양이군. 다행이야. 후~’


어느덧 개봉의 중심 지나, 장평이 입에 닳도록 자랑을 늘어 놓았던 파란 지붕 윤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수완아, 저기 보이지? 저기가 바로 천금장이다.”


장평은 들떠 하며 누런 이를 드러냈다. 그러나 수완의 눈매는 조금 가늘어졌다.


“정말 저깁니까?”

“그래! 대박이지?”

“저기... 라고요?”

“맞아. 놀랬냐? 네 고향에는 저런 푸른 기와는 없을걸?”


뒷덜미가 뻣뻣해졌다. 수완이 현대인이라 그런 건 아니고 이름에 비해 생각보다 초라해서 그렇다.


수완은 거의 궁궐을 상상했다. 장평이 매일 밤낮으로 침이 마를 새 없이 자랑을 늘어놓았고, 마운 역시도 딱히 부정하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직전에 남궁세가를 보고 왔으니 그리 상상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그러나,


실상은 허름한 기와집. 금칠은 물론이고 대문을 지키는 석상 따위도 보이지 않는다. 청기와는 고사하고 흑기와라고 불러야 할 만큼 지붕 색이 바랬으며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았다.


‘중원인 특유 허세에 이렇게 당하는구나. 끙...’


천금장 대문 앞에 다가서니 상당한 체격의 문지기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천금!”


문지기가 포권을 취하자 마운이 어깨를 두드려 줬다.


“별일 없는가?”

“없습니다.”

“그래. 고생들이 많구먼. 서 총관은?”

“잠깐 출타 중입니다. 돌아오면 마가당으로 들라 하겠습니다.”


마운이 장평과 수완을 쳐다봤다.


“고생이 많았다. 며칠 쉬다가 몸 성해지면 나오거라. 그리고 장평이는 수완이 좀 챙겨주고.”

“네, 장주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장평이 말했다.


“조만간 사재를 털어서라도 방을 구해줄 테니 그때까지만 같이 지내자.”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형님? 대충 아무 데서나 자도 되는데.”

“내가 아우님을 그리 대할 수는 없지. 진 빚이 많아.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히 있어.”


집이 없는 수완이 갈만한 곳은 천금장에 한군데 있었다. 바로 기숙관. 대부분의 직원이 인근에서 출퇴근하지만, 간혹 형편이 어렵거나 숙직을 서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공간이다. 그렇다고 방 한 칸씩 주어지는 건 아니고 그냥 작은 방에 열댓명씩 대충 끼어 자는거다.


수완 역시 사내들 땀내 나는 기숙관에서 생활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동양의 예는 뭐다? 약속 대련하듯 호의를 베풀면 한두 번쯤 거절한 뒤에 받아들이는 게 법도이다. 그렇지 않으면 건방지다 생각할 수도 있으니.


‘이게 관록이니라. 후후’


장평은 근엄하게 표정을 굳혔다.


“어허, 아우님. 자꾸 그러면 이 형이 섭섭해.”

“그래도”


그렇게 몇 번 약속 대련을 한 후에야 못이기는 척 장평과 계속해서 함께하기로 했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한동안 집에서 쉬었다. 장평은 완전히 상처를 회복하지 못해 칼을 쥘 수 없었고, 수완은 보직이 없었으니 그냥 같이 쉬었다.


그리하여 장평에게 아직 배우지 못한 태극검법을 마져 배우기로 했다. 장평은 무림 전체로 보면 강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어디 가서 꿀리는 실력도 아니었다. 각 문파 속가 사범들이 보통 일류 중간쯤이니 초보자를 지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서 자꾸 손목에 힘을 주지마! 검의 무게를 이용해야지 힘으로만 휘두르면 얼마 못 가 지쳐버릴 거야. 태극검은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공방에 균형을 중시하는 검이야.”

“네”


장평이 물을 한 바가지 떠서 수완에게 건넸다.


“그나저나 어디서 일 할지는 정했어? 역시 이 몸이 부장으로 있는 호사부겠지?”

“...그게”


며칠 전.


“이놈들.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고 공짜 밥 먹으니 살판났지?”


마운이 직접 장평의 집에 찾아왔다.


“어찌 이 누추한 곳까지. 제가 먼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송구하옵니다.”


장평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포권을 취했다.


“쳇! 쓸데없이 진지하기는. 농담도 못 해요.”

“농담이셨습니까. 전 또. 하하하”


장평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장 부장, 수완이가 어떤 일에 어울리는지 네가 도와주거라.”

“당연히 호사부로 오는 거 아니었습니까?”


천금장은 크게 넷으로 나뉘어 있었다.


영업부, 제조부, 호사부, 취재관.


먼저, 장평이 부장으로 있는 호사부.


천금장 경비와 상행 호위를 주 업무로 한다. 총 50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절반은 상행에 나가 있고 나머지 절반은 무예 수련과 문지기와 같은 경비를 담당한다.


“상행에 위험이 많은가 보죠?”

“그럼 말이라고, 천하에 도둑놈들 천지지.”

“그렇다면 돌아보고 정할 수는 없을까요? 칼부림은 쫌...”

“그래 뭐, 재주가 아깝지만 본인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한 연유로 천금장 각 부서가 있는 시장으로 나오게 되었다.


무림에 온 최수완, 이번 생엔 어떤 직업을 갖게 될까?


“천금장에서 운영하는 객잔도 있습니까?”


수완이 물었다.


“공짜 술이라도 얻어먹고 싶어?”

“에이 형님도 참. 아시다시피 제가 요리에 재주가 있지 않습니까. 주방에서 일해볼까 하고요.”

“아쉽지만 없네.”


천금장은 타지에서 물건을 떼와 차익을 남기는 유통업과 농기구와 가마솥 같은 주방 기물을 만들어 팔아 큰 부를 쌓았다.


“저기 보이지? 저기가 천금장에서 운영하는 대장간이야. 품질로는 따라올 대장간이 없지.”

“흠...”


차가운 바람이 부는 늦가을임에도 대장장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질하고 있다.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오로지 육체에만 의존하여 수없이 튀는 불똥을 받아낸다. 게다가 난무하는 발길질이 뜨거운 현장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아 따가워!”

“엄살은. 똑바로 안 잡아. 밥 안 먹었어!”


‘보기만 해도 힘들겠어.’


수완의 미간이 저절로 구겨졌다.


“제조부는 넘어가시죠.”

“호사부로 오라니까.”


다음.


“여기는 판매를 도맡아 하는 곳이야.”


제법 큰 점포에 휘갈겨 쓴 현판이 있다. 매대에는 쌀, 밀 같은 곡류부터 소금, 후추 같은 조미료, 한쪽에는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괭이, 가마솥이 진열되어 있다.


“형님. 언제 오셨소. 어서 오세요.”


한참 장사를 하고 있던 판매원이 아는 체를 했다. 


“매출은 좀 어때?”

“늘 비슷하죠. 근데 이쪽은 누구세요? 공자님을 모셔 오셨나?”


판매원은 능글맞게 웃었다.


‘외향이 극에 달했구먼.’


마운은 짧게 대답했다.


“신입.”

“안녕하세요. 최수완이라고 합니다.”


수완은 포권을 취해 선배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이야~ 기생오라비처럼도 생겼다. 나 양철종이야. 형님, 수완이 우리 영업부 주면 안 되오?”

“이놈이 잘 팔 것 같아?”

“수완이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보시오.”


철종의 턱짓을 따라가자 귀퉁이에 힐끗거리는 여인들이 보였다.


“저 때문이라고요?”


수완은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볼래?”


갑자기 양철종이 수완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거기 이쁜 누님, 이 친구가 잠시 드릴 말씀이 있다는데요~”


그러자 여인들이 두리번거리며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양철종은 그들 중 가장 부유해 보이는 귀부인을 불렀다.


“거기 봄날을 닮으신 귀부인. 잠깐만 와주세요.”


그러면서 수완을 향해서는 눈을 부라리며 압박했고 입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뭐해? 안 팔 거야?”

“???”

“팔으라고.”


수완은 당황스러웠지만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파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정말 아름다우시다. 비결이라도 있어요?”

“오호호. 다 늙었는데 무슨.”


귀부인은 기분 좋아 보였다.


“에이~ 수완아 네가 보기엔 어떻냐?”

“맞습니다. 누님. 정말 예쁘세요.”

“누, 누님?”


귀부인은 당황해하며 동공을 흔들었다. 수완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죄인이라도 된 마냥.


“정말 죄송합니다. 소저. 너무 아름답고 인상이 좋으셔서 저도 모르게 친밀한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귀부인은 누나도 소저도 아니었지만 입꼬리를 귀에 걸면서 손사래를 쳤다.


“새로 온 점원이에요? 마침 하인들이 쓸 괭이가 필요했는데 다섯 자루 배달되죠?”

“아이고~ 통도 크십니다. 장 부장님, 괭이 다섯 자루만 소저댁에 가져다주시겠습니까?”


장평이 있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아이참. 정말 자꾸 왜 그러세요.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칼밥 먹는 사내는 싫어요.”

“설화야··· 그러지 말고. 내 아이를...”


장평이 이름 모를 여인의 뒤꽁무니를 졸졸 쫒아다니고 있었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호작 눌러주세요.

평일 밤 10시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에서 돈놀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휴재 안내(월~ 수, 16~18) 24.09.12 3 0 -
공지 평일 밤 10시에 만나요~ 24.07.29 34 0 -
37 37화. 기연 24.09.13 11 1 11쪽
36 36화. 기연 24.09.12 17 1 12쪽
35 35화. 기연 24.09.11 22 1 11쪽
34 34화. 기연 24.09.10 25 1 11쪽
33 33화. 기연 24.09.09 29 1 11쪽
32 32화. 본격적으로 24.09.06 31 1 11쪽
31 31화. 본격적으로 24.09.05 27 1 11쪽
30 30화. 본격적으로 24.09.04 31 1 11쪽
29 29화. 본격적으로 24.09.03 33 1 12쪽
28 28화. 본격적으로 24.09.02 33 1 12쪽
27 27화. 역사 24.08.30 38 1 12쪽
26 26화. 상벌 24.08.29 39 1 12쪽
25 25화. 개판 24.08.28 40 1 12쪽
24 24화. 개판 24.08.27 43 1 12쪽
23 23화. 개판 24.08.26 44 2 11쪽
22 22화. 개판 +1 24.08.23 63 3 12쪽
21 21화. 개봉 24.08.22 46 3 12쪽
20 20화. 개봉 24.08.21 46 3 12쪽
19 19화. 개봉 24.08.20 51 3 12쪽
» 18화. 개봉 24.08.19 55 3 12쪽
17 17화. 이게 뭡니까 24.08.16 55 3 11쪽
16 16화. 이게 뭡니까 24.08.15 59 3 12쪽
15 15화. 이게 뭡니까 24.08.14 57 3 12쪽
14 14화. 이게 뭡니까 24.08.13 57 2 11쪽
13 13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12 57 3 11쪽
12 12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9 60 3 11쪽
11 11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8 71 4 12쪽
10 10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7 72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