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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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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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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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이게 뭡니까

DUMMY

“그 귀한 홍삼을 그냥 주다니, 아깝지도 않아? 어차피 먹지도 않을 것 같은데.”


장평은 실실 쪼개고 있는 수완에게 물었다.


“반드시 먹을 겁니다. 히히”


수완이 그런 행동을 한 데에는 단지 요리사의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경영 마스터이자, 수완의 스승을 자처했던 정직의 가르침이 떠올랐기 때문.


‘제품에 자신 있을 때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일단 체험하도록 만들어야 해.’

‘어떤 수를?'


수완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굳이 내 돈까지 써가며 그렇게까지 해야 해? 제품이 좋다면야 고객이 알아서 모이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일반인과 우리 경영자와의 차이지. 후후’


정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이득은 상대가 원할 때 취하는 거야. 지금은 우리가 원하니까, 고객이 이득을 취할 때야. 명심하라고. 돈주고 못 듣는 귀한 수업이니까.’

‘그래도 아깝지 않아? 원가만 해도 요리 하나 당 2만 원씩은 드는데?’

‘넌 아직 멀었다. 아무튼 내 돈이니까 일단 팍팍 뿌려.’

‘옛설! 인심 한번 후하게 베풀겠습니다.’


수완이 회상에 젖어 피식 웃었다.


‘자꾸만 홍정직, 그 원수 놈에 말이 도움이 되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나라면 검법이나 내공심법을 배워 왔을 거야. 그도 아니면 간단히 쓸 수 있는 암기술이라도.”


장평이 말했다.


“암기요? 검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잡기도 다룬답니까?”

“그러게 말이야. 듣기로 얻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모은다고 했어. 네가 만든 삼계탕 요리법도 아마 그 때문일 거야.”

“큰 착각을 하고 있었군요. 전 또, 제 요리에 감동이라도 한 줄 알았어요.”

“뭐, 겸사겸사겠지. 아무튼 아쉽다 아쉬워. 온갖 진기한 게 모두 모였다고 들었는데.”


수완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아쉬워 하실 거 없습니다. 조만간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 정식으로 바꾸면 됩니다. 이 공자 눈빛 보셨잖아요. 아마 허락 안 해도 훔쳐 먹고 찾아올 걸요.”

“허, 너 장사 천재야? 대단한데.”

“마음에도 없는 말이시겠지만 듣기는 좋네요. 하하하”


그렇게 룰루랄라 가는 줄 알았다.


“몸을 숨겨!”


조금 앞서가던 마운이 외쳤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암기가 날아왔다.


“누구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마운이 암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달렸다. 그런데 거기엔 스님 한 명이 덩그러니 서 있었다.


“스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


스님 역시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암기가 날아온 방향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혹시 스님께서 이 단검을 날리신 것입니까? 아니라고 믿습니다만.”


마운은 태도를 공손히 하며 물었다. 불자는 아니었으나,  스님에게 막대할 만큼 정신 나가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도교와 불교는 서로 존중하는 관계이기도 하고.


“그럴 리가요. 저는 천축국으로 수행 길에 오른 해민이라 하옵니다.”

“그렇습니까. 이상하군요. 분명 이쪽에서 암기가 날아 온 듯싶은데.”

“사냥꾼이 쳐놓은 덧이 자동으로 발동한 게 아닐까요?”

“흠...”


마운은 기감을 날카롭게 하여 사방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랬나 봅니다. 그나저나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개봉이 나옵니다. 북쪽이죠. 천축국은 서남쪽으로 가셔야 합니다.”

“그럴 리가..”


스님은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길눈이 어두운 승려가 아닐까.


“아무튼 상황이 조금은 이상해졌으니 동행하시죠. 제가 천축국으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마운은 젊은 날에 천축국까지 가본 기억을 떠올렸다.


황허강을 타고 한참을 가다, 토번을 거쳐 다다른다. 중원 또한 광활하고 도시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겨 재미를 주었으나 같은 문화권이여서 그런지 천축국만큼 신기하게 느껴지는 장소도 없었다.


“마침 가는 길에 나루터가 있으니 거기까지 동행하시지요.”

“관세음보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장평이 등을 대었다.


“스님 제게 업히시지요. 경공을 펼쳐 빠르게 빠져나갈 것입니다.”

“제 나이 불혹입니다. 두 다리 멀쩡한데 처사님께 그런 결례를 범할 수는 없지요.”

“위험 때문에 그렇습니다. 부끄러워 마십시오.”

“아닙니다. 저는 원치 않습니다. 차라리 두고 먼저 가시죠. 에헴.”


스님은 이상한 고집을 부렸다.


“됐다. 원하시는 데로 해드리자.”


결국, 마운과 장평이 앞장서고, 스님과 수완이 뒤를 따르기로 했다. 


스님은 가는 동안 계속해서 불경을 외우며 목탁을 두드렸다.


“마하반야 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스님, 경전을 외는 건 조금 나중에 하실 수 없겠습니까. 적이 듣고 쫒아올까 두렵습니다.”


참다 참다 수완이 최대한 애둘러 말했다.


“시끄러웠다면 죄송합니다. 하나 수행 길에 오른 지라 어쩔 수 없으니 양해 부탁합니다. 정 힘드시면 따로 떨어져도 좋습니다.”


‘...끙. 종교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수완은 종교인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으나 종종 과하게 빠져든 사람이 보이기 때문. 특히 가족이라면 상황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수완의 엄마도 그중 하나였다.


‘엄마, 제발.’

‘아들아, 하나님께서 다 뜻이 있으셔서 너의 다리를 가져가신 거야. 할렐루야~ 아멘.’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누구 놀려요?’


엄마는 속칭 사이비에 빠진 광신도였다. 모든 일을 하나님과 결부시켰고 수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사건마저 은총이라 매일 설교를 늘어놓았다.


‘미치겠네. 들어 먹을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고.’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그런데,


‘응? 바닥이 왜 이렇게 꿀렁이지?’


마치 진장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발이 푹푹 빠지고 중심을 잡기 어렵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으압!”


갑자기 스님이 앞으로 두세 보 튀어 나가더니 마운의 뒤통수를 노리는 권법을 날렸다.


“기습입니다. 피하십시오. 장주님!”


수완은 경고를 알리는 동시에 중단전에서 내공을 끌어와 제운보를 펼쳤다. 권법의 경로를 비틀기 위해 말이다.


다행히 수완의 손끝이 땡중의 디딤발에 닿았고 덕분에 축이 무너지며 권법의 길이가 짧아졌다.


화들짝 놀라며 마운과 장평이 돌아섰다. 그러나 그들 역시도 사술에 중독되었는지 비틀거리며 어눌한 말투를 했다.


“이 땡주노마. 암기를 더지게 네놈이었구나.”

“소승은 수행 길에 올랐을 뿐입니다.”

“닥치라-”


그나마 성취가 높은 마운이 지팡이를 뻗으며 팔괘검법 기본세를 취했다. 불심을 논하며 뒤통수나 치는 승려 탓에 마운의 지팡이는 부들부들 떨렸다.


마운의 검이 곧게 뻗어나갔다. 무당의 검답지 않은 선공이다.


휙-


땡중은 침착하게 장법을 펼쳐 들어오는 마운의 검을 흘리고는 오히려 각법으로 받아쳤다. 소림의 제자가 펼칠만한 정돈 된 초식이다.


“파계승이로구나.”

“소승은 부처의 가르침을 받기-”

“가르침 같은 소리 하네. 부처께서 뒤통수나 치라고 가르쳤더냐.”


이번엔 2 대 1로 칼부림이 벌어졌다. 평소 합을 자주 맞추었는지 마운과 장평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들어가듯 연달아 공격을 이어갔다. 다만, 앞에 땡중이 미리 깔아둔 사술때문에 뱃속에서 올라오는 무언가를 참아 내느라 멈칫멈칫하여 번번히 물리칠 기회를 놓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장 부장, 너부터 사술를 떨쳐 내거라.”

“네.”

“으압!”


장평이 나무 위로 뛰어올라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장주님 제가 대신 돕겠습니다.”

“아니다. 네가 상대하기엔 이르다. 너는 장평이를 보호해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수완은 분한 마음이 들었다.


‘정신 차려. 최수완. 네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내.’


주위를 둘러봤다. 높은 나뭇가지 위, 새 둥지가 보였다.


‘그렇지.’


수완은 잔 돌멩이를 몇 개 주워 빠르게 나무에 올랐다.


푸드드득


“미안해 새야. 조금만 있다가 갈게.”


새 둥지를 빼앗아 자리를 잡고 역활을 정의했다. 사방으로 누군가 다가오는지. 다가오려는 자가 있거든 잽싸게 알려 대비케 하고, 그도 안되면 돌멩이라도 던져서 시간이라도 번다.


‘난 경보장치다.’



16화. 이게 뭡니까


한편, 마운과 땡중은 합을 겨루다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수행이니 어쩌니 개소리는 그만하고 네 놈 정체가 뭐냐?”


숨을 헐떡이며 마운이 물었다.


“소승은..”

“주지가 보냈어?”


땡중은 흠칫하며 눈썹을 꿈틀댔다.


“어떻게 우리가 훔쳐 간 걸 알았지?”


갑작스레 마운이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지금부터 물음에 대답할 때마다 금자 한냥씩 주겠다. 어때?”


뜬금없는 돈 이야기.

‘소승을 모욕 하지 마’, ‘그깟 돈으로 나를 매수하려 드냐?’ 등등 반응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겠으나 땡중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재물에 부처도 팔아버린 땡중답다.


“주지가 보냈나? 첫 번째 물음이야.”

“그렇소.”


마운은 품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금자 한 냥을 중간에 던졌다. 반짝반짝, 햇빛에 반사되어 빛깔이 눈부시다.


“주지가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나?”

“아직 모르오.”


땡중은 아예 자세까지 풀고 답했다. 마운은 금자 한 냥을 던졌다.


“넌 진짜 정체가 뭐냐?”

“아까 말했다시피 소승은 천축국으로 떠나는 승려 해민이오.”


역시 금자 한 냥이 던져졌다.


“그럼 그냥 떠나면 되지. 왜 뒤를 밟고 지랄이야.”

“그건...”


땡중이 주저하자 금자를 흔들었다.


“여비나 좀 벌어 볼 요량으로..”

“허-, 스님이라는 놈이 오계(五戒)도 모르더냐!”


불살생,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

불토두, 도둑질하지 않는다.

불사음, 다른 사람과 정교를 맺지 않는다.

불망언,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불음주, 술을 마시지 않는다.


“마하반야 발아밀다심경.”


땡중은 불리한 질문이 나오자 불경을 외웠다.


우웩-


“그만해. 배 속이 안 좋아.”


불경에 사술이 담겨 있는 게 분명했다. 겨우 잠잠해졌던 뱃속이 다시 사납게 요동쳤다.


마운은 방금 대답까지 금자 두냥을 집어 던졌다. 그제야 불경이 멈춰졌다.


“주지한테 얼마 받기로 했어?”

“금자 열 냥 받기로 했소.”

“그래? 좋아. 내가 가진 모든 걸 주지. 어때? 수행한다면서. 자네는 이미 충분히 여비를 벌었네. 그러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깰 필요가 없어. 안 그래?”


땡중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 가라."


마운은 주머니를 통으로 금자가 쌓인 곳에 던지고 허리를 숙여 앉았다. 등을 구부정하게 한 것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금자가 가득 든 주머니를 마주하자, 땡중은 눈에 광기를 띄우며 다가왔다. 그가 흐트러진 금자를 쭈그려 하나하나 주워 담는 순간,


휙!


장평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단칼에 땡중의 목을 찔러 죽였다. 흡사 꼬치에 끼워진 돼지 같았다.


“돈에 미친 더러운 땡중놈. 퉤!”


장평은 검을 뽑으며 땡중 뒷통수에 침을 뱉었다.


“사술 때문에 속이 안 좋구나. 우웩-!”

“장주님 어서 운기조식에 드시지요.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네가 고생 좀 해주거라.”


마운은 사술를 떨쳐내기 위해 운기 조식에 들었고, 장평은 떨어진 금자를 회수하려 허리를 숙였다. 


펄럭펄럭~! 푸드드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갔고 수완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습이다!”


휘리릭!


어딘가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장평은 허리를 숙인 상태, 게다가 마운은 눈을 감고 있었으니 피할 길이 없었다.


결국, 화살이 장평의 몸을 꿰뚫었다. 마운 또한 급히 운기조식을 파하고 화살이 날아온 곳을 살폈다. 두사람 모두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토해져 나왔다.


커억!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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