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최근연재일 :
2024.09.13 22: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438
추천수 :
83
글자수 :
193,412

작성
24.08.27 22:00
조회
42
추천
1
글자
12쪽

24화. 개판

DUMMY

도지휘사 소방정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 소지승를 따라 전쟁터를 누비며 무예와 병법을 익혔다. 특히나 기마술이 뛰어났는데, 그 실력이 북적 기마병에 밀리지 않았다.


무장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했다. 육전, 해전 가리지 않고 혁혁한 공을 세웠고 오랜 시간 끝에 결국 절강성 군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하나, 그에게는 큰 흠이 있었으니,


그 이름 탐욕이다.


뇌물을 받고 관직에 천거하는 건 물론이요, 백성을 사사로이 노역에 동원했다. 심지어는 적에게 뇌물을 받고 군사를 물리기도, 해적질을 적당히 눈을 감아주며 그들로부터 상납을 받아왔다.


누군가 물었다.


‘대인, 재물이 이리도 차고 넘치는데 대체 왜 이리도 무리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소방정은 이렇게 대답했다.


‘취. 미.’



24화. 개판


“날도 저물었는데 쉬었다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호사 운필이 고개를 조아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흠”


도지휘사는 슬쩍 남궁진청애개 시선을 돌려 의견을 구했다. 풋내기라곤 하나 안휘성은 남궁세가가 꽉 잡고 있으니까.


진청이 말했다.


“저 길목만 지나가면 마을이 나옵니다. 거기서 편히 쉬시죠.”


그러자 운필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끼어들었다.


“무례인 줄 알지만, 소인이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진청은 사나운 눈빛으로 도지휘사를 쏘아 보았다. 호사 따위가 감히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 이는 남궁진청, 나아가 남궁세가를 은근히 밑으로 보는 행위였다.


하지만 오랜 전쟁 경험이 있던 도지휘사는 운필의 의견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말해보거라.”

“좌측으로는 낭떠러지, 우측으로는 비탈이, 대충 보기에도 말 한 마리가 겨우 지나다닐 만큼 길이 비좁습니다. 게다가 날이 어두웠으니 적들이 매복이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겁니다.”


진청은 꽥하고 소리 지르며 운필에게 으르렁댔다.


“이놈! 적? 참나~! 지금 우리 남궁세가를 무시하는 건가? 매복? 대체 안휘성을 뭐로 보고.”

“허허허 진청아, 네가 아직 경험이 적어 그러는 모양인데, 운필이가 전혀 없는 소리를 한 건 아닌 듯싶구나. 그러니 오늘은 여기서 노숙하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


진청은 바닥에 침을 한번 퉤- 뱉었다.


“겁이 이리도 많아서야. 마음대로 하십시오. 소인은 몸이 약해 도저히 노숙은 못 하겠으니, 느긋하게 아침진지 잡숫고 오십시오. 이랴~!”


진청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도지휘사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병법도 모르는 애송이가, 겁이 어쩌고저쩌고해? 나를 뭐로 보고.’


결국,


“일 공자 뒤를 따른다.”

“대인!!!”

“그 입 다물라. 네 놈 때문에 내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는 나를 욕보이지 마라.”

“송구합니다.”


다그닥 다그닥


대략 이백 보정도 되는 짧은 구간, 어둡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돌파했으리.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횃불에 의지한 서른이 넘는 군마가 속도를 내다가는 뒤엉켜 크게 넘어질 수밖에 없다.


“거의 다 왔으니 서두르지 마라.”

“네, 대인”


그때였다.


“백성을 수탈한 탐관오리 소방정은 목숨을 내놓아라!”


슉슉슉슉슉!


우레와 같은 호통과 함께 별이 가득한 하늘이 날카로운 화살촉으로 뒤바뀌었다.


히이잉~


“으아악, 살려줘!”


우왕좌왕 말들이 날뛰고 군졸들은 대처조차 못 하고 고슴도치가 되었다. 그 탓에 일부는 낭떠러지로, 일부는 서로 엉켜 넘어져 찍소리도 못하고 운명을 달리했다.


“대인!”


화살 한 발이 도지휘사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왔다.


챙!


호사 운필은 급히 몸을 날려 쳐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어떤 놈들이!”


도지휘사는 눈알을 부라리며 전황을 파악하려 애썻다. 그러나 어둠 때문에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웠다.


“퇴각하셔야 합니다.”


운필이 재촉했다.


“···그래! 일단 물러서자.”


그러나 퇴로는 이미 흑도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수는 많지 않아 보였으나 길이 워낙 좁아 뚫어내기 어려워 보였다.


“제대로 함정에 빠졌구나. 어쩔 수 없다. 운필아, 이번에도 네가 고생해줘야 겠다. 길을 열거라.”

“분부 받잡겠습니다.”


운필은 마갑을 두른 자신에 말에 올라타고 창을 높이 들었다.


“길을 뚫을 것이니 내 뒤만 따르라. 장사돌격을 펼치겠다.”


긴 뱀을 닮아 붙여진 돌격법, 맨 선두에는 출중한 무예와 날 선 기감을 가진 운필이 왼쪽 옆구리에는 창을, 오른손으로는 보조로 매달아 두었던 방패를 들어 빠르게 치고 나간다. 그러면, 말꼬리가 스칠 정도로 바싹 붙어 따른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바로 앞말 엉덩이만 보고 달려라.”


잘 훈련된 군마들이 한 줄로 대형을 맞추며 속도를 내니 폭이 좁은 호젓한 길이 순식간에 주파 되었다.


그 모습에 마운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해. 정예를 빼내온 모양이군.”

“정예요?”


장평이 물었다.


“그림자가 죽었으니, 양지에서 활동하는 군사들을 잔뜩 끌고 온 게지. 저놈들이 입은 옷을 보아라.”


도지휘사의 군졸들이 입고 있는 검은 갑주를 가리키며 마운이 말했다.


영파에서 정찰을 나갔을 때, 도지휘사의 가솔은 둘로 나눌 수 있었다.


먼저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는 그림자. 호사 운영으로 대표된다. 일부는 평상복을, 일부는 승려로 위장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황실에 녹을 먹는 군졸로 당당히 군적에 올라 있으나, 도지휘사의 졸개나 다르마 없는 족속들. 선봉에 선 운필로 대표되었다.


“무위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마운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일류따위가 별거 있겠어? 국고를 축내는 쥐새끼 잡으러 가보자.”


천금장의 무사들이 경공을 펼쳐 뒤를 쫒았다.


“으악!”


군졸들은 뒤를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었으니, 저항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천금장 무인들의 경공 수준이 말의 속도보다는 낮아 그들에 닿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장 부장, 앞을 막아라.”


장평은 제운종을 펼쳐 쏜살처럼 튀어 나가더니, 이제는 나뭇잎이 다 떨어진 단풍나무를 베어 좁은 길을 막아버렸다.


쿵!


“이런 젠장! 모두 말에서 내려라. 어차피 길이 좁다. 방패진을 펼쳐 흑도를 막아라.”


도지휘사는 하는 수 없이 검을 빼 들었다.


쾅! 쾅! 쾅! 쾅!


군졸들을 서로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 붙이고 3단으로 방패를 높이 쌓아 벽을 만들어 뒤에서 쫒아오는 천금장 무인들의 공격을 막아내려 애썼다.


그동안 도지휘사는 머리를 굴렸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둥 잡소리 한다고 물러설 것 같지도 않았고, 저들이 무엇을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무엇일지 떠올렸다.


‘그렇지. 남, 남궁진청!!!’


안휘성은 남궁세가가 꽉 잡고 있으니, 아무리 흑도라 하여도 쉬이 덤비지 못 하리라. 하지만, 그는 떠나고 없다.


‘이리될 줄 알았으면 같이 움직이는 건데. 젠장!’


병장기와 방패가 사납게 부딪치며 파열음을 만들어 냈다. 겨우 버티고는 있으나 깨지는 건 시간 문제.


그때, 저 뒤에서부터 황소 같은 남자가 달려오더니 방패벽과 충돌했다. 그 탓에 일부는 뒤로 나자빠지고, 몇몇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


쾅~!


“으아앜~!”


방패진이 깨지자 천금장 무인들의 칼질은 더욱 무자비해졌다. 군사 중 몸이 날랜 자들만 선별했지만 이런 식의 싸움은 익숙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썰려 나갔다.


도지휘사가 여전히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못하자 운필이 나섰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몸을 피하십시오. 여긴 소인이 맞겠습니다.”

“내 너의 형제를 어찌 잊겠느냐. 가족들은 걱정 말거라. 여식들은 소 씨와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도지휘사는 운필을 안아주고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운필은 포권을 취하더니 망설이지 않고 선천진기를 끌어 올렸다.


심장박동, 체온 유지 등 인간 생명 유지를 위한 근원 선천진기. 얼마나 오랫동안 싸울 수 있을지는 모르나 생명에 관한 힘을 억지로 끌어 썻으니 평소보다 몇 배의 내력을 담을 수 있는 건 분명했다.


“으아아압”


선천진기가 운필의 혈도를 타고 퍼져나갔다. 빨라진 심장 박동이 온몸에 감각을 곤두세웠다.


치이익~


들끓는 선천진기와 살심이 뒤섞이니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다. 운필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덤벼라! 나 운필이 너희 모두를 도륙 내겠다. 으아앜!”


폭발적인 움직임. 흑도들은 급히 칼을 들어 방어하려 했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라 단 한번 창질에 세 명이 꼬치처럼 줄줄이 꾀어졌다.


그 모습은 장판교에선 선 장비와 비견될 정도.


“일기당천이로다. 비켜라. 너희들이 상대할 자가 아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마운이 상공으로 뛰어올랐다.


마운이 솟구쳐 오르자 운필은 창을 들어 올려 쳐내려 했지만, 마운은 허공답보를 펼쳐 미세하게 방향을 바꾸어 피하더니 급기야 창의 중간을 잡았다.


“선천진기까지 끌어냈으니, 내공 대결 한번 해볼까?”


잠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고요했다.


그러다, 우웩!


운필은 배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창을 놓아라. 고통스럽게 죽을 이유가 있느냐. 그러면 내 단칼에 네 놈에 목을 베어 주겠다.”

“닥, 우웩, 쳐라.”


운필의 눈알 실핏줄이 터져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런데도 내공 대결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커어엌, 털썩!


급기야, 뱃속에 든 모든 것이 텅 비자 타액이 질질 흐르기 시작했고, 각혈과 함께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용기는 가상했으나 다소 허무한 죽음이었다.


“백 년은 이르다.”


마운은 용감이 맞서 싸운 감지 못한 눈꺼풀을 감겨주고 목을 잘라 들어 올렸다.


“수괴를 죽였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으아아아~!”


*


운필이 끔살당하자 졸개들은 급속도로 와해되었다. 비교적 뒤에 섰던 놈들부터 하나둘씩 도망치다가, 급기야 모두 병장기를 바닥에 던지고 줄행랑을 쳤다.


“거기 서라.”


천금장의 무인들은 학살이라 불러도 좋은 정도로 찌르고 베어갔다.


그러나 도지휘사가 보이지 않았다. 치사하게 제 혼자 벌써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마운이 장평을 바라봤다.


“뒤를 맡기마.”

“걱정 마십시오.”


마운이 천축국에 갔을 때 큰돈을 주고 배운 치타보를 펼쳐 튀어 나갔다. 제운종처럼 오래 펼칠 수도 없고, 움직임이 볼썽사나워 자주 보일 수는 없으나 속도만큼은 천하에 손꼽히는 경공술. 


네 발로 짐승처럼 움직였다. 앞 손으로 땅을 밀쳐내는 동시에 등을 구부려 뒷다리를 앞으로 가져오고, 뒷발이 닿는 동시에 땅을 힘차게 밀어 차며 탄력을 만들어 냈다.


“이놈!”


순식간에 도지휘사에 닿았다. 한 마리에 치타가 되어 그를 덮쳤다.


챙!


도지휘사는 검을 들어 마운의 주먹을 간신히 막았다. 하지만 내공을 가득 실은 주먹을 외공에만 의지해 겨우 막아섰으니, 검이 반으로 부러지며 칼날이 튕겨 나갔다.


“순순히 목을 내놓아라. 헉헉”


마운은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조롱박을 꺼내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아으~ 좋다. 목마르고 허기질 땐 역시 두강주가 최고야. 죽기 전에 한잔?”

“무슨 개소리야. 보낸 사람이 누구냐! 방수냐? 방수 맞지?!”

“말이 참 많은 놈이구나. 백성이 보냈다고 몇번을 말하느냐!”

“핏줄을 생각하여 자비를 베풀었더니, 그놈이 결국 나를 배신하는구나...”


마운은 두강주 한모금을 더 마시고는 애용하던 금무검(金無劍)을 빼 들어 올렸고, 죽음을 예감한 도지휘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호작 눌러주세요.

평일 밤 10시에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에서 돈놀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휴재 안내(월~ 수, 16~18) 24.09.12 3 0 -
공지 평일 밤 10시에 만나요~ 24.07.29 34 0 -
37 37화. 기연 24.09.13 11 1 11쪽
36 36화. 기연 24.09.12 17 1 12쪽
35 35화. 기연 24.09.11 22 1 11쪽
34 34화. 기연 24.09.10 25 1 11쪽
33 33화. 기연 24.09.09 29 1 11쪽
32 32화. 본격적으로 24.09.06 31 1 11쪽
31 31화. 본격적으로 24.09.05 27 1 11쪽
30 30화. 본격적으로 24.09.04 31 1 11쪽
29 29화. 본격적으로 24.09.03 32 1 12쪽
28 28화. 본격적으로 24.09.02 33 1 12쪽
27 27화. 역사 24.08.30 38 1 12쪽
26 26화. 상벌 24.08.29 39 1 12쪽
25 25화. 개판 24.08.28 40 1 12쪽
» 24화. 개판 24.08.27 43 1 12쪽
23 23화. 개판 24.08.26 44 2 11쪽
22 22화. 개판 +1 24.08.23 63 3 12쪽
21 21화. 개봉 24.08.22 46 3 12쪽
20 20화. 개봉 24.08.21 46 3 12쪽
19 19화. 개봉 24.08.20 51 3 12쪽
18 18화. 개봉 24.08.19 54 3 12쪽
17 17화. 이게 뭡니까 24.08.16 55 3 11쪽
16 16화. 이게 뭡니까 24.08.15 59 3 12쪽
15 15화. 이게 뭡니까 24.08.14 57 3 12쪽
14 14화. 이게 뭡니까 24.08.13 57 2 11쪽
13 13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12 56 3 11쪽
12 12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9 60 3 11쪽
11 11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8 71 4 12쪽
10 10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24.08.07 72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