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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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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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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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DUMMY

일반적으로 단전(丹田)이란,

배꼽 밑 세 치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 모든 내공이 모임은 물론, 외공의 균형점이 되는 신체의 중심. 


하나 도가에서 가르치길, 단전은 하나가 아닌 세 개까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미간 사이에 상단전,

명치에 중단전,

배꼽 밑에 모두가 가지고 있는 하단전.


절정의 무인인 마운은 예순 평생, 하단전 외에 다른 단전을 만들어낸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순식간에 1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중단전에 쌓았다.


어릴 때부터 천재로 이름나고 천하를 수도 없이 돌며 영약이란 영약은 모두 챙겨 먹었던 마운조차도 지천명에 이르러서야 겨우 1갑자를 쌓을 수 있었다.


'미친 오성이로다. 너무 허탈해.’


마운은 빤히 수완을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수완이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요리사라니까요.”


마운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수완을 뚫어지게 한동안 바라보다 그만두었다.


‘복덩이가 넝쿨 채 굴러들어 왔어.’


그 집에서 며칠 더 머무르며 떠날 채비를 마쳤다. 마침 도지휘사의 포위망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보름 전만 해도 밀알처럼 빽빽했던 군사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함정일까요?”

“그건 아닐 게다. 돈 때문일테지.”


도지휘사가 진노했다고는 하나, 군사를 오래도록 잡아둘 수는 없다. 군사들의 사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천에 군사를 먹이려면 절강성 군비에 큰 타격을 가져올 게 뻔했다. 주먹밥 하나씩만 먹인다 해도 그게 다 얼마인가.


“하긴 그렇겠네요.”

“부피가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으니 봇짐을 나눠 가지는 게 모습이 자연스러울 게다. 금자와 홍삼을 셋으로 나누자.”

“네, 장주님.”


그때였다. 마운 일행이 떠날 채비를 하자 기둥 뒤에 고개만 빼꼼 내밀고 숨어 지켜보던 진청이 눈물이 그렁그렁하여 다가왔다.


“형아, 안 가면 안 돼? 응?”

“진청아. 할아버지 말씀 잘 듣고 밥 많이 먹어.”


수완은 산골에 할아버지와 둘만 남을 진청이 마음이 쓰였다. 한 달 동안 조수 노릇을 톡톡히 했으니 꽤 많은 정이 들었다.


‘어디 보자.’


사탕이라도 하나 주고 싶은 마음에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 보고 있던 마운이 진청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자신이 차고 있던 검을 건넸다. 도지휘사의 그림자 운영에게 뺴앗은 검이나 마운의 검이기도 했다.


“나중에 커서 개봉에 올 일이 있거든 파란 기와집 찾거라.”

“누구 집인데요?”

“할아버지 집.”


장평은 깜짝 놀랐다. 무인에게서 검을 떼어놓는 일이 얼마나 큰일임을 알기에.


“괜찮으시겠습니까?”


마운은 수완이 연습 때 사용했던 나무 막대기를 지팡이처럼 집었다.

봇짐에 나무 지팡이라... 볼품없는 노인이다.


“어차피 무거웠어. 나는 요놈이면 충분해.”

“살펴가슈. 멀리는 못갑니다. 에헴.”

“당분간은 받은 금자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괜한 봉변을 당할 수 있습니다.”


마운은 노인에게 신신당부했다. 가난한 이가 갑자기 금자를 들고 나타난다면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다. 도적에게도, 도지휘사에게도 말이다.


“그 정도는 나도 압니다. 그 짝이 떳떳한 사람들은 아니란 걸. 그러니 그 큰 돈을 줬겠지. 걱정 붙들어 메슈.”


노인은 입을 다무는 시늉을 했다.


“좋소이다. 평안하길 빌겠소.”



13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마운 일행은 경비가 약해진 북문 근처에 미리 자리를 잡았다.


“새벽에 빠져나간다.”

“성벽을 넘으실 거죠?”


장평이 물었다. 마침 달빛마저 어두운 그믐이었으니 돌파하기엔 최적이었다. 그러나 마운은 고개를 저었다.


“북문을 통해 걸어 나간다.”


장평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비록 수완이가 많은 내공을 얻었다고는 하나 그저 내공에 불과하지. 녀석의 제운보 실력으로 봤을 때 성벽을 직접 넘기엔 무리가 있어 보여.”


성벽은 깎아질 듯한 험준한 산악에 자리 잡고 있어 장평마저도 까딱하다간 낭떠러지로 떨어질 정도 아슬아슬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북문을 통하는 게 낫다고 마운은 판단을 내렸다. 목숨보다 중한 건 없지 않은가.


“짐이 되어 송구합니다.”


그렇게 마운이 신호를 보낼 때까지 풀숲에 숨었다. 그리고 마침내 계획했던 인시 끄트머리가 되었다. (새벽 4시경)


근무를 서던 문지기 둘은 하품을 찢어지게 했다. 얼굴에 피곤함이 서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보였다.


“으하암. 졸려. 한 달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대체 누가 잠입했다고 이 난리인지 원.”

“그러게나 말이야. 마누라 얼굴도 기억 안 나.”


후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형님 그 얘기 들으셨수?”

“뭔 이야기?”

“사실 이 짓거리가 도지휘사 영감 비밀 창고가 도둑 놈에게 털려서 그러는거래.”


선임이 화들짝 놀라며 후임의 입을 틀어막았다.


“예끼, 이 사람아. 입 조심하시게. 까닥하다간 경을 칠 게야.”

“하하하 겁도 많으슈.”

“그나저나 우리 뒷번초가 누구야? 내 위야?”

“제 밑일 겁니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빠져가지고.”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묘시 근무자가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어기적어기적 걸어왔다.


“빨리빨리 안텨와.”

“아직 시간 안 됐지 말입니다.”


고참이 화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후임의 발걸음은 빨라지지 않았다.


“이 자식이 팍 씨, 나 때는 말이야 고참들이 먼저 근무면 일각은 먼저 와서 기다리는 게 예의였어.”

“지금이 그때는 아니지 말입니다. 그리고 짬 차이가 얼마나 난다고 그러십니까. 같이 피곤한 처지에 너무하십니다.”

“어이, 소천이. 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문지기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졌다.


“제가 틀린 말 했씀까? 생트집 잡지 마십시오.”

“했슴까? 고참한테 그런 말 쓰게 되어있냐?”

“제가 뭘요?”

“요~? 이 새끼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그 틈을 타, 세 사람은 제운종을 펼쳤다.


“하늘이 우리 편이다. 가자.”


잔상이 쭉 늘어지더니 한순간에 굳게 닫힌 북문 앞에 닿았다. 장평이 재빠르게 쪽문을 열고 손짓했다.


“열렸습니다.”


그러나,


“거기 니들 뭐야. 멈춰!”


한참 싸우던 군사들이 일순간에 마운 일행을 바라봤다. 무시하고 경공을 펼쳐 도망칠까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마운은 어느 때보다 몸을 구부정하게 했다.


“나으리, 저는 본래 안휘성 사람인데, 안사람이 몸져누워 약초를 찾아 영파까지 왔다 돌아가는 길입니다.”


문지기들은 마운 일행을 훑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게 분명한 노인에, 생김은 담지 않았으나 아들처럼 보이는 둘.


“아직 통행금지가 풀리지도 않았네.”

“그랬습니까? 송구합니다. 분명 묘시를 알리는 소리를 들어서 그랬는데. 안사람이 오늘 내일 하는지라 마음이 급했나 봅니다.”

“됐고. 그거나 풀어봐.”


문지기가 창끝으로 봇짐을 툭 쳤다.


“그냥 약초입니다.”

“어허, 그건 자네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야.”


하는 수 없이 봇짐을 풀었다. 문지기는 홍삼을 들고 요리조리 살폈다. 냄새도 킁킁 맡았다. 인삼의 모양은 했으나 말라 비틀어져 있다. 색깔은 붉다 못해 검다.


“이게 대체 뭐지? 이거 인삼 아니야?”

“에이, 이게 무슨 인삼이요.”

“맞아? 인삼 말린 거 아닐까?”

“형님도 참.”

“왬마~”

“그 비싼 인삼에 누가 이 딴짓을 한답니까. 말이 돼요?”

“하긴. 어이 늙은이 이게 대체 뭔가?”


마운은 머리를 굴려 생각나는 대로 답했다.


“그러니까... 음.. 흑수근(黑水根)라고 합니다. 음기가 강해 보통은 약으로 쓰지 않으나, 가끔 여자의 음기가 쇠했을 때 보충해주는 거라고 의원이 그랬습니다.”

“그랬어? 그래서 바다가 있는 영파까지 온 거구먼.”


예로부터 높은 산은 양기가, 바다는 음기가 모인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역시 나으리십니다. 어깨가 떡 벌어지셔서 풍채가 대단하신데 두뇌까지 명석하시군요. 하하”


마운은 장사꾼 특유의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 놓았다. 문지기도 칭찬이 싫지 않은지 경계를 풀었다.


“아직 어두우니 산짐승 조심하고. 안사람 꼭 살리길 바라네. 나도 몇 해 전에 애 엄마가 숨 넘어갈 듯 위태로운 바람에 크게 마음 졸였지.”

“역시 마음 씀씀이가 바다와 같으십니다. 감사합니다. 나으리.”


그렇게 북문을 쉽게 통과하는 듯했다. 그러나,


번쩍!


장평의 가슴팍에 숨겨두었던 금자가 떠오르는 태양 빛에 반사되어 교대하러 왔던 문지기 중 하나의 동공에 얼핏 쏘아졌다.


문지기의 창이 움직이려 했다.


“아이고~ 우리 엄니 불쌍해서 어찌합니까.”


그를 눈치챈 수완이 마운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거의 초상이라도 난 듯 말이다.


“일평생을 일만 하다 몹쓸 병에 걸렸으니, 엄니께서 소자를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셨을까 불안해 죽겠습니다. 흑흑”


그러자 마운도 장단을 맞췄다.


“이놈, 뚝 그치지 못하겠느냐. 사내대장부가 되어서 어찌 눈물을 그리 쉽게 보이는 게냐. 아비가 그리 가르쳤느냐.”


한번 터진 수완의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쉽지 않은 곱상한 외모로 펼치는 그의 눈물이 좌중에 시선을 강탈했다.


“이게 다~ 형님 때문입니다. 형님이 사고만 치고 돌아오지 않았어도 엄니께서 쓰러지지 않으셨을 겁니다.”


수완이 장평의 멱살을 잡았다.


“엄니 돌아가시면 어쩌실 겁니까. 형님.”


그와 동시에, 장평의 품에 있던 금화를 슬쩍했다. 그리고는 군사가 보란 듯이 장평의 상의를 북 찢어 버렸다.


장평이 수완의 뒤통수를 후렸다.


팍!


“이 건방진 동생놈이! 그게 왜 내 탓이냐!”


목소리가 크고 찢어지는 것이 망나니가 따로 없었다. 문지기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형님이 투전판에다가 가져다 밪힌 재물이 얼마입니까. 가산 다 탕진하고, 이젠 이집 저집 처자까지 건드렸으니 엄니가 화병 나지 않으시고 배기신 답니까.”


노인의 축 늘어진 육신으로 둘을 뜯어 말리려 파고들었지만 힘겨워 보인다. 결국 싸움을 말린 건 문지기 중 최고참.


“아 시끄럽고 집안싸움은 니들 엄니 살린 다음에 해라. 그렇지 않아도 교대 시간이 지체되어 피곤해 죽겠는데 여기서 무슨 추태냐.”

“죄송합니다. 나으리.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탓입니다.”


마운이 넙쭉 엎드렸다.


“이놈들 빨리 안 꺼져.”


결국 문지기에 등 떠밀려 북문을 통과했다.


한참을 달렸다. 영파 경계를 통과했으나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적어도 남궁세가가 있는 안휘성에 들어가야 한다.


“수완이.”

“네, 조화검 어른.”

“자네가 보기엔 내가 그리 난봉꾼처럼 보이는가?”

“네?”


장평의 표정이 이상했다. 분명 아까 한 이야기 때문에 묻는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기분 좋아 보였다.


“아닙니다. 그냥 임기응변으로 해본 소립니다.”

“그런가··· 그럼 자네가 보기엔 나는 여인에게 통할 얼굴인가?”

“네??”


그러자 마운이 세상 재수 없게 웃었다.


“난봉은 무슨. 세우지도 못하는 놈이.”


장평의 얼굴이 시뻘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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