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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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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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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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DUMMY

책이 스르륵 펼쳐지며,

옛날에 재미있게 보았던 『상인의 도』 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의주 만상 임상옥, 대량 증포술을 개발하여 수삼을 홍삼으로 만들고 결국에는 역사에 족적을 남긴 거상이 되었다. 


‘홍삼이라면!!!’


홍삼은 수삼보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수삼을 찌고 말렸기에 썩을 걱정이 없다.

둘째, 증포를 거친 수삼은 나쁜 성분은 빠져나가고 좋은 성분만 농축되어 약효가 뛰어나며 체질을 타지 않는다.

셋째, 쓴맛 역시 빠져 내공심법을 익히는데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어린아이도 먹기 쉬워진다.


그리고 수완 일행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형태가 수삼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니, 혹여나 관군에게 잡힌다고 해도 감히 고려인삼이라 말할 동태 눈깔은 없으리라.


수완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어렸다. 그 모습을 보자 눈치 빠르게 마운이 다가와 물었다.


“방도가 생각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수완은 홍삼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 고향에서는 수삼도 물론 훌륭하지만 홍삼을 더 높게 쳐줍니다.”


마운은 처음 듣는다는 듯 한쪽 눈썹을 올렸다.


“그래? 그리 좋다면 어찌 중원에는 알려지지 않았는가.”

“그건 중원인들이 홍삼에 대해 모르기 때문일 테지요.”


아무리 영약이 제 옆에 있다고 한들, 그게 약임을 알지 못하면 한낱 풀때기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나 중원인들은 동물의 머리통까지 요리에 그대로 올릴 정도로 가공품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굳이 수고롭게 홍삼으로 만들기보다는 수삼만을 내다 파는 게 여러모로 낫다.


“흠··· 영 틀린 말은 아니구먼.”


하지만 쉬이 홍삼을 만들자 결정 내릴 수 없었다. 봇짐 하나에 불과한 인삼은 쌀 4천 석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완이 뛰어나다는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지만, 스물도 안 된 소년의 말만 믿고 모든 것을 걸기에는 고려 인삼의 가치가 너무 컸다.


마운 답지 않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신하느냐?”

“글쎄요. 저도 만들어보지는 못해서요.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승부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승부처라...”


마운은 언제 꿍쳐놨는지 모를 작은 표주박 꺼내 안에 든 백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표현 마음에 드는군. 일단 밥부터 먹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하지 않느냐. 으하하”


내용물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수제비가 나왔다. 간조차 약해 맹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시장이 반찬이라고 셋은 눈 깜짝할 새 국물 한방울까지 뚝딱 비워냈다.


마운이 말했다.


“노인장, 신세를 며칠 더 져야겠습니다.”

“그짝이 나보다 더 먹어 보이는데... 흠.. 올해 춘추가 어찌 되시오?”


노인은 족제비 눈을 뜨고 흘겼다.


“아 참, 제가 깜빡했습니다.”


마운이 턱짓하자 장평이 냉큼 금자 한 냥을 더 건넸다. 그러자 노인은 금자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며칠 더 머물러도 되겠죠? 형님?”

“내 집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시구려. 동생. 이히히”


12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마운은 역용술을 펼쳐 도지휘사군의 동태를 살피고 장평과 노인은 먹거리를 장만하러 사냥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수완은 증포술에 들어갔다. 보조로는 그 집 아이, 왕진청만을 두었다.


수완이 혼자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빼앗길 수 없어.’


마운에게 의탁하다고는 하나, 그들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 평생을 친구로 지낸 사람에게도 배신당하는데 만난 지 고작 한달여 남짓인 마운을 어떻게 믿으랴. 가능한 비법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임상옥 아저씨 미안합니다. 대신에 중원 놈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장담은 못하지만.’


사실 증포술이라는 건 현대인, 그것도 전 세계의 요리기술을 습득해온 최고 주방장 수완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만두 찌듯 쪄내고 말리면 그만이다. 다만 보통 말린다고 하면 그늘에 말리는 것이 상식이겠으나 홍삼은 햇볕에 말려야 한다.

왜냐하면 증포하게 되면 점액성분이 젤리처럼 끈적끈적해지기에 잘 마르지 않고 썩기에 십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으니,


‘후··· 정말 참담해. 전기밥솥이 간절하구먼.’


홍삼을 만들려고 보니, 이놈에 집구석에는 가마솥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밥그릇도 나무를 깎아 만들었으니, 바닥에 구멍이 송송이 나 있는 찜솥 같은 기물이 있을 리 만무했다. 


수완은 아쉬운 대로 적당한 나무 밥그릇을 골라 구멍을 뚫었다.


“멀쩡한 남의 집 밥그릇에 구멍을 왜 뚫고 있어?”

“아이 깜짝이야!”


장평이 불쑥 나타나 물었다.


“만두 찌듯 찌려는 겁니다. 남 일하는 걸 뭘 그렇게 훔쳐보십니까.”


수완은 자기도 모르게 날 선 대꾸가 나왔다. 그러자 장평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찐다고? 네가?”

“왜, 왜요. 저는 안됩니까?”


수완은 바짝 쫄았다.


'기분 상했나? 저 인간 눈깔 돌면 무서운데.’


“누가 만두를 그렇게 쪄? 번거롭게. 그냥 물에 넣고 삼는 거지.”

“엥? 진짜요.”

“당연하지. 고급 주루에서는 그렇게 하려나?”


그제야 증포술이 신기술로 받아들여진 이유를 깨달았다. 아마 다른 집 형편도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


“아무튼 그런 게 있으니 저리 가세요. 거치적 거립니다.”


장평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한손에 들린 토끼를 손질하러 떠났다.


휘휘~


약불로 반 시진을 쪄내고 양지바른 장소를 골라 말렸다.


마르길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게 없었으니 무공을 배우기로 했다.


“어떤 검법을 가르쳐 주실 겁니까? 장주님께서는 무당의 제자라고 하셨으니 당연히 태극검법이겠죠?”

“훗!”


장평이 피식 웃더니 시범을 보였다.


“두 번은 없으니 잘 보거라.”

“걱정 마십시오.


수완은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검술을 상상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빙글르르 돌다가 검강을 날린다. 하지만 장평이 가르쳐준 건...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마.”

“너무 급해, 한번 하더라도 천천히.”

“어허, 집중!”


온종일 막대기를 들고 가만히 서 있기,

옆으로 한발짝 움직이고 내려 베기,

뒤로 반보 빼며 막대기 들어 막기,

앞으로 손을 쭉 뻗는 찌르기가 전부였다.


“끝이에요? 막 날아다니고 이런 거 안 배워요?”


그러자 어느새 마운이 나타나 수완의 궁둥이를 뻥 찼다.


“까라면 까.”

“···눼”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래서 홍삼이야? 색이 붉어졌군.”


분명 수삼과는 차이를 보이나 아직 뚜렿하지는 않다.


그때, 수완이 마운의 손을 꼭 잡았다.


“장주님께서 해주실 것이 있습니다.”

“???”

“실험체가 되어 주십시오.”

“???”


수완은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사람이다. 늘 기록하고 최적화에 힘쓴다. 옛말에 구증구포한 흑삼이 으뜸이라 하였지만, 데이터로 입증되지 않았으니 믿을 수 없다는 견해였다.


“수삼을 1로 보았을 때, 한번씩 증포를 거친 홍삼이 얼마만큼 내공을 증진하게 시키는지 측정해 주십시오.”

“오호~ 훌륭한 생각이다.”


마운은 냉큼 한 뿌리를 집어 먹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잠시 후


“오! 놀랍다. 수삼을 먹었을 때 늘어낸 내공이 3할이었다면, 이 홍삼은 곱절이나 늘어났구나. 성공이다. 대성공이야. 으하하”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총 4번 증포를 했다.


“확실히 삼포보다 작게 느는군.”

“그렇습니까.”


세 번째 증포까지는 내공 증진량이 큰 차이를 보였으나 네 번째부터는 별 차이가 없어졌다. 게다가 모양까지 원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 거기서 멈추는 게 합당해 보였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마운이 힘주어 불렀다.


“어이 수완이.”

“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운이 눈을 치켜뜨고 수완을 노려보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왔다.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수완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려는 걸 억지로 붙잡았다.


‘서, 설마 나를 죽여서 비법만 가로채려고? 눈대중으로 따라 할 수 있을 성싶은가··· 꿀꺽.’


수련에 사용하던 작대기가 어딨는지 찾았다. 순간,


휙-


마운이 수완의 코끝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잉?”

“뭐해. 씹어.”


수완의 입에 홍삼 한뿌리가 들어와 있었다.


“지금부터 운공을 전수해 줄 터이니 가부좌를 틀고 앉거라.”

“아...”

“뭐가 아야. 집중 안 해! 엄청난 효능을 가진 영약을 삼켰으니 바로 운기조식하지 않으면 주화입마에 빠져들 수도 있음이야.”


수완은 양지바른 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지금부터는 대답하지 말거라. 내가 직접 인도하겠다.”


수완은 꼭꼭 씹어서 홍삼 잔뿌리까지 삼켰다. 그러자 뜨거운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몸에 힘은 빼고, 정신만 단전에 집중하라.”

“흡!”


뜨거운 무언가가 배속에서 불덩이로 모습을 바뀌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며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들썩였다. 그와 동시에 작은 구술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마운이다.


작은 구술은 불덩이 앞에 섰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터주는 길만 잘 따라오너라.”


작은 구술은 혈도를 따라 불덩이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불덩이가 비틀거리며 종종 길을 잃고 다른 곳으로 흘러가려 치면, 작은 구술이 잽싸가 날라와 잡아주고 속도가 너무 늦어지면 뒤에서 밀어준다.


“좋아. 처음치고 잘하고 있어. 이젠 속도를 내보자 꾸나.”


수완은 굴렁쇠를 굴리는 것을 떠올렸다. 처음엔 버겁게 굴러가며 비틀거렸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안정되어 간다. 이를 깨닫자, 불덩이는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얻을 만큼 빠른 속도로 수완의 혈도를 훑고 지나갔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단전 안쪽으로 모두 쑤셔 넣거라.”


전신 혈도를 한 바퀴를 삥 돈 불덩이를 단전 깊숙이 빈 공간에 집어넣는다. 불덩이는 계속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떼를 썼지만, 단전 안의 사슬이 빠르게 포박한다.


“마지막이다!!!”


그리고 마침내,


“으합!”


성을 내던 불덩이가 딱 균형이 잡히더니 순식간에 한점으로 모여들며 모습을 바뀌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벌일 것처럼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이놈, 수완아! 뭐하고 섰느냐! 즉시 네 것으로 만들 거라!”


마운이 호통치며 흐트러지려는 수완의 정신을 붙잡아 주었다.


그런데,


피융!


한점으로 모여든 구술이 갑자기 경로를 바꿔 위로 튕겨 나갔다. 필시, 과해진 내공 흐름에 주화입마에 빠지려는 것이다. 마운은 재빨리 작은 구슬을 올려 막아서려 했지만 수완의 구술이 마운의 것을 삼켰다.


그리고,


“...어”


수완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이게 홍삼인가? 대단하군요.”


마운은 덜덜 떨며 손을 뗐다.


“장주님, 괜찮으십니까?”


장평이 물었다. 마운은 마른세수를 몇 번 하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더듬었다.


“세, 세상에.. 주, 중단전(中丹田)이 마마.. 만들어졌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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