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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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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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본격적으로

DUMMY

수완은 마운을 찾아갔다. 셈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장주님, 수완입니다."

"들어오거라."


언제나처럼 한쪽 구석에서 술병을 끼고 멍하니 앉아 있는 그가 보였다.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생각 중이었지. 무슨 일로 늙은이를 찾았는고."


수완은 신변잡기나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협상할 일이 있어 왔습니다."

"···흠."


마운은 목을 긁었다.


"장주님의 목숨을 구해드린 일에 대해서는 계산을 이미 마쳤고, 그간 제가 벌였던 일들은 상벌위원회에서 과실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랬지."


마운도 미안했는지 수완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먼저 가벼운 것부터 이야기하지요. 저에게 급료로 얼마를 주실 생각이십니까?"


감봉이라는 벌이 내려졌지만, 기준이 되는 급료는 아직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얼마를 받고 싶은 게냐?"

"은자 다섯 냥은 받아야겠습니다."


장평과 같은 수준. 말도 안되게 높게 불렀다. 원래 중원인과 이야기를 할 때는 모두가 그렇다. 깎을 때도 마찬가지로.


"한 냥 주마."

"네 냥."

"한 냥 반."

"세 냥."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금세 끝났다. 어차피 가벼운 주제였으니까. 수완은 은자 두 냥에 동전 25전을 받기로 했다. 중견 호사부 무인 수준이다.


천금장에도 나름 질서가 있으니, 아무리 능력을 보였다고 해도 처음부터 파격적인 대우는 할 수 없다했다. 물론 수완도 고집을 부릴 생각은 없었고.


그저 오늘 하게될 이야기가 순탄하지 않게 흘러갈 것이라는 느낌만을 강하게 풍기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 메인 디쉬로 넘어갈까요?"

"메··· 뭐?"

"그러니까, 진짜를 협의해 보고자 합니다."


마운은 술 한잔을 따랐다.


"쉬운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어디 남은 것이 있거든 몽땅 털고 가자. 지껄여 보거라."


수완은 괜히 뜸을 들였다.


"말을 해, 이놈아."

"홍삼 제조법입니다."


푸~


마운은 마시던 술을 뿜었다. 기술을 돈 주고 판다는 개념이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직원이니까 그냥 시키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 모양.


"농담?"

"참말입니다."

"허, 웃기는 놈일세. 물건도 아니고."


마운의 표정이 바싹 굳었다. 수완도 조금 쫄렸지만 태연한 척했다.


홍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중원 땅에서 수완밖에 없다. 그렇다고 천금장이 포기할 수도 없다. 이미 너무 많이 나갔다. 만약 수완이 변심하여 남궁세가에 붙어 먹는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야 만다.


“...허, 이런 거미줄에 제대로 걸렸구나.”


마운은 외통수에 걸렸음을 눈치채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재목은 재목이로다. 얼마를 원하느냐?"

"팔고자 함이 아닙니다."

"?"

"천금장에 납품하게 해주십시오."

"이건 또 무슨 소리? 너는 천금장 식구이지 않느냐. 딴 마음을 품겠다는 게냐!"


마운은 벌떡 일어나며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기세로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수완은 못본척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지난 일로 제 몫은 알아서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마운은 술을 병째로 들이켰다. 알싸한 알코올 향이 그대로 전해진다.


결국,


"원하는 대로 하거라. 기운좋은 젊은이가 힘없는 노인네 모가지 잡고 비트니 당해낼 재간이 없구나."

"그리고 하나 더 청이 있습니다."

"또 뭔데?"

"돈 좀 빌려주십시오."


빙긋 웃었다.



28화. 본격적으로


발을 뻗을 곳을 보고 누우니 잠이 솔솔 온다. 마운에게서 금화 열 냥을 빌렸다.


“오늘 일은 비밀이다. 서 총관이 알면 감당 못해.”


신신당부했다. 수완도 여러 사람에게 알려져 좋을 게 없으니 그러기로 했다.


“점백이, 어머니와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개봉에서 제일인 객잔을 홀로 찾았다. 소룡포가 먹고 싶냐고? 아니다.


장사가 다 끝나가는 늦은 시간에 새파란 젊은 놈이 찾아와 하대하니, 점백이는 눈을 위아래로 흘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장평과 호형호제하고 개봉에서 으뜸가는 천금장 사람임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점백이는 퉁명스러웠으나 태도는 공손이했다.


“좋은 일이니 걱정하지 말게. 객잔주를 뵐 수 있겠는가?”


점백이는 부엌에서 정리하고 있던 노모를 모시고 나왔다.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누구더라?”

“수완입니다. 저번에 한번 인사 올렸는데요.”

“아···? 미안해. 나이가 먹었더니 자꾸 깜빡하네. 그나저나 이를 어쩌나, 재료가 똑 떨어졌는데.”

“괜찮습니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하러 왔습니다.”

“어떤···?”


모두의 시선이 수완에게 향했다.


“이 객잔을 저에게 파십시오.”

“팔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겨우 입에 풀칠만 할 정도로 허름한 객잔을 사겠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따로 없었다.


“제가 이 객잔을 인수해서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금화 다섯 냥을 드리겠습니다. 이 돈이면 평생 먹고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을 겁니다.”


하지만 노모는 단칼에 거절했다. 평범한 사람이 대략 20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큰 돈임에도 말이다.


“그건 어렵겠어.”


수완은 너무 단호박 같은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고, 점백이 역시 흥분했다.


“어머니 대체 왜...”

“나는 끼니 걱정 없이 여생을 보낸다고 쳐. 그런데 우리 애는 어떻게 하고.”


아무래도 점백이가 문제인 듯 했다. 하긴 남들처럼 농사지을 땅이 있길 하나 평생을 같은 일을 하며 벌어먹고 살았으니 아들의 살길이 퍽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수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두 분을 제가 계속해서 고용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급료는 어머님이 은자 두 냥, 점백이는 한 냥을 드리겠습니다.”


두 모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에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목만 축였다.


노모의 장고가 길어진다. 수완은 경험적으로 상대의 생각이 많아질 수록 거절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생각은 불안을 만들고 불안은 안정을 추구한다.


수완은 더 탐이 나도록 금자 다섯 냥이 든 주머니를 탁자에 올려두고 언제든지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노모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대체 왜···”

“제가 하면 잘 될 것 같아서요.”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나 큰돈을.”

“싫으십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돼서 그러지.”


수완은 노모와 점백이의 손을 꼭 잡았다.


“걱정 마십시오. 이 녀석은 제가 죽을 때까지 책임지겠습니다.”

“?? 내가 너보다는 형인 듯 싶은데.”

“입 닫아, 오늘부터 사장이니까.”



*


천금장에 직원이자 점백이네 객잔의 주인으로 현생에서도 뛰어 보지 못했던 투잡을 하게 되었다.


“내가 따로 지시하기 전까지는 소룡포는 만들지 않는다.”

“어렵게 개발한 요리인데...”


모자는 꽤나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다. 단지 찜 기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룡포는 한 접시에 은자 한 냥을 받았는데, 값비싼 해산물이 들어가기에 재료비만 해도 전체에 6할을 차지했다. 수지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고급 차림.


“점백이네와 어울리지 않네. 우리는 누구보다 맛은 좋지만 저렴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국수만을 판다.”


어향장육이나 팔보채 같은 말도 안 되는 차림 역시 모두 버리고, 딱 하나, 점백이 국수만 남겼다.


국물은 간단히 버섯과 호박으로 우려내어 깔끔함을 강조했다. 노모의 솜씨가 워낙 좋아 수완이 약간만 손봐줬음에도 값비싼 주루의 어느 요리에 비견해도 꿀리지 않았다.


“이것만으로 될까? 만두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니야?”

“하나로 충분합니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님.”


모자에게 객잔을 맡기고 수완은 양종철 밑에서 일 하기로 했다.


처음 판매부로 들어가기로 했을 때 모두 놀랐다. 당연히 호사부로 향할 것으로 생각한 모양. 하지만 수완의 생각은 달랐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대감집에 바가지를 내밀면 멍석말이를 당하고, 반대로 끼니 걱정하는 사람에게 유기그릇을 내밀면 욕먹기 딱 좋다. 손님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상품을 만들어도 팔 수 없다. 상인이라면 손님이 될 만한 사람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수완은 손님과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판매부에 들어갔다. 수완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천하제일의 부자가 되어 그들이 왜 괴물로 변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니까.


그렇게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날,


“어서 오세요~”


한참 장사 중인데 누군가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


남자는 먼지를 툭툭 털며 수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찾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못 보던 얼굴인데? 신입인가?”

“네. 개봉분이신가 봅니다.”

“양 부장님은?”

“안에서 사무 업무를 보고 계십니다.”


남자는 수완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수완은 그의 앞을 막았다.


“누구십니까? 안에는 천금장 직원만 출입 가능합니다.”


그때 양종철이 나왔다.


“왔는가?”

“다녀왔습니다, 부장님.”


서로 아는 사이인 모양. 이 사람도 직원인 걸까? 그런데 옷은 왜 저래? 개똥밭에 구르고 온 사람처럼 상당히 더러웠다.


“물건부터 보세나. 수완아, 나를 따르거라.”


남자를 따라 창고로 앞으로 갔다. 거기엔 수레가 여러대 있었다.


“어디 보자.”


종철이 수레의 면포를 걷어 버리니, 안에는 자줏빛 알갱이가 잔뜩 있었는데, 알싸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에이취~”


수완은 자기도 모르게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특급 요리사 최수완, 질 좋은 식재료를 보면 참을 수가 없다.


“알이 굵고 껍질이 깨끗하니 품질이 좋구만. 톡 쏘는 맛이 일품이야”


한때 대한민국에는 마라탕 광풍이 불었다. 먹어보면 맵기도 하지만 혀가 마비되며 얼얼해지는 그 맛. 바로 눈 앞에 있는 초피, 주인공 되시겠다.


모두 수완을 빤히 쳐다봤다.


“처음이 아니구나?”

“제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지라. 하하하”



알고 보니 남자도 판매부의 일원이었다.


판매부는 다시 영업반와 상행반으로 나뉘었는데, 현대 회사처럼 칼같이 나뉘는 건 아니고, 매장에서 판매를 하다가 상행이 있을 때 한 명씩 차출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물건을 잘 구매하려면 흥정은 물론, 어떤 제품이 고객이 찾는지, 품질은 어떤 것이 좋은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이 지천인 장사꾼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천신향이네. 만나서 반갑네. 개봉에 들어오는 향신료는 모두 내가 가져오지.”

“최수완입니다.”


수완은 포권을 취했다.


한편, 종철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숨통은 트였군.”

“그래 보입니다. 창고가 텅 비었더군요.”

“요즘 후추며 초피며, 뭔 바람이 불었는지 인기가 대단해. 덕분에 매상이 날이 갈수록 올라 좋긴 한데...”

“···”


신향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두려움에 떨었다.


“신향아, 응? 안될까?”

“뭐, 뭐가요? 저 방금 돌아왔다고요. 아들내미 이름도 아직 못 지어줬어요.”


신향은 급기야 수완 뒤로 쏙 숨었다.


“죽어도 못 갑니다. 제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는데요. 이번에 갔다 오면 평범하게 내근직 시켜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수완을 사이에 두고 둘 사이에 입씨름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마도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으리라.


불길한 기운이 등골을 스쳤다. 몇 달 같이 있지 않았지만, 종철의 저 음습한 눈빛.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을 끌어오기 위한 귀여운 술책을 부리려는게 분명하다.


“우리 수완이. 단박에 초피 좋은 걸 알아봤네?”

“네? 전 아무것도···”


종철이 수완의 한쪽 팔을, 남은 한쪽은 신향이 붙들었다.


“콧바람 쐰다~ 생각하고 사천에 한번 다녀와라. 크크크”


종철과 신향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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